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SS등급 헌터(1)
“난 내 적을 살려 두지 않아.”
그 말과 함께 김창훈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자 프로즌이 바로 김창훈의 앞을 막아섰다.
“그만. 여기까지다. 저들은 마땅한 법의 처벌을-”
“그게 문제야. 나는 그 법의 처벌이란 것을 그렇게 믿지 않아. 심지어 저놈들이 탈옥이라도 하면? 나에게 복수할 거잖아. 물론 날 어떻게 하려고 못 하겠지. 난 강하니까. 하지만 내 가족들은 아니란 말이지.”
회귀 전, 김창훈은 자신을 공격했던 한 F등급 헌터 무리를 공격한 적이 있다. 당연히 천마신공의 막대한 힘 덕분에 그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그 후에 경찰에 넘겼다. 법대로 제대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창훈의 생각과 다르게 그들과 함께하던 이들 중 한 명이 김창훈의 부모님을 노리고 집을 습격했다. 때마침 근처에 지나가던 B등급 헌터가 없었다면 그 일로 그의 부모님은 죽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김창훈은 절대로 후환을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회귀 전에도 최대한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것은 지금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천마군림보.”
신체 능력치가 크게 감소하였고 마나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였다.
본래 S등급 헌터라면 가뿐하게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위력. 하지만 일반인 수준으로 약화된 이들이 버틸 수준은 아니었다.
“크억!”
“끄어어어어…….”
혹시 몰라 확실한 사살을 위해서 2중첩 천마군림보의 무형지기를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과 간부들에게 집중한다.
그들의 신체가 완전히 짓눌려서 뼈가 부러지고 그 몸에서 피가 터지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천마군림보를 해제하였다.
“이제 진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군. 이제 남은 것은 잔챙이들인가.”
그 말을 하고 어딘가로 걸어가는 김창훈의 앞을 그림 리퍼가 막아섰다.
“어딜 가려는 건가?”
“호텔로 돌아가는 겁니다. 제 볼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더군요.”
“또 사람을 죽일 생각인가 보군.”
“음. 그건 또 모르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미친 살인마가 아니니까요. 단지 여러분들이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우리가?”
“말했을 텐데요? 저는 후환을 남기지 않는다고. 저들이 죽었다고 해도 저들에게 붙어 있는 가족들이 있단 말입니다. 그들 중에서는 헌터들도 있죠. 그들을 그냥 둘 생각은 아니겠죠?”
“가족들까지 다 죽이겠다는 건가?”
“후환을 없앨 뿐입니다.”
“우리가 그걸 알고도 보고 있을 것 같나?”
“막을 힘은 있고요?”
그 말에 그림 리퍼는 아무 말도 못 했다. 헌터들을 무력화 하는 그 수갑을 찬 상태에서도, 힘으로 수갑을 풀어 버린 김창훈이다. 그를 감금할 감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수갑 하나로 증명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힘을 가진 존재를 자신들이 과연 체포를 할 수 있는가?
‘무리겠지.’
28명의 S등급 헌터들이 있어도 김창훈의 전력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12명의 S등급 헌터들이 있었고, 이들로서는 당연히 김창훈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다 했다. 그러니 더 이상 사람이 죽을 이유는 없다.”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물론 동의하죠. 그러나 나는 후환을 둘 생각이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또 말했다시피 나는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는 미친놈은 아니라서요. 그러니, 그 일은 당신들이 잘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가족이 아무런 죄도 없다면 상관없지만,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그것을 끝까지 파헤쳐서 그놈들 전부 감방에 보내 주세요. 그 이외에도 따로 제 가족을 좀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요인 경호도 리퍼가 하는 일들 중 하나죠?”
“스스로 요인이라는 건가?”
“제 가족이 죽고 나서 제가 분노와 복수에 눈이 먼 모습. 보고 싶지 않을 텐데요?”
김창훈의 말에 프로즌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막을 사람이 없는 힘을 가진 김창훈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작정하고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서 움직인다면, 그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거기다가 지금까지 모습을 봐서는 그는 자신을 가로막는 것을 그냥 둘 사람이 아니다.’
후환을 남기기 싫다고 제압되어 있는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과 간부들을 죽이고. 추가적인 확인 사살까지 했다.
그런 남성이 자신의 복수를 막는 이들을 그냥 둔다는 것은 너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는 생각이었다.
“자, 이걸로 이야기 종료입니다. 저는 더 이상 사람을 향해서 제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몬스터들을 향해서 제 힘을 사용하고 싶고. 그러기 위한 조건들을 알려 주었습니다. 나머지는 당신들이 하기 나름입니다. 부디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 그리고 저에 대한 조사는 따로 하도록 하죠. 나중에 제가 변호사 보내 드릴게요. 그럼.”
