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재앙이라 불리는 괴물(2)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박임로였다.
“S등급 헌터가 되어서 주변에서 띄워 주니 오만해진 것이냐? 내가 분명 용기 있는 결단을 하라고 했지 만용을 부리라고 가르친 적은 없는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 보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힘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말에 박임로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남궁철이 먼저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보는데?”
그 말에 박임로가 남궁철을 바라보자 남궁철은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내가 인정한 세계 최강의 헌터다. 다른 누가 그런 소리를 했다면 새로운 자살 희망자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저 사람이 한다면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설령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다리 몇 개는 가져갈 거다. 모두들 보지 않았던가? 나와의 대련에서 사용했던 그 최후의 일격을.”
그 말에 모두 입을 닫았다.
“그는 강하다. 그리고 여차하면 바로 나서서 구하면 그만 아닌가?”
남강철의 말에 김창훈은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여 주며 말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일단,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 목걸이에 담긴 능력은 눈에 보이는 위치로 최대 2번 연속으로 공간 이동 할 수 있는 목걸이입니다. 여차하면 이걸로 바로 물러날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 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거 봐라. 저렇게 말하지 않나? 그러니 우리는 그냥 도우면 되는 거다. 어차피 모두 이번 사냥이 손쉽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테고. 잠깐 정도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 말에 마이클 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남궁철의 말에 찬성이야.”
이에 박임로가 마이클 킴을 노려보자 마이클 킴은 담담히 말했다.
“이봐, 박임로. 그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야. 물론 나이가 어리기는 하지만 그 나이를 제외하고 다른 부분들을 보자고. 그는 스스로 자신이 어디가 부족한지 잘 알고 있으며 장점도 잘 알고 있지. 만약을 대비해서 공간 이동 능력이 있는 목걸이도 구해서 착용했어. 그렇다면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거지? 혼자 독자적으로 움직여서 사고를 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냥 잠시 혼자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
“그러다가 죽으면?”
“거기까지란 이야기지. 애초에 이 업계에서 언제 죽을지 생각하고 죽는 사람이 있나? 다 어쩌다가 죽는 거지. 그리고 죽고 싶지 애초에 않다면 이 일을 하면 안 되지. 다 원하는 것이 있어서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나?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할 때 목숨 걸었겠지. 이 일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니까.”
그 말에 다른 이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헌터란 일은 위험하다. 목숨 걸고 이세계에 가서 괴물들과 싸운다. 그것이 헌터들이 하는 일이다.
아무리 무공과 마법이 발전하면서 과학도 함께 발전해 점점 더 던전 내에서 사냥하는 것이 편해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던전은 위험한 곳이며, 몬스터들은 헌터들을 손쉽게 찢어 버릴 수 있는 괴물들이다.
“그도 그걸 다 각오하고 이 일을 시작한 거야. 그러니 우리는 그 의견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어.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것은 옳지 않아. 무엇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 증명했어. 그렇다면 일단 한번 믿어 볼 만하지. 남궁철의 말대로 설령 죽이는 데 실패해도 SS등급 몬스터의 힘은 빼낼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박임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우 못마땅한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마이클 킴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면 제가 먼저 나서서 싸우는 것으로 결정 난 겁니까? 반대하시는 분은 없으신가요?”
그 말에 다른 S등급 헌터들이 모두 가만히 있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두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최선보다는 결과를 내야 할 거다.”
박임로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모두 이동하시죠.”
그리고 S등급 헌터 전원이 이동을 시작했다. SS등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의 발견 이후로 던전 내부에 있는 모든 A등급 헌터는 이 몬스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놓치지 않는 일에 모두 투입되어 있었다.
도중에 나타난 몬스터들도 다 정리하며 최대한 S등급 헌터들이 힘을 빼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역시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의 차이는 크군.”
남궁철은 SS등급 몬스터가 지나간 흔적을 보며 말하였다. 영상에서 본 SS등급 몬스터의 크기는 작은 산보다 거대했다.
그런 존재가 숲을 걸어서 지나갔다. 당연히 그 여파가 작을 리가 없었다. 숲은 마치 거대한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한쪽으로 나무들이 모두 뭉개져 있었다.
“어마어마하군.”
얼핏 보이는 폭만 해도 족히 1㎞는 넘는다. 이런 거대한 덩치를 가진 생물이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S등급 헌터들은 새삼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잡으려고 하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런데도 혼자서 해 보겠다는 거야?”
검성이 김창훈을 보며 말하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 억지를 쓰며 기회를 얻었는데 그냥 물러날 수는 없죠.”
그 말에 검성은 한숨을 쉬었다. 의지가 너무 확고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박임로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눈으로 김창훈을 바라보았으나 김창훈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여기서 보여 주어야 한다.’
