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화 시작이 다르니, 과정도 달라야 한다.(2)
다음 날 아침. 김창훈은 동생과 함께 서울에 올라왔다. 그 사이 김창훈이 정말로 발전소의 전기를 그대로 자신의 내공으로 흡수했단 사실이 알려지며 난리가 났다.
물론 모든 이들이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극소수의 사람만 알게 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대한 그룹 회장은 정말로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이었냐고 몇 번을 물어봤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그가 보는 앞에서 대한 그룹 회장의 핸드폰에 있는 전기를 직접 흡수하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며 놀라워하는 대한 그룹 회장을 보며 김창훈은 한 가지 요청을 하였다. 자신이 준 돈으로 영약이나 독약을 구매하는 것은 그만두고 더욱 뛰어난 장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대한 그룹 회장은 김창훈의 말에 두말할 것 없이 알겠다고 말하였다.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내공을 쌓을 수 있게 되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자신이 도와줄 것은 없는지 물어봤다.
이에 대해서 김창훈은 담담하게 없다고 대답했다. 당장은 천마기 능력치를 더 늘리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는 지금 그가 하고 싶은 것은 천마신공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것이었다.
천마기공과 같이 자신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천마신공의 또 다른 능력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여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을 한 번씩 다시 점검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김새현이 해준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강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이루는 길은 ‘헌터’로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김새현의 말대로 ‘각성자’로서 강해지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김창훈이 가장 원하는 것은 실험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어디까지 성장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상대가 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렇기에 서울로 올라와 대한 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끝낸 후 그는 S등급 던전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SS등급 던전의 경우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지금 김창훈이 향하는 S등급 던전은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강원도에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여기에 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얻었다고 봐야겠지?”
마이클 킴, 그가 웃으며 김창훈에게 말하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뭔가 얻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 좀 구경하고 싶군.”
“저도 그걸 확인하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런가.”
“협회장님은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제가 이곳에 계속 머물 겁니다.”
“이번에도?”
“예. 만약 이 던전이 S등급 던전이 아니라 SS등급 던전이라면 저도 그냥 물러나야겠지만 S등급 던전이라면, 클리어할 겁니다. 제가 보스를 잡을 테니까요.”
그 말에 마이클 킴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너에게 좋은 소식이 있다. 최근 들어서 우리가 어떤 재미있는 흔적을 하나 발견했으니까. 따라오게나.”
그리고 마이클 킴은 한창 군인들이 뛰어다니고 있는 작전본부 격인 곳으로 김창훈을 데려왔다.
“이곳은 왜.”
“이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그 말과 함께 마이클 킴은 하나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이 촬영한 영상이었다. 어느 곳 하나 특이한 장면이 하나 없었는데 갑자기 지상에 그림자가 하나 빠르게 지나가고 영상이 끊어진다.
“이건…….”
그리고 다시 마이클 킴이 영상을 재생하다가 그림자가 나오는 부분에서 영상을 멈춘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던전 안에 있는 몬스터가 영국의 나타났던 SS등급 몬스터. ‘드래곤’이라고 생각하네. 보이는 그림자 모습은 일치하거든.”
두 날개가 활짝 펼쳐져 있고, 긴 몸과 꼬리. 그림자로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지만 그 그림자만으로도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 드래곤이 보스 몬스터인지 아닌지는 우리도 알 수 없어. 하지만 만약 보스 몬스터라면 이 녀석을 죽이는 순간. 그것으로 이 던전은 끝나는 거야.”
그 말에 김창훈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드래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그런가? 그림자가 많이 닮았지?”
“예.”
그러나 김창훈은 단순히 그림자만 보고 드래곤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회귀 전에 마주친 드래곤은 분명 서울에서 갑자기 나타났고, 그 드래곤을 막아 내느라 죽었다.
잘 생각해 보면 갑자기 드래곤이 나타나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가 생각한 가능성은 2가지다.
하나는 다른 지역에 있는 드래곤이 서울로 날아왔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에 있는 S등급 던전들 중 하나가 브레이크가 발생하여 그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SS등급 몬스터. 드래곤이 서울에 나타났다.
이 2가지.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후자였다.
‘아무리 던전 내의 몬스터들을 적당한 숫자로 줄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직 던전의 브레이크 현상에 대해서 확실하게 아는 것이 없어.’
던전 안에 몬스터가 쌓여서 발생하는지, 아니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발생하는지, 그도 아니면 어떤 다른 원인이 있는지. 회귀 전에도 인류는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만약, 아주 만약의 이야기지만 지금 그가 있는 이 S등급 던전이 회귀 전에 브레이크가 발생해서 지금 보인 그 드래곤이 서울에 나타난 거라면 여러 가지로 상황이 딱 맞아 떨어졌다.
“저 드래곤이 어디 있는지 찾고 있는 겁니까?”
“그래. 지금 모든 여유 전력을 그곳으로 돌리고 있지. 드래곤이 날아간 방향으로 모든 정찰용 드론들과 헌터들을 투입하고 있어. 다른 지역으로는 혹시 모르니 감시 카메라만 설치하고 작동시켜 둔 상태지.”