김창훈은 가벼운 인사를 하고 천마뇌절각을 최고 위력으로 사용하여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런 김창훈의 모습을 지켜보던 프로즌이 그림 리퍼에게 말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다니. 저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태풍이 싫다고 인간이 태풍을 어떻게 하는 것 봤나? 프로즌. 그저 최소한의 피해로 끝나기를 기도하는 것이 태풍이 닥칠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사전 준비도 할 수 있죠.”
블랙 스틸맨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흑인 남성이 그림 리퍼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사람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스스로 사람과 싸우기 싫다고. 몬스터와 싸우고 싶다고 하니 그걸 들어주면 됩니다. 우리가 좀 더 저 사람의 주변에 신경 쓰면 됩니다. 솔직히 저는 저 사람과 두 번 다시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농담이라고 해도 사양하고 싶군요.”
“그건 나도 그렇다.”
오래 살아오며 여러 범죄자들을 만나고 여러 몬스터들과 싸워 온 그림 리퍼이지만 그가 보기에도 김창훈의 힘은 천외천.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어찌 되었든 저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되겠군. 그리고 모두 고생했다. 이제 다시 돌아와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너희들이 도움이 꼭 필요하다.”
리퍼를 떠났던 4명의 헌터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한다. 범죄자들이 죽었다고 해서 그들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자들을 모두 찾아내서 재판을 받도록 한다. 그리고 이자들의 죽음에 대해서 복수를 할 만한 이들도 찾아보도록. 그들이 범죄자라면 다 감옥에 넣고. 아니라면 유심히 지켜보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다.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자연재해가 자신의 힘을 인간들에게 사용하는 일은 막아야 할 테니까.”
그림 리퍼의 지시가 떨어지자 다른 이들이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제 헌터 협회와 김창훈 간의 갈등은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정리되었다.
김창훈이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 포함 간부 20명의 모두 죽이는 것으로 말이다.
* * *
김창훈의 승리는 곧바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전투 장면이 모두 생중계되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중 가장 많은 화제가 되는 것은 2가지였다. 하나는 김창훈이 너무 잔인하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도대체 김창훈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김창훈은 바로 다음 날 자신의 입장을 인터뷰로 발표하였는데 그는 거기서 확실하게 말하였다.
자신은 절대로 자신을 공격한 적을 살려둘 생각이 없고 동시에 후환을 남길 생각도 없다고. 그것을 보고 어느 한 기자가 도대체 법이란 것이 무엇이냐고 따졌을 때.
김창훈은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것이 세상의 진리라고 말하였다. 동시에 그는 다시 한번 최대한 법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할 거라고 하였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을 내린다면 설령 그것이 불법이라고 해도 망설이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다.
동시에 그는 인터뷰를 통해서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과 간부들에게 빌붙어서 먹고 있던 이들에게 경고도 하였다.
부디 자신이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도와 달라고 말은 하였으나 그 속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너희들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고를 본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김창훈을 보며 시원하다고 하였다. 범죄자라고 해도 돈이 많아서, 권력을 쥐고 있어서, 고등급 헌터라고 빠져나가는 이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렇기에 법체계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들에 대해서 김창훈은 훌륭한 대안이 되어주었다.
헌터 업계의 정점인 국제 헌터 협회 협회장과 그 간부들. 그들이 재판으로 가면 절대로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그들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 줄 몰라서 그 자리에서 다 죽였다고 말한 김창훈.
그는 숨기지 않았다. 자신이 그들을 죽인 이유를 당당하게 말하였고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였다. 심지어 저들이 먼저 공격했다는 명분까지 있었기에 김창훈의 행동은 결국 정당방위가 될 거라고 말이 나돌았다.
명백하게 누가 먼저 공격하고 누가 먼저 김창훈을 협박했는지는 이미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20명의 사람을 그 자리에서 죽였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해도 그 사실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이 사실에 대해서 김창훈도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았다.
자기합리화도 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자신의 적을 처리했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었다.
최소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어떠한 변명도 없이 깔끔하게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에서 호감을 산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김창훈이 열심히 쌓아 온 이미지가 좋은 쪽인 덕분이기도 했다.
그 결과 지금 김창훈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건들지 않으면 조용한 사람이나 건들면 절대로 자신을 건든 자들을 용서치 않는 단호하면서도 아주 강력한 헌터란 이미지가 생겼다.
동시에 일반 시민들을 많이 생각하는 ‘영웅’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일반적인 영웅치고는 너무 단호한 그 손속에 사람들은 그를 ‘다크 히어로’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걸 실시간으로 옆에서 다 지켜봤는데도 이해가 안 된다, 형.”
“뭐가?”
“도대체 어떻게 형이 이런 이미지를 가지게 된 거지?”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다 밑에서부터 쌓아 온 근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설명하면 길어지지만 그건 비행기에서 하자. 어차피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그래야지.”
그렇게, 미국에서 한껏 파란을 일으킨 김창훈은 동생과 함께 미국에서의 모든 일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