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SS등급 몬스터 소탕 작전(1)
다음 날 아침. 김창훈은 프로즌과 함께 티탄이 있다는 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티탄과 베이스캠프 사이의 거리는 생각 이상으로 멀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보다 너무 가까워서 김창훈은 자신이 일찍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거리가 가까운 이유는 티탄이 하루 종일 부지런히 움직이며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인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싸움이 시작되면 프로즌, 넌 뒤로 물러나 있어.”
“내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어.”
“같이 온 이들도 지켜야 하니까 그런 거야. 이번에는 바로 죽이지 않고 조금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거든.”
“시험?”
“내가 홀로 산에서 하던 수련. 그걸 실전에서 사용해 보려고.”
그 말에 프로즌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할까?”
“가능은 해. 문제는 어느 정도의 위력이 나오느냐. 그거 하나지.”
그렇게 이야기하며 계속 나아가던 이들은 곧 움직임을 멈추었다. 땅이 흔들리며 멀리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왔군. 여기 있어.”
그 말과 함께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로 허공답보를 하며 천마뇌절각을 함께 사용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의 눈에는 곧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티탄’이라고 이름 붙은 거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몸은 마치 바위와 같았고 붉은색으로 빛나는 두 눈은 명확하게 김창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자, 그러면. 해 볼까.”
천마신공의 8번째 초식. 천마무무. 이 초식은 하나의 초식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이상한 초식이었다. 왜냐하면 이 초식만으로는 어떠한 효과도, 어떠한 결과도 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초식은 어느 때 사용되는가? 그것은 바로 천마신공의 각 초식들을 융합할 때 사용되는 것이다.
‘하나의 초식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솔직히 천마기공처럼 하나의 상시발동 형태의 스킬로 봐야지.’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합치는 것. 그것은 좀 더 많은 천마기의 소모를 부르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특성을 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 또한 명백하게 존재한다. 초식들을 융합하여 사용할 때,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천마기의 소모가 배 이상으로 커진다는 점. 그리고 원하는 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마무무는 이 단점들을 없애 주는 초식이다. 천마신공 초식들의 융합을 매우 빠르게 해 주며 보다 부드럽게, 그리고 최소한의 천마기 소모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하나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하나의 초식이라고 보기보다는 하나의 ‘스킬’이라고 김창훈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천마가 굳이 천마무무를 하나의 초식으로 정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천마신공의 초식들은 모두 다 하나로 합칠 수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실제로 김창훈이 홀로 실험을 해 보았는데, 모든 천마신공의 초식을 하나로 합쳤을 때.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마만천과 다른 초식들이 다 더해지면 분명 강하기는 하지만 소모된 천마기의 양에 비해서 훨씬 더 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초식들을 여러 개 합치면 합칠수록 오히려 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마무무는 이 단점을 없애 준다.
그리고 천마무무를 사용하여 기존의 모든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하나로 합칠 경우. 비로소 진정한 천마신공의 8번째 초식인 천마무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간다.”
김창훈은 그 말과 함께 허공을 박차며 티탄에게 돌진했다. 자신에게 돌진해 오는 김창훈을 보며 티탄은 주먹을 휘둘렀다.
“천마무무.”
천마신공의 8번째 초식. 천마무무의 발현. 그리고 뻗은 김창훈의 주먹. 티탄의 주먹과 김창훈의 주먹이 충돌하자 티탄의 주먹이 그대로 가루가 되며 사라진다.
이에 티탄은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을 때 티탄의 다리 부분에서 나타난 천마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창이 티탄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그리고 김창훈이 손을 휘두르자 검은색의 흑염이 티탄의 가슴을 불태웠고 마지막으로 뻗은 김창훈의 손에서 검은색의 어둠이 쏘아지며 티탄의 머리를 가루로 만들자 티탄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게 진짜 천마신공이구나.”
천마무무. 이 초식의 ‘무무’는 ‘없을 무’와 ‘굳셀 무’를 합친 단어다. 그렇기에 이 초식의 뜻은 ‘천마의 무는 끝없이 이어진다’이다.
천마무무는 이 초식의 이름과 같이 기존의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을 동시에 발동시키는 것이다. 그 후에 모든 천마신공의 초식에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다른 모든 천마신공 초식들의 힘을 담는 것.
방금 뻗은 주먹은 천마붕산권이었으나 그 안에 다른 6개의 초식들의 힘이 담겨 있었고, 티탄의 허벅지를 꿰뚫은 천마만상에도 마찬가지로 다른 6개의 초식들의 힘이 담겨 있었다.
티탄의 가슴을 태운 흑염도 마찬가지였다. 각각 본래의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이 모든 초식들의 힘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가 필살을 넘어선 파멸의 일격.’
이것이 천마무무. 평상시에는 다른 초식들의 융합을 도와주지만 발현하는 그 순간 모든 천마신공을 하나로 묶어 버리는 천마신공의 마지막 초식이었다.
“그나저나 이번 시체는 팔 것이 별로 없네.”
