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EX등급 몬스터와의 전투(3)
섬서성 서안시에 도착한 김창훈과 남궁철의 눈에 바쁘게 움직이는 중국의 군인들부터 들어왔다. 그들은 서안시를 요새화시키며 곳곳에 전차들과 여러 무기들을 배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창훈과 남궁철을 기다리고 있던 군인 중 한 명이 그 둘을 차에 태워 작전이 세워지고 있는 작전본부로 데려갔다.
그곳은 중국에 있는 S등급 헌터 5명과 4개의 별을 어깨에 달고 있는 중년의 남성, 그 이외에도 여러 군인들이 있는 천막이었다.
“드디어 왔군.”
중년 남성이 김창훈을 보며 말하자 김창훈은 그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부터 가도록 하죠. 몬스터들의 숫자와 여기부터 거리가 어느 정도입니까?”
“숫자는 파악하기로는 14만. 그리고 지금 그들의 이동 속도를 감안할 때, 여기 서안시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 후.”
촉박했다.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그것을 알기에 김창훈은 무엇이라도 시간을 끌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재앙이라고 불리는 몬스터 2마리가 있다. 14만의 몬스터의 무리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보다 더 위험한 ‘흑룡’이란 괴물이 있다.
이걸 중국 한 국가의 힘으로 막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핵미사일이나 수소 폭탄도 이미 사용했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사전에 모든 미사일을 다 파괴하고 그 파괴의 여파에서도 멀쩡한 흑룡 때문이었다.
“만약을 생각해서 물어보는데, 전략 있습니까?”
“있을 것 같나? 우리가 지금까지 상대한 것은 SS등급 몬스터를 상대로 만든 전략과 전술이지. 저런 규격 외의 몬스터와의 싸움에 대한 전략과 전술은 존재하지 않아. 애초에 전략이나 전술이 통하는 상대도 아니지 않나?”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과 전술이 먹히는 것은 전력 차이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때 먹히는 것이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
천마신공이야말로 그 압도적인 힘의 상징이었고, 김창훈은 그 힘으로 자신의 적이었던 자들을 모두 힘으로 제압한, 그야말로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싸울 거네. 이곳에 있는 군인들 전원 여기서 죽을 각오를 하고 최후의 항쟁을 할 거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결국 내린 선택은 목숨을 건 사투. 그것이 전부였다. 아쉽게도 이것이 압도적인 힘 앞에 할 수 있는 전부. 그렇기에 김창훈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 압도적인 힘에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동안 조금 휴식을 취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더 이상 쓸데없는 회의에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몸 관리를 하셔야 할 겁니다. 혹시 모르니 유언도 좀 남기시고요. 이번 전투는 저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천막 안의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그러나 아무도 김창훈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걸 알고도 모인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이 천막을 떠나자 남궁철 또한 따라 나왔고 천막 안에 있던 이들 또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모두 각자 나름.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천막을 나선 김창훈은 적당한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그 난간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건가?”
“이것이 휴식을 취하는 겁니다.”
“더 할 만한 것은?”
“딱히 없습니다. 지금 와서 힘을 늘린다고 해도 제대로 먹힐 것 같지도 않고 시간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대로 허가도 받지 못했고요.”
“허가?”
“제가 전기를 흡수, 그것을 내공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알 겁니다. 그러니 단시간 내에 강해지기 위해서는 그 내공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기가 필요합니다.”
“음.”
“중국의 최대 규모 발전소로 가서 거기서 작정하고 전기를 흡수하지 않는 이상 4시간 안으로 눈에 띄게 강해질 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니 얌전히 기다려야죠.”
“이 근처에 발전소를 찾아서 거기서 전기를 모두 다 흡수하는 것은 어떤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건 좀 힘들죠. 전기가 끊어지면, 당장 군용 장비들부터 이상이 생길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그러니 침착하게 기다리시죠. 선배님.”
“…고작 1~2년 사이에 많이 성숙해졌군.”
“하하.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으니까요. 아, 혹시 명상 수련 하시나요? 그거 하면 도움이 됩니다.”
“나도 하고 있지.”
그리고 힘 빠진 얼굴로 김창훈의 옆자리에 앉은 남궁철이 말했다.
“단지 걱정이 될 뿐이야. 나 혼자 죽는 건 걱정하지 않아. 내 가족들이 문제지. 당장 급하게 한국으로 보내기는 했는데 혹시 또 모르지 않나.”
“한국에는.”
“검왕. 그 친구가 대신 돌봐 주고 있네.”
“그렇군요.”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말은 없었다.
“얼마나 살아남을 것 같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왕 온 이상. 최대한 모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겁니다.”
“그런가.”
“예.”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다시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김창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궁철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검은색의 점. 저 검은색의 점이 바로 ‘흑룡’이었다. 그 점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미리 말하지만 모든 헌터들은 이 도시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하십쇼. 지금부터 전 전력을 다해서 싸울 겁니다. 제 힘에 휘말려서 죽어도 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러지.”
그리고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한 번 사용하여 그 무형지기를 그 어떤 이들에게도 적용되지 않도록 한 후 그대로 천마뇌절각을 사용하여 허공답보로 빠르게 흑룡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남궁철은 급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지금 몬스터들이 오고 있다고 알리자 부대는 곧바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부디 최소한의 피해로 끝나기를 바라네. 자네도 살아서 돌아오고.’
