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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킬은 천마신공 (44)화 (44/169)

44화 초심으로(1)

과거 회귀하기 전에 김창훈은 잡을 수 있는 몬스터 보다 잡을 수 없는 몬스터의 수가 몇십 배는 더 많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잡을 수 없는 몬스터가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신기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무력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천마신공의 최대 위력도 안 통한다.”

이는 천마신공의 문제가 아니다. 천마신공을 익힌 김창훈의 문제다. 그 증거로 천마신공의 모든 힘을 담은 일격을 사용한다면 등껍질의 가시들을 어느 정도 파괴할 수 있었다.

단지 그 이상이 안 될 뿐이다. 그리고 천마기를 다 회복해서 다시 등껍질을 파괴하려고 할 때면 이미 재생이 끝나 있어서 더 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뿐이었다.

“후우. 이런 무력감은 좀 오랜만이네.”

희귀를 한 이후, 이 정도로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벽’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분은 회귀 전의 김창훈이 질리도록 느꼈던 기분이었다.

“천외천이라고 했던가.”

남궁철은 그 말을 하고 던전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갑자기 여럿 생겼다며 미소와 함께 떠났다.

검성이나 박임로 같은 다른 헌터들도 좀 더 수련 시간을 늘려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현재 남은 다른 두개의 S등급 던전 탐사에 좀 더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만약 이 던전 또한 SS등급 던전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 던전 안에 있는 EX등급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서 김창훈은 지금 이곳에 남아서 계속 홀로 고민하고 아쿠파라고 이름이 붙어진 몬스터를 홀로 공격했다.

이 몬스터는 덩치 때문에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렸기에 하루 동안 그렇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워낙 거대한 몸이다 보니 그 흔적이 도저히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남아서 손쉽게 추적이 가능했다는 점도 유의미하였다.

“스킬창.”

[스킬: 천마신공 - 8Lv.

= 만마(萬魔)의 주인이자 무의 끝을 본 자. 천마가 만들고 천마가 사용하며 천마가 완성한 마공(魔空). 천마신공을 익힌 자. 무적이 되리라.

= 입문: 천마기공.

= 1초식: 천마군림보.

= 2초식: 천마파천장.

= 3초식: 천마뇌절각.

= 4초식: 천마붕산권.

= 5초식: 천마멸염공.

= 6초식: 천마대멸겁

= 7초식: 천마만상.]

“보통 무공의 경우는 최대 레벨이 12라고 했고, 그것을 감안하면 천마신공은 앞으로 4번 더 강해질 수 있다.”

천마신공이 진정한 끝에 도달하였을 때, 그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초식을 천마기의 모든 힘을 끌어 올려서 사용한다면 아쿠파란 괴물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아직 확실하게 결론이 난 것은 아니었다.

“슬슬 여기도 떠나야겠네.”

SS등급 몬스터를 잡고 자신을 증명하려고 하였으나 더욱 높은 벽만 만난 김창훈.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지는 않았다.

회귀 전이나 회귀한 지금이나 그가 유일하게 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일단 SS등급 몬스터를 잡는다. 그 목표를 먼저 이룬다.”

본래 이 던전에 들어 온 이유도 SS등급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비록 발견한 존재가 SS등급 몬스터가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은 EX등급 몬스터였지만.

그렇다고 그 벽에 막혀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이런 벽을 마주하는 것이야 말로 그가 지난 20년 넘는 시간 동안 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그 벽을 부수기도 했지.’

회귀 전의 김창훈의 삶은 간단하게 말하면 자신의 앞에 있는 벽을 조금씩 부수는 삶이었다. 조금씩 착실하게 벽을 부수고 완전히 벽을 다 부수면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천천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그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했던 일이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일단, 집에 가서 좀 쉴까.”

던전 안에서 참 고생했다는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이만 던전에서 나갈 생각을 하였다. 더 있어 봐야 딱히 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던전이 아니더라도 SS등급 몬스터가 있는 위치는 알고 있다.’

지구상에 있는 SS등급 몬스터들. 이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폭탄을 제거해 준다고 하면 거부할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바로 가서 잡겠다고 말하면 힘들겠지만 잘 협력해서 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거야.’

물론 바로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천마기 능력치 110. 이걸 도달하기 전까지 몇 년이 걸리더라도 김창훈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고작 9다. 능력치 9만 올리면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약과 독약을 다 사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천마기 능력치 110을 달성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김창훈은 SS등급으로 그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 S등급 던전을 나왔다.

* * *

김창훈이 던전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곧 빠르게 퍼졌으나 그런 그와 인터뷰하기 위해서 혹은 사진이라도 한 장 찍기 위해서 김창훈의 흔적을 뒤쫒는 기자들은 없었다.

S등급 헌터라는 이름은 그만큼 무거운 것이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힘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김창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패기 좋게 혼자서 SS등급 몬스터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EX등급 몬스터라는 사실에 꼬리를 말았다고 말하며 그를 욕하는 이들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해서 김창훈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물론 도를 넘는 비난의 경우는 당연히 법적인 절차를 밞아서 최대 형량을 때릴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비판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실제로 틀린 말도 아니었다. EX등급 몬스터와 싸우지 못하고 도망친 것은 엄연히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형. 오랜만에 보네!”