다수의 S등급 헌터들이 있는 지금. 이들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 준다면 분명 자신의 평가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고는 SS등급 몬스터를 내가 잡는 것. 그것이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밀리는 모습은 보여 주지 말 것.’
세계 최고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만한 힘을 보여 주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 이건 미친 짓이기 때문이다.
S등급 몬스터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강한 몬스터가 있고 약한 몬스터가 있다. 그리고 그건 SS등급 몬스터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관경만 보자면 일단 회귀 전에 자신을 죽인 드래곤보다는 확실하게 지금 상대하려고 하는 SS등급 몬스터가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도대체 왜 이렇게 급하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찰도 있었다. 좀 더 강해지고, 천마기 능력치를 110으로 만든 후에 해도 늦지 않는데 왜 이렇게 무리하는가?
스스로 그 질문을 하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 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확인하고 싶다.’
S등급 헌터와는 2번의 대련을 통해서 자신의 천마신공이 어디까지 통하고 어디서부터 통하지 않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몬스터는 아니다.
천마신공을 익힌 이후로 김창훈은 몬스터와 싸울 때 단 한 번도 곤란한 적이 없었고 2번 이상 몬스터를 공격한 적도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과연 지금의 자신이라면 SS등급 몬스터를 상대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그것이 너무 궁금했다.
“이봐, 천마.”
그때 남궁철이 김창훈의 옆에 슬쩍 다가와서 말을 걸자 김창훈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 주셔도 됩니다, 선배님.”
“이미 이름으로 부르고 있네. 무인에게 있어 별호란 또 하나의 이름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보다 정말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나?”
남궁철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확신은 못 합니다. 그냥, 해 보고 싶습니다.”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걸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거지?”
정확하게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본 남궁철의 말에 김창훈이 살짝 놀라자 남궁철이 웃으며 말했다.
“헌터들과의 싸움에서는 나나 검성과 싸워서 어느 정도 감이 잡혔을 거야. 하지만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아니지. 너는 단 한 번도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제대로 싸운 적이 없어. 지금까지 네가 몬스터들을 잡을 때의 영상을 모두 보니까 확실하더군. 그렇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어디까지 통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SS등급 몬스터와 혼자서 싸워 보겠다고 생각한 거야?”
“예.”
“무모하지만, 나는 좋아. 그런 도전 정신이야말로 사람을 성장시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물론 우리들은 실패가 좀 위험하기는 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헌터들은 실패나 불확실성을 철저하게 피한다. 던전에 대해서 모르면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하고 조금이라도 몬스터들을 상대로 불리할 것 같다면 후퇴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헌터 업계에서 실패는 곧 죽음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실패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 번 실패하는 것을 각오하고 도전하는 것도 좋은 거야.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짜내 보라고, 천마. 그래도 먼저 무의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테니까.”
웃으며 말하는 남궁철의 말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힘이 되는 한 마디였다. 그렇기에 진심을 담은 감사의 말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검성이나 박임로, 저 노인네도 네가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야. 다 널 너무 걱정해서 그런 거지. 살짝 과보호라고 할까.”
마이클 킴이 추가적으로 김창훈에게 말하자 박임로가 마이클 킴에게 말하였다.
“누가 과보호를 했다는 거야.”
“널 말하는 거다, 너.”
“아니, 근데 자꾸 나이도 어린놈이 반말은.”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러고 싶나. 어차피 4살밖에 차이가 안 나잖아!”
“4살은 나이도 아니냐?”
“그렇지. 우리 나이에서 4살 차이가 어디 나이인가. 그냥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하면 죽는 나이지.”
그 말에 박임로가 어이없다는 듯이 마이클 킴을 바라보자 마이클 킴이 피식 웃으며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궁철 저놈 말대로, 네가 할 수 있는 걸 어디 한번 다 해 봐라. 명색이 S등급 헌터가 14명이나 모였다. 너 하나 구하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걱정 말고. 전력을 쏟아부어 봐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몇몇 헌터들이 김창훈에게 한 마디씩 해 주면서 힘내라고 할 때, 일행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멀리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직접 보니 더 대단하군.”
멀리서 움직이는 산. 그 산은 숲을 부수고 나아가며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공격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군.”
“일단 몸을 뚫고 들어가서 공격해야 할 것 같은데? 저렇게 거대해서야 외부에서 열심히 공격하는 것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갈 것 같아.”
“그보다 저 등 위에 있는 산은 그냥 산인가?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저건 저 몬스터 입장에서도 무거울 것 같은데 저걸 그냥 들고 다니는 것은 이상하군. 분명 무언가 있을 거다.”
“영상 마지막에서도 저 산에서 무언가 날아와 드론을 추락시켰으니, 그 말이 맞겠지.”
S등급 헌터들은 순식간에 의견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저 몬스터를 잡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