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S등급 던전 공략(1)
승급 시험에 합격한 다음 날 기자회견을 하고 난 후 김창훈은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기자들과 파파라치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따라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일에 대해서 각오를 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과 다르게 그의 가족들은 물론 김창훈 본인까지 기자들이 그들을 쫒아 다니지 않았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정문이나 후문에서 죽치고 있는 파파라치들도 없었다.
오히려 김창훈이 당황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찝찝함을 가지고 S등급 던전으로 들어 온 김창훈의 궁금증은 S등급 던전의 군인들을 지휘하고 있던 이하산 준장이 풀어주었다.
“흠. 확실히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김창훈 헌터님. 잘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S등급 헌터의 가족들 혹은 S등급 헌터의 활약 이외에 그의 개인적인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 혹시 기사로 나온 것을 본 적, 몇 번이나 있으십니까?”
“어…….”
거의 없다. 대놓고 사고를 치거나 혹은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 그도 아니면 아예 당당하게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S등급의 헌터와 그 가족들에 대한 기사는 본 적이 없었다.
“S등급 헌터는 나라 자체에서 철저하게 정보 관리를 합니다. 정보를 통제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 정보를 통제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대상에 대한 정보 수집을 못 하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죠.”
“그 말씀은 기자들보고 다 물러나라고 말했다는 건가요? 국가가?”
“예. 거기다가 추가적으로 기자들이 설령 자신들의 능력으로 S등급 헌터와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그것이 사적인 영역이라면 보도를 할 수 없습니다. 공익의 영역에서는 보도가 가능하죠.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한 조항인데 최소한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그 외에도 S등급 헌터에 대해서 물밑으로 이루어지는 지원들은 다양합니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전력인지 모든 국가들은 다 알고 있고. S등급 헌터를 서로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현재진행형으로 진행 중이거든요.”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라니. 무슨 사랑싸움도 아니고.”
그 말에 이하산 준령이 웃으며 말했다.
“사랑싸움이죠. 그 S등급 헌터의 마음을 빼앗아서 자신의 국가로 이민시키는 싸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로 시도 중이라고 하지만, 아직 성공한 사례는 딱히 없습니다. 상대가 너무 막강하거든요.”
“미국이 돈 뿌리기에 있어서는 최고의 국가이기는 하죠.”
S등급 헌터들이 만약 이민을 간다고 하면 어디로 갈까? 90%의 확률로 이들이 선택하는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세계 최강의 국가이자, 세계의 경제를 쥐고 있는 국가. 철저한 자본주의로 움직이는 이 나라에서 막대한 부를 움켜 쥘 수 있다면 거의 대부분의 일들을 할 수 있다.
‘애초에 로비도 합법인 나라이니 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안 된다면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유인하기도 합니다. 2년 전에 중국에 있던 S등급 헌터가 호주로 이민한 것을 아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S등급 헌터면 어떤 국가에서든 남부러운 것 없이 살 수 있다. 특히 중국이라면 정말로 왕 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국가의 S등급 헌터들 중에서 괜히 막장이 많은 것이 아니다. 아무리 중죄를 저질러도 들키지만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호주로 이민한 이유는 자신의 자식들이 중국의 공산당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S등급 헌터가 중국의 공산당을 욕하고 호주로 이민을 간 것이니까. 당연히 중국 정부는 이 사실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으나 무려 S등급 헌터가 직접 한 발언이다.
숨기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덕분에 중국 정부는 한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이민을 간 헌터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S등급 헌터는 걸어 다니는 비대칭전력으로 평가를 받는다. 괜히 S등급 헌터를 자극해서 열받은 S등급 헌터가 작정하고 그 국가에서 테러를 일으킨다면 그걸 막을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세계 최강인 미국이라고 해도 그걸 막을 수는 없다. 그저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중국도 그것을 알기에 이를 갈면서도 직접적으로 손을 쓰지 못한 것이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여서 그 헌터와 그 가족에게 최대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움직임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S등급 헌터들이 전 세계에서 가지는 위치와 힘이 어느 정도인지 사람들은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러니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S등급 헌터로서 가지는 특권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 특권을 누리면 되는 겁니다.”
“사실 특권이 아니라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인데 말이죠.”
그 말에 이하산 준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죠.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권리라고 말하며 쫓아다니는 신문 기자들을 보면 확실히 그 입을 찢어 버리고 싶습니다만, 세금을 받아 생활하는 군인은 그러기도 힘듭니다. 언론이 해야 하는 일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니까요.”