집에 돌아 온 김창훈을 맞이해 준 것은 그의 동생이었다.

“부모님은?”

“나가셨지. 최근 들어서 형의 돈으로 여행 다니는 데 아주 맛 들린 것 같더라. 전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거든.”

“너는?”

“나? 나는 제대로 취업 준비 해야지.”

그 말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언제까지 내 돈이나 받아먹으며 살 수는 없지?”

“형이 돈이나 주고 그러면 말을 안 할 텐데 제대로 돈도 안 주잖아. 그러니 내가 스스로 제대로 일을 할 수밖에.”

“그런데 어디로 취업할 거냐?”

“대한 그룹.”

“대한 그룹?”

김창훈이 인상을 찌푸리자 그의 동생이 이어서 말했다.

“내가 어디 가서 아무리 형 덕을 안 보려고 해도 솔직히 말해서 그게 가능할 것 같아?”

그 말에 김창훈은 대답을 못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워.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형이 있는 회사에 가는 거지. 형이 철저하게 비밀로 해 달라고 하면 회사에서도 협조해 줄 거 아니야. 그러면 평범한 직장 생활이 가능해지는 거지.”

“그러지 말고 차라리 내 매니저나 하지 그래?”

“매니저? 내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땐 안 된다더니 갑자기?”

“그땐 S등급 헌터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다르지. 너도 알겠지만 S등급 헌터가 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들어오는 제안들이 많아. 회사에서 다 알아서 해 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 때가 있어. 그리고 이왕이면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친동생이 함께 움직이는 편이 나도 좋고 또 내 매니저가 될 사람에게도 좋겠지. 괜히 내 눈치 보면서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형이 갑질 할 것 같은 사람은 아니잖아?”

“그렇다고 해서 S등급 헌터 눈치를 안 보겠냐? 그것도 대한 그룹 내에서 유일한 S등급 헌터야. 회장님도 내 눈치는 조금씩 본다고. 그런데 매니저? 말할 것도 없지.”

그 부분은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운 김창훈이었다. 아무리 편하게 하라고 해도 상대 입장에서는 그것이 안 된다. 김창훈은 S등급 헌터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매니저가 자기 친동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한평생을 같이 했던 가족이니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회장님도 넌지시 어떠냐고 물어보더라.”

“대한 그룹 회장님이?”

“어. 그편이 나에게도 좋을 거라고 아무래도 매니저는 회사의 직원이지만 너는 내 동생이잖아. 그러니까 더 여러 가지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 반대로 매니저인 너도 나에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형 동생이니까?”

“어.”

“흠. 나야 하면 좋지. 그런데 이거 청탁이나 낙하산으로 말이 좀 나올 것 같은데. 괜찮아?”

“당연히 안 괜찮지. 그러니까 너도 공부해라. 최소 일본어,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이렇게 4개 국어는 해야 하고.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 할 거다.”

“빡빡하네.”

“S등급 헌터 매니저는 그럼 아무나 하는 줄 아냐? 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 그러니 너도 군말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그래야 나중에 내 매니저가 되어도 말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에휴. 형 덕을 보는 것도 쉬운 길이 아니네.”

“형이 너무 잘났으니 그러려니 해라.”

“그보다 형, 이제 당분간 집에서 지낼 거야?”

“아마 그럴 것 같다. S등급 던전은 매달 돌아가면서 간다고 하니까 그건 계속 참가할 거야. 그 이외에는 계속 집에서 지낼 거다. 갑자기 그건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러냐.”

그리고 두 형제의 대화는 끊어졌다. 김창훈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김창훈의 동생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방에 들어 온 김창훈은 오랜만에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방 천장을 바라보았다.

“남은 능력치 9. 과연 이걸 다 올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영약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생각은 없었다.

‘독약. 즉, 독의 기운도 내 천마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기운들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화기’, ‘냉기’, ‘수기’, ‘토기’ 등등. 일명 자연의 원소라고 할 수 있는 각 특별한 속성의 기운들. 그것들도 모두 자신이 흡수할 수 있다면. 천마기를 늘리는 것은 생각보다 더 쉬워질 수 있었다.

‘특히 전기만 어떻게든 하면.’

뇌기. 전기의 힘을 담고 있는 이 기운은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전에서 사용하는 전기만 해도 이 ‘뇌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뇌공을 익힌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그 전기를 자신의 내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하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것 또한 전기다. 그걸 ‘뇌기’로써 받아들이는 것이 이상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은 없다. 만약 김창훈이 이걸 성공한다면 그가 최초의 성공 사례일 것이다.

‘시도는 해 봐야지.’

천마기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는 정말로 무엇이라도 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발전소에 가서 그곳에 있는 전기를 천마기로 흡수하는 것은 그가 생각해 둔 수많은 천마기를 얻는 방법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만약 이 일이 실패한다면 다른 방법도 여러 가지 실험할 생각이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강해지기 위해서다.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내 길만 가면 되는 거야.’

회귀 전의 자신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였다. 스킬을 한 번밖에 못 쓰는 반쪽짜리 헌터가 되어서. 어떻게든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던 그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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