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SS등급 몬스터 소탕 작전(3)
전 세계에 있는 18마리의 SS등급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의 수를 김창훈은 착실하게 줄여 나갔다. 그때마다 그는 화젯거리가 되었고, 그 화제에서 김창훈은 계속해서 국제 헌터 협회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에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하였다.
그렇게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닌 결과 이제 전 세계에 남아 있는 SS등급 몬스터는 단 3마리였다.
각각 중국, 북한, 일본에 있는 SS등급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만큼은 김창훈이 처리하지 않았다. 왜 이들을 처리하지 않냐는 질문에 김창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인류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고작 자신들의 열등감과 시기심으로 그것을 방해하는 자들을 도울 생각은 없다고 말이다.
그 발언은 당연히 큰 파장이 되었다. 그리고 도대체 왜 중국과 일본, 북한이 이런 취급을 받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김창훈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새로운 국제기구의 수장이 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김창훈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헌터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인물이니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세 국가는 그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걸 반대했다. 국제기구의 창설 자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태클을 걸어 왔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알려지며 이 세 국가는 전 세계 여론의 몰매를 맞아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역시 하려고 하면 잘하잖아, 프로즌.”
“후우. 리퍼로서 8년 동안 생활을 해 왔지만 이런 식으로 여론을 바꾸는 일은 처음이야.”
자괴감으로 가득 차 있는 프로즌을 보며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이 모든 일은 프로즌의 작품이었다. 구체적인 방법, 시각, 몰이 방법 등등.
모든 것을 프로즌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져 있는 중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프로즌. 덕분에 일이 더 수월하게 진행되잖아. 벌써 새로운 국제기구의 이름도 정해졌다고?”
국제 헌터 협회를 대신해서 새롭게 헌터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인류를 몬스터와 던전으로부터 지키겠다는 각오로 만들어질 국제기구의 이름은 ‘가디언’. 수호자라는 이름 그대로 인류와 사람들의 안전을 수호하겠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었다.
기존에 가디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길드가 있긴 했으나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였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언론에 이야기하여 구분을 짓도록 하였다.
“이 속도대로라면 2년 안에 완성된다고 했던가?”
“1년 7개월 정도 걸릴 거야.”
“좋네. 수장은?”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김창훈을 프로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야, 너. 여론도 다른 헌터들의 의견도 확실해. 70%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어.”
그 말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이것으로 정말로 회귀 전에 꿈도 꾸지 못했던, 권력이란 것을 쥘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는 SS등급의 헌터로서 많은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건 합법적인 것이 아닌 그저 김창훈의 무력에 의해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국제기구 ‘가디언’의 수장이 된다면 합법적으로 권력이란 것을 쥘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걸로 만족하겠어?”
“갑자기 무슨 말이야?”
“가디언의 수장이 되는 조건 말이야. 투표로 선출. 임기는 4년이나 그 전에 이사들의 투표를 통해서 70% 이상이 찬성할 경우 언제든지 해임 가능. 연임은 불가.”
“물론이지. 국제 헌터 협회가 썩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협회장을 계속 연임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거야. 그러니 그걸 막아야지.”
“그렇긴 한데. 이래서야 네가 권력을 쥐고 있는 시간이 짧은데.”
더 많은 권력을 원하지 않냐는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내 존재가 권력이야.”
SS등급 헌터로서, 김창훈은 전 세계에 있는 SS등급 몬스터들을 계속 단 일격에 죽이며 자신의 힘을 증명하였다.
김창훈의 말대로 이미 그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자 무력이며 치외법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의 모든 헌터들이 덤벼도 죽이는 것은 힘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창훈의 힘은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 압도적이라고 박혀 있었다.
“그냥 한번 권력이라는 것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해서 해 보고 싶은 거였어. 어느 나라나 똑같지만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이 되기 전과 사람이 확 바뀌잖아. 그러니 도대체 그놈의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싶더라고. 그리고 나도 그렇게 변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해?”
“절대로 안 변할걸. 너도 보면 알잖아. 난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미지랑 다르게 조용히 홀로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야. 단지, 세상에 너무 거지같은 일들이 많아서 나섰을 뿐이야.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나는 그 모든 불합리한 일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바꾸고 나면 다시 조용히 던전이나 돌며 지내야지.”
“은거라도 하겠다는 거야?”
“비슷하지. 물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만.”
“해야 할 일?”
“EX등급 몬스터의 사살.”
그 말에 프로즌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말로 할 거야?”
“물론이지. 애초에 지금까지 국제 헌터 협회. 그 새끼들이 싼 똥을 치우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어.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본래의 본업으로 돌아와야지.”
이번에야말로 천마신공의 끝을 본다. 그것이 김창훈이 가장 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는 자신이 회귀를 하고 난 후 처음으로 사냥을 포기한 존재. EX등급 몬스터 아쿠파를 잡는 것이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부턴 SS등급 던전에서 지낼 거야. 그러니 중요한 일이 있다면 따로 이야기할 사람을 두는 것이 좋아, 프로즌.”
