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재앙이라 불리는 괴물(3)
그때, 갑자기 이들이 있는 곳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무형지기가 사방에 뿜어진 것이었다. 이에 S등급 헌터들이 흠칫하며 이 무형지기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SS등급 몬스터를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김창훈. 그가 허공을 밞으며 말했다.
“그러면 약속대로, 제가 먼저 해 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여차하면 꼭 좀 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저의 억지에 어울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이 은혜는 갚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의 발에 천마기가 감돌더니 순식간에 허공을 박차며 SS등급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그 모습을 본 남궁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크으. 배짱 있는 모습 좋군. 역시 남자라면 저 정도의 배짱이 있어야지! 그러면 재미있는 구경하러 모두 가 봅시다!”
남궁철이 김창훈이 나아간 곳을 뒤따라가고 다른 S등급 헌터들도 슬며시 미소 지으며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검성과 박임로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그렇기에 여차하면 바로 나서서 김창훈을 구할 생각을 하며 언제든지 나설 수 있도록 준비를 하였다. 한편,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S등급 헌터들의 기운을 느끼며 김창훈은 곧바로 천마군림보를 연속으로 사용해 최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방을 짓누르는 강력한 무형지기. 그 속에서 A등급 헌터들은 기겁하며 빠르게 그 영향력에서 벗어났고, S등급 헌터들도 그 영향력 밖에서 흥미로운 눈으로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김창훈은 허공답보가 가능해진 천마군림보의 힘을 사용하여 계속 허공을 밞으며 SS등급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김창훈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SS등급 몬스터가 앞으로 나아가던 것을 멈추고 머리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옆에서 다가오는 김창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SS등급 몬스터와 눈이 마주친 김창훈은 각오를 다졌다. 드래곤과 같은 광폭한 기세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 덩치와 같이 너무 거대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못 잡는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가진 최후의 일격을 사용한다고 해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건가?
‘그러면 안 되지!’
이를 악물며 김창훈은 더욱 다리에 힘을 주며 나아갔고 그는 SS등급 몬스터와 정면에서 마주 보았다. 자신의 앞에 나타난 김창훈을 보며 SS등급 몬스터는 담담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김창훈 또한 SS등급 몬스터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는 않는다. 일단 탐색한다.’
몬스터와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몬스터를 최소한의 피해로 죽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스 몬스터와 조우했을 경우. 헌터들은 보통 2가지 방식으로 싸운다.
그 보스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있을 경우, 그 정보를 바탕으로 철저한 공략을 만들어서 보스 몬스터의 힘을 빼며 죽인다.
하지만 반대로 처음 보는 혹은 새로운 패턴을 보여 주는 보스 몬스터일 경우. 헌터들은 모든 전력을 퍼부어서 최대한 빠르게 보스 몬스터를 죽인다.
헌터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게 하는 근원인 보스 몬스터를 죽이는 것이야 말로 헌터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니 그 방법을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것이었다.
본래 김창훈도 두 번째 방법으로 SS등급 몬스터를 마주치면 곧바로 모든 천마기를 압축하여 그 천마기로 천마만상을 사용하여 단번에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접 마주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공격을 한다고 해도 자신은 절대로 저 몬스터를 단번에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장 최악의 방법을 실행할 차례였다. 바로 정보 수집을 위한 보스 몬스터와의 탐색전을 벌이는 것. 힘을 아끼며 최대한 장시간 보스 몬스터와 대치하여 모든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다.
“자처했으니 그만큼 활약을 해야지.”
잡지는 못 해도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탐색전 정도는 펼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심호흡을 하며 주먹을 쥔다.
“시작해 보자고. 천마붕산권!”
강기를 사용한 상태에서 발현되는 천마붕산권. 김창훈은 가장 먼저 천마붕산권으로 SS등급 몬스터의 눈을 노렸다. 허공에 뻗은 김창훈의 주먹.
그 주먹에서 천마붕산권의 힘이 미사일처럼 쏘아지며 SS등급 몬스터의 눈을 노렸다. 그리고 SS등급 몬스터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폭음과 함께 SS등급 몬스터의 머리가 크게 젖혀졌다. 그러다니 곧 김창훈을 보며 입을 벌려 포효한다. 저음의 포효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대기와 숲이 흔들린다.
동시에 몬스터의 등에 있던 산에서 무언가가 김창훈을 향해서 쏘아졌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고 김창훈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무언가를 보며 곧바로 천마뇌절각을 사용하여 허공에 다리를 크게 휘두른다.
검은색의 강기가 초승달의 형태로 나아가며 김창훈에게 쏘아진 것들을 다 파괴하며 역으로 몬스터의 등 위에 있던 산에 적중하며 큰 폭발을 일으켰다. 산에 있던 나무들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리며 그 일부가 몬스터의 등 위에서 굴러 떨어지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럼 속도를 올려 볼까.”
왼손에는 천마파천장을, 오른손에는 천마붕산권을. 그리고 다리에는 천마군림보와 천마뇌절각을. 동시에 4개의 천마신공이 최대 위력으로 발휘되며 김창훈은 SS등급 몬스터를 향해서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직접 가까이 가지 않고 마친 허공에서 섀도복싱을 하듯이 손과 발을 뻗었는데 그 행동 하나하나에 담긴 힘은 SS등급 몬스터의 등 위에 있는 산을 순식간에 파괴해 나아가기에 충분했다.