남궁철이 멀리 떠난 김창훈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을 때. 김창훈은 도시를 벗어나 천마군림보를 최대 중첩으로 한 후 그 무형지기를 더 이상 제어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 놓은 상태로 두었다.
그러자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 모습은 멀리서 보고 있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김창훈은 그 상태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와서 가만히 서 있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흑룡과 김창훈의 거리. 그리고 멀리서 몬스터들의 무리도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많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김창훈이 바라보는 지평선 전부가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D등급 이하의 약한 몬스터들도 있지만 A등급 몬스터나 S등급 몬스터들도 보였다.
남궁철의 말대로 이건 자연스럽게 모인 몬스터들이 아니다. 중국은 돈을 위해서라도 몬스터들을 잡는 데 아주 혈안인 국가였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면 그곳을 그냥 둘 리 없었다. 기존의 SS등급 몬스터의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 S등급 이하의 몬스터들은 중국 본토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나타나면 그 즉시 사살했다.
그런 중국에서 저 정도 숫자의 저렇게 다양한 몬스터가 모인다? 불가능한 일이다.
‘정말로 던전 브레이크를 강제로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저놈이?’
자신의 양 옆에 두 마리의 드래곤을 대동하고 나타난 흑룡. 흑룡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고 흑룡의 옆에 있는 두 드래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14만이 넘는 몬스터들과 마주한 한 명의 인간. 그 모습은 위성은 물론 중국의 군인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보낸 여러 드론들로 인해서 착실하게 영상으로 남았고 그 영상들의 일부는 김창훈이 사전에 요청한 그대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다.
- 신기하군. 인간이 이 정도의 힘을 쌓다니. 이 차원도 곧 도달하는 건가?
김창훈의 머리에 들리는 중후한 목소리. 이에 김창훈은 놀라며 흑룡을 바라보았다.
“네가 말한 건가?”
- 그렇지.
“몬스터가 대화를 할 수 있다라. 이건 또 새로운 정보로군. 너만 가능한 건가. 아니면 그 옆에 있는 두 마리의 드래곤도 가능한 건가?”
- 아쉽게도 이 둘은 하지 못해. 아지 그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 둘을 지금 너와 싸우게 한다면 죽겠군. 무조건.
“그렇겠지. 그래서 네가 나와 싸우겠다는 건가?
- 그렇지. 재미있군. 도대체 얼마 만에 내가 직접 나서서 싸울 만한 인간을 만나는지 모르겠군.
흑룡이 거대한 발을 움직이며 천천히 김창훈을 향해서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흑룡을 보며 김창훈은 천마기를 끌어 올렸다.
“나도 오랜만에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기는 해.”
- 이 모습은 직접 싸우기 좀 불편하겠군.
흑룡의 몸이 빛에 휩싸이더니 2m 정도 되는 거구의 남성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구리색의 피부를 가진 거구의 남성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일 정도로 웃어 보이더니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러면 서로 더 싸우기 편하겠지?”
“한국어도 갑자기 할 수 있나?”
“아니. 간단한 재주다. 그러면 시작해 볼까.”
흑룡의 몸에서 뿜어지는 기운과 김창훈의 천마군림보의 무형지기가 서로 충돌하자 대지가 부서진다. 몬스터들 또한 최대한 뒤로 물러나며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흑룡과 김창훈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각각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서 빠르게 돌진했다.
흑룡의 손은 드래곤의 비늘이 뒤덮여 있었고 손의 끝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손을 휘두르며 김창훈의 몸을 동강 내려고 하였고 김창훈은 그것을 보며 손을 뻗었다.
‘천마파천장.’
천마파천장과 흑룡의 발톱이 충돌한다. 폭음과 함께 대지가 움푹 파였고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힘에서 밀려 뒤로 물러나는 몸의 중심을 바로잡았다.
“흠. 힘이 좋군. 하지만 이 정도로는 날 죽일 수 없다. 아니, 나에게 상처 하나 낼 수 없을 거다. 그러니 좀 더 분발해라.”
“그래야 할 것 같네.”
단순한 천마기로 사용하는 천마파천장이 아닌 강기를 사용하여 다시 천마파천장을 사용하고 흑룡에게 돌진하여 김창훈이 손을 뻗자 흑룡은 이번에도 자신의 손을 휘둘러 손톱으로 천마파천장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창훈이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흑룡의 몸이 뒤로 두 발자국 물러나야 했다.
“호오. 힘을 더 올린 건가.”
“그렇지.”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그 말에 흑룡이 사납게 웃으며 등 뒤로 거대한 드래곤의 날개를 꺼냈다.
“이 재미없는 세계에 와서 지루한 참에 아주 재미있는 싸움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최대한 날 즐겁게 해야 할 거다! 인간!”
흑룡이 그렇게 외치며 김창훈을 향해서 돌진하자 김창훈은 양손에 강기를 만들었고 자신의 다리에도 강기를 만들었다.
‘천마무무, 천마파천장, 천마붕산권, 천마뇌절각.’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동시에 사용한 김창훈과 흑룡의 두 손이 다시 허공에서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