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지구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방법(2)
“이제 좀 어떻습니까?”
- 괜찮아졌습니다.
이어 버드에서 들리는 나탈리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사람들이 있을 때 천마군림보 사용은 진짜 자제해야겠네.’
하마터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다. 천마군림보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군인들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했다.
- 지금 드론을 통해서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1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몬스터 무리와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살짝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한 발 앞으로 갈 때마다 주변의 나무들이 쓰러지고 땅이 파였지만, 김창훈은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했다.
- 슬슬 보이기 시작했을 텐데, 보입니까?
나탈리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서 보이고 있습니다.”
천마군림보의 영향권에 들어와 엎드려 있는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몬스터들이 천마군림보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압사한다.
그렇게 몬스터들이 죽기 시작하자 주위의 다른 몬스터들이 김창훈을 발견하고 김창훈에게 소리치며 달려들었으나 모두 천마군림보의 재물이 되었다.
“오우거는… 아. 저기 있네.”
6m에 달하는 큰 키를 가진 오우거다. 아무리 숲이라고 해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김창훈은 오우거가 있는 곳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오우거 또한 김창훈을 발견했는지 포효하며 주위의 나무를 부러트린 후 부러진 나무를 몽둥이처럼 손에 쥐고 당당하게 김창훈에게 달려들었다.
“으릉?”
기세 좋게 달려들던 오우거는 천마군림보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자 조금씩 그 움직임이 둔해졌고 이에 오우거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몸을 누르는 힘의 원인이 김창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다시 포효하며 김창훈에게 달려들었는데 한 발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오우거의 발이 땅에 깊숙이 박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오우거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간신히 서서 김창훈을 노려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김창훈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오우거는 결국 땅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어이없기는 하네.’
오우거는 절대로 약한 몬스터가 아니다. B등급 몬스터들 중에서는 오히려 매우 강한 축에 들어가는 존재다. 그런 오우거를 그저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다.
여기에 어떤 내공의 소모도 없다. 그냥 걷기만 하면 된다. 이런 사기적인 스킬이 또 어디 있을까?
‘이럴 때마다 천마기의 능력치를 어떻게든 빨리 100으로 올리고 싶단 욕구가 치솟는단 말이지.’
하나의 능력치를 100까지 올리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특히 90이 넘어가면 그 능력치는 단 1을 올리는 것도 몇 년을 고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0을 달성한다면 그만한 대가는 분명하게 주어진다. 현재까지 인류 역사상 하나의 능력치라도 100에 도달한 사람들은 그 수가 많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였고.
그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100을 찍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실제로 그들은 과거에도 강했지만 능력치 100을 달성하는 순간 그 분야에 있어서는 격이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천마기 능력치가 100이 되어서, 천마기가 격이 다른 능력을 보여 준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끄억!”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오우거의 몸이 완전히 짓눌린 상태로 죽는다. 그럼에도 다른 몬스터들은 김창훈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몬스터들은 일정 범위까지만 접근할 뿐. 그 이상 접근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천마군림보가 몬스터들을 찍어 누르는 힘이 너무 강하기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서 김창훈은 친절하게 직접 움직여서 그 몬스터들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어느 정도 잡은 것 같은데, 몬스터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는 않고 있죠?”
- 예. 계속 김창훈 님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 또한 확인하고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면 계속 이렇게 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김창훈은 조금씩 이동하며 몬스터들을 지워나갔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나탈리의 긴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김창훈 님, 지금 계신 장소 근처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벌어지려고 하는 던전이 있습니다!
“엥? 갑자기요?”
- 몬스터들 때문에 던전의 모습이 지금까지 제대로 관측이 안 된 것 같습니다! 장장 물러나십시오!
“아. 괜찮습니다. S등급 던전이 터진 것만 아니면 돼요. 나머지는 제가 해결할게요.”
그렇게 나탈리에게 던전 브레이크도 처리하겠다고 말한 김창훈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지? 던전 브레이크라고 한다. 그러니 좀 더 빠르게 움직이자.”
지금까지 느긋하게 걷던 것과 다르게 김창훈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며 몬스터들이 죽는 숫자가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저거구나.”
몬스터들을 죽이고 있을 때, 김창훈은 멀리서 붉은색으로 변한 던전의 포탈을 바라보았다. 저 붉은색으로 변한 포탈이 바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직전에 볼 수 있는 징조였다.
“나탈리 씨.”
- 예. 김창훈 님.
“제가 놓친 몬스터들 잘 잡아 주세요. 저는 던전 브레이크에 집중할게요.”
-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여차하면 바로 피하셔야 합니다. 그곳에 던전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기에 던전이 어떤 등급의 던전인지,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습니다. 그러니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S등급 던전만 아니면 어떻게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던전이 완전히 폭발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던전의 포탈에서 붉은색의 빛이 내뿜어지기 시작하더니 큰 폭발과 함께 검은색의 빛이 사방으로 퍼지며 곧 던전 안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프로스트 자이언트와 라이곤트들입니다. 다행이 A등급 던전이었나 보네요.”
