85화 EX등급 몬스터와의 전투(5)
천마기공의 힘이 발휘되자 불꽃이 김창훈에게 향하며 김창훈의 몸에 스며들고, 그 기운은 천마기가 되어서 김창훈의 몸에 착실하게 쌓인다.
예전에 발전소에서 전기를 흡수하듯이. 엄청난 양의 기운들이 김창훈의 몸에 몰려들었으나 천마기공은 그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 효과를 보듯이.
[천마기 능력치가 1 상승했습니다.]
‘시작이 좋네.’
천마기 능력치의 상승. 이제 8만 더 올리면 천마기 능력치가 130이 되었다.
“호오. 이 정도의 기운을 흡수하고도 그걸 소화하고 있는 건가.”
거대한 불꽃의 기둥. 그 중심에 있는 흑룡의 말에 김창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불꽃의 기둥. 그 자체의 기운을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이것도 재미있군. 어디까지 흡수할 수 있을지 볼까? 하지만 그냥 두고 보면 재미없으니. 조금 더 재미있게 해 보도록 하지.”
거대한 불꽃의 기둥에서 불꽃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더니 허공에 뭉치며 거대한 구체가 되어서 김창훈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자! 이것도 흡수해 봐라!”
흑룡의 말에 김창훈은 자신에게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불꽃의 구체들을 바라보았다. 총 24개. 각각 지름 15m가 넘는 구체였고. 그 안에 담겨 있는 힘은 S등급 헌터들이라고 해도 막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저것까지 흡수하기는 힘들다.’
단순히 막 뿜어내는 힘이 아닌.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흑룡이 작정하고 만든 공격이다. 저런 것들은 ‘흡수’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이 해야 할 선택지는 2가지.
하나는 회피 혹은 방어. 그러나 이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흑룡의 힘을 계속 흡수하며 천마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오랜만에 천마기 좀 작정하고 사용해도 되겠지.’
천마무무를 사용한 상태에서 천마만상을 사용한다. 김창훈의 주위에 수천 개의 검은색의 검들이 나타났다. 각 검들 하나하나가 천마강기로 이루어졌으며 천마신공 초식들의 특성도 담아 놓은 검들이었다.
“오. 그건 또 신기하군. 아까 내 어깨를 파괴했던 공격을 다수로 늘린 건가?”
정확하게 그 본질을 꿰뚫어 본 흑룡의 말에 김창훈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에게 떨어지는 화염의 구체들을 향해서 자신이 만든 수천 개의 검은색 검들 중 절반을 발사하였다.
김창훈의 검들과 흑룡의 화염의 구체가 허공에서 충돌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 화염의 구체를 모두 파괴하고 나아간 검들이 허공에서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흑룡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아직 김창훈의 주위에 남아 있던 검들까지도 흑룡을 향해서 쏘아졌다.
“역시. 너는 아주 마음에 드는 인간이다.”
김창훈이 만든 검들은 흑룡이 방출하고 있는 화염의 기둥을 뚫고 그 안에 있는 흑룡을 향해서 나아갔지만 흑룡의 몸에 닿는 검은 없었다.
전부 나아가는 도중에 그 힘이 다해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게 진짜 EX등급 몬스터의 힘인가.’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천마기의 반을 소모해서 사용한 공격. 그런데도 불구하고 몸에 닿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김창훈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무리다. 지금의 나는 이기지 못해.’
천마기 능력치를 더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김창훈은 더욱 천마기공으로 흑룡의 힘을 흡수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그걸 흑룡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여전히 세상을 불태울 것 같은 거대한 불꽃의 기둥은 존재하였고 그 기둥의 일부가 김창훈의 몸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흑룡이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힘을 흡수해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그렇게 흡수해서 도대체 어느 세월에 더 강해지는 것이지? 몇 년이라도 기다려야 하나?”
“그렇게 기다려 주면 고맙지.”
