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SS등급 몬스터 레드 드래곤(1)
다음 날 아침 9시. 아침 식사를 하고 모인 김창훈과 마이클 킴은 특별히 선별한 A등급 헌터 30명과 함께 드레이크와 와이번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나아갔다.
괜한 체력 낭비를 피하기 위해서 천천히 걸어갔는데, 이는 던전 안에서는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모르기에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것이기도 했다.
나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도중에 몬스터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C등급 몬스터들이기에 헌터들을 막아서기에는 터무니없이 전력이 부족했다.
그렇게 하루에 최소 40㎞씩 나아가던 이들은 3일째 되는 날, 드레이크와 와이번들이 살고 있는 바위산과 4㎞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을 멈추었다.
“드디어 도착했군요.”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어.”
“그렇습니까?”
“그래. 생각보다 가는 길에 만난 몬스터들의 수가 적었어. 그래서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지.”
“그러면 바로 갑니까?”
그 말에 마이클 킴은 고개를 저었다.
“만전의 상태로 가야지. 일단 여기서 휴식을 가질 걸세. 자네가 홀로 가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잠깐 참도록 하게나. 이곳에서 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며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싸울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 후 김창훈은 근처의 적당한 곳에 자신이 챙겨 온 장판을 깔아서 그 위에 앉았고 다른 헌터들 또한 김창훈과 같이 각자 개인용 장판을 깔아서 그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A등급 헌터 정도 되면 고작 몇 시간 걸은 것으로는 절대로 지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는 S등급 몬스터 수십 마리. 그렇기에 만전의 상태를 갖추어야 했다.
본래라면 이들은 여기에 올 수도 없었다. S등급 몬스터가 한 마리도 아닌 수십 마리가 있는데, 그걸 상대하는 데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이들이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가진 A등급 헌터라는 점과 만약을 대비하여 있는 예비대라는 점이었다.
마이클 킴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마법을 사용하여 시력을 강화해 바위산에 있는 드레이크들과 와이번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수가 적어.”
“얼마나 됩니까?”
“내가 확인한 것은 와이번 6마리, 드레이크 9마리네. 분명 보고에는 각각 10마리 이상이 있다고 했는데 말이지.”
“사냥을 나간 걸까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러면 더 이상해. 와이번이야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지낸다고 하지만 드레이크들은 아니야. 이들은 기본적으로 계속 움직이며 어느 한 곳에 정착을 하는 몬스터들이 아니거든.”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와이번과 드레이크가 저렇게 한 곳에 모여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리고 휴식을 취하며 도중에 간단한 에너지바 같은 것으로 점심 식사를 끝낸 김창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충분히 쉴 만큼 쉬었습니다. 이제 슬슬 움직이겠습니다.”
“갈 건가?”
“예.”
“이곳에 오면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나서지 않을 거야. 그저 철저하게 기록할 뿐이지.”
“제가 원했던 일이니 그 누구도 여러분들을 탓하지 않을 겁니다.”
“SS등급 몬스터인 드래곤이 나타나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 또한 제가 원해서 하는 겁니다. 그러니 문제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차하면 도망쳐야 해. 자네가 여기서 죽으면 전 인류적인 손해니까.”
마이클 킴의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전 인류의 손해라고 하니 제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네요.”
“S등급 헌터는 대단한 사람이 맞네. 그러니 목숨을 소중하게 하게나. 자네의 목숨은 자네의 것이 아니니까.”
“그건 조금 싫군요. 하지만 조심하라는 말씀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아직 죽고 싶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김창훈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자, 강력한 무형지기가 마이클 킴은 물론 A등급 헌터들 전원을 찍어 눌렀다.
마이클 킴과 A등급 헌터들은 전원 마나를 내뿜으며 그 힘에 대항하였는데 김창훈은 담담히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이 힘이 매우 강해질 겁니다. 그러니 실수라도 제 근처에 함부로 접근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동시에 만약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 힘에 버티기 힘들다면 더 거리를 벌리셔야 합니다.”
“그러지.”
“그러면 갔다 오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이 허공답보로 허공을 밟고 천마뇌절각을 동시에 사용하며 빠르게 바위산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자 그 모습을 보던 마이클 킴이 말했다.
“당장 드론들 띄우고 촬영을 시작하지.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될 거야. 그러니 한 장면이라도 놓치면 안 돼.”
마이클 킴의 말에 A등급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자신들이 준비한 드론을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허공에 띄워진 드론의 소리를 들은 김창훈은 조금 속도를 줄이며 드론들이 자신이 있는 근처까지 올 시간을 주었다.
그 사이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3중첩 했지만 아직 최대 중첩인 5중첩을 하지 않았다. 현재 3중첩한 천마군림보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김창훈이 바위산에 가까워지자, 가만히 있던 와이번들과 드레이크들이 몸을 일으키며 김창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와이번들이었다. 와이번들은 하늘을 날아서 빠르게 김창훈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곧 그 움직임을 멈추어야 했다.
