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EX등급 몬스터와의 전투(4)
‘내가 힘으로 밀린다.’
천마신공의 레벨이 10에 도달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위력’으로 밀린 적이 없었던 김창훈이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심지어 강기를 사용한 천마파천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천마무무를 사용해서 천마파천장과 천마붕산권, 천마뇌절각. 이 세 초식의 힘을 합쳤는데도 이렇게 밀린다고?’
“하하하! 좋군! 좀 더 힘내라! 인간!”
흑룡은 기쁜 듯이 크게 웃으며 자신의 두 손을 휘둘렀다. 어린아이처럼 그저 마구 휘두르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 담긴 파괴력은 작은 산 하나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덩치가 작아진 대신에, 그 거구가 내뿜는 모든 힘이 저 몸에 압축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김창훈은 계속 뒤로 밀렸다. 천마신공의 1~4초식만으로는 지금 이것이 한계였다.
‘천마강기를 사용할까?’
천마기로 사용하는 진정한 파괴 그 자체라고 불러도 좋은 그 힘. 실전에서 딱히 사용한 적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강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누구든지 다 제압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해 보자.’
김창훈은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두 손에 천마강기를 만들었다. 그러자 흑룡의 공격이 멈추었다.
“호오. 그건 또 특이하군.”
“단순히 특이한 걸로 끝나지 않을 거다.”
“그래 보이는군. 확실히 그걸 그냥 맞으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하겠어. 하지만 그래서 더 좋군! 한번 경험해 볼까!”
그리고 흑룡이 주먹을 쥐어서 김창훈을 향해 휘두르자 그것을 본 김창훈 또한 천마붕산권에 천마파천장, 천마뇌절각의 특성을 담아 천마강기까지 사용하며 손을 뻗었다.
아까보다 더욱 거대한 폭음과 함께 더 강력한 힘의 여파가 사방으로 퍼졌고 흑룡은 미소 지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좋군.”
자신의 비늘로 덮여 있던 손이, 비늘이 파괴되어 크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손의 뼈까지 뒤틀려 있을 정도였다.
“이런 상처는 정말로 오랜만에 입어보는군.”
흑룡의 말에 김창훈은 곧바로 흑룡을 향해서 다가가 천마강기를 사용한 상태로 다시 손을 뻗었다. 그것을 본 흑룡은 아직 멀쩡한 손을 들어 올려 김창훈의 손을 받아냈다.
다시 한번 폭음이 울리고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손을 막아내고 있는 흑룡의 손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흑룡의 손에는 붉은색의 불꽃이 감싸여 있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압축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드래곤’들이 더 잘할 수 있지. 단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안 할 뿐이지만. 이는 반대로 말해 필요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거다.”
불꽃에 휩싸인 흑룡의 손에서 손을 뗀 김창훈은 손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천마강기. 그리고 그가 착용한 레드 드래곤의 가죽으로 만든 장비를 뚫고 열기가 침투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닿으면 그 즉시 재가 되어 버리겠군.’
“이번에 이곳으로 오기를 참 잘한 것 같아. 정말로 마음에 들어. 죽일 수 있는 인간의 수도 많고 너 같은 강자도 있고.”
“이곳으로 넘어왔다는 것은 던전에서 넘어 온 것을 말하는 건가?”
“흠. 너희는 그곳을 그렇게 부르나 보군.”
“던전 말인가?”
“우리는 그곳을 ‘차원의 틈새’라고 부르지.”
차원의 틈새라는 흑룡의 말에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단어가 있었다.
“‘우리’라고?”
“그래. ‘우리’다. 나 같은 존재가 내가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말을 할 줄 아는 몬스터는 네가 처음이지.”
“그런가? 흠. 그렇다면 아직은 보호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겠군. 하지만 널 보아하니 얼마 안 가서 그 보호가 풀릴 것 같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나중에 알게 될 거다. 그보다 계속 싸워볼까.”
피투성이가 되었던 흑룡의 손의 상처들이 어느 사이 말끔하게 치유되어 있었다.
“나는 재생력이 훌륭하다. 그러니 날 죽이고 싶다면 정말로 전력을 다해서 일순간에 내 머리를 부수거나 목을 베어야 할 거다. 그렇지 않은 이상 어딜 공격해도 큰 효과는 없을 테니까.”
친절하게 자신의 공략법을 알려주는 흑룡을 보며 김창훈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완전히 소멸시켜 줄 테니 걱정 마라.”
그리고 김창훈의 주먹에도 검은색의 불꽃이 타올랐다.
“확실하게 죽여주지.”
그 말에 흑룡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것도 좋지.”
각각 자신의 두 손에 붉은색의 불꽃과 검은색의 불꽃을 두른 흑룡과 김창훈이 다시 서로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 * *
“누가 괴물인지 모르겠군.”
모습이 인간의 크기로 줄어든 흑룡. 그리고 그 흑룡과 싸우는 김창훈. 이 두 존재의 충돌이 벌어지는 곳은 지금 남궁철이 있는 곳으로 부터 족히 10㎞는 떨어진 곳이었지만 이곳에서도 그 힘의 충돌로 인한 여파를 느낄 수 있었다.
흑룡과 김창훈의 손이 충돌할 때마다 대지가 흔들리고 힘의 여파가 폭풍이 되어서 사방으로 퍼진다. 흑룡과 함께 왔던 몬스터들 중에서는 이 힘의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죽은 몬스터들의 수도 상당했다.
