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S등급 던전(1)
“이번에 내가 갑자기 자네를 부른 것은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야.”
“도움이요?”
“그래.”
그 말에 김창훈은 의아했다. 김새현은 S등급 헌터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조차 여차하면 잡아넣을 수 있는 권한과 권리를 가진 존재다.
나는 새를 떨어트리는 정도가 아니라 새가 날아가는 것을 허락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남자가 바로 이 남자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니 김창훈으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조금 놀랐나 보군.”
“아무래도 그렇죠. 헌터청이 가진 힘과 김새현 청장님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습니까? 저는 어떤 연줄도 없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힘이 있지 않은가?”
“힘이라고 하시면…….”
“자네가 가진 그 무력. 그걸 좀 빌려주었으면 하네.”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가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 말은 이번에 헌터청에서 잡아야 하는 범죄자가 S등급 헌터 수준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런 자와 제가 싸운다면 분명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그러니 오히려 청장님이 직접 나서는 편이 더 좋지 않습니까?”
“아. 물론 그렇지. 내가 말한 무력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바로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필요하다는 거야.”
“몬스터요?”
“그래.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들은 알아서 몸을 사려. 괜히 크게 날뛰다가 거리면 나한테 죽을 수도 있거든.”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범죄자들을 보면 일반인이면 죽이지는 않으나 반불구로 만들고, 헌터라면 그 즉시 처리하는 잔혹한 손속으로 유명한 김새현이다.
오죽하면 김새현에게 잡힐 바에는 깔끔하게 자살하는 편이 더 좋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내가 자리를 비우면 분명 날뛸 놈들이 있어. 그놈들이 아직 완벽하게 위치 파악이 안 되어서 못 잡아들이고 있는데 위치 파악이 끝나면 무조건 내가 처리할 거야. 그걸 위해서라도 나는 당장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어.”
“혹시 저보고 S등급 던전에 가라는 말씀이십니까?”
“정확해.”
국가 헌터청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치안의 확립과 법질서의 수호였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하는 일은 다른 헌터들과 같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일이었다.
“자네도 알지만 대한민국에 있는 S등급 던전은 총 3개야. 그중 하나의 던전에서 위급 신호가 올라왔어. 문제는 그걸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일 수 있는 S등급 헌터가 없다는 거야.”
“검성께서는…….”
“다른 S등급 던전에 갔지. 헌터 협회의 협회장인 마이클 킴은 나랑 같이 대기 중이고. 박임로 교장 선생님은 또 다른 S등급 던전에 갔어. 결국 지금 위급 신호를 보낸 S등급 던전에 갈 S등급 헌터가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지 않나?”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알겠지만, S등급 던전은 그 크기가 너무 커. 최소로 잡아도 일본의 열도 전체 면적보다 크니 한반도보다도 크지. 그렇기에 S등급 던전은 베이스캠프를 만든 후 천천히 주위를 점령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던전은 상당히 많은 관찰이 이루어진 곳이야. 그렇기에 지금까지 구축한 베이스캠프를 잃는다면 그 손해가 너무 커. 그러니 반드시 지켜야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움직일 수 없어. 아까도 말했지만 이 나라에 있는 큰 놈이 언제 움직일지 모르거든. 그러니 자네가 움직였으면 하는 거야.”
“하지만 저는 A등급 헌터입니다.”
“그렇지만 S등급 헌터를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는 힘을 가졌지. 자네도 알겠지만 A등급 헌터가 S등급 헌터와 함께 무조건 S등급 던전에 들어가라고 하는 이유는 그 던전이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반대로 A등급 헌터라도 S등급 던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문제없지.”
“그런 규정도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알려진 규정은 아니지. S등급 헌터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진 A등급 헌터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자네가 최고이고.”
“그렇군요…….”
“그러니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이건 분명 자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이번 일을 무사히 잘 해낸다면 자네에게 필요한 실적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야.”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금의 자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나?”
“저에게요?”
“그래. S등급 몬스터 여러 마리와 싸울 수도 있어. 그러니 자네도 단단히 준비를 해야지.”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약이나 독약을 주십쇼.”
“요즘 들어서 대한 그룹에서 열심히 영약과 독약을 쓸어가고 있었는데 그 원인이 자네였나 보군.”
“예. 제가 사용하는 무공은 그 엄청난 힘만큼이나 내공 소모가 매우 큽니다. 그러니 내공이 많아야 합니다.”
“어느 수준에 오르면 더 이상 영약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아직까지는 큰 도움이 됩니다. 도움이 안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영약이나 독약. 그 이외에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장비는 지금 사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가. 그러면 그 방식으로 자네를 지원해 주도록 하지. 더 필요한 것은 없다고 한 사람은 자네니까. 그 점은 확실히 해 두자고.”
