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EX등급 몬스터
“이것도 안 된다는 건가.”
김창훈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모든 힘을 담은 일격이었다. 그런데도 제대로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는 허탈하기까지 했다.
‘천마기 능력치가 100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SS등급 몬스터에게는 안 된다는 건가?’
“이제부터는 우리가 한다!”
그때 검성이 크게 소리치며 검을 휘둘렀다. 수백의 참격이 SS등급 몬스터의 등껍질을 강타하였으나 등껍질의 가시들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고 일부 조금 파였을 뿐이었다.
“젠장, 미쳤군.”
남궁철 또한 제왕검형을 사용하여 SS등급 몬스터의 등껍질을 강하게 내려쳤으나 등껍질의 수많은 가시들 중 하나를 부러트렸을 뿐. 그 이상의 위력은 내지 못 했다.
다른 헌터들 또한 자신의 모든 스킬들을 사용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은 SS등급 몬스터에게 제대로 된 타격이 되지 않았다.
“단단해도 너무 단단하다.”
김창훈의 혼잣말이었으나 S등급 헌터들이 모두 동의하는 말이기도 했다. 단어 그대로 ‘차원’이 다른 강도. 역시 SS등급 몬스터라는 단어가 붙을 만한 몬스터다웠다.
김창훈은 길게 한숨을 쉬며 천마군림보의 중첩을 풀어 적당히 떨어진 지상에 착지한 후에 진지한 눈으로 S등급 헌터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SS등급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등에 있던 산이 사라졌기에 덩치는 조금 작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너무나도 거대한 몸이었다. 당연했다. 그 산을 자신의 등에 지고 이동하였으니 덩치가 작을 리가 없었다.
‘겉모습만 보자면 마치 거북이와 같다.’
그 성질도 비슷했다. 거북이와 같이 손과 발, 꼬리를 몸 등껍질에 넣어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그리고 그 등껍질은 매우 강력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
‘저걸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건지?’
S등급 헌터들의 공격은 별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김창훈의 천마만상이 어마어마한 위력을 보여 준 것이라는 것을 S등급 헌터들은 직접 SS등급 몬스터의 등을 공격하면서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20분간 이어진 공격은 S등급 헌터들의 포기 선언과 함께 멈추었다. 그럼에도 SS등급 몬스터는 머리와 다리, 꼬리를 자신의 등껍질 안에서 빼내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지독하군, 지독해.”
남궁철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쓸 만한 검인데 벌써 망가졌어.”
검의 날이 여기저기 상해 있었다. 모두 저 SS등급 몬스터의 등껍질 가시들을 공격하다가 생긴 상처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러시아에서 온 S등급 헌터 중 한 명이 이야기하자 한 곳에 보여서 쉬고 있던 S등급 헌터들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대로는 도저히 답이 없다는 것을 이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현재 제시 가능한 해결책은 더 강한 힘으로 저 등껍질을 부수던가 아니면 저 다리나 머리, 꼬리가 들어가 있던 부위를 파괴하고 몸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서 죽이는 것. 이 두 가지 정도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후자다. 문제는 그걸 파괴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거란 거지.”
마이클 킴의 말에 다른 S등급 헌터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몬스터는 다른 SS등급 몬스터들 중에서도 특이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저 정도의 방어력을 가진 SS등급 몬스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
이곳에 모인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인 박임로의 말에 남궁철이 그에게 말했다.
“다른 SS등급 몬스터들도 저 정도로 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
그러자 S등급 헌터들 사이에서 묘한 의문이 하나둘씩 들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서는 SS등급 몬스터와 싸워 본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 SS등급 몬스터와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저 거대한 몬스터의 힘은 아무리 생각해도 동격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설마, SS등급을 넘어선 괴물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검성의 말에 다른 헌터들이 부정을 하지 않았다.
“만약 그게 사실이면 일 났군. 이 던전에 있는 저 괴물이 진짜 보스고 SS등급 이상의 괴물이라면, 지금 이 던전 어딘가에는 다수의 SS등급 몬스터들이 있다는 말 아닌가?”
박임로의 말에 다른 헌터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던전은 너무나도 위험한 던전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기본 전제 조건을 잘못 생각하고 움직인 것 같네.”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말한 박임로가 이제는 SS등급을 넘어서 SSS등급이라고 불러야 할 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SS등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몬스터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아.”
그 말에 모든 S등급 헌터들이 심각한 얼굴로 끄덕였고 그것은 김창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속으로 어느 정도 납득은 되었다.
김창훈은 SS등급 몬스터 중 하나인 ‘드래곤’을 직접 만나서 싸운 전적이 있다. 그 당시 2레벨인 천마신공의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여 드래곤에게 타격을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에 비해서 몇십 배는 더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몬스터의 머리를 맞췄을 때는 그냥 머리를 강하게 흔들게 한 것이 전부.