“아쉽게도 그건 내 취향이 아니군. 나는 참는 것을 못 하거든. 그러니 이제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도록 하지. 아까처럼 서로 치고 박으면서 싸우자고. 물론 너는 그 와중에 내 힘을 계속 흡수해야겠지. 나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야.”
웃으며 말하는 흑룡. 흑룡이 앞으로 나아가자 불꽃의 기둥도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미치겠군.’
흑룡은 그저 자신의 힘을 내뿜고 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김창훈은 충분히 압박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압도되고 있었다.
‘천마군림보의 무형지기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
5중첩이 된 천마군림보의 무형지기. 하지만 그 무형지기는 그저 거대한 불꽃을 흔드는 한 줄기의 작은 바람에 불과할 정도로 상대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SS등급과 EX등급. 고작 한 등급 차이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단 말인가.’
‘규격외’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 EX등급이다. 정말로 잘 정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김창훈은 다시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천마기를 내뿜었다.
그러자 김창훈을 중심으로 검은색 천마기가 마치 밤하늘의 어둠과 같이 퍼지며 흑룡의 불꽃의 기둥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대항도 즐겁군. 하지만 아직 약해. 좀 더 분발해라. 안 그러면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할 거다, 인간.”
“그래 보이네.”
그리고 김창훈은 스스로 거대한 불꽃의 기둥을 향해서 돌진했다.
“하하! 자살인가!”
“설마!”
김창훈은 그렇게 외치며 전력을 다해서 주먹을 뻗는다. 김창훈의 주먹과 흑룡이 만든 불꽃의 기둥이 충돌하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흑룡과 김창훈 사이에 있던 불꽃들이 모두 사라진다.
흑룡과 김창훈의 거리는 약 40m. 그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좁힌 김창훈은 전력을 다하여 흑룡의 목을 향해서 돌려차기를 했다.
흑룡은 그 발차기를 자신의 손을 들어 막았다. 폭음과 함께 불꽃이 요동치며 사방으로 퍼졌다가 다시 흑룡의 몸에서 뿜어지는 불꽃이 그 자리를 메꾸어 가고 있을 때. 김창훈의 연속 공격이 시작되었다.
김창훈은 쉬지 않고 흑룡을 공격했다. 그리고 흑룡 또한 그런 김창훈의 모든 공격들을 받아치며 김창훈을 공격했다.
흑룡의 몸에서 강력한 불꽃이 내뿜어지고 있었고 김창훈의 몸에서는 검은색의 천마기가 뿌려지며 외부에서는 어둠과 불꽃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것이 바로 투쟁이다! 이것이 서로를 죽인다는 살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 아니겠나! 하하하하!”
흑룡은 크게 웃으며 김창훈을 계속 공격해 나아갔다. 그리고 김창훈은 이를 악물며 흑룡을 계속 공격해 나아갔다.
‘조금의 틈을 주면 안 된다. 그러면 저 불꽃에 내가 먹힌다.’
김창훈이 한 것은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흑룡의 불꽃이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고.
더 가까이 붙은 상태에서 흑룡의 힘을 흡수하는 것. 동시에 2가지 일을 해야 하기에 어려운 일이지만 천마기공은 24시간 스스로 움직인다.
김창훈의 의지에 따라서 천마기공은 스스로 움직이며 착실하게 흑룡의 막대한 기운을 흡수하여 천마기로 바꾸었고 그 바뀐 천마기를 김창훈은 남김없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힘에서 밀린다. 회귀하기 전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천마신공을 익힌 이후로 ‘힘’에서 밀린 적은 지금 처음이었다.
‘아니, 한 번 더 있기는 했구나.’
지금 눈앞의 흑룡과 같은 EX등급 판정을 받은 몬스터 아쿠파. 그 몬스터 앞에서도 김창훈의 힘은 무력했다.
‘전력을 다하면 등껍질에 상처 정도는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착각이었을 것 같네.’