“그렇군요.”
“SS등급 몬스터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자네는 직접 상대 해 본 적이 없지?”
“예. 없습니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한번 경험해 보게나. 저 드래곤의 위치가 정확하게 파악되면 우리는 저 드래곤을 잡을 거야.”
“다른 S등급 헌터들을 모두 불러서요?”
“그래. 단지 먼저 확실하게 해야겠지. 저 드래곤이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드래곤을 잡는 것은 그 다음이야.”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보다 빠르게 움직여야겠군요. 그래야 드래곤과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겁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얻기를 기대하도록 하지. 자네가 잘한다면 이쪽도 크게 이득이니까.”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면 자네가 머물 장소를 알려주지. 이곳은 저번에 그 SS등급 던전과 다르게 보다시피 대부분이 황야야. 그래서 오두막집을 만드는 것은 힘들어서 다 텐트에서 지내고 있으니 이 부분은 불편해도 참아야 할 걸세.”
“맨 바닥에서 자지 않는 것만 해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 말에 마이클 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그는 김창훈이 지낼 텐트를 알려주었다. 텐트의 크기는 상당히 컸는데, 족히 10명은 지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물은 망설이지 말고 사용하게나. 매일 2번씩 밖에서 식수가 공수되고, 내가 수시로 마법으로 부족한 물을 채우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S등급 헌터가 고작 물이나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운 김창훈이었지만 그것 또한 헌터로서 이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좀 더 쾌적하게 지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자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고생이군요.”
“마법사들이 던전에서 아주 유용한 존재인 이유이기도 하지.”
각종 마법들을 통해서 여러 가지 ‘기적’을 펼치는 것. 그것이 마법사들이었고 마이클 킴은 그 부분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식사는 저곳에 있는 상점과 식당을 이용하게나.”
“식당도 있군요.”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헌터들이 많은 것은 아니니까. 비록 으리으리한 뷔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실력을 가진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어 주니까 적당한 값만 치르게나. 개인적으로는 김치찌개를 추천하지. 아주 얼큰하게 잘 만들거든.”
그 말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예. 꼭 먹어 보겠습니다.”
“그러면 고생하게나. 나는 그만 갈 곳이 있어서.”
“예.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 멀리 가지는 말고. 여차하면 바로 움직여야 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킴이 떠나자 김창훈은 자신의 텐트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사람들이 있는 베이스캠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 후 홀로 천마신공을 사용하였다.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천마군림보. 천마군림보의 사용과 함께 김창훈이 서 있는 땅이 움푹 파인다.
‘확실히 강해졌다.’
고작 한 번 사용했는데도 과거에 2번 중첩했을 때보다 천마군림보의 위력이 더욱 강했다. 그만큼 천마신공 자체의 위력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로 천마군림보가 강해졌다면 다른 초식들도 이 정도 수준이라는 건데…….”
도대체 어느 정도의 위력이 나올지. 김창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이 던전에 온 것이었다. 이곳이라면 사람도 건물도 없으니 얼마든지 천마신공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쿵!
다시 한번 발동하는 천마군림보. 그 후로도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연속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최대 중첩이 가능한 5중첩을 사용하자 김창훈 스스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약 30m 안에 있는 대지가 완전히 짓눌려진 상태로 움푹 파여 있기 때문이었다.
“이게 가장 강력하게 무형지기가 발산되는 범위라고 한다면.”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야라서 어디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었으나 그는 천마군림보의 영향력이 끼치는 범위 또한 전과 비교하여 크게 증가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진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겠구나.”
도시에서 사용한다면, 아무리 중첩을 하지 않은 천마군림보라고 해도 일반인들을 쇼크사로 죽이기에 충분할 정도의 위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조심해야겠어.”
그런 생각과 함께 곧이어 김창훈은 자신의 두 번째 초식, 천마파천장을 떠올리며 움푹 파여 있던 땅에서 올라와 근처의 적당히 거리가 벌려진 곳을 향해서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였다.
김창훈의 손에서 쏘아진 천마파천장이 대지와 충돌하더니 크게 폭발을 일으키며 그 힘의 여파가 김창훈이 있는 곳까지 왔다. 그리고 잠시 후 흙먼지가 가라앉자 보이는 구멍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크네.”
천마파천장이 적중된 대지가 완전히 파여 있었다. 어디까지 파고 들어갔는지는 잘 확인이 안 될 정도였다.
“천마파천장이 이 정도라면.”
다른 초식들은 볼 것도 없다. 특히 천마붕산권 이후로 나타난 초식들에 대해서는 더 큰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천마파천장이 이 정도라면.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진 초식들의 위력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시원하게 다 실험해 봐야지.”
그리고 김창훈은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였다. 천마군림보의 부가 능력인 허공답로를 통해서 하늘에 올라간 김창훈은 대지를 향해서 다른 천마신공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천마신공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