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2)
대전에 도착한 후, 어떻게 소식을 듣고 왔는지 모르지만 잔뜩 모여 있는 기자들을 보며 김창훈은 그들을 향해서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군인 중 한 명이 자기소개와 함께 김창훈과 프로즌을 막사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김창훈은 이번에 발견한 ‘티탄’이라는 이름이 붙은 SS등급 몬스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장 머리가 아픈 점은 역시 강하다는 거네요.”
“예. 그렇습니다.”
티탄의 주 공격은 자신의 손과 발이다. 자신의 몸 그 자체가 무기였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 보낸 모든 소환수들이 티탄의 일격에 역소환되었습니다. 그저 손을 휘두른 것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죠. 이건 그때 당시의 영상입니다.”
각종 소환수들이 티탄을 향해서 달려들며 공격한다. 티탄은 그 소환수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오른손을 들어서 크게 휘둘러 소환수들을 공격했다.
단 한 번 손을 휘두른 것에 불과하지만 그 손에서 나타난 풍압만으로도 소환수들이 역소환될 정도로 강한 충격을 주었고 숲이 사라졌다.
“어마어마하군.”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 손을 휘둘러서 이 정도의 위력.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SS등급 몬스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티탄은 현재 최초 발견한 지역으로부터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동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좀 중요한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티탄이 이동하는 지역의 끝에는 바로 이 베이스캠프가 있습니다.”
사령관의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좋은 소식이죠. 제가 여기 왔으니까요.”
그리고 김창훈은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쉽게도 해가 졌으니 나서는 것은 내일 하도록 하고. 오늘은 쉬도록 하죠.”
“아. 제가 머무실 곳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하루만 신세 지겠습니다. 그리고 미리미리 필요한 물품들은 밖으로 빼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내일 이 던전은 사라질 테니까요.”
그 말에 사령관이 웃으며 말했다.
“밤을 새서라도 다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후 사령관이 작전실에서 나와 김창훈이 지낼 곳을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들어간 김창훈을 프로즌이 따라 들어가려고 할 때 사령관이 프로즌에게 말했다.
“따로 지내실 곳이 있는데…….”
사령관의 말에 프로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그를 감시해야 합니다, 사령관. 3m 이내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조건이니까요. 그러니 이해하시죠.”
프로즌의 말에 사령관은 알겠다고 하며 물러났다. 프로즌이 김창훈을 감시하기 위해서 김창훈과 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반년이나 더 지난 사실. 이제 와서 한 집에서 머문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사령관이 물러나고, 컨테이너 박스들을 연결해서 만든 집에 들어온 김창훈이 집 안을 살피며 말했다.
“던전 안에서 만든 것치고는 집이 좋네.”
“그런가?”
“그렇잖아. 던전에서 이 정도면 더 바랄 것도 없지. 내가 던전에서 지낼 때는 그냥 평범한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지냈는데, 여긴 봐라. 2층까지 있잖아. 이 정도면 5성 호텔이지, 5성 호텔.”
김창훈의 말에 프로즌은 피식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김창훈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다시 차 안에서 하던 이야기 할까? 결과적으로 말해서 총 몇 곳이라고?”
“32곳이다. 우리가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 국제기구를 반대하는 국가가.”
“그중에 중국하고 일본이 들어가 있고. 유럽에서도 몇 곳 들어가 있단 말이지.”
“그래.”
“중국하고 일본은 빠지는 곳이 없네.”
“이번 새롭게 창설되는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네가 거론되고 있으니 그런 것이라고 봐야겠지.”
“하! 진짜 질린다, 그놈들.”
고개를 저으며 김창훈은 한숨을 쉬었다. 김창훈의 존재는 국가 간의 힘의 격차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주변의 국가들이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김창훈은 홀로 한 국가를 상대할 수 있다. 자국에 있는 S등급 헌터를 동원한다? 그는 이미 홀로 28명의 S등급 헌터와 싸웠고 그중에서 20명의 S등급 헌터를 죽였다.
물론 도중에 죽인 12명은 이미 제압되어 있는 상태에서 죽인 것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대로 계속 싸움을 이어가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만큼 김창훈의 힘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성격도 썩 좋지 않다. 적에게 있어 일말의 자비도 없고 심지어 후환도 남기고 심지 않다며 그 주위에 있던 이들도 다 죽이려고 든다.
그런 사람에게 찍히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과 중국이 긴장하며 어떻게든 김창훈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일본, 중국. 이 3개 국가 간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못 죽여서 안달이 난 관계다. 기회만 있으면 서로를 물어뜯는 관계.
중국은 너무 힘이 강하기에 한국으로서도 눈치를 보아야 하지만, 일본은 아니다. 일본도 분명 대단히 강한 국가이지만 한국으로서 일본은 그래도 해볼 만한 상대로 인식되어 있다.
그것을 일본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대로 김창훈이 계속 성장해서 국제적인 파워도 강해진다면 정말로 자신들은 그대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중국도 그렇다. 대한민국을 향해 감히 소국 주제에 어딜 대국을 거스르려고 하냐고 말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김창훈은 예외다.
중국에 있는 S등급 헌터는 공개적으로 11명이다.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김창훈은 28명의 S등급 헌터와 싸울 때에도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을 압도했다.
