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EX등급 몬스터와의 전투(1)
그림 리퍼의 선언을 인터넷을 통해서 본 김창훈은 살짝 놀랐다. 설마 여기까지 일이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범죄자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름의 사정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그림 리퍼가 말한 세계 4대 범죄 조직은 그런 이들이 아니다. 이들은 인신매매, 납치, 강금, 폭력, 살인, 마약 유통 등등. 여러 가지 온갖 불법들을 밥 먹듯이 하는 이들이다.
이들을 모두 사라지게 하는 일은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손해가 되는 일이 아니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왜 지금까지 전 세계가 이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지 못 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가진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당장 일본의 야쿠자들만 해도 군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화력이 강력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에 있는 마피아들은 탱크나 잠수함도 소유하고 있다.
브라질 같은 남미 국가에 있는 카르텔은 어떨까? 이들은 심지어 그들이 국가를 운영하기도 한다. 범죄조직들이 이런 거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수장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제는 가디언이 된 과거 국제 헌터 협회와 거기에 소속된 모든 헌터들이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부패했을 당시와 다르게 새롭게 개혁이 일어난 가디언에서는 범죄자들에 대해서 봐주는 것이 없었다. 이들은 모든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 체포 혹은 말살을 목표로 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모든 리퍼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건 그림 리퍼 또한 마찬가지였다. 과거 은퇴했던 이들까지 더해지며 총 14명의 S등급 헌터 면허를 가진 리퍼들이 총동원되자 아무리 세계 4대 범죄 조직이라고 해도 힘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김창훈이었다. 그는 홀로 세계 4대 범죄 조직 중 하나인 야쿠자. 그 야쿠자의 본토인 일본에서 큰 활약을 하며 야쿠자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서 체포하거나 끝까지 저항할 경우 가차 없이 처단했다.
그런 압도적인 힘으로 인해서 야쿠자란 큰 축 하나가 급속도로 힘을 잃어버리자 다른 곳도 흔들리는 것이다. 어떻게든 싸워 나간다고 한들.
결국 김창훈이 나서면 그것으로 끝. S등급 헌터들조차 상대가 안 되는 괴물이 나섰는데 그들이 무슨 수로 어떻게 대항하겠는가?
심지어 야쿠자들은 김창훈을 죽이기 위해서 독약, 독가스, 폭탄, 미사일까지 동원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화가 난 김창훈이 날뛰며 더 많은 야쿠자들만 죽어 나갈 뿐이었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런 김창훈의 활약을 연일 내세우며 일본 총리는 자신의 결단으로 김창훈의 도움을 받아서 일본의 거대한 어둠인 야쿠자들을 없애고 있다고 좋다고 떠벌리고 있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서 그는 자신의 신변 보호를 철통같이 하였다. 일본 내 어딘가에 있다는 총리의 보호를 위한 전용 벙커에서 잘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일본에서 시작된 범죄조직과의 전쟁은 전 세계로 번졌고 전 세계 곳곳에서 범죄자들과 경찰들로 이루어진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중국에서 한 이변이 일어났다. 하나의 던전이 브레이크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변이 아니다. 문제는 그 브레이크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였다.
무려 드래곤이었다. 여기까지는 사람들이 납득할 것이다. 드래곤은 매우 강력한 몬스터지만 김창훈이 있는 이상 처리가 가능한 몬스터였다.
물론 중국에서는 그러기 힘들지만 그래도 중국이 작정하고 공격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몬스터다. 하지만 문제는 그 드래곤의 강함이었다.
보통의 드래곤이 50m 정도의 몸길이를 가진다면 이번에 나타난 드래곤은 무려 그 10배인 500m의 몸길이를 가졌고 그 거대한 몸만큼 매우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거대한 드래곤의 주위에는 언제나 60m 정도 되는 몸길이의 드래곤 2마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SS등급 몬스터인 드래곤들을 마치 수하 부리듯이 부리는 존재. 그렇다면 이 몬스터의 등급을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간단하다.
“EX등급 몬스터가 나타난 던전 브레이크라. 언젠가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지만 벌써 나타날 줄이야.”
김창훈은 지금 인터넷으로 보이는 중국의 참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SS등급 몬스터 2마리, EX등급 몬스터 한 마리가 나타난 중국 본토의 상황은 엉망 그 자체였다.
그나마 서쪽의 사막 부분에 나타나서 다행이지. 만약 베이징에서 나타났다면 그야말로 최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 드래곤들이 동쪽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속도로 이동 중인 것은 아니었으나 확실하게 동쪽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드래곤들의 앞을 막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는 중이었다. 중국에서는 이를 악물고 수소 폭탄이 장착된 미사일까지 발사하였으나 그 미사일들을 EX등급 드래곤이 사전에 파괴해 버려서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했다.
헌터들을 동원하기도 힘들었다. 상대가 강해도 너무 강했다. 국가에서 강제 동원을 하겠다고 경고해도 그 어떤 헌터들도 저 몬스터를 잡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당연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목숨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정의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해도 단 1도 대항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무턱대고 나서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중국에서는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범죄와 전쟁 중이었다. 가디언에서도 모든 헌터들이 여기에 매달려 있는데, 중국의 몬스터를 잡기 위해 각국의 헌터들이 중국으로 간다?