“저는 그 견제에서 빼주었으면 합니다.”
“그건 기자들에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그보다 정말로 하실 겁니까?”
“예.”
이야기가 본론으로 돌아왔다.
“S등급 던전의 클리어. 지금까지 아무도 못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시죠?”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 때문이죠.”
SS등급. 혹은 ‘재앙’이라고 불리는 몬스터.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이 재앙이라고 불리는 몬스터를 잡은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S등급 헌터들을 포함한 A등급 헌터들의 다수 사망, 그 몬스터가 있는 지역에 따라서 함대, 전차, 전투기 등등의 다수 파손, 미사일의 대량 소모 등등.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인류는 SS등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인류는 S등급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SS등급으로 지정하며 ‘재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타나서 활동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피해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다. 그 피해를 감수하고 꼭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면 인류는 그냥 그 몬스터가 있는 곳 근처 지역을 완전히 버리고 물러난다.
그것이 가장 최소한의 피해로 이 재앙을 상대하는 방법이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몬스터는 쉽게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러지 않고 마구 날뛰었다면.
‘인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수도 있지.’
그만큼 이 몬스터들의 존재는 인류에게 있어서 어마어마한 위험이고, 지금도 위험한 공존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만약 SS등급 몬스터를 발견하고 김창훈 님이 그 몬스터를 건드릴 경우, 아마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지구에서라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곳은 던전이죠. 이 베이스캠프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잡겠다고 한 겁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정말로 잡는 데 성공한다면.”
최초로 S등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SS등급 몬스터는 S등급 던전을 미처 발견 못 하고 던전 브레이크로 나타난 경우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던전의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고 있었으나 인류가 전 지구를 감시할 수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던전 브레이크들이 존재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근 10년 들어서는 S등급 던전의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이었고, 지구상에 발견된 S등급 던전들 중 현재까지 클리어된 던전은 단 하나도 없다.
“S등급 던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입니다. 그걸 제가 제거할 수 있다면. 저는 아마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돈? 권력? 명예? 이 모든 것을 손에 쥘 수 있다. S등급 헌터들 중에서도 야망이 있는 헌터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SS등급 몬스터를 잡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기에 그들은 지금도 철저하게 스스로를 수련하며 함께할 이들을 상시 모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창훈도 그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절 증명하고 싶습니다. 지금 세계 최고의 헌터라고 남궁철 헌터가 말하기는 했지만, 그걸 모두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저에게 기회만 된다면 도전하겠다고 하는 이들도 있죠.”
“그리고 김창훈 헌터님은 그 모든 도전을 받아들인다고 했고요.”
“예. 하지만 저는 이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천마는 오만하다. 오만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위치에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김창훈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직 자신은 그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
“저는 누가 감히 저에게 도전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품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최고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저는 세계 최강, 아니, 헌터 역사상 역대 최강의 헌터란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헌터들이 이걸 인정하는 거죠.”
회귀하기 전. 매우 특이한 스킬을 가진 D등급의 평범한 헌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S등급 헌터가 되었다. 그래서 그럴까? 김창훈의 욕심은 커져만 갔다.
어떻게든 S등급 헌터가 되려고 했던 회귀한 직후의 최초의 목표는 어느 사이 감히 싸우고자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강자의 위치로 올라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저는 그걸 원합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저에게 도전을 하지 못하는 압도적인 강자가 되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을 보여 주어야 하죠. 그 실력을 보여 주는 데 있어서 SS등급 몬스터를 잡아서 S등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을 겁니다.”
성공하기만 하면, 김창훈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완벽하게 이루지는 못할 것이다.
큰 희생을 감수하면 인류는 SS등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최종적으로 김창훈이 원하는 것은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SS등급 몬스터들을 여럿을 혼자서 다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모두 인정하겠지.’
끝없이 커진 욕심은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히 올라서야 할 위치라고 생각했다. 천마신공은 그걸 위해서 있는 것이었다.
“대단하시네요. 그런 생각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한 생각이죠. 물론 저는 그걸 이룰 겁니다. 세계의 모든 이들이 인정하도록 만들 겁니다. 제가 헌터 역사상 최강이자 가장 압도적인 힘을 가진 헌터란 것을 말이죠.”
“그러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도 보다 더 살기 좋아질 테니까요.”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도 저는 실적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SS등급 몬스터 사냥을.”
이에 이하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상부에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정식으로 허가가 나면, 그때 함께 찾아보죠. 이 던전의 주인을.”
이하산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김창훈의 생애 최초의 S등급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