흑룡과 전력을 다해서 싸우며 깨닫고 있었다. EX등급의 몬스터들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어쩌면 인간들은 영원히 잡지 못하는 그런 초월적인 영역에 있는 존재들일 수도 있었다.
“서서히 약해지는구나, 인간. 벌써 힘이 다한 건가?”
흑룡이 웃으며 말하였다. 하지만 김창훈은 웃을 여유가 없었다. 흑룡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도 바빴다.
“이래서야 아쉽군.”
그리고 흑룡은 자신의 등에 있는 날개를 움직이더니 두 손으로 김창훈을 강하게 밀었다. 공격이 아닌 밀어내는 것이기에 김창훈은 일순간 당황하여 제대로 대처 못 하고 뒤로 밀려났다.
그 후 흑룡은 하늘로 솟구쳤고 그의 몸에서 뿜어지던 강렬했던 불꽃은 더 이상 없었다. 하늘에서 흑룡은 김창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주지.”
“시간?”
“그래. 시간이다.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라. 그걸 위한 시간을 주겠다.”
“여유가 넘치는군.”
“강자의 특권이라는 거다. 너도 그랬을 거다. 이 세계의 생명체들은 정말로 하나같이 약했으니까.”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도 다른 헌터들과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여유가 넘쳤으니 말이다.
“내가 이 세계에 처음 와서 내 몸에 제대로 상처를 낸 첫 인간을 위한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전력을 다해서 공격해라. 그 전력을 받아 주지.”
그리고 흑룡의 몸이 다시 거대해진다. 본래의 500m 크기의 드래곤이 된 흑룡이 지상의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 자! 너의 마지막 일격을 나에게 선보여라!
자신만만한 흑룡을 보며 김창훈은 피식 웃었다. 정말로 짜증 나지만 상대는 그런 여유를 부려도 될 정도의 강자였다. 그러니 지금 그에게 주어진 이 기회에 오히려 감사를 하며 한 방을 준비해야 했다. 확실한 한 방을.
‘그것밖에 없다.’
천마신공의 초식들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위력을 가진 초식. 천마대멸겁. 그 하나의 초식에 모든 것을 담아서 전력을 다한 일격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이건 남궁철 선배랑 대련할 때 이후로 처음 하는 건가?”
남궁철과의 대련에서 ‘바다’를 가른 그 일격을 지금 다시 재현해야 했다. 물론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한 위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다.
‘녀석을 완전히 반으로 갈라 버리는 거다.’
그런 각오를 하며 김창훈은 자신의 모든 천마기를 모았다. 단 하나의 ‘일점’을 만들어서 그 일점에 모든 천마기를 압축한다.
대지가 부서지고 대기가 뒤틀린다. 김창훈의 손에 어마어마한 힘이 압축되고 있었다. 하지만 흑룡은 그것을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 공간을 뒤틀리게 할 정도의 힘! 역시 넌 뭔가 더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좋다! 인간이여! 그런 널 위해 나 또한 최대한 예우를 갖추도록 하지.
흑룡의 입에 ‘불꽃’이 모인다. 드래곤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 브레스. 지금 흑룡은 그 필살기를 사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김창훈은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코딱지만 한 천마기까지 다 긁어모아 자신의 오른손에 담았다.
너무나도 강력한 힘에 손이 떨렸고 그가 입고 있던 장포의 오른쪽 소매가 재가 되어 사라졌으며 장갑도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간다, 흑룡.”
- 와라! 인간이여!
흑룡의 말에 김창훈은 심호흡을 하고 어쩌면 자신의 유언이 될지도 모르는 말을 내뱉는다.
“천마대멸겁.”
그가 모은 모든 천마기를 주먹에 담아서 뻗는다. 어둠이 흑룡을 향해서 쏘아졌고 그것을 본 흑룡은 자신의 입에 있던 불꽃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