그래서는 전선의 유지가 안 되었다. 그렇기에 중국이 애타게 찾는 헌터는 한 명이었다.
“또 전화 오네.”
동생 김창수의 전화번호가 떠 있는 핸드폰을 보며 혀를 찬 김창훈이 핸드폰을 껐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히로가 말했다.
“이 정도 위기면 아무리 중국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가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대로 그냥 두면 중국 하나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죠.”
한 곳에 자리 잡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는 몬스터 무리. 그 몬스터 무리를 본 김창훈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서 막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저는 저들을 길들일 겁니다.”
“중국을요?”
“예. 솔직히 가디언을 설립하는 데 단 1의 도움도 안 되지 않았습니까? 방해만 되었지. 그러니 이번에 제대로 당하게 해야죠. 그래야 우리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민간인 피해자가 나온다. 이거죠?”
그 말에 히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죠. 제 이득을 위해서 저는 지금 저걸 방치하고 있는 겁니다. 저들도 정신 차려야죠. 고작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전 세계의 진정한 안전을 위해서 나아가는 길을 이를 악물고 거부하는 놈들입니다. 그런 놈들을 도울 정도로 지금 우리가 한가하지는 않죠. 아직 일본 내의 일도 덜 처리되었으니까요.”
그 말에 히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김창훈은 누누이 이야기했다. 자기는 영웅이 아니라고. 그저 평범하게 욕심이 많은 인간이라고.
그 증거로 후환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20명의 국제 헌터 협회 협회장과 간부들이 제대로 저항도 못 하는데 죽였다. 거기다가 그 가족들이나 주변의 인간들도 다 죽이려고 했었다.
다행이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처리하라는 김창훈의 말에 리퍼는 그들의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조그마한 범죄 하나라도 다 파헤쳐서 최고 형량이 나오도록 해야 했다.
거기다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이들에 대해서도 결코 도와주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그 말들을 계속 지켰다.
만약 김창훈이 범죄율이 너무 올랐다는 생각에 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이 되겠다고 스스로 나서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가 일본에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평화의 상징이 되려고 하신다고 프로즌 님에게 들었습니다.”
그 말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평화의 상징입니까? 제가 비둘기도 아니고. 그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날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거죠. 나한테 잡히면 어떻게 될지 잘 생각하고 범죄를 저지르라고.”
“그 생각은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 전국의 경찰서에 스스로 자수하는 범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창훈 님의 단호한 조치에 그들은 스스로 겁을 먹고 자수를 한 것이죠.”
“효과 있으니 다행이네요.”
“일본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되었습니다. 그러니 중국으로 가시죠. 가디언의 진정한 목표는 사람들의 보호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보호는 범죄로부터의 보호만이 아니라 저런 몬스터들로부터의 보호도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나서야 합니다. 현재 가디언이 정식으로 설립이 되고 그곳의 초대 수장이 누가 될지,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명분을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가셔야 합니다.”
히로의 말에 김창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명분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네요.”
“김창훈 님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분이니까요. 자신에게 확실하게 이익이 될 때만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움직이셔야 이득이 되는 겁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불이익이 될 겁니다. 스스로 보호를 외쳤으면서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중국을 방치했다는 말이 나올 겁니다.”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확실히 여론과 이미지란 것은 중요한 법이죠.”
“그러면.”
“그래서 안 갈 겁니다. 저는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중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하고 앞으로 무조건 적인 협조를 하겠다고 선언하라고 하세요. 만일 협조하지 않겠다면 제가 보복하는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불만을 표하지 않겠다는 것도 함께요.”
“그건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닐까요. 보복에 대해서도 아무 말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협조 잘하면 아무 문제없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걸 하나 추가하죠. 저는 중국에 무리한 협조를 요구하지 않겠다고요. 무리한 요구라는 부분이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이건 나중에 차후 다시 이야기하면 되죠. 그러니 이 말을 중국 정부에 전달하세요. 현재 중국 주석이 직접 TV에서 이걸 라이브로 성명발표를 하라고. 그러면 중국으로 갑니다.”
김창훈의 말에 히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게 할까요? 중국이.”
“안 하면 죽는 거죠. 중국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걸요? 저 괴물 앞에서는 S등급 헌터도 의미 없어 보이잖아요. 그러니 그들도 살기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를 움직일 겁니다. 아무리 공산당이 대단하다고 해도 전 중국 국민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자기들도 살고 싶다면 해야 할 겁니다.”
김창훈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더 할 일거리 없는지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이 방에서 나가자 다시 한숨을 쉰 히로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김창훈의 조건들을 전달했다.
당연히 중국 정부에서는 이를 거부했으나, 이틀 후 몬스터들이 중국의 중부 지방에 도착해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동쪽으로 향하고 그 끝이 베이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중국 정부는 결국 항복 선언을 하였고 김창훈의 요구 조건이 전달되고 4일 후, 중국 주석이 직접 그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발표를 방송을 통해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