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영웅은 만들어지는 거다.(1)
김창훈의 기자회견은 곧 특종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그리고 1시간 후에 대한 그룹에서 그날 방에서 김창훈과 국제 헌터 협회장이 나누었던 대화 전부를 인터넷에 공개하며 각 언론사에도 메일로 보내었다.
당연히 전 세계가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류의 미래라고 불리던 헌터가 국제 헌터 협회에 거의 선전포고를 했으며 심지어 국제 헌터 협회는 이 아주 중요한 인물을 자신들의 장기말로 사용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물론 국제 헌터 협회장은 아니라고 하였다. 자신들의 논리를 들고 왔고 자신들이 내건 제약들은 언제든지 협상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며 김창훈이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서 먼저 스킬을 사용해 공격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국제 헌터 협회는 그런 김창훈을 강하게 규탄하며 당장 사죄하라고 하였다. 그런 국제 헌터 협회의 반응에 김창훈이 한 말은 간단했다.
‘말로 하지 않고 힘으로 하겠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말이다. 동시에 ‘나는 절대로 이런 부조리한 제약을 따를 수 없으며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움직일 거다’란 말을 하였다.
이것으로 상황은 거의 끝났다. 이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성토하였다. 누가 정의고 누가 악인지, 보이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김창훈의 녹음 파일은 단 하나의 조작도 없었다. 물론 김창훈의 행동이 너무 성급하고 과격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터 협회가 김창훈에게 정말로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약을 걸어 두려고 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헌터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기운을 내뿜으며 서로 간을 보는 것 정도는 일상적인 일이었고, 김창훈이 한 일도 이런 일상적인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단 한 번도 직접 공격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무형지기로 그 자리에 있던 국제 헌터 협회의 간부들을 찍어 눌렀을 뿐이었다.
오히려 역으로 김창훈이 먼저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 방 안에 있던 CCTV의 영상을 통해서 공개가 되며 김창훈은 완전한 피해자라고 말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이야기가 돌았다. 아무리 한심하고 무능력하다고 해도 그 20명은 전원 S등급 헌터들이었다.
초인이라고 불러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영역에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20명이 단 한 명에게 제압당한 것이다.
직접 싸운 것도 아닌 서로의 기세 싸움에서, 무형지기를 내뿜어서 싸우는 간 보기에서 완전히 짓눌렸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김창훈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김창훈이 레드 드래곤을 사냥하는 영상과 케로베로스를 사냥하는 영상. 이 2가지였다. 이 2가지 이외에 김창훈의 직접적인 강함을 나타내는 영상이 몇 가지 더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이기에 지금의 김창훈의 강함을 나타내는 데 있어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사람들의 평가다.
그렇게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점점 잡히고 있는 김창훈과 국제 헌터 협회의 갈등 국면을 사람들이 흥미롭게 보고 있을 때. 정작 당사자인 김창훈은 느긋했다.
“와. 진짜로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그렇게 말하며 김창훈의 동생은 자신의 친형인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머무는 방에 딸려 있는 실내 수영장에서 큰 튜브를 띄워 놓고 그 위에서 느긋하게 콜라를 마시며 타블렛 PC를 이용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형. 지금 밖에 상황 어떤지 알아?”
“난리 났겠지.”
“그런데도 이러고 있어? 이거 다 형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그래서 대응 인터뷰도 했잖아. 그러면 난 할 만큼 한 거라고. 억울하면 직접 찾아와서 날 잡아가던가.”
“진짜로 그렇게 찾아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 말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절대로 못 와.”
“왜?”
“그놈들은 자신들의 힘을 알고 또 내 힘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김창훈은 다 마신 콜라 캔을 던져서 쓰레기통에 넣은 후 말했다.
“그들을 내 무형지기조차 겨우겨우 견뎠어. 그런 놈들이 나랑 진짜로 싸우려고 온다? 죽고 싶지 않다면 안 올 거야. 그러면 여기서 문제. 그들은 20명 전부 S등급 헌터였다. 그렇다면 과연 국제 헌터 협회가 가진 수사팀이 만약 동원된다고 해도 날 잡을 수 있을까? 그 수사팀에 소속된 S등급 헌터가 모두 다 합쳐도 8명밖에 안 되는데?”
그렇게 말하며 김창훈은 더욱 당당하게 말하였다.
“난 바보가 아니란다, 동생아. 그들은 날 어떻게 못 해. 여론이든 힘이든. 이미 이 승부는 끝났어.”
회귀 전의 삶을 합치면 거의 50년 가까이 살아왔다. 30년 넘는 헌터 생활을 했다. 그동안 그는 정말로 많은 일을 경험했고, 그 경험은 지금 여기서 빛을 보고 있었다.
일개 개인이 거대한 힘을 가진 자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은 딱 2가지다.
하나는 그 거대한 힘을 가진 이들조차 뛰어넘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일개 개인이 아닌 다수가 되는 것이다.
전자는 이미 이루었다. 천마기 능력치가 120을 달성하고 천마신공의 레벨이 10이 되면서 그가 얻은 능력과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김창훈 스스로도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를 정도로 그는 너무 강해졌다. 그렇기에 오히려 조금은 국제 헌터 협회가 작정하고 자신을 공격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직접 시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일개 개인이 아닌 다수가 되는 것. 이것은 ‘여론’이다. 옛날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불렀다. 이는 아무리 강력한 국가도, 권력도 결국 백성이 들고 일어나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먹고, 입고, 자야 한다. 그리고 체력이란 한계가 있다. 아무리 헌터라고 해도 이건 예외가 아니다.
