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S등급 던전(3)
김창훈이 S등급 던전에 들어온 지 2주가 흘렀다. 이제 그는 완전히 이 곳에 익숙해졌고 유명인사가 되었다.
특히 A등급 헌터들이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나 토벌하기 힘든 지역을 찾아내 알려주면 곧바로 처리하는 그 강함에 많은 헌터들이 김창훈을 나이와 상관없이 존중하고 있었다.
“오늘은 좀 한가하네요.”
김창훈은 작전 본부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한쪽에 있는 여러 대의 모니터들을 바라보며 말하였고 그 근처에 앉아 있던 군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이런 나날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그동안 너무 정신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베이스캠프 주변이 깨끗해졌잖아요. 그러면 손해도 아니죠.”
“그건 그렇지만 힘들었습니다.”
“에이. 그 정도는 껌이죠. 아무리 군인이라고 하지만 헌터시잖아요.”
“하하. 저는 김창훈 헌터님과 같이 S등급 헌터가 아니라서 A등급, B등급 몬스터들이 몰려든다는 소식만 들으면 가슴이 덜컥거립니다. 좀 봐 주십쇼.”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책임지고 지켜 드릴테니까요.”
“물론 믿습니다. 실제로 2주 동안 사상자 한 명 없이 그동안 했던 토벌 임무들을 다 성공했으니까요. 이는 그 동안 지지부진하던 S등급 던전 공략에 있어서 아주 큰 성과입니다. 상부에서도 좋아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에게 딱히 떨어지는 것은 없지만요. 진심으로 어디 영약들이 가득한 밭이나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능력치가 전혀 안 올라요.”
“그 정도 수준이 되면 능력치 1 올리는 것이 매우 힘드니 어쩔 수 없죠. 아, 이건 D등급 헌터인 제가 말하기에는 조금 건방졌나요?”
“아닙니다. 옳은 표현이시죠. 확실히 힘듭니다. 도대체 다른 S등급 헌터분들은 어떻게 모든 능력치가 500을 넘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분들도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수련하셨죠. 오히려 김창훈 헌터님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른 겁니다. 대한 헌터 학교를 올해 졸업하셨는데 벌써 S등급 헌터시니까요.”
“아직 정식으로 면허증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요.”
“금세 인정받을 겁니다. 안 그래도 오늘 신문 보니까 김창훈 헌터님과 같은 경우를 생각하면 미리 S등급 헌터 면허증을 발급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더군요. 검성 님을 상대로 한 대련에서 승리한 것이 역시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사이클롭스들을 가볍게 처리한 것은 덤이고요?”
그 말에 군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김창훈 헌터님이 늦어도 5년 안에 S등급 헌터가 된다는 것에 저의 전 재산을 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실 것 없습니다.”
“우연이네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단지 저는 내년 안으로 받을 생각이지만요.”
“그렇게 되면 더 좋겠죠.”
그렇게 한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모니터들을 확인하고 있던 한 군인이 살짝 놀라며 급히 김창훈과 대화를 나누던 군인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하산 소령님! 34번 지역에서 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숫자는?”
“A등급 몬스터인 라이곤트입니다! 숫자는 총 7마리로 검을 든 라이곤트가 3명, 창을 든 라이곤트가 2명, 활을 든 라이곤트가 한 명, 방패와 둔기를 들고 있는 라이곤트가 한 명입니다!”
“라이곤트라. 귀찮은 거인들이 나타났군요.”
이하산 소령의 말에 김창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34번 구역이면 이번에 새롭게 정찰을 끝낸 지역이죠?”
“그렇습니다.”
“여기서 거리가 어느 정도 되죠?”
“80㎞ 정도 될 겁니다.”
“머네요.”
“예. 아직 이곳까지 오려면 한참 걸릴 겁니다. 그래도 미리 토벌대 겸 정찰대를 보내야겠네요. 라이곤트 무리가 온 이상 분명 어딘가에 이놈들의 마을이나 부락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걸 찾아내야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움직이고요?”
그 말에 이하산 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되겠죠. 넌 가서 헌터님들에게 알려라. 토벌대를 구성한다고. 몬스터들의 수하고 종류까지 확실하게.”
“예! 준장님!”
그리고 군인이 떠나자 김창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는 겁니까?”
이하산 준장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여기 있으면 작전 설명에 방해가 될 테니까요. 제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 주시면 됩니다. 저는 근처에 적당히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작전 본부를 나선 김창훈은 목책을 벗어나 이곳에 온 후 자신이 다른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자신만의 개인 수련장에 도착했다.
“후우. 이것밖에 할 일이 없구나.”
그 말과 함께 김창훈은 천마기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천천히 허공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재능이 없는 김창훈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수련 중 하나.
바로 기본기 훈련이었다. 정권 하나. 발차기 하나. 제대로 똑바로 힘을 담아서 한다. 이것들이 하나하나 쌓일수록 큰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본기 훈련은 평생 하는 거지.’
과거 자신에게 이 말을 해 주었던 한 무인의 말을 떠올리며 김창훈은 묵묵히 기본기 훈련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 * *
김창훈이 S등급 던전에 들어온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을 때, 김창훈을 찾아 온 사람이 있었다.
“그동안 잘 지낸 것 같네.”