지금도 계속 거리를 벌리고 있지만 이미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지금 계속 흑룡과 김창훈의 충돌에서 죽는 몬스터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한 헌터의 말에 남궁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룡과 김창훈이 싸우는 곳의 대지는 마치 강력한 미사일이라도 수십 발 떨어진 듯이 곳곳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남았다.
인간이 만들어냈다고 믿어지기 힘들었다. 남궁철 또한 S등급 헌터지만 저런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김창훈과 흑룡은 서로 쉬지 않고 충돌하며 계속 저만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저 모든 구덩이들은 저 둘이 충돌하여 생긴 힘의 여파와 폭풍으로 만들어진 흔적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저 둘이 지금 서로에게 하고 있는 저 공격을 만약 지면에 한다면. 혹은 만약 자신에게 한다면?
‘저건 힘을 흘리거나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힘을 흘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어 법중 하나다. 하지만 저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공격이라면 아무런 의미 없는 법이었다.
사람이 방패를 들었다고 핵폭탄을 막을 수는 없다. 저 둘이 사용하는 힘은 남궁철에게 있어서 핵폭탄 혹은 그 이상이었다.
“조금 거들 생각이었는데 아무것도 못 하겠군.”
드론들을 통해서 보여지고 있는 화면을 본 4성 장군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 둘은 상식을 초월한 존재. 그런 자들에게 미사일 같은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 간단해진 것은 있지.”
남궁철의 말에 모두가 남궁철을 바라보았다. 남궁철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저 녀석이 진다면. 그걸로 인류는 끝이다.”
그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그만큼 흑룡과 김창훈의 힘은 말도 안 되는 경지에 있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저 힘을 막을 능력이 안 되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김창훈을 속으로 조용히 응원하며 남궁철은 계속 화면을 바라보았다.
* * *
“흐하하! 좋군!!! 어디 이것까지 따라할 수 있을까!”
흑룡의 온몸이 붉은색 불꽃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상태로 김창훈을 향해서 무작정 돌격한다. 지금 흑룡의 온몸은 단어 그대로 ‘무기’였다.
‘저 불꽃에 닿으면 안 된다.’
김창훈은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전력을 다해서 흑룡을 공격해 밀어내려고 하였으나 흑룡은 결코 쉽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돌진하며 김창훈을 압박하자 김창훈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천마멸염공을 추가해도 안 되나.’
가장 근본적인 힘에서 밀리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것에 대항할 방법은 하나였다. 김창훈에게 ‘기술’이란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는 천재가 아니니까.
‘천마무무.’
천마무무의 진정한 힘을 사용한다.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을 하나로 합치고. 그 모든 힘을 하나의 동작에 담는다.
콰아앙!!!!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폭음과 함께 처음으로 흑룡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온몸을 불꽃으로 둘러싸고 있음에도 김창훈이 공격한 흑룡의 어깨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저 좋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 이 상태의 나를 상처 입히다니. 이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흑룡의 말에 김창훈은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널 상대로 최대한 뽑아 먹어야겠다.”
“뽑아 먹는다고?”
“그래. 그 불꽃.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것도 결국 하나의 ‘기운’에 불과하잖아.”
그리고 김창훈은 허공을 박차며 흑룡을 향해서 두 손을 뻗었다. 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잡아야’ 한다는 의도로 뻗은 두 손. 그렇기에 흑룡은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천마반탄강기와 천마강기가 발동하며 흑룡의 불꽃으로 부터 김창훈의 몸을 보호하지만 그래도 그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넌 강해.”
“그렇지.”
“그러니까 그 힘을 좀 나누자고.”
“뭐라고?”
흑룡이 대꾸할 때. 김창훈은 천마기공을 전력을 다해서 운용했다. 그러자 흑룡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들이 흔들리더니 돌연 김창훈의 몸을 향해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흑룡은 눈을 크게 뜨며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최근 천마기 능력치가 오르지 않아서 걱정이었는데. 너라면 아주 좋은 영약이 되어 줄 것 같아.”
상대가 매우 강하여 힘으로 제압이 힘들다. 그렇다면 방법은 2가지다. 내가 더 강해지거나 혹은 상대를 약화시키거나.
김창훈이 본래 선택한 것은 전자였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 천마무무의 공격에도 고작 어깨에 있는 비늘이 터지며 피가 흐르는 것이 전부.
그 상처도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보며 김창훈은 생각을 바꾸었다. 전력을 다해서 이기기 힘들다. 그렇기에 한 가지 도박을 떠올린 것이다.
“네 힘을 철저하게 빼앗아 주지.”
흑룡이 가진 거대한 ‘불의 기운’을 강탈하여 자신의 것으로 한다. 이미 다른 몬스터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서 살아 있는 상태에서도 몬스터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걸 지금 실행한 것이다. 흑룡의 힘을 빼앗아 자신의 힘을 키운다. 적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나 자신은 강해진다.
아주 완벽한 승리 방법. 그렇기에 김창훈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무조건 자신이 이길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재미있군. 내 힘을 흡수하여 강해지겠다는 건가.”
하지만 흑룡은 처음에만 당황하고 오히려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김창훈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면 좋지. 어디 한번 먹어 봐라!”
흑룡의 몸에서 뿜어지는 불꽃이 몇십, 아니, 몇백 배 더 강렬해지자 그 충격에 김창훈의 몸은 뒤로 튕겨져 나갔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김창훈은 하늘마저 태워 버리겠다는 듯이 솟구치고 있는 불꽃의 기둥을 보며 침을 삼켰다.
“오냐. 이번에 널 먹고 천마기 130 찍어 주마.”
너무나도 거대한 불꽃. 그것을 보며 김창훈이 손을 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