“물론입니다. 대신 영약과 독약은 확실하게 챙겨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헌터청 내에서 독약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헌터가 있어. 그가 만든 비장의 독약들을 준비해 두지. 아주 강력한 놈들이야. 그러니 자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감사합니다. 그러면 전 언제 떠나면 됩니까?”
“지금 당장.”
“예?”
“여기서 차를 준비해 두지. 차 안에서 가면서 가족들과 통화하도록 해. 던전 안에 들어가면 외부와 연락 수단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니까. 자네의 필요한 옷들은 우리가 집에 들러서 챙겨다 던전 안으로 따로 보내주지. 아니면 내일 가겠나?”
“한시가 급한가 보군요.”
“그렇지.”
그 말에 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떠나도록 하죠. 영약하고 독약도 잘 챙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에 김새현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이건 내가 자네에게 하나 빚을 진 거야. 그러니 나중에 사용하게나.”
“꼭 필요할 때 사용하겠습니다.”
“그러게나. 아, 미리 말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후에 봐달라고 하는 것은 봐줄 수 없어. 그래도 최소한 바로 죽이지는 않겠네.”
그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 웃음에 김새현은 웃으며 말했다.
“호오. 마치 해 볼 수 있으면 해 보라는 모습이군.”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자신 있는 김창훈의 말에 김새현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남자라면 그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지. 자네가 정말로 그럴 실력이 되는지 보고 싶으나, 아쉽게도 시간이 없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대련 한 번 해 보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움직이지.”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은 헌터청에서 준비해 둔 차를 타고 S등급 던전이 있는 곳으로 떠나며 핸드폰으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헌터청에서 사람이 찾아가도 당황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S등급 던전에 간다는 말을 하자 부모님은 걱정을 하였으나 김창훈은 그런 부모님에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였다.
실제로 자신 있었기 때문이었다. S등급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으니 이번 제안을 수락한 것이었다.
그렇게 부모님과 통화를 끝낸 다음에는 대한 그룹의 회장과 전화를 하였다. 갑작스럽게 S등급 던전에 가게 되었다는 말에 그도 당연히 난리가 났다.
그래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S등급 던전에 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헌터청을 통해서 아공간 가방을 보내 주겠다는 말을 하며 더 필요한 것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이에 필요한 것이 생기면 그때마다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S등급 던전에 들어가서 아예 나오지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한 그룹 회장도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사람을 보내라는 말을 하였다.
그렇게 모든 전화 통화를 끝내고 약 2시간 정도 이동하였을 때 김창훈은 S등급 던전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근처에는 각종 물자들이 쌓여 있었고 S등급 던전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혹은 거기서 나온 헌터들이 각종 몬스터들의 시체나 물건들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창훈이 차에서 내리자 헌터들은 김창훈을 알아보고는 그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사실에 의아해하였다. 김창훈이 강하다고 하지만 아직 A등급 헌터이기에 그가 팀도 없이 S등급 던전의 앞에 나타난 것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 남성 한 명이 다가와 김창훈에게 말했다.
“청장님으로부터 연락 받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성과 함께 김창훈은 S등급 던전의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나무로 만들어진 여러 개의 집들이었다.
“보다시피 이곳은 베이스캠프입니다. 주위에 산이 있어서 나무들이 많아 그것을 자원으로 활용해서 이렇게 집들을 만들었죠.”
“베이스캠프는 어느 정도의 크기입니까?”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정확한 크기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단지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이들의 수는 평균적으로 3,000명 정도 됩니다.”
“적은 숫자는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위급하다고 한 거죠?”
“직접 보시는 편이 빠르시겠죠.”
그리고 남성은 김창훈을 이끌고 천막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각종 기계들이 있었다.
“드론을 통해서 모니터링을 하는 기계들입니다. 던전 내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 처리된 것들이죠.”
던전 내부에서 일반적인 전자기기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특수한 공정을 거쳐 ‘마나’로 코팅이 된 기계들은 사용이 가능했다.
단지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던전 내부에서 전자기기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만 해도 큰 이득이기에 S등급 던전을 공략하는 국가라면 반드시 필수적으로 만들고 있는 장비들이기도 했다.
“이 영상을 봐 주시겠습니까?”
남성은 모니터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영상이 하나 재생되었는데 그 영상에서는 3마리의 몬스터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틀 전에 찍힌 영상으로 이곳으로부터 약 100㎞ 정도 떨어진 무인 카메라가 잡은 모습입니다. 보다시피 천천히 이동하고 있기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저희 계산으로는 늦어도 4일 안에 이곳으로 도착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이클롭스죠?”
“예.”
17m의 큰 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전설의 거인 괴물이자 S등급 몬스터. 사이클롭스 3마리가 베이스캠프를 향해서 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면 긴급 상황이지.’
급하게 자신의 도움을 요청한 이유도 납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