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미국으로(1)
S등급 던전은 지금까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S등급 던전의 브레이크 현상도 꽤 여러 번 발생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S등급 던전이 클리어된 적은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나왔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다. 현대 무기의 도움 없이, 오직 헌터들만으로 SS등급 몬스터를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S등급 헌터와 A등급 헌터가 몇 명이나 죽을지 알 수 없는 전투를, 아직 지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SS등급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서 소모한다?
이건 명백하게 손해였다. 그렇기에 S등급 던전의 몬스터들을 지속적으로 잡아서 던전 브레이크를 막으며 S등급 던전 안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조사하는 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했던 전부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가져 온 사람이 바로 김창훈이었다. 가장 처음 S등급 던전 클리어를 선언한 그는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노력했다.
그 결과 세상에는 SS등급 몬스터보다 더 강한 EX등급의 몬스터가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림과 동시에 SS등급 던전의 존재를 알렸다.
이것은 아주 큰 변화였다. S등급 던전에 대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부서지고, S등급 던전이라고 알고 있던 던전들이 사실은 SS등급 던전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좀 더 자세하게 던전을 탐색하고 정찰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또 한 번의 변화가 나타났다. 바로 S등급 던전 클리어. 그것도 단 한 명의 헌터도 다치지 않고 성공한 것이다.
이것은 굉장한 변화를 불러 올 수밖에 없었고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SS등급 몬스터를 잡았는지 그 전투 영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대한민국 정부는 김창훈의 허락을 받고 각기 다른 드론으로 다각도에서 촬영한 전투의 영상을 전부 다 공개하였다.
레드 드래곤과 대면. 그 이후 벌어진 전투. 영상 속에서 김창훈은 시종일관 레드 드래곤을 밀어 붙이며 압도하였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등급 몬스터를 만나고 슬럼프에 빠졌다는 말이 나오던 김창훈이었다.
실제로 강원도에 틀어 박혀서 제대로 활동도 하지 않았으니 그런 소문이 도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강원도에 있던 것은 수련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김창훈은 지금까지 공개되었던 모습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힘을 선보이며 레드 드래곤을 기어이 죽이는 데 성공했다.
2023년 2월 11일. 인류 최초의 S등급 클리어 사례가 등장한 것이었다. 당연히 김창훈을 향한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 관심 속에서 김창훈은 다시 강원도의 자신의 별장으로 가버렸고, 대신 김창훈이 죽인 레드 드래곤의 시체가 경매로 나왔다.
드래곤 하트는 김창훈이 직접 복용했으며 그의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 남겨 놓은 일부 신체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경매로 나온 것이다.
당연히 이 경매는 뜨거웠다. 드래곤의 시체는 단 하나도 버릴 것 없으며 모두 하나같이 엄청난 값어치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한 그룹은 이 경매에서 엄청난 이득을 보며 과거 자신들이 김창훈에 대한 최상의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당연히 이 경매를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번 김창훈은 조용히 자신의 별장에서 천마기공을 운용하고 있었다.
“후우. 역시 쉽게 오르지 않는구나.”
드래곤 하트를 복용한 후에 그의 천마기는 3이 올라 118이 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따로 영약을 구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에게 영약이란 것은 의미 없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천마기를 늘리기를 원한다면 그냥 발전소로 향하면 되었다. 그러나 김창훈은 그러지 않았다.
남은 2의 능력치를 급하게 상승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그보다 자신이 익힌 천마신공을 보다 더 완벽하게 익히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
“파도 파도 끝이 없네.”
천마신공의 각 초식들은 얼마든지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지어 각 초식들의 특성만 빼서 다른 초식에 이식하여 그 특성과 추가적인 힘을 더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다면 과연 최대 몇 개의 초식을 섞을 수 있을까? 그리고 몇 개나 되는 초식들의 특성을 하나의 초식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이 주제로 고민을 시작하며 하나하나 실험을 하다 보니 24시간이 부족한 김창훈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S등급 던전을 클리어하고 강원도의 별장에 돌아와서 홀로 한 달간 열심히 실험을 한 결과, 천마신공 초식들의 융합에 대한 의문점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무서운 무공이야.”
단순히 위력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천마신공의 진정한 활용법은 융합이었다.
‘모든 초식을 합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더욱 강한 위력을 낸다.’
그저 위력만 뛰어난 공격보다는 빠르고 위력도 뛰어난 공격이 더 위협적이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것은 빠르고 위력도 뛰어나며 매우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공격이다.
천마신공은 이 모든 것들이 부합하는 무공이었고, 각 초식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의지에 맞춰서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했다.
“정말이지. 잘도 이런 걸 만들었습니다, 당신.”
천마신공에 대해서 파고들수록 이 천마신공을 만든 천마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이 드는 김창훈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이 무공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물어보고 싶네.’
