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국제 헌터 협회 vs 김창훈(5)
“그래도 그때와 다르게 좀 버티네.”
사람이 한 명 더 늘어서 그런 것도 있다. 그냥 사람 한 명이 아닌 S등급 헌터 한 명이 더 추가된 것이니 말이다. 거기다가.
‘수준이 더 높지.’
리퍼에 소속되어 있는 8명의 S등급 헌터들. 그들은 국제 헌터 협회의 간부들보다도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 계속 해 볼까. 이번에는 친절하게 한 명씩 처리해 주지.”
김창훈의 전신에 천마기가 감돌며 천마기가 뭉쳐 강기가 되어서 김창훈의 손과 발에 맺히자 그것을 본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과 간부들, 그리고 리퍼들은 긴장했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 김창훈만이 홀로 제대로 움직이며 공격을 해 온다면 그것을 버틸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해 보란 말이다! 너희들은 리퍼잖아!!!”
간부들 중 한 명이 리퍼에 소속된 S등급 헌터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도 평범한 사람이다. 저런 괴물과 싸움에서 우리라고 별 수 있을 것 같나.”
프로즌의 말에 협회장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못 하지도 않을 텐데. 특히 자네라면 더더욱!”
협회장의 말에 프로즌은 협회장을 보더니 다시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어라.”
단순한 한 마디에 프로즌의 발밑에 있는 모래사장이 얼어붙더니 그 얼음이 솟구치며 김창훈을 향해서 나아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얼음을 보며 김창훈은 천마뇌절각을 사용한 상태로 빠르게 움직여 그 공격을 피했다. 프로즌에게 어떻게든 하라고 소리쳤던 간부를 죽이기 위해서 천마파천장을 사용한 오른손을 뻗으려고 할 때, 프로즌이 만든 거대한 얼음의 벽이 김창훈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김창훈은 오른손을 그대로 뻗어 그 얼음의 벽을 파괴하였다. 천마파천장은 얼음의 벽을 파괴한 후에 더 나아가 그 뒤에 있는 이들도 노렸으나 그들은 죽을힘을 다해서 움직이며 그 공격을 피하였다.
“그렇다고 바뀌는 것은 없지.”
얼음의 파편들을 지나치며 나아간 김창훈은 처음 목표로 했던 간부의 앞에 도달하였고 그대로 손을 뻗어 그 간부의 몸을 강타하자 가슴뼈가 함몰되어 그 자리에서 즉사 하였고 그 상태에서 김창훈이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을 향해서 손을 뻗으려고 할 때.
무형의 힘이 김창훈의 몸을 강타하며 그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이에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몸을 밀어낸 인물로 추정되는 이를 바라보았다.
“근처에서 계속 구경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군.”
김창훈이 국제 헌터 협회들과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본격적인 전투를 하고 있던 도중에 이곳에 도착한 또 다른 S등급 헌터들.
그들을 보며 김창훈이 말하자 협회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하하하!!! 넌 끝났다! 김창훈! 저들이 누군지 아느냐!”
“이름은 들어봤지. 리퍼의 자리를 자의로, 혹은 타의로 물러난 이들. 그들 중에서도 S등급 헌터 면허를 받은 이들만 모인 것 같네.”
새롭게 나타난 4명의 S등급 헌터들을 바라보며 김창훈은 말을 이어갔다.
“일단 하나만 확실하게 하고 가지. 당신들은 협회장의 손을 들어 주는 건가. 아니면 내 손을 들어 주는 건가?”
그 말에 그들은 담담히 김창훈과 국제 헌터 협회의 간부들과 리퍼에 속한 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말했다.
“굳이 말하자면 둘 다 아니다. 우리는 네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녀석 편도 아니지.”
“그러면 제3의 세력으로 보고 가장 먼저 치우면 되는 건가?”
그 말에 그들은 협회장을 한 번 보더니 그들 중 가장 나이가 젊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협회장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아니.”
그리고 남성이 그대로 협회장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협회장은 급히 방어 마법을 사용하여 그 주먹을 막았으나 방어 마법이 흔들리며 협회장은 피를 토하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
“보면 모르냐? 내가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을 지금 하는 중이지.”
“뭐라고?”
“우리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굳이 편을 들자면 우리는 ‘정의’와 ‘법’의 편이지. 평생 그 두 가지를 위해서 살겠다고 맹세하였고 그 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협회장을 보며 남성은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정의와 법이라. 확실히 그 두 가지로 따지자면 나는 좀 그렇군. 정의라면 나도 좋아하는데 때때로 법은 그 정의를 지키는 데 방해가 되니까. 바로 지금처럼.”
“그러면 말 더 안 해도 되겠군.”
“리퍼로서, 너희들 전부를 체포한다.”
그 말에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해제하였다. 그러자 국제 헌터 협회 간부들이 의외라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 외쳤다.
“당장 저놈을 체포해!”
“헌터 전용 수갑을 채워라!!!”
그들의 말에 그들 주위에 있던 다른 리퍼 소속의 S등급 헌터들이 품속에서 헌터들을 전문으로 포박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수갑을 꺼내 들더니, 그 수갑을 그대로 그들의 손에 채웠다.
“물론 저 사람도 체포할 거다. 하지만 그 전에 너희가 우선이지.”