중국이 모든 S등급 헌터 전력을 끌어 모아도, 김창훈 한 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소국이라고 무시하는 대한민국에서 그 나라의 크기에 비해 실력이 뛰어난 헌터들이 자주 나오고 있는 것도 짜증 나는데, 거기에 김창훈까지 등장해서 이제 아시아 최고는 명백하게 대한민국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중국인들의 자존심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중국에서도 힘을 쓰는 것이다. 국제 헌터 협회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기구의 수장이 김창훈이 된다면 정말로 아시아의 패권이 대한민국에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 작은 소국이 감히 자신들과 대등한 관계를 넘어서 머리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을 중국인들은 결코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북한의 경우는 무시하면 되고.”
북한도 대한민국이 잘되는 것을 결코 좋게 보지 않는 이들이지만 북한과 대한민국 사이의 격차는 이미 너무 크게 벌어졌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북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전쟁 중인 적군이라는 사실은 결코 잊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역시 모든 일을 해결하려면, 이 두 국가를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거군.”
중국과 일본. 이 두 국가를 막아야 한다.
“미국에서 너의 손을 들어 준다면 일본에서도 조금 물러날 수도 있어. 일본은 미국의 말을 결코 거부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중국은 달라.”
“그렇겠지.”
“그리고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러시아도 혹시 몰라서 나설 수도 있어. 아직까지 러시아는 네가 새로운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않는 입장이야.”
“그런데 반대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거군. 미국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으니까.”
냉전시대를 넘어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서로가 껄끄러운 상대다. 그렇기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어떤 일을 한다면 사안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부분 일단 한번 태클을 걸어서 방해를 한다.
반대로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이 두 국가의 관계다.
“복잡하군, 복잡해.”
“국제관계라는 것이 다 그렇지.”
김창훈은 두통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다 쓸어버리고 싶군.”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못 한다는 것이 너무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이것은 그 혼자서 날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김창훈 본인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다른 나라를 설득해 줘, 프로즌. 어차피 중국하고 일본은 같이 못 간다.”
“두 국가가 빠진다면 국제기구의 힘이 약해질 거야. 그것도 크게.”
“상관없다. 그 힘은 내가 대신하면 그만이야.”
“그 힘은 어떻게든 네가 대처한다고 해도 명분은? 다른 국가도 아니고 세계 경제 2, 3위 국가야. 그 두 곳이 빠진 국제기구라면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그 또한 상관없어. 무시해.”
“다른 국가들도 불안해할 거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니 그들에게 당근을 제시해.”
“당근?”
“만약 이 국제기구에 가입한 국가의 S등급 던전에서 던전 보스 몬스터가 발견되었는데 자력으로 그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해 주겠다고 해.”
“SS등급 몬스터를 직접 잡아 주겠다고?”
“그래. 그들도 무엇이 자신에게 더 이득인지 명확하게 알아야지. 중국하고 일본의 관계? 중요하겠지. 하지만 SS등급 몬스터가 자기 영토에서 날뛰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나는 그걸 막아 주겠어. 그러니 전 세계에 이야기해. 내가 SS등급 몬스터를 죽여 주겠다고. 그러면 아마 전부 다 가입하려고 할 거야.”
“확실히 그 정도라면…….”
다른 국가들이 국제기구에 확실하게 가입할 만한 이득이었다. 자국민의 희생도 줄이고, 자국의 피해도 줄이며 나아가 가장 중요한 헌터 인력의 피해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더?”
“중국, 북한, 일본. 이 세 국가는 가입 절대로 불가라고 말해.”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야.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건데 그걸 계속 방해하잖아?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을 그냥 버리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지. 이 부분을 확실하게 해 둬. 그 세 국가는 절대로 가입 불가야.”
“보복이군.”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말했잖아. 나는 내 적을 절대로 그냥 두지 않아. 내가 직접 죽이지 못한다면 흙이라도 뿌려 줘야지.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지면 각자 자신들 국가 내부 관리하느라 바빠질 걸?”
“그 세 국가에서 강하게 반발하면?”
“하라고 해. 다른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SS등급 몬스터를 아무런 피해도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전 세계에 나밖에 없어. 심지어 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괴물인 EX등급 몬스터의 존재도 세상 모든 이들이 알고 있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나랑 싸우고 싶어 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어.”
“그 세 국가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군.”
“너도 한국에서 지내면서 여러 가지 봤을 것 아니야? 말해서 뭐 해? 그 세 놈들은 미친놈들이야. 그리고 미친놈들에게는 매가 약이지. 그래도 감사하라고 해. 내가 직접 가서 너희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그저 ‘이득’을 주지 않을 뿐. 최소한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니까.”
“전 세계에서 그 3곳만 이득을 보지 못하면 그 자체가 큰 손해다. 다 알면서도 그러네.”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적당히 태클 걸면 되었잖아? 그놈들은 선을 넘었어. 그러니 그렇게 처리해.”
“후우. 다른 이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어. 우린 그들도 함께 가려고 했는데 그들이 거부한 거야. 그러니 우리 역시 그들과 함께 가는 것을 포기한 거고.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이야, 프로즌.”
김창훈의 단호한 말에 프로즌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알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김창훈과 지내며 알게 된 사실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그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결코 쉽게 번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이 결정은 바뀔 일이 없었다.
‘새로운 국제기구 또한 말이 많이 나오겠어.’
벌써부터 3개의 국가를 배제하고 진행된다. 국제 헌터 협회랑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이건 잘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군.’
언론 홍보 쪽 사람들의 흰 머리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며 프로즌은 조용히 그들의 노고를 나중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