와이번들은 자신들을 찍어 누르고 있는 무형지기 때문에 비행이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더 가까이 가려고 하는 와이번들도 있었으나 그럴 경우 하늘에서 날아오르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S등급 몬스터의 비행을 저지할 수 있다. 확실히 강해지기는 했구나.”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지상에서 와이번들이 김창훈에게 접근하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와이번들이 땅에 떨어진 것을 본 드레이크들은 자신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는지 일제히 김창훈을 향해서 포효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드레이크들 또한 본격적인 천마군림보의 영향권 안에 들어오자 그 움직임이 다소 느려졌지만, 그래도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S등급 몬스터의 움직임을 아예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 하네. 그러면 이제 4중첩으로 가볼까.”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감과 동시에 천마군림보가 추가적으로 발동되며 4중첩이 된다. 그러자 다가오던 와이번과 드레이크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특히 허리를 꼿꼿이 핀 상태로 달려오던 드레이크들의 경우는 그 허리가 숙여진 상태였다. 자신들을 짓누르고 있는 무형지기에 최선을 다해서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
“4중첩은 S등급 몬스터라고 해도 육체를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강도가 된다.”
이제 남은 것은 5중첩이었다. 한 번 더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여 5중첩을 하자 S등급 몬스터들의 몸이 땅에 달라붙었다.
그 상태로 손과 발, 꼬리나 살짝 움찔거릴 뿐. 완전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5중첩이면 완전히 압도하는 것이 가능하네. 그리고 사살도 가능하고.”
무형지기에 버티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죽는 와이번들의 모습에 김창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천마군림보. 이 하나만으로 S등급 몬스터들까지 죽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땅에 붙어 있는 와이번과 드레이크들을 한 마리씩 거리를 좁히며 확실하게 확인 사살 한 김창훈은 천천히 바위산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나아갔는데. 그때.
쿠오오오!!!!
천지를 뒤흔드는 큰 포효 소리가 바위산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김창훈은 몸이 짜르르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포효소리에 담긴 ‘힘’을 그의 몸이 알아차린 것이었다.
“바위산이 너의 집이었구나. 드래곤.”
바위산의 중간 부분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드래곤. 붉은색의 비늘을 가진 것을 보면 불꽃을 주로 사용하는 ‘레드 드래곤’이라고 봐야 했다.
드래곤은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갯짓과 동시에 하늘로 빠르게 날아오르더니 김창훈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짓누르는 천마군림보의 무형지기를 드래곤도 느꼈지만 드래곤은 자체적으로 자신의 마나를 내뿜으며 그 힘에 완벽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드래곤 하트.’
용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드래곤을 죽이면 나오는 드래곤의 심장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알려진 영약들 중에서 가장 그 힘이 뛰어난 영약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였다.
“널 죽이고 천마기 능력치나 늘려야겠다. 드래곤 하트 정도라면 그래도 지금의 천마기 능력치를 한 3 정도는 상승시켜 주겠지. 마음 같아서는 5까지 상승시켜 주면 좋겠지만 그건 좀 힘들 것 같네.”
1이 늘어날 때마다 다음 1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천마기의 양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그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드래곤 하트라고 해도 115의 천마기 능력치를 곧바로 120으로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고 봐야 했다.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드래곤을 보며 김창훈은 미소가 나왔다. 분명 과거 회귀 전에 만난 그 드래곤이었다. 자신을 죽인 드래곤도 레드 드래곤이었으니, 미래에 이 던전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 이 레드 드래곤이 서울로 날아와서 자신과 만났다고 봐야 했다.
“나 혼자만의 복수전의 시작이겠네.”
다른 이들은 전혀 모르는 김창훈.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복수전. 아주 사적인 복수전의 서막. 그것을 시작한다는 생각과 함께 김창훈은 곧바로 움직였다.
허공을 밟으며 천마뇌절각을 사용한 그는 빠르게 드래곤이 있는 곳을 향해서 나아갔고, 레드 드래곤은 자신을 향해서 빠르게 다가오는 김창훈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향해 자신의 꼬리를 휘둘렀다.
김창훈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레드 드래곤의 꼬리를 보고, 회귀 전의 레드 드래곤과 싸웠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번에도 그냥 잠깐 아파하고 끝나는지 한번 보자고! 천마파천장!”
김창훈의 천마파천장과 레드 드래곤의 꼬리가 충돌한다. 폭음과 함께 레드 드래곤의 꼬리가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단단하다는 드래곤의 비늘이 파괴되고 그 속까지 제대로 타격이 되었다.
쿠어어어!!!
고통에 찬 레드 드래곤의 포효에 김창훈은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공격이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상처를 주었다.
이 사실은 회귀 전에 비해 지금의 김창훈은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뜻하였으니 김창훈은 지금까지 자신의 노력이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
“계속 간다!”
양손에 각각 천마파천장, 천마붕산권을 사용한 상태로 천마뇌절각의 속도를 이용하여 레드 드래곤에게 더 빠르게 접근한 김창훈은 레드 드래곤의 몸을 향해서 천마파천장과 천마붕사권을 사용하였으나.
레드 드래곤은 곧바로 빠르게 움직이며 김창훈의 공격을 피하였다. 그 거대한 몸에 걸맞지 않은 매우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완벽하게 피한 것은 아니었기에 다리의 일부분이 천마파천장과 천마붕산권의 여파로 피가 흐를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크오오!!!
이제는 고통이 아닌 분노에 가득 찬 포효를 하며 레드 드래곤이 크게 숨을 들이쉬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그래. 드래곤이면 그게 나와야지.”
모든 드래곤들이 가진 드래곤들의 전유물. 드래곤 브레스. 레드 드래곤이 사용하는 초고온의 드래곤 브레스가 김창훈을 향해서 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