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다시 한번 S등급 헌터와(2)
“잘 된 것 같습니까?”
대한 그룹의 회장실. 그곳에서 대한 그룹의 회장과 검성이 서로 마주하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잘 될 겁니다. 그 아이에게 부족한 것은 영약이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알지 않습니까? 그 아이는 스킬이 전부입니다.”
“그건 그렇죠.”
“그러니 그 스킬을 강력하게 만들 수 있게만 해 주면 됩니다. 혹은 더 자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면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참 강해지기 쉬운 방법입니다. 영약만 먹으면 강해진다는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검성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몇십 년 동안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른 그의 손은 굳은살 투성이였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가 너무 명확합니다. 너무 뛰어난 스킬로 인해서 스킬의 의존도가 너무 높으니까요. 다른 스킬을 익히며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것도 좋을 텐데 말이죠.”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스킬의 페널티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스킬을 전혀 익히지 못한다는 겁니다.”
“응? 그런 페널티도 있었나요?”
“대중에 공개된 정보는 아니죠. 하지만 검성이라면 말씀드려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당연히 비밀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5명도 안 되니 비밀 잘 지켜 주십쇼.”
“물론입니다. 그보다 그렇군요. 이제야 왜 다른 스킬들을 배우지 않고 그 하나만 바라보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러면 정말로 그 스킬 하나에 목숨 걸고 매달릴 수밖에 없네요.”
“이번에 국가의 지원과 헌터청 청장님의 지원, 그리고 검성님의 지원을 김창훈 헌터도 잊지 않을 겁니다. 나이는 좀 어리지만 그래도 받은 은혜는 확실하게 갚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도와주는 거죠. 싹이 안 보였다면 저나 김새현 아저씨도 도와주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입니다. 애초에 그 이전에 제가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말에 검성이 웃으며 말했다.
“헌터의 강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헌터의 인성이라고 하셨죠?”
“예.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의 인성이 좋지 않다면 기업 하는 입장에서는 손해만 될 뿐입니다. 범죄자를 키우는 꼴이니까요. 우리 헌터들이 목숨 걸고 싸워서 벌어 온 돈을 그런 예비 범죄자들에게 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대한 그룹 회장의 말에 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세간에서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세간에서 하는 말이요?”
“대한 그룹이 S등급 헌터가 없는 이유는 돈이나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인성을 갖춘 S등급 헌터가 없어서다. 이것이 세간에 떠돌던 대한 그룹에 S등급 헌터가 없는 이유였거든요.”
그 말에 대한 그룹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듣기 좋은 말이군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사업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많은 곳에서 유혹이 오기도 하고요. 그 모든 것을 버티면서 신념을 버리지 않고 몇십 년간 기업을 운영하신 것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늙은이의 고집이죠. 내가 스스로 내뱉은 말도 지키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 힘드니까요.”
그 말에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어려운 일을 지키는 사람이 바로 대한 그룹의 회장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 기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것들을 평생을 지켜왔기 때문이었다.
그그그!!!
그때, 건물이 흔들렸다. 이에 대한 그룹 회장이 당황할 때 검성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말했다.
“당황하실 것 없습니다. 아무래도 도달한 것 같군요.”
“그 말씀은.”
“예. 내공 능력치가 100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능력치 하나가 100에 도달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제가 사용한 최후의 일검. 그것도 제 능력치 하나가 100에 도달한 다음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그렇게 말한 후 검성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14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재미있는 구경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
“드디어 도달했다.”
김창훈은 자신의 눈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천마기 능력치가 100에 도달합니다. 천마기가 더욱 압축되어 천마기 자체의 위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천마신공의 레벨이 8레벨로 상승합니다.]
[천마파천장, 천마붕산권, 천마뇌절각을 천마기 소모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기를 사용하여 초식을 사용할 때도 적용됩니다.]
[천마신공의 천마기 소모량이 크게 감소하며 천마신공의 위력이 크게 증가합니다.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여 허공답보가 가능합니다.]
[천마지체가 천마기에 반응합니다.]
[천마심공의 ‘흡’ 성질이 추가됩니다. 천마심공이 세상의 모든 기운을 흡수하여 천마기로 전환하여 천마기를 축적시킵니다. 천마기의 축적 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천마신공의 위력이 추가적으로 크게 증가합니다.]
“미쳤다.”
능력치 100을 찍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정말로 새로운 세계가 지금 김창훈의 눈앞에 펼쳐졌다.
“이 정도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고 해도, 천마군림보에 이어서 천마파천장, 천마붕산권, 천마뇌절각을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드래곤도 때려잡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다시 한번 자신의 몸을 관조하였다. 천마기의 양은 대폭 줄어들어서 10갑자 정도가 되었지만 그 자체로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천마신공을 사용할 때의 천마기 소모도 줄어들었으며 무엇보다 천마신공 1~4초식까지는 천마신공을 소모하는 일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14일 동안. 이 상태의 나에게 익숙해져야 한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감이 둔한 김창훈 스스로도 몸의 감각이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지금 그의 몸에는 너무나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몸을 움직이면서 익숙해질 수밖에.”