산에서 연달아 폭음이 울렸다. 흙이 사방으로 퍼지며 바위가 굴러 떨어지고 부서진 나무들의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그러자 모두 볼 수 있었다.
나무에 숨겨져 있던, SS등급 몬스터의 등 위에서 무언가 발사했던 이들의 정체를 말이다.
“몬스터 등 위에 또 다른 몬스터가 존재한다라. 신기하군.”
“아예 없는 사례는 아니지. 거대한 몬스터의 몸에 작은 몬스터들이 기생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해. 단지 그 스케일이 저 정도로 대단한 경우는 없지만.”
김창훈의 전투를 집중해서 보고 있던 S등급 헌터들은 김창훈이 하는 행동마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파악해 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더 단단한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선생님.”
박임로와 검성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이 둘은 김창훈이 사용하는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직접 상대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저 공격들의 위력을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SS등급 몬스터에게 큰 상처는 없었다. 오히려 아무런 상처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김창훈의 공격은 SS등급 몬스터의 등에 있는 산만 파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 산도 평범한 산이 아니다. 저 공격을 직접 힘으로 상대해 봐서 내가 잘 알지. 저 정도의 공격들이 저만한 크기의 산에 집중적으로 이어졌다면 산은 진즉에 무너졌을 거다.”
남궁철 또한 가장 최근 들어서 천마신공을 상대해 본 사람이기에 SS등급 몬스터의 등 위에 있는 산이 그냥 평범한 산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때 산이 30% 정도 파괴되자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에 숨어 있던 또 다른 몬스터들이 나타난 것이었는데.
그 몬스터들은 모두 등에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서 김창훈을 향해서 접근하고 있었다.
“공중 몬스터까지 있군.”
“원거리 공격에, 공중을 공격하는 몬스터, 그것도 그 숫자는 족히 수백은 되어 보이는 것을 보면. 아주 하나의 걸어 다니는 던전이나 다름없군.”
모두 이번에 자신들이 싸워야 할 SS등급 몬스터의 모습에 감탄했다. 지금까지 나타났던 SS등급 몬스터들과 확연하게 다른 형태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저런 놈은 차라리 현대 지구에 나타난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겠어. 다른 SS등급 몬스터와 달리 몬스터 자체적인 공격 능력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보이니까. 각종 미사일 폭격을 날리면 더 쉽게 잡았을 것 같군.”
“그렇지도 않아. 저 강도를 보라고. 저런 엄청난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작은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아. 핵폭탄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현대 무기로도 제대로 타격 주기 힘들어.”
SS등급 몬스터의 위용에 모두 진지한 얼굴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몬스터가 SS등급 몬스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저런 압도적인 존재가 SS등급 몬스터가 아니면 오히려 그 부분이 더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당장 지구에 나타나 있는 SS등급 몬스터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S등급 몬스터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역시 이 정도로는 힘든가.”
천마신공의 초식들이 결코 위력이 약한 것이 아니다. 그 증거로 SS등급 몬스터의 등에서 날아올라 김창훈에게 돌진했던 몬스터들은 이미 천마신공에 의해서 모두 죽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면 조금 이르지만.”
천마파천장과 같은 초식들로 간을 보는 것은 끝냈다. 탐색을 더 하려고 해도 딱히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더 강한 공격을 해야 했다.
“전력을 다한 일격이다. 이거면 너도 무언가 다른 반응을 보여 주겠지.”
김창훈의 몸에서 천마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더니 곧 그 천마기들이 서서히 압축되기 시작했다. 천지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SS등급도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지금까지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다리와 꼬리, 머리를 몸속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마치 거북이와 같이 말이다. 그리고 몸과 다리가 있던 곳에는 무언가 특별한 막이 나타나서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보호하였다.
“그래. 어디 네 녀석의 껍질이 단단한지, 내 힘이 더 강한지 한번 해 보자.”
천마기가 모두 압축되었다.
“천마만상.”
김창훈의 주위에 나타난 수백 개의 검들이 일제히 몬스터의 등에 있는 산과 몬스터의 등을 향해서 쏘아진다. 검이 산이나 몬스터의 등에 닿자마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모든 것을 파괴하였다.
산이 파괴되면서 만들어진 흙먼지에 사람들의 시야가 가려졌다. 모든 천마기를 소모한 김창훈은 천마기 소모가 없는 천마군림보 덕분에 허공에 떠 있을 수 있었지만 살짝 지쳐 있었다.
단번에 모든 천마기를 압축 후 전부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심력과 체력을 소모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남궁철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바다를 10초가 살짝 넘는 시간 동안 가르고 있었던 그 신의 기적과도 같은 일격이 펼쳐졌다.
그 힘은 S등급 헌터들 모두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기 충분한 힘이었고 이 정도의 공격을 받았다면 SS등급 몬스터라도 절대로 멀쩡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미쳤군.”
흙먼지가 사라지며 보이기 시작한 SS등급 몬스터의 모습을 본 남궁철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SS등급 몬스터의 등에 있던 산은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기에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울긋불긋 등 위로 솟구친 수많은 가시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등에 있는 가시들이 일부 파괴되기는 했으나 크게 상처를 입은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