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영웅은 만들어지는 거다.(2)
김창훈과 국제 헌터 협회의 두 번째 충돌. 국제 헌터 협회의 산하 수사 기관인 리퍼들이 출동하였으나 김창훈은 그들을 손 하나 쓰지 않고 완벽하게 제압하였다.
그리고 이 사실은 곧 특보로 전 세계 언론에 나아갔고 김창훈이 제압한 리퍼에 소속된 이들은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
김창훈이 제압한 리퍼 소속 헌터들의 수는 총 32명. 놀랍게도 이들 전부가 A등급 헌터들이었다.
단순히 힘이 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기에 오히려 직접 싸우게 되면 더욱 까다로운 이들이라고 불리는 이들.
그들이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그저 무너졌다. 김창훈이 한 것이라고는 그냥 몇 걸음 걸으며 그들에게 몇 마디 하고 돌아간 것이 전부였다.
그 압도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환호하면서 도대체 김창훈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하였는데, 현재 전 세계에서 김창훈보다 강한 헌터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어떤 헌터도 SS등급 몬스터, 재앙이라고 불리는 그 괴물을 홀로 상대하여 죽이지 못했다. 그 어떤 헌터도 20명의 S등급 헌터를 그저 무형지기만으로 제압하지도 못 했으며 A등급 헌터 32명을 무형지기로 기절시키지 못했다.
김창훈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정말로 엄청난 재능을 가진 헌터로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헌터로서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리고 국제 헌터 협회에서는 지금 난리도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전 세계에 있는 헌터들의 반발이었다. 김창훈의 연설은 그들 안에 있던 불만을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왜 헌터들은 그런 제약을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헌터들은 한 국가의 국민이 아니고 이 세상에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헌터들은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건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오던 불만이었고 많은 사람들도 헌터들의 이런 불만을 이해를 했다. 그렇기에 조금씩 여론이 바뀌어 가던 와중에 김창훈이 결정타를 먹인 것이었다.
거기다가 김창훈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리퍼들을 제압하고 5시간 후. 그는 자신이 지내는 호텔의 적당한 공간을 빌려서 거기서 기자회견을 하였다.
기자회견에서 김창훈이 한 발언은 간단했다. 본래 헌터들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국가에 하는 것이지만, 제약에 따르면 자신이 신고해야 할 대상은 헌터 협회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부분은 이미 녹음을 통해서 세상에 공개되어 있었지만 김창훈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자신의 위치를 국제 헌터 협회에서만 알 수 있다면, 그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라고.
그리고 그것은 다른 헌터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악의적인 조작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김창훈은 헌터들에게는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며 그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외쳤고, 동시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고작 헌터들의 위치가 알려진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물론 그 위치를 알려 주지 않으면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김창훈은 헌터가 아닌 사람들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한 국민이 자신의 뜻대로 자유롭게 행동한다. 그리고 국가에서는 그걸 그냥 방조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그런데 이 국민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가정 하나 때문에 계속 감시를 받는다고 한다면 과연 그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말했다.
당연히 김창훈의 말에 반발하는 이들은 없었다. 미국에서는 너무나도 흔하게 총을 구할 수 있었고, 그 총 하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각성을 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전투 능력이 없는 이들도 상당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며 김창훈은 헌터들도 그냥 보통의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고, 아주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해 나아갔다.
그리고 이런 김창훈의 언행은 큰 지지를 받았다. 딱히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헌터들이 보통 사람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자유만을 말하지는 않았다. 헌터들의 힘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 또한 있기에 김창훈은 S등급 이상의 헌터들에 대해서만큼은 하루에 한 번씩 위치를 신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였다.
A등급 헌터들도 위험하지만 헌터들의 수준은 과거에 비해서 많이 올라 A등급 헌터들의 수는 많았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자유를 주고 소수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S등급 헌터들만 지금의 제약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이 발언으로 반대편에 있는 이들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물론 헌터들은 살짝 아쉬워했지만 납득은 했다. S등급 헌터들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였다.
무엇보다 이들이 작정하고 나선다면 위치를 안다고 해서 막을 수도 없다. S등급 헌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같은 S등급 헌터들뿐.
전 세계에 100명도 안 되는 S등급 헌터들의 수를 생각하면 애초에 이들은 기존의 제약도 사실 의미가 크게 없었다. 어딜 가더라도 관심 집중이었으니 말이다.
김창훈도 그 부분을 알기에 S등급 헌터들은 기존의 제약을 유지한다고 한 것이다. 거의 유명무실해진 제약을 강조하면서 더욱 자신의 아군을 늘린 것이다.
그런 김창훈의 발언을 듣고 있던 많은 이들은 감탄했다. 단순히 힘만 강한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머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즉, 정치적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것은 지금 부패해 버린 국제 헌터 협회를 갈아 치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가 있어야 하는데 그 리더에 대해서 김창훈의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S등급 헌터 20명도 압도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언변 능력이나 정치 능력, 다른 이들에게 제시한 비전까지 확실하다는 것이 김창훈을 새로운 국제 헌터 협회 협회장으로 미는 이들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 여론의 뒤에는.
“역시 대한민국 댓글 알바가 최고야.”