대련장에서 훈련장으로 이동한 그는 홀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2월 14일. 드디어 사람들이 기다리는 날이 왔다. 중국 방송국에서도 대거 헬기를 띄워서 대결 장소인 무인도를 촬영하기에 바빴으며, 물론 이번에도 바다에 배를 띄워서 구경하는 이들도 많았다.
전 세계의 여러 방송국에서 최대한 드론을 띄워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무인도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중심이 되는 두 사람은 지금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굉장하군! 역대 최연소 S등급 헌터가 될 이유가 있어!”
호탕하게 웃으며 감탄하는 중년 남성. 그는 김창훈과 같이 시대극에서나 입을 법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무려 남궁세가의 가주들만 입을 수 있다는 특별한 의복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주들만 입는 옷인 만큼 여러 가지 능력들이 있는 매우 뛰어난 갑옷이기도 했다.
“만나서 반갑군.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부분이 참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찌 되었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내가 무리하게 참가했는데. 이해해 주면 고맙겠네.”
그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한국말 잘하시네요.”
“검성. 그 친구랑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혔지. 그러면 바로 시작할까? 자네도 여러 가지로 근질근질한 것 같은데.”
“좋죠.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면 바로 항복하셔야 합니다. 저는 힘 조절이 안 됩니다. 그게 제 무공이 가지는 최대 단점이거든요.”
“걱정 말게나. 알아서 몸 하나 피하는 것 정도는 자신 있으니까.”
그리고 상대가 검을 뽑아 중단 자세를 취하는 순간 김창훈은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강력한 무형지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철이라고 하네.”
그 말에 김창훈은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천마군림보를 사용한다. 그러자 공기가 바뀌며 허공에서 무형지기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킨다.
“김창훈이라고 합니다. 승급 시험 신청자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 발 더 앞으로 김창훈이 나아가자 천마군림보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 그 힘을 느낀 남궁철이 웃으며 말했다.
“좋군! 이 짜릿한 기운! 그러면 나도 좀 더 힘을 써 볼까!”
쿠웅!
대기가 무거워진다. 무인도를 촬영하고 있던 드론들 중 일부가 무형지기의 힘에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빠지거나 파괴된다.
“저는 아직 끝이 아닙니다.”
3번째 천마군림보. 이로서 3중첩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천마군림보가 발현되자 남궁철도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마기의 능력치가 100이 되며 천마신공의 힘은 정말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것을 홀로 훈련하며 간접적으로 느끼기는 했지만 지금 눈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김창훈의 상상 이상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정말로 재미있는 대련이 될 것 같군.”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굳은 얼굴을 한 남궁철의 몸에서 한층 더 강한 기운이 뿜어지지만 그가 내뿜는 무형지기는 김창훈의 천마군림보를 이기지 못했다. 그저 대항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증거로 두 사람의 무형지기가 충돌하는 지역에서 발생한 힘의 충격파가 남궁철이 있는 곳에서 더 가깝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남궁철이 힘에서 밀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생방송으로 방송을 보내고 있는 중국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다. 자신들의 자랑인 남궁철이 기 싸움에서 밀릴 거라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무형지기의 싸움에서 밀렸다고 해서 진짜 결투에서 진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었다.
“힘드신 것 같은데 선공 양보해 드릴까요?”
김창훈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남궁철은 심호흡을 한 번 한 후에 말했다.
“그러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 그러니 동시에 시작하지.”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의 발에서 천마기가 뿜어지고 그의 몸이 순식간에 남궁철을 향해서 나아갔다. 자신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김창훈을 보며 남궁철은 침착하게 검을 내려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아주 간단한 동작. 하지만 이 하나의 동작에 제왕검형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남궁철의 검과 김창훈의 천마뇌절각이 정면에서 충돌한다.
폭음과 함께 무인도가 흔들린다. 하지만 김창훈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곧 이어서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자 남궁철은 신속하게 몸을 이동하며 그 공격을 피하였고 허공을 가르는 천마파천장의 힘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그러자 배에 타고 있던 이들은 기겁하였고, 동시에 이 대결을 구경하기 위해서 온 S등급 헌터들 중 한 명인 검성은 배를 발판 삼아 움직여 천마파천장을 향해서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수백 개의 참격이 만들어지고 그 참격에 의해서 힘이 약해진 천마파천장은 사라졌지만 검성은 검을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힘에 놀라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진짜 괴물을 만들어 버린 건가.”
자신과 대결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검을 맞대며 상대하고 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검성은 조용히 애도를 표했다.
그는. 재능은 없지만 괴물이나 다름없는 존재에게 잘못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