그런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자신의 전용 수련장이 되어 버린 산의 중턱에서 내려와 아래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련은 잘 하고 왔나?”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남성. 저승사자라고도 불리는 남자. 김새현이 김창훈을 그의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연락도 없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갑작스럽게 온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하지만 조금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서 말이야.”
“상황이라뇨?”
“SS등급 몬스터를 상처 하나 없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S등급 헌터에 대한 논의지.”
“저 때문에 오셨군요.”
“그래.”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하시죠.”
“헌터 협회에서 정식으로 자네를 보고자 하네.”
“헌터 협회요? 마이클 킴 협회장님이라면 그냥 전화로 하셔도 될 텐데.”
“마이클 킴이 아니야. 국제 헌터 협회 협회장이 자넬 보고 싶어 하는 거지.”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살짝 놀라며 말했다.
“그 사람이요?”
“그래.”
“아니, 그 사림이 왜 절.”
“아까 말하지 않았나? SS등급 몬스터를 홀로 잡아낸 S등급 헌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어 한다고. 지금 헌터 협회에서는 너를 보며 아예 새로운 헌터 등급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새로운 헌터 등급이요?”
“그래. 조금 유치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SS등급이지. 어떤 자들은 EX등급을 말하기도 했지만 초월했다는 말을 쓰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그냥 S등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SS등급을 붙이려고 하는 거지.”
“제가 최초의 SS등급 헌터가 되겠군요.”
“어쩌면 최초이자 마지막 SS등급 헌터가 될 수도 있지. 솔직히 지금 있는 S등급 헌터들 중에서 네가 이룬 그 업적을 따라 할 수 있는 S등급 헌터는 없어. 나도 전력을 다해서 싸운다고 해도 레드 드래곤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거든.”
“저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SS등급 몬스터는 분명 강합니다만, 무적은 아닙니다. 오히려 헌터들이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에 김새현이 웃으며 말했다.
“날 높게 평가해 줘서 고맙지만, 난 내 주제를 알아. 그리고 애초에 SS등급 몬스터가 무서운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강하기 때문이야.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거라고. SS등급 몬스터랑 싸워서 상처를 입히는 거라면 할 수 있어. 내 목숨 걸고 싸운다면 중상을 입힐 수도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야. 내가 목숨 걸고 싸워도 죽이는 것은 불가능 해.”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는 정말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알아. 네가 악의가 없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 네가 가능하다고 해서 다른 이들도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자고. 그것이 천재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인식이니까. 재능이 없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말하더니, 이제는 천재들의 입장에서 말하는군.”
“아닙니다. 저는 진심으로…….”
“알아.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할 건가? 헌터 협회 본부로 갈 건가?”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갈 생각입니다.”
“그래?”
“예. 저는 태어나 단 한 번도 미국에 가 본 적이 없거든요. LA는 더더욱 가 본 적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관광 기분으로 갔다 올 생각입니다.”
“그거 좋군. LA는 정말로 좋은 곳이거든. 이번에 고생했으니 한 2~3주 정도 푹 쉬고 오는 것도 좋겠지. 가족들도 함께 갈 건가?”
“예. 이야기를 해 볼 생각입니다. 간다고 하면 함께 가는 거고 안 간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흠. 그렇군. 그러면 헌터 협회에 자네가 참석한다고 이야기하면 되겠나?”
“예. 그런데 언제 출발해야 합니까?”
“4월 15일.”
“시간이 넉넉하네요.”
“거기도 사람들이 모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알다시피 헌터 협회에서 한 자리 하는 사람들이 좀 바쁘지 않은가? 다들 S등급 헌터들이다 보니 다 같이 한 시간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 특히 이번과 같이 갑자기 모이려고 한다면 더더욱 말이야.”
“그렇군요. 그러면 혹시 제가 먼저 미국에 가도 되는 겁니까?”
“응?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지. 그런데 왜?”
“관광이죠. LA만이 아니라 뉴욕이나 다른 지역도 좀 둘러보고 오죠, 이 참에.”
“미국 정부에서 좋아라 하겠군. 우리 정부에서는 난리를 부리겠고.”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제가 먼저 이 나라를 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다행이군. 정치인들 단속은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하지. 스스로도 알아서 조심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러면 감사합니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있을까요?”
“S등급 헌터들을 위한 정보 보안처리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다. 그걸 좀 더 철저하게 할 뿐이야.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각성자로서 강해진 기분은 어떤가?”
그 말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군. 자네가 가진 스킬에 대해서 아마 이제 막 알아가는 과정일 거야. 하지만 그것만 해도 이미 충분한 성과를 냈지. 그러나 좀 더 열심히 파고들어 보라고. 그러면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보세나.”
그리고 김새현이 별장을 떠나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담은 인사를 한 후 핸드폰을 꺼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엄마. 난데. 요즘 특별히 뭐 하는 일 없지? 그러면 가족끼리 함께 여행 가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