S등급 몬스터인 프로스트 자이언트. 라이곤트와 같은 거인이지만 라이곤트들보다 키가 2배 정도 더 컸고, 라이곤트의 피부색이 황색인 것에 비해서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푸른색으로 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라이곤트들이 철이나 그와 비슷한 광석으로 만든 무기들을 들고 있다면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유일하게 얼음으로 된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 프로스트 자이언트라면 근처에 접근하는 것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프로스트 자이언트 주변에서 몰아치는 냉기에 몸이 얼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강하기도 하지만 일명 ‘아이스 오라’라고 불리는 것을 가지고 있어서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자신의 주변 온도를 영하 30도로 만드는 힘으로 단단히 방한 준비를 하지 않는 이상 그냥 접근해서 싸우는 것만으로도 동상으로 손과 발을 잃을 수도 있었다.
“크오오오!!!!”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포효와 함께 그의 주변에 냉기가 가득 찬다. 그리고 라이곤트들은 그런 프로스트 자이언트와 함께 맞춰 포효를 하며 그들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김창훈을 향해서 달려왔다.
“프로스트 자이언트부터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놈들의 시체는 건질 만한 것이 없을 수도 있으니 이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나탈리.”
- 그런 것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해 주십시오, 김창훈 님.
그 말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자세를 잡았다. 간단한 정권 찌르기에 천마붕산권을 담아 사용할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저것들을 다 죽일 수 없지.’
직접 때리면 프로스트 자이언트도 한 방에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영하 30도의 냉기에 노출되고 싶은 생각은 단 1도 없었다.
그렇기에 직접 주먹으로 때리는 것이 아닌, 권격으로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좀 더 위력을 강화시켜야 했다.
‘강기.’
오른손 주먹에 천마기로 이루어진 권강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상태로 김창훈은 주먹을 뻗는다. 강기로 사용되는 천마붕산권.
검은색의 주먹이 앞으로 쏘아지며 라이곤튼들의 몸을 그냥 지워 버렸고 그 끝에 있는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자신에게 오는 거대한 검은색의 주먹을 보며 자신의 얼음의 몽둥이를 내려친다.
하지만 검은색의 주먹은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얼음 몽둥이를 파괴하고 나아가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몸에 적중했다.
그러자 퍽 소리와 함께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몸이 허공을 날아오른다. 가슴은 완전히 함몰되어 거대한 주먹의 자국만이 남아 있었고 그 상태로 프로스트 자이언트의 몸이 땅에 떨어졌다.
“라이곤트들이 도중에 그 위력을 줄여 주어서 시체를 보존한 건가. 운이 좋았네요.”
그렇게 말한 후 살아남은 수십의 라이곤트들이 자신을 향해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는 것을 보며 반은 천마기를 온몸에 둘렀다.
“남은 것들도 처리하겠습니다.”
굳이 천마신공을 사용할 필요 없다. 그저 손과 발에 강기를 만든 상태로 김창훈이 라이곤트들에게 돌진하자 라이곤트들은 자신들을 짓누르는 천마군림보의 힘에 저항하느라 김창훈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다음은 쉬웠다. 김창훈이 휘두른 주먹에 라이곤트들의 머리가 부서진다. 김창훈이 휘두른 발에 갈비뼈가 산산조각 나며 내장출혈로 죽는다.
두 번의 공격도 필요 없는 급소를 향한 일격필살의 공격들. 단 한 번, 손과 발을 움직일 때마다 라이곤트들이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렇게 약 1분이 지났을 때, 김창훈의 주위에 살아 있는 몬스터들은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김창훈은 천마군림보의 사용을 멈추고 나탈리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정리 다 끝났습니다. 드론으로 잘 보고 계시죠?”
- 예. 확인했습니다.
“제가 놓친 몬스터는 없고요?”
- 예. 모든 몬스터들이 불나들처방럼 김창훈 님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 근처에 살아 있는 생명체 반응을 보이는 것은 김창훈 님밖에 없습니다.
“잘 되었네요. 정리 끝났습니다. 그러니 전 돌아갈게요. 뒷정리 잘 부탁드립니다.”
-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어 버드를 빼고 숲을 나오자 자신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는 러시아 군인들을 보며 살짝 쑥스러움을 느낀 김창훈은 가볍게 인사를 한 후 나탈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탈리는 김창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방금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A등급 던전의 던전 브레이크를 무사히 막아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하였고, 이번 던전 브레이크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던전 브레이크로 나온 프로스트 자이언트와 라이곤트에 대한 처리 모든 비용은 김창훈 님에게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사양하지 않고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돈이 많아서 나쁠 것은 1도 없다. 특히 천마기를 어떻게든 올려야 하는 김창훈의 입장으로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보다 여기 일이 끝났으니 이제 다시 이동하도록 하죠. 다음은 옴스크였던가요?”
“예, 그러면 리무진에 타시죠.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편안하게 쉬면서 가시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들이 여기까지 오면서 타고 왔던 리무진에 다시 탑승하였다. 그리고 김창훈이 탄 리무진은 옴스크를 향해서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