바로 검성이었다. 그가 던전에 들어와 김창훈을 찾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창훈이 검성에게 인사를 하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어때? S등급 던전에서의 생활은?
“음. 평화롭고 무난합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주 대단한 활약을 했더라고, 후배. 이래서야 곧 S등급 헌터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니겠는 걸?”
“저는 솔직히 이미 S등급 헌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검성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요 녀석. 날 이겼다는 거냐?”
“예.”
“하하하. 그것도 그렇지. 솔직히 자신 있게 나섰는데 그렇게 져서 진짜 창피했어. 에휴.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 같더라고. 덕분에 나도 초심을 되찾고 열심히 수련 중이지.”
“검성 선배님 같은 분이 열심히 노력하면 저 같은 범인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날 이겨?”
“솔직히 저의 재능은 범인입니다. 그냥 스킬이 좋을 뿐이죠.”
“아무리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활용하는 것은 그 사람이야. 괜히 헌터들 사이에서 아무리 좋은 스킬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지.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라고, 후배. 후배는 매우 뛰어난 헌터니까.”
그 말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무려 그 검성으로부터 뛰어난 헌터라고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그는 검성으로부터 뛰어난 헌터라고 인정을 받은 것이었다.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긴 어떤 일로 오신 겁니까?”
“아. 후배님이랑 교대하려고 왔지. 아무래도 정식으로 S등급 헌터가 아닌 후배님이 이곳에 오래 있으면 여러 가지로 곤란하니까.”
“그 헌터청 청장님이 준비한다고 했던 일은 다 끝난 겁니까?”
“완전히 끝났지. 조용히 처리했다고 하는데 내가 듣기로는 A등급 헌터 수준의 범죄자들만 23명이 죽었다고 하더라. 누가 저승사자 아니라고 할까 봐 진짜 봐주는 것 없이 싹 다 죽였더라고. 생존자가 없어, 생존자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젓는 검성을 보며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김새현다운 성과였다.
“당장은 뒷정리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 못 하니 대신해서 고맙다고 말을 전해 달라고 하더라. 무서운 아저씨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의와 법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인데,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단지 조금 극단적으로 그 형벌을 진행하는 사람일 뿐이죠.”
“하하. 그렇게 봐 주니 그 아저씨도 좋아할 거다. 어찌 되었든 고생했다. 이제 그만 나가도 된다.”
“그렇군요.”
“섭섭한가 보네.”
“S등급 몬스터와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지 않으니까요.”
“S등급 몬스터 잡는 것이 재미있나 보네?”
“A등급 몬스터보다는 좋더라고요. 손맛도 확실하고. 솔직히 A등급 몬스터나 S등급 몬스터나 다 한 방이지만, 이왕이면 좀 더 손맛 있는 쪽을 잡는 것이 좋잖아요?”
그 말에 검성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 그 부분은 완전히 이해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나중에 하도록 해. 아직 너는 A등급 헌터니까. S등급 몬스터랑 싸우고 싶다면 빨리 S등급 헌터 면허를 받으라고, 후배. 나도 좀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4명이서 3개의 S등급 던전을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후배는 모를 거야.”
3개의 S등급 던전을 4명의 S등급 헌터들이 한 달씩 돌아가면서 그 던전에 머물며 던전 내부에 설치된 베이스캠프를 지킨다.
물론 한 명은 1달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대신 3달은 고생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박임로의 경우는 학교의 교장이라는 특수성과 자신의 제자인 검성에게 부탁해서 김창훈의 교육을 한동안 계속한 것이지.
만약 검성이 박임로의 부탁을 거절했다면 박임로도 꼼짝없이 3달은 S등급 던전을 전전해야 했을 것이다.
“어서 빨리 S등급 헌터가 되라고, 후배. 응원할 테니까.”
“무조건 내년 안으로 따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검성이 웃으며 말했다.
“응원한다.”
그리고 검성과 악수를 하고 난 후 김창훈은 자신의 집에서 챙겨 나갈 짐들을 챙긴 후 베이스캠프 내에 있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하였다.
그 후 S등급 던전의 포탈을 통해서 던전에서 지구로 돌아오자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 달 만에 뵙는군요.”
대한 그룹 회장이 직접 그를 마중 나온 것이었다. 이에 김창훈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말했다.
“회장님. 최대한 빠르게 A등급 던전들을 공략하고 싶습니다.”
김창훈의 말에 대한 그룹 회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저는 안에 있는 몬스터 부산물들을 제대로 가지고 나올 수 없을 겁니다. S등급 몬스터인 던전 보스의 시체는 온전히 챙겨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다른 몬스터들의 시체는 아마 없을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헌터님이 S등급 헌터가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기업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런 계약이기도 했으니까요.”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현하였다. A등급 몬스터 시체면 아무리 못 받아도 5억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다 포기한다는 말에 동의해 주는 기업의 회장이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더 큰 이득을 위해서 하는 투자이자 포기이지만 그래도 당장 눈앞의 거금이 날아가서 생기는 손실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대한 그룹 회장이 흔쾌하게 허락하였으니 이는 그만큼 기대를 한다는 의미도 있었고 김창훈을 밀어 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A등급 던전을 확보하는 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S등급 헌터 시험을 보기 위한 최소한의 실적 쌓기를 위해서 대한 그룹 전체가 김창훈을 돕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