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시작이 다르니, 과정도 달라야 한다.(1)
“인위적인 각성은 스스로 노력을 통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각성은 말 그대로 운으로 되는 것이죠.”
“쯧. 거기서부터 틀린 거야. 그거 아나? 옛날에는 자연적으로 각성을 하는 것조차 하나의 재능이라고 불렸어. 왜 그러냐고? 각성을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이 뚜렷하게 구분이 되었기 때문이야.”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위적으로 각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분명 그렇게 불렸다.
각성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재능이 있는 것이고 거기서 어떤 수준의 특성과 스킬을 얻었느냐가 재능이 있는 이들 사이에서도 추가적인 재능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그러면 생각을 해 보라고. 자네는 인위적으로 각성한 것이 아니야. 자연적으로 각성을 한 사람이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재능이 없다고?”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김새현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제가 재능이 있다는 거군요.”
“그래. 지금 이 시대는 ‘헌터’로서의 재능을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어. 교육도 마찬가지야. 뛰어난 헌터가 되는 교육을 하지 제대로 된 ‘각성자’가 되는 교육을 시키지 않아.”
그리고 김새현은 자신의 빈 잔에 스스로 소주를 따른 후에 말했다.
“자네, 각성자와 헌터. 이 두 단어의 차이점을 알고 있나?”
“각성자는 헌터가 되기 전에 되어야 하는 전제조건 아닙니까?”
“그것도 틀린 거지.”
“예?”
“생각해 보라고. 헌터가 하는 일은 2가지야. 괴물을 잡거나 각성 범죄자들을 잡는 거지. 조금 시대를 돌려 보자고. 과거 각성자들이 없던 시대에 말이야. 그 시대에는 이 2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어. 괴물 대신 맹수를 죽이는 이들이 있었고,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 또한 따로 있었지.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여전히 멧돼지 같은 자잘한 동물들을 잡는 직업은 있고, 치안 유지를 위한 경찰들 또한 존재하지.”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가 하는 일은 보통 사람들도 누구나 할 수 있어. 그렇다면 도대체 헌터는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 거지?”
“일반 사람들은 없는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서 초인적인 힘을 낸다는 것이 차이군요.”
“그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일반인인가 아니면 각성자인가, 이거야. 본질을 보라고. 각성자가 되어야 헌터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각성자가 그냥 헌터 일을 하는 것뿐이지.”
“단순한 말장난 같이 느껴지는데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 차이는 자네가 생각한 것 이상 거대해. 검성도, 박임로 교장 선생도, 남궁철 그 사람도. 절대로 이 차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와 같은 자연 각성자가 아니니까.”
“박임로 교장 선생님이나 남궁철은 그렇다고 알고 있는데, 검성도 그렇다고요?”
“몰랐나 보군. 그 녀석도 자연 각성자가 아니야. 그 녀석도 인위적인 각성을 이룬 사람이지. 스스로 가진 재능이 뛰어나 검을 휘둘러서 연속베기 스킬을 획득하는 것으로 각성을 이룬 놈이거든.”
“그렇군요.”
그저 검을 휘두른 것으로 스킬을 습득해서 각성을 이룬다. 김창훈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도대체 얼마나 압도적인 재능이 있어야 그것이 가능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성장 방법이 달라. 너나 나와 같은 자연 각성자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특성과 스킬에 중점을 맞추어서 성장을 해야 하는데 요즘에 학교에 가르치는 것은 그냥 모든 이들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헌터를 키우기 위한 교육이지. 애초에 넌 잘못 배운 거야.”
“제가요?”
“그래. 네가 가진 스킬의 기본적인 모습은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그대로 압살하는 거야. 그런데, 그런 네가 왜 격투술을 배워야 하지?”
“그거야 당연히 근접 전투를 벌이면.”
“그 자체가 틀렸다는 거다.”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이 의아해하며 이해를 못 하자 김새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생각해 봐. 넌 압도적인 힘이 있어. 그런데 그 힘을 가지고 왜 적이 너에게 다가올 때까지 두고 보고 있는 건데? 당연히 그 전에 처리를 해야지.”
“아.”
“이건 가장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본 것뿐이야. 그 이외에도 너는 대한 헌터 학교에서 너무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배웠어. 네가 보통의 헌터라면 상관없지. 그것들은 좋은 바탕이 되어 줄 거야. 하지만 문제는 네가 자연 각성자라는 점과 동시에 매우 뛰어난 특성과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야.”
“그것이 문제가 되나요?”
“자연 각성자가 뛰어난 특성과 스킬을 가진다는 의미는 그만큼 그 사람의 잠재능력이 크다는 의미야. 그러면 여기서 문제는 그 잠재능력을 어떻게 발휘할까?”
“열심히 스킬을 단련하는 거죠.”
“30점짜리 정답이네. 정답은, 네가 가진 특성과 스킬의 본질을 파악하여 그 본질에 맞게 특성과 스킬을 활용하는 거야.”
“본질이요?”
“너 같은 경우는 힘으로 적들을 압살하지. 그러면 그 스킬의 본질은 무엇일까? 네가 익힌 그 스킬이라는 이름의 무공에 대해서 스스로 고찰을 해 본 적이 있냐는 거야.”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매우 많이 했다. 회귀 전까지 포함해서 30년을 익힌 스킬인데, 이 스킬에 대해서 연구를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거야, 네가 강해지는 방법은. 주위에서 재능이 부족하다고 말하니까 너도 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확실하게 말해 줄게. 절대로 그렇지 않아. 오히려 너는 너무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
“제가요?”