김창훈 본인이 있었다. 딱 3일 동안만 대한 그룹을 통해서 댓글 알바를 고용하여 자신에 대한 여러 장점을 부각시키며 새로운 국제 헌터 협회 협회장으로 추천하는 댓글을 전 세계 여러 커뮤니티나 레딧에 달도록 하였다.
그 결과 김창훈이 정말로 국제 헌터 협회 협회장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형.”
“왜?”
레딧 사이트에 있는 댓글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김창훈에게 그의 동생이 말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완전 나쁜 악역 같아. 흔히 말하는 흑막? 딱 그 역할이다, 형.”
“야. 내가 무슨 흑막이냐. 그리고 나는 양심적으로 딱 3일만 작업했다고. 다른 사람들은 안 할 것 같아? 대기업들이 오히려 이런 댓글 작업을 더 많이 한다고. 광고를 아예 대놓고 주는 곳도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난 양심적이잖아.”
“3일만 하고 그만해서?”
“어.”
“3일만 하면 충분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 말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충분하지는 않지. 더 오래 하면 확실하게 효과가 있을 테니까. 단지, 자고로 이런 조작은 길게 해서 좋을 것 하나 없거든. 짧게 치고 빠져야 하는 거야.”
“잘도 말하네. 형은 헌터 하면서 무슨 정치적인 수법하고 범죄 실력만 늘었어?”
“내 헌터 능력이 더 많이 늘었지. 그리고 이 정도는 기본이야.”
“누구도 없어. 그런 기본.”
동생의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다시 보고 있던 댓글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 사건이 나에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약 7년 후인 2030년에 벌어질 엄청난 대사건. 국제 헌터 협회가 여론을 조작하거나 여러 범행 흔적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이들의 범행 수법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범행 흔적을 조작하는 것은 다양했기에 김창훈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여론 조작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여러 사이트에 댓글 조작을 통해서 여론을 바꾸는 것은 지금도 전 세계의 여러 정치 세력들이 암암리에 하고 있는 짓들이다.
국제 헌터 협회는 이것을 좀 더 개선하여 사용한 것이었다. 어떤 이슈가 뜨겁게 타오를 때, 딱 3~5일 정도만 크게 댓글을 조작하고 곧바로 손을 털고 나온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약간의 여론 변화가 있으면 성공. 만약 변화가 없으면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다. 빠른 포기를 통해서 자신들의 조작 흔적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즉, 조심하며 움직인 것이다. 그렇기에 내부 폭로자가 나오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 방식을 김창훈이 따라한 것이다.
딱 3일간만 댓글을 조작하고 바로 빠진다. 그리고 그 결과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안타까워하며 물러난다. 이 방식은 좋은 결과를 불러왔기에 김창훈으로서는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형. 댓글 조작 이야기 했을 때, 대한 그룹 회장님이 나한테 뭐라고 한지 알아?”
“모르지.”
“형보고 어디서 정치의 나쁜 부분만 따로 공부했냐고 하더라.”
동생의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따로 공부할 것도 없잖아. 우리나라에서 당장 얼마 전에 댓글 조작 사건이 터졌는데. 그거 보고 따라한 거야. 단지 꼬리가 길면 안 되니까 짧게 치고 빠진 거지.”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정치 댓글 조작. 그 사건을 김창훈이 언급하자 그의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납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찌 되었든 현재 형이 진짜로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형, 진짜 할 거야?”
“시켜 주면 해야지. 단지, 오래 할 생각은 없어.”
“왜?”
“지금도 투표를 통해서 5년마다 바꾸고 있잖아. 나는 그 제도가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만약 된다면 나는 기존의 제도를 수정하고 국제 헌터 협회 내부를 싹 청소하고 그만둘 거야.”
“영웅 나셨네.”
“영웅이라. 그것도 좋지.”
회귀 전 조금 특이한 스킬을 가진 D등급 헌터에서 이제는 영웅이라고 불린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창훈은 자신을 ‘희생’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사전에 잘 이야기를 해 두어야 한다.
‘조만간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네. 나는 영웅이 될 생각이 조금도 없고 타인을 위해서 큰 희생을 치를 생각도 없다는 것을.’
그 말을 통해서 일부 자신을 지지하는 자들이 돌아설 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거짓말만 하는 정치인들이나 지금의 국제 헌터 협회 간부들보다는 좋다는 식으로 따로 댓글 조작을 한 번 더 해야지.’
이런 생각과 함께 과거에 보았던 한 영화의 구절을 떠올리는 김창훈이었다.
‘정치판의 정도는 승리다.’
악역이 한 대사였지만 지금 김창훈은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결국 승리를 해야 무언가 바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동생아.”
“어.”
“한 1주일 후에 다시 기자회견 한다. 그동안 나에 대한 평판이나 여론 잘 모으고 있어. 그거 보고 다시 이야기 할 거야.”
“에휴. 알았어.”
“그리고, 리퍼를 따로 불러 봐.”
“뭐? 미쳤어 형?”
“안 미쳤다. 기자들에게 가서 전해. 리퍼 ‘프로즌’과 만나고 싶다고. 내가 아주 큰 건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그러면 알아서 올 거다.”
“끄응… 미친 짓 같은데.”
“걱정하지 말고 가서 시킨 일이나 해라.”
“난 책임 안 진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드는 동생을 보며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국제 헌터 협회 뒤엎기. 내가 못 할 이유가 없지. 난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는데. 쓰레기들을 제물로 나도 감투 한번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