제대로 된 타격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실제로 피 한 방울, 살점 하나 떨어지지 않았고 그 이후로 저렇게 등껍질에 들어간 후로는 그냥 애꿎은 가시만 파괴할 뿐이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드래곤에 비해서 강해도 너무 강했다.
“일단 돌아가지. 저 몬스터에 대한 감시는 계속 하는 것으로 하고. 이건 좀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어.”
박임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때, 김창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몬스터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여러분들은 먼저 가시죠.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여기 남겠다니? 여기서 뭘 더 하려고?”
박임로의 말에 김창훈은 거대한 몬스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라도 해보려고요. 그리고 저 몬스터는 딱 봐도 공격적인 성향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저 저 압도적인 방어력이 문제지요. 그러니 제가 여기서 다른 이들과 함께 있어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박임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해도 저 몬스터는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겠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만약 정말로 SS등급 을 넘는 힘을 가진 존재라면, 널 순식간에 죽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그래.”
그리고 다른 S등급 헌터들이 모두 떠나자 반은 근처의 적당한 곳에 앉아서 거대한 몬스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지. 넌 나랑 계속 있어야겠다.”
상대가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다. 죽을 위험이 크게 높지 않다면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단단한 껍질이라고 해도, 계속 공격에 공격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부서지게 마련이다.
‘천마기의 회복 속도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천마기를 모두 회복한 후에 전력을 다한 천마만상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결국 저 등껍질도 부서질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맹렬하게 운용 중인 천마기공의 힘을 느끼며 조용히 거대 몬스터를 바라만 보았다.
* * *
새로운 몬스터의 등장은 곧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그 몬스터와 S등급 헌터들의 전투 영상도 공개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김창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몬스터의 등에 있던 산을 단번에 없애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몬스터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그 이후에도 다른 S등급 헌터들이 공격해도 제대로 된 상처는커녕 등껍질에 가시 하나 부러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영상과 함께 박임로를 포함한 이 몬스터와 직접 싸운 헌터들은 하나의 가설을 이야기했다. 바로 자신들이 이야기한 가설인.
SS등급보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최초의 SSS등급 혹은 ‘초월’을 상징하는 단어인 ‘Exceed’를 줄여서 EX등급이라고 칭할 몬스터의 존재를 말이다.
이 주장은 보통이라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영상 속에서 보인 몬스터의 크기만 해도 아니라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지금까지 거대한 몬스터가 발견된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재 지구에 있는 SS등급 몬스터들 중에서는 몸 크기가 100m를 넘어가는 괴물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을 자신의 등에 두고 다닐 정도로 거대한 몬스터는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심지어 SS등급 몬스터라고 해도 S등급 헌터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는 절대로 멀쩡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방어에 특화된 몬스터라고 해도 S등급 헌터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SS등급 몬스터에게 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통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박임로가 제시한 SSS등급 혹은 EX등급 몬스터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정말로 SSS등급 이라고 한다면.
그보다 아래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SS등급 몬스터 다수가 저 던전 안에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저 던전이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저 엄청난 덩치의 몬스터와 더불어 SS등급 몬스터 다수와 S등급 몬스터 다수가 튀어나온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이건 단순히 대한민국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였다. SS등급 몬스터 한 마리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기에 그런 SS등급 몬스터가 여럿이 한 번에 나타난다면.
한국은 당연하고 그 주위에 있는 국가들부터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고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그 결과는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 몬스터를 어떻게 정의를 해야 하나 논의하고 있는 와중에 1주일 후 대한민국 정부는 새로운 영상을 하나 공개하였다.
그 영상에서는 지금 논의 중인 몬스터의 등껍질을 촬영한 영상이었는데 S등급 헌터들이 공격해서 그래도 아주 약간이나마 파괴했던 등껍질의 가시들이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사람들 간의 논의는 끝났다. SS등급을 초월한 EX등급의 몬스터. 재앙을 초월한 새로운 몬스터 등급이 신설되었으며 인류는 최초의 EX등급 몬스터의 이름을 ‘아쿠파’라 정하였다.
인도 신화 속,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는 거북이의 이름을 따온 것이었다. 그렇게 최초의 EX등급 몬스터의 등장과 함께 세계 헌터계의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SS등급 몬스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나온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S등급 던전으로 알려진 던전이 사실은 EX등급 몬스터가 있는 SS등급 던전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자 각 국가에서는 더욱 열심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SS등급 몬스터도 재앙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위에 있는 등급의 몬스터는 그 이상의 재앙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계의 이런 변화 속에서 김창훈은 S등급 던전 내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홀로 고민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