“너랑 같이 지내는 것도 이제 3개월 남았다. 그 후에는 나도 내 할 일을 하러 갈 거다. 너의 비서 노릇이 아니라.”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좋지. 어찌 되었든 남은 3개월은 잘 부탁할게.”
그 말에 프로즌은 한숨을 쉬었고,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김창훈은 앞으로 던전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미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한국에 돌아온 후. 김창훈은 정말로 프로즌에게 말한 그대로 한국의 서울에 있는 전 세계 유일한 SS등급 던전으로 바로 향했다.
그곳에 들어가며 자신이 유일하게 잡지 못한. 그리고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존재를 정복하려고 한다는 말을 기자들에게 남겼다.
프로즌 또한 1년이라는 감시 기간을 채우기 위해서 김창훈과 함께 던전 안으로 들어왔고, 던전 안으로 들어 온 이후로 김창훈은 조용히 자신이 과거 지내던 오두막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프로즌은 김창훈이 곧바로 던전의 EX등급 몬스터를 향해서 달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김창훈은 분명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강해졌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부족했다. 천마신공의 마지막 초식까지 익히며 김창훈 스스로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과연 천마신공은 이것이 끝인가 하는 의문이다. 천마신공은 분명 엄청난 무공이며 스킬이다. 하나하나가 강력한 위력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10레벨까지 익힌 지금 천마신공의 진정한 활용도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창훈은 무언가 아쉬웠다. 분명 아주 대단한 천마신공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무언가가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바로 ‘궁극의 일격’이다.
흔히 무공 관련 스킬들 중에는 최후의 절초. 혹은 오의, 필살의 초식이라고 불리는 초식들이 존재한다. 물론 없는 무공들도 많지만 김창훈은 천마신공에 분명 이 최후의 절초라는 것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천마무무도 분명 매우 굉장한 초식이지만 최후의 절초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니 김창훈이 이 던전에 들어와서 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그 최후의 절초를 습득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마기를 능력치를 올려야 하지.’
천마기 능력치를 가장 쉽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바로 발전소로 가서 전기를 마구 천마기로 흡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흡수해야 천마기 능력치를 120에서 130으로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김창훈은 전 세계에 흩어진 SS등급 몬스터를 3마리를 제외하고 전부 다 잡았다.
그리고 그 몬스터들을 모두 죽이며 몬스터들이 가지고 있던 힘의 대부분을 천마기로 흡수했다. 그럼에도 천마기 능력치는 120에서 단 1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발전소로 가지 않고 이곳 던전으로 온 것이다. 그 많은 SS등급 몬스터들의 힘을 흡수해도 1도 오르지 않은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 발전소로 간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흡수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라고 딱히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창훈은 나무 위에 서서 멀리 보이는 이동하는 ‘산’을 바라보았다. 깨어난 이후로 움직이다가 멈추고를 반복하고 있는 아쿠파.
이 몬스터는 여전히 이곳저곳 이 던전 안을 돌아다니는 중이었고 덕분에 사람들은 이 던전의 지리를 보다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이 던전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숲’은 정말로 넓다는 것이다. 강을 발견하기도 했으나 바다는 발견 못 했다.
도대체 이 던전 안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감도 못 잡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무리한 탐사 대신 아쿠파의 움직임만 놓치지 않는 중이었지만 아쿠파가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강제로 탐색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저게 그 EX등급 몬스터로군.”
자신의 옆에 있는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이 말했다.
“처음 보지?”
“그래.”
“내가 왜 SS등급 몬스터랑 EX등급 몬스터가 차원이 다르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고?”
“충분히.”
SS등급 몬스터들 중에서는 100m가 넘는 몸을 가진 몬스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저 눈앞의 괴물에 비하면 귀여운 존재였다.
애초에 몸길이를 측정하는 단위 자체가 다르다. 힘의 크기가 차원이 다르다. 느껴지는 위압감이 다르다.
“저걸 잡을 수 있는 건가?”
“열심히 노력해야지. 잡을 수 있도록.”
“지금 너의 힘으로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흠. 등껍질의 가시들은 확실하게 부숴 버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딱 거기까지일려나. 아니, 등껍질도 어느 정도 부술 수 있으려나?”
전력을 다한 일격을 날린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불과하다. 여전히 김창훈이 느끼는 아쿠파의 힘은 너무나도 거대하였다.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강해져야 가능성이 보이겠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깨달으며 김창훈이 몸을 돌렸다.
“그만 돌아가자, 프로즌. 볼 만큼 봤어.”
“그러지.”
그리고 두 사람은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아갔고 그 둘이 떠난 자리를 아쿠파가 바라보다 다시 어딘가로 이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