그림 리퍼는 손수 자신이 직접 나서서 급히 수갑을 채운 협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에 범죄자는 정말로 많아. 하지만 그에 비해서 우리는 수가 한정되어 있지. 그러니 순서를 둘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 순서를 정하는 방법은 과연 어떤 놈이 더 많은 일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느냐다.”
“지금… 뭘 하는 거냐? 그림 리퍼.”
분노로 가득 찬 협회장의 말에 그림 리퍼는 담담하게 말했다.
“국제 헌터 협회는 소중한 곳이다. 전 세계의 헌터들을 제어하고 여차하면 그들을 체포하기 위한 곳이며 동시에 던전의 괴물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일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지. 그런 곳의 협회장이 무능하고 나아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피를 불러 온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S등급 헌터 한 명보다 누가 더 우선적으로 체포가 되어야 하는지. 더 설명해야 하나?”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고!!!!”
“체포되었다는 거지, 노인장.”
협회장을 공격했던 남성이 웃으며 말했다.
“아, 진짜 속이 다 시원하네. 이때를 기다렸다고. 네 녀석의 그 손에 수갑을 채우고 널 제대로 엿 먹일 수 있는 이 날을.”
“네놈!”
협회장의 모습에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국제 헌터 협회 간부들은 급히 움직이려고 했으나 리퍼들은 그들을 포위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움직이려고 하자 어느새 나타난 김창훈이 그들 중 두 명의 머리를 자신의 손으로 부숴 버리며 말했다.
“움직이지 마. 리퍼가 체포한다고 하잖아. 체포 불응 시 즉시 사살 가능하다는 것도 몰라?”
“네놈……!”
아까 보여주었던 움직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움직인 김창훈을 보며 그들은 깨달았다. 애초에 김창훈은 단 한 번도 그들을 상대로 전력을 다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나저나 프로즌. 정말로 직접 공격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싶은데요? 다른 분들이랑 이야기 다 된 것 아니었습니까?”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을 속여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너 또한 체포의 예외 대상은 아니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지?”
“음.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네요. 그런데 진짜 체포 하시려고요?”
그 말에 프로즌은 주머니에서 수갑 하나를 더 꺼내며 말했다.
“물론이다. 얌전히 있어라. 저항하지 말고.”
그 말에 김창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두 손을 내밀자 프로즌은 그의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 김창훈은 자신의 몸에 있는 천마기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가 몸의 힘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름: 김창훈
특성: 천마지체.
힘: 90(-81)
민첩: 91(-82)
체력: 92(-82)
지능: 85(-76)
천마기: 120(-108)]
“모든 능력치가 대폭 감소되었네.”
김창훈이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한 후에 프로즌에게 말하자 프로즌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에 도망치려고 했던 몇몇 간부들을 리퍼들이 확실하게 제압하였다.
총 12명의 S등급 헌터 면허를 가진 리퍼들이 작정하고 나섰으니 눈앞에 있는 범죄자들을 놓칠 리가 없었다.
“이걸로 대충 일단락된 건가?”
김창훈의 말에 프로즌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이걸로 이제 한결 편해질 거다. 물론 이건 끝이 아니다. 이제 제대로 된 시작이지. 저들은 절대로 순순히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을 거다.”
“거기에 대한 증거 자료가 필요하면 말해. 내가 알고 있는 한 모두 다 알려주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 없다. 증거자료는 우리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기는 하군. 아무래도 법정 공방은 또 전혀 다르게 흘러갈 테니까.”
“이럴 때는 참 법이란 것이 짜증 나지?”
김창훈의 말에 프로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언이 바로 긍정을 뜻하는 것이기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프로즌.”
“왜 그러나?”
“내가 말했지? 나는 단 한 번도 날 공격한 이들을 그냥 둔 적이 없어. 내가 힘이 없을 때에도, 힘이 있을 때에도 그 사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저들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물론.”
담담히 말하는 김창훈을 보며 프로즌은 그의 두 손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폼이 아니다만.”
“아. 물론 이것 때문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좀 크게 감소하기는 하였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좀 궁금하기도 했거든. 이걸 착용한 상태로 어디까지 나는 힘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러니 지금 그걸 시험해 볼 거야.”
김창훈은 천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 행동에 체포에 저항하던 국제 헌터 협회의 간부나 협회장도, 그들을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는 리퍼들도 모두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큭! 그걸 차고 네놈이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네놈이 아무리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걸 찬 이상 보통의 사람과 다를 것 없다!”
협회장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능력치 하락이 크긴 하더라.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0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 그리고 내 스킬은 매우 특별하다고. 고작 이거 하나에 막힐 스킬은 아니란 말이지.”
천마기는 끼긱거리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흐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움직인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천마기가 움직인다는 것은.
“천마멸염공.”
김창훈의 손목에 채워져 있던 수갑이 검은색의 흑염에 휩싸이더니 그대로 재가 되어서 사라진다. 그것을 본 모든 이들이 놀랐다.
수갑은 절대로 쉽게 파괴가 안 된다. 그렇기에 하나 만들어내기도 힘든 것인데, 그걸 재로 만들었다. 심지어 수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말이다.
“과연. 가능하다 이거로군.”
그리고 자유의 상태가 된 김창훈은 잠깐 억눌러졌다는 사실에 분노했는지 폭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천마기의 힘을 느끼며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과 간부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