특히 자유 민주주의가 대세인 이 시대에서 여론이라는 것은 아주 무서운 힘이 된다. 일국의 지도자를 얼마든지 갈아 치워 버릴 수 있는 것이 여론의 힘이다.
미국의 대통령도 길에서 걸어가는 시민을 조심해야 하고, 그 시민이 미국의 대통령을 대놓고 욕해도 대통령은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
그만큼, 한 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이들이 뭉쳤을 때 나타나는 힘은 매우 강력하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여론을 움직인 것이다.
일부러 ‘우리 헌터’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모든 사람’이란 단어를 강조하며 헌터들과 보통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다.
“그거 아냐? 동생아.”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하긴 그러네. 내가 예전에 어디서 본 구절인데. 지금 이 상황에 딱 맞다고 생각해.”
“무슨 구절인데?”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지. 영웅은 만들어지는 거야. 대한 그룹이 날 지지한다고 말하며 영웅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잖아? 다른 뉴스나 신문도 그렇고, 그들의 활동으로 내가 영웅이 되는 거야.”
“그것도 형이 가진 실적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렇지만 다르게 말하면 내가 가진 실적이 있어도 이들의 힘이 없다면 난 영웅이 될 수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이 시대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결국 여론이란 말이지. 각성자들로 인한 힘의 지배?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세계가 바뀌었지. 그렇게 쉽게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동생아. 너도 잘 알아두는 것이 좋아.”
“와. 이제 겨우 23살이 잘도 말한다.”
그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었다.
“그래, 내가 애늙은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지내라. 저들은 우리에게 뭘 못 할 테니까. 설령 정말로 실력 행사로 나선다면 오히려 좋지.”
“좋다고?”
“내가 찍어 누르면 그만이잖아. 그러면 더 편하게 일 처리가 가능하니까.”
“정말로 그럴까?”
동생의 말에 김창훈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무력을 가지고 여론을 등에 업고 있다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그때 동생의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능숙하게 전화를 받아 상대와 전화 통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에 전화를 끊은 그가 김창훈에게 말했다.
“형.”
“왜?”
“아무래도 형 완전히 엿 된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국제 헌터 협회 산하에 있는 ‘리퍼’들이 지금 호텔의 로비에 있다고 해. 형을 찾아왔다고.”
“리퍼가?”
“어.”
그 말에 김창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국제 헌터 협회가 운용하는 유일한 수사팀. ‘리퍼’. 이들의 목적은 이름 그대로 범죄자들의 저승사자가 되어서 그들을 처단하거나 혹은 체포하여 감옥에 보내는 것이 일이었다.
당연히 그냥 범죄자가 아닌 각성 범죄자들만 전문으로 상대하기에 매우 강했고, 이 리퍼에 소속된 이들 중에 방금 김창훈이 말한 8명의 S등급 헌터들이 존재했다.
‘그들이 전부 다 온 건가?’
아마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명은 이번에 왔을 거라고 생각하며 누워 있던 튜브에서 일어난 김창훈이 말했다.
“나갔다 온다.”
“형 정말로 괜찮은 거야?”
“문제없다니까 그러네. 걱정 마라. 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그보다 나는 네가 더 걱정이다. 얌전히 있어라. 위험해지면 알지?”
“알고 있어.”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옷을 입고 호텔 로비로 향하자 검은색의 정장을 입고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호텔 로비 중앙에 서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 김창훈을 발견하더니 김창훈에게 천천히 다가왔고. 그의 뒤에 다른 이들도 함께 다가섰다.
“저희와 함께 가 주시겠습니까? 김창훈 헌터님.”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국제 헌터 협회 간부들이 정말로 미쳤나 보군. 날 진짜로 잡아넣겠다는 건가?”
“그들의 잘못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무죄라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범죄자가 되었군, 난.”
“가시죠.”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거절하면?”
그러자 주위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 김창훈 향해 겨누며 그의 주변을 둘러싸 포위했다.
“힘으로 하실 거면 말리지 않습니다만, 우리에 대해서 아신다면 그리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그래? 그러면 너희들은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지?”
그 말에 남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었다.
“안 되겠군. 아무래도 직접 가야겠어. 범죄자라고? 좋다 이거야. 진짜 범죄가 뭔지 보여줘야겠군.”
그리고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였다. 그러자 그를 포위하고 있던 이들은 자신들을 짓누르는 무형지기에 놀라면서도 곧 그 힘에 대항하며 김창훈을 향해서 달려들려고 했을 때.
“주제를 알아라.”
더욱 강력한 힘이 그들을 찍어 누르자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그건 김창훈과 대화를 하던 남성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이 무식한 힘!’
그는 자신을 짓누르는 무형지기에 최대한 버티면서도 말했다.
“이걸로 당신은… 정말로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그건 두고 볼 일이지.”
다시 한번 발동되는 천마군림보. 3중첩의 천마군림보의 무형지기가 이들을 찍어 누르자 그들은 이제 내상을 입고 피를 흘렸고 전부 정신을 잃어 버렸다.
“확실하게 해 두지. 날 잡고 싶으면 헌터 협회에 속해 있는 S등급 헌터를 전부다 불러 모으라고 해. 너희 같은 잔챙이들을 보내지 말고.”
아직 유일하게 기절하지 않고 입가에 피를 흘리며 버티고 있는 남성을 보며 말한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해제하고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의 호텔 방으로 향했다. 남성은 그런 김창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대로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