“22살에 S등급 헌터가 되었지. 이 이상 내가 재능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나?”
“그건 스킬이 워낙에 뛰어나서.”
“그게 바로 재능이라는 거야. 우리 자연 각성자들한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과 특성. 그 자체가 바로 재능이야. 무언가에 대한 습득 능력? 전투기술이나 센스? 그것도 있으면 좋지. 하지만 각성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특성과 스킬이야.”
특성과 스킬을 강조하는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살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라고 생각해?”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제 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아무리 강한 공격을 할 수 있어도 결국 적이 피하면 그만입니다. 당장 저는 검성과 남궁철, 이 두 사람과의 대련에서도 힘으로는 제가 압도했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저는 패배했습니다.”
“그렇지. 그래서 대련은 누가 이겼지?”
“…제가 이긴 걸로 되었습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너는 이겼어. 승리자라는 거지. 승리자에게 재능이 부족하다고? 헛소리에 불과한 거다. 너는 재능이 있다. 검성과 남궁철을 상대로 한 대련에서 승리한 것이 그 증거이고 최연소 S등급 헌터가 된 것이 또 그 증거이지. 그러니 너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합니까?”
“너는 ‘각성자’다. 헌터가 아니다. 강해지고 싶다면 각성자로서 강해지는 방법을 생각해라. 그리고 그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 네가 가진 특성과 스킬. 그 2가지만 파고들어라. 그러면 너만의 방식으로 너는 아주 강해질 테니까.”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아니다. 그저 오랜만에 나온 자연 각성자, 그것도 엄청난 잠재능력을 가진 후배가 제대로 된 길을 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잔소리를 한 것에 불과하지.”
“한 가지 궁금해서 그런데, 김새현 청장님도 특성과 스킬, 이 두 가지만 단련하신 겁니까?”
그 말에 김새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익힌 스킬은 딱 3개다. 그리고 이 중 내가 처음으로 각성을 하였을 때 얻은 스킬은 2가지고, 나머지 하나는 여차할 때 비상탈출용으로 습득했지.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처음 각성했을 때 얻은 2가지 스킬과 특성. 이 3가지만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거다.”
김새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너도 할 수 있다. 센스니 뭐니 하는 것들은 너랑 안 맞아. 네가 가진 스킬은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압살하는 거다. 그러니 거기에 맞춰서 움직여라. 네가 가진 특성과 스킬은 가장 너에게 알맞은 방식을 알려주는 시스템의 가이드 같은 것이니까.”
그리고 김새현은 이만 간다고 말하고 김창훈의 별장을 떠났다. 그렇게 혼자 남게 된 김창훈은 고기를 구워먹으며 곰곰이 생각하다 홀로 말했다.
“보고 있습니까? 천마.”
그 말에 아무런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창훈은 천마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천마기공의 흡. 이 능력을 익힌 후 저는 천마신공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저 김새현이라는 사람의 말을 들으니,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한 노력의 방향이 여전히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천마기의 소모를 최소화하며 최대의 힘을 낸다. 그것이 김창훈의 전투 방식이다. 이는 천마신공의 천마기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마기공의 숨겨진 능력도 그렇고 김새현이 해 준 말을 생각하면 김창훈은 30년간 노력에도 여전히 천마신공에 대해서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힌트 주시죠. 다 보고 계시잖아요. 절 보면 답답해 죽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힌트 하나 주세요. 제가 제대로 천마신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그 말에도 여전히 답은 없었다. 이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 천마는 오만하고, 당당하며, 무적이다. 천마는 뒤를 보지 않는다. 언제나 앞만 바라볼 뿐이다. 천마신공은 천마를 형상화한 무공이다. 천마를 보다 천마답게 해 주는 도구다.
천마의 조언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해 보겠습니다. 더 이상 천마, 당신이 절 보면서 답답하지 않도록 말이죠.”
오만하고 당당하며 무적이다. 그리고 뒤를 보지 않는다. 그 말에 김창훈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잡을 수 있었다.
“나중에 김새현 청장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야겠네.”
덕분에 천마신공이 진짜로 가야 할 길에 대해서 깨닫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창훈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천마신공의 요체에 대해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천마신공의 위력이 조금 강해집니다.]
[천마기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110에 도달한 천마기 능력치가 2나 증가하는 큰 상승폭을 가지고 왔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천마신공의 위력도 더욱 강해지고 말이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할까.”
천마신공의 새로운 초식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천마신공의 위력은 대폭 상승했으며, 거기에 천마군림보를 5번 중첩할 수 있게 되었다.
“5번 중첩된 천마군림보. 이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겠네.”
3중첩일 때에도 A등급 몬스터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면 5중첩. 거기다가 천마신공의 위력이 크게 강해진 지금이라면.
‘S등급 몬스터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네.’
그 뜻은 곧 SS등급 몬스터라도 이 천마군림보의 힘 앞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고 이는 보다 쉽게 SS등급 몬스터와 싸울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덩치만 큰 몬스터는, 때리기 좋은 샌드백에 불과하니 말이다.
“내일은 나도 서울에 가야겠네.”
S등급 던전으로 향해서 그곳에 있는 S등급 몬스터들로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고 내일에 대비하여 일찍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