티탄의 가슴에 붙은 검은색 불꽃은 어느새 티탄의 상체를 모조리 불태워 사라졌고, 김창훈이 힘을 거두자 천마만상으로 만든 거대한 창 두 자루가 사라지며 허벅지에 큰 구멍이 뚫린 티탄의 두 다리만 덩그러니 땅에 쓰러졌다.
구멍에서는 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았는데 천마만상에 담겨 있는 천마멸염공의 힘으로 인해서 적을 꿰뚫으며 동시에 태워 버렸기 때문에 상처가 지져지며 피가 흐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네.”
총 4번의 공격이었으나, 그 4번의 공격으로 김창훈은 천마무무의 힘을 알 수 있었다. 그것으로 그는 만족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프로즌은 김창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나보고 사람들을 지키라고 하더니, 그렇게 빨리 죽이면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 없지 않았나?”
“4번이나 공격했으니까.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그래서 너에게 부탁한 거지.”
“SS등급 몬스터를 4번 공격해서 죽인 것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거다.”
“그렇기는 한데. 내 기준에서는 아니야. 지금의 나라면 단 일격에 죽일 수도 있어.”
그 말에 프로즌은 물론 같이 온 헌터들도 놀라며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이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모두 돌아갑시다!”
티탄이 죽은 곳에 나타난 검은색의 포탈. 김창훈이 티탄의 두 다리를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 챙긴 후 검은색 포탈을 넘어가자 많은 기자들이 그런 김창훈을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 기자들을 한 번 보고 난 후 김창훈은 포탈에서 물러나서 아직 포탈 안에 있는 이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나둘씩. 포탈 안에 있었던 헌터나 군인들이 순서에 맞춰서 나오기 시작했고.
모든 이들이 나오자 포탈은 점점 더 작아지며 사라졌다. 이것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S등급 던전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 남은 유일한 위험 던전은 SS등급 던전 하나였다.
기자들은 이 사실을 빨리 대서특필하기 시작했고 그런 기자들을 보며 김창훈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에 기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기자들은 곧바로 서로 마이크를 최대한 내밀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군인과 헌터들이 그런 기자들을 막아섰다.
이에 김창훈은 기자들을 향해서 말했다.
“자자. 여러분들 좀 조용히 해 주세요. 오늘 저는 중요한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그 말에 기자들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었다.
“SS등급 몬스터들을 이번으로 총 3번 상대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에게 SS등급 몬스터는 적수가 안 된다는 것을 말이죠.”
이에 기자들은 살짝 흥분하며 더욱 가까이 김창훈에게 접근하려고 했으나 군인들과 헌터들의 저지로 막혔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지구에서 SS등급 몬스터가 나타나 곤란한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저는 그분들을 도와 이 지구상에 SS등급 몬스터가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김창훈의 말에 기자들은 놀라며 급히 질문을 던졌다. 보수는 어떻게 되느냐, 어느 국가부터 갈 거냐 등등의 질문이었고 김창훈은 다시 기자들을 진정시킨 후에 말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국가에 갈 겁니다. SS등급 몬스터가 자국의 영토에 있어 곤란해하는 모든 국가에 갈 생각입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면 이번에 국제 헌터 협회가 사라지며 새롭게 자리 잡을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국가들로 한정하겠습니다.”
그 말에 기자들은 김이 빠졌다. 하나의 조건이라고 해서 대단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프로즌은 아니었다. 김창훈이 일본과 중국, 북한을 배제할 생각이라는 것을 아는 그녀로선 지금 김창훈이 아주 대놓고 그 세 국가를 배제할 거라고 선언한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보수는 필요 없습니다. 단지 저도 자원봉사는 할 수 없으니 그 몬스터의 시체는 받아가겠습니다. 또한 그 몬스터들로 인해서 고생했을 사람들을 위해서, 그 지역에 본래 살았던 이들을 위해서, 몬스터의 시체를 팔아서 나온 돈 10%를 그분들에게 기부하겠습니다. 부디 각 국가에서 그분들을 위해 잘 사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기부까지. 작정했구나, 김창훈.’
여론을 철저하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김창훈은 기부라는 수단까지 꺼내들었다. SS등급의 시체라면 못 해도 몇 조 원 이상의 금액이 나오는데 그중 10%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그걸 기부한다고 하니 기자들은 물론 군인이나 헌터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외에도 이 몬스터들의 시체를 팔아서 얻은 돈의 대부분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국제기구에 기부할 생각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여 하는 기부이자 투자입니다. 부디 이번에는 국제 헌터 협회의 간부들이나 협회장과 다르게 이 새로운 국제기구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뒷돈을 받지 말고 부디 정직하게 일을 하였으면 합니다.”
‘이제는 아예 자기 거라고 침을 바르는구나.’
돈이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아주 강력한 힘이다. 그런데 몇 조원. 아니, 그 이상의 금액을 한 개인이 하나의 단체에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 개인의 발언권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창훈은 지금 자신의 발언권을 위해서 새롭게 만들어질 국제기구에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차후 각국의 정상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발표하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제가 좋은 기사거리 주었으니 기자분들. 좋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자들과의 관계를 위한 마지막 립 서비스까지 완벽하게 한 후 김창훈은 프로즌과 함께 다시 강원도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