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천마 김창훈(2)
“자, 그러면 이야기를 해 볼까. A등급 던전을 가는 것은 알겠는데, 자네의 활동 방법이 문제겠지.”
그 말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진 스킬이 다른 헌터들과 함께하기에 적합하지가 않습니다. 이 부분이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우리 내부에서 말이 나오고 있네. 자네와 함께 할 A등급 던전 공략 팀들이 다 우는 소리를 하고 있거든.”
그렇게 말하며 대한 그룹 회장이 한숨을 쉬었다.
“우리 길드에서 최고로 강력한 이들을 지원해 주고 싶지만, 그들도 3일 전의 전투를 봤어. 그렇기에 자신들이 함께 가 봐야 방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그렇다고 나중에 뒷정리만 한다면 그들의 자존심이 또 그걸 용납하지 않는단 말이야.”
“그러면 결국 솔로잉이겠군요.”
“자네가 원한다면 어떻게든 팀을 만들어 줄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아무래도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어.”
그 말에 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S등급 헌터들은 다른 헌터들과 함께할 수도 있지만 반은 그것이 힘들었다.
‘천마군림보가 힘 조절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지.’
나날이 강해지기만 하는 천마군림보다. 던전 안에서는 김창훈의 밥줄 스킬이기도 했는데 그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다니라고 하면 오히려 김창훈이 더 불안했다.
“어쩔 수 없지요. 어차피 저도 솔로잉을 하겠다고 말씀드리려고 왔는걸요.”
“그러면 다행이군.”
“예. 하지만 A등급 던전은 다른 던전들과 그 크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
A등급 던전의 대략적인 크기는 경기도만 한 크기였다. 그곳에서 보스 몬스터를 찾아서 죽여야 던전이 사라진다. 그렇기에 하루이틀 만에 다 잡을 수 없었다.
“S등급에 비하면 작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작은 크기는 아니지.”
“그래서 그런데 장비들을 좀 더 지원받았으면 합니다.”
“물론이지. A등급 던전에 자네 혼자 가야 하니 아공간 가방을 넉넉하게 챙겨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몬스터들의 시체에 대한 이야기인데…….”
대한 그룹 회장의 말끝이 길어지자 김창훈은 잠시 고민했다. 몬스터의 시체는 돈이다. 특히 A등급 던전에서 나오는 A등급 던전의 몬스터들은 그 몬스터의 종류에 따라서 한 마리의 가격이 100억이 넘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그러니 그 몬스터들의 시체를 던전 안에 버려두고 오는 것은 엄청난 돈 낭비였다.
“제가 최대한 챙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리할 필요는 없네.”
“아닙니다. 회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몇몇 시체들은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물론 김창훈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천마군림보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몬스터는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몸이 짓눌리며 그 시체가 엉망이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반대로 천마군림보를 어느 정도 버티는 몬스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등급 몬스터라면 어느 정도 버틸 거다.’
천마군림보의 힘으로 A등급 몬스터를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강기를 사용하여 깔끔하게 죽인다. 그것이 반이 생각한 몬스터의 시체를 최대한 온전하게 챙기는 방법이었다.
“단지 저도 처음이기에 얼마나 많은 온전한 시체를 가지고 올 거라고 확신 드리기는 힘듭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네. 차차 하다 보면 익숙해질 테니 말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네가 무사히 던전을 클리어 하는 걸세. 그것 하나만 신경 써 주게나. 나머지는 다 무시해도 괜찮으니까.”
대한 그룹 입장에서는 김창훈이 몬스터 시체도 신경 써주는 것이 고맙기는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시체가 아니다.
바로 김창훈이 S등급 헌터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고 김창훈이 S등급 헌터가 되는데 성공만 한다면 얼마든지 손해는 감수할 생각이었다.
S등급 헌터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한 그룹 정도 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이었다.
‘S등급 던전에 참여만 할 수 있게 된다면 모든 손해는 메꿀 수 있다.’
S등급 던전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S등급 헌터가 그 무리에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S등급 던전이 나타나도 특정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이 던전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불공정하다는 말도 있었으나, 죽으면 다 끝이라는 협회의 강력한 의지에 그들도 할 말이 없었다. S등급 던전에는 S등급 몬스터가 여러 마리가 있다.
그런 곳에 A등급 헌터들만 갔다가는 운이 없으면 다 전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취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김창훈 헌터는 S등급 승급 시험은 이미 합격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조건만 맞추면 됩니다.”
S등급 승급 시험은 무조건 1 대 1로 S등급 헌터와 싸워야 했다. 그래서 최소 비등한 수준의 힘을 보여야만 승급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검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김창훈은 S등급 승급 시험은 합격이 보장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단지 문제는 S등급 승급 시험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김창훈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만, 단기간에는 불가능합니다. 던전을 클리어하는 일이야 생각보다 쉬울 것 같지만.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최대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말이 나와서 그런데, 제가 가진 돈을 좀 더 드리겠습니다. 그것들로 괜찮은 영약들을 구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독약도 환영합니다.”
“물론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오늘부터 솔로잉을 하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예. A등급 던전이 할당된다면 제가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원 장비들은 그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도 한 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들이 너무 귀찮게 굽니다.”
“그 하이에나들은 언제나 그런 놈들이죠. 알겠습니다. 자리를 한번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창훈이 이제 슬슬 이곳을 떠나려고 할 때 비서가 들어오며 말했다.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회장님. 급한 연락입니다.”
“급한 연락?”
“예. 김새현 청장님으로부터 연락입니다.”
“김새현 청장이? 갑자기 왜?”
“저도 잘은 모르지만 지금 김창훈 헌터님을 꼭 만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서의 말에 김창훈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저를요?”
“예. 김창훈 헌터님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고, 자세한 것은 국가 헌터청 본부로 직접 오시면 설명해 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비서의 말에 대한 그룹 회장이 김창훈을 바라보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가겠다고 전해 주십쇼.”
“알겠습니다. 그러면 차를 대기시켜 두겠습니다.”
“그냥 저 혼자 가도 됩니다.”
그 말에 대한 그룹 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기자들 때문에 머리 아프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지하에 있는 차들 중 하나를 타고 가는 것으로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기자들에게 시달리는 일을 피해서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습니까?”
그런 대한 그룹 회장의 말에 김창훈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도 기자들에게 시달리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에 대한 그룹 회장의 말을 수락하였고 곧 차량이 준비되었단 말을 비서가 하자 김창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예. A등급 던전에 대한 모든 것은 제가 다 직접 처리할 테니 안심하고 다녀오십시오. 미리 말을 해두었으니 집까지 안전하게 모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온 김창훈은 지하에 준비된 차량을 타고 대한민국 국가 헌터청 본부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헌터들을 관리하는 곳이다. 헌터들의 면허는 국제 헌터 연합에서 발행하지만 그 헌터들의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각 국가에 있는 국가 기관들이었다.
헌터라고 하지만 그들 또한 그 나라의 국민들 중 한 명. 그렇기에 당연히 법을 지켜야 했고 그 법을 어긴 이들을 전문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바로 이 헌터청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헌터들을 전문적으로 사냥한다고 불리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헌터들로서는 이들이 자신들을 부른다면 일단 겁부터 먹고 시작하기도 했다.
단순히 법적으로 강한 권한을 가진 것을 넘어서 이들은 여차하면 헌터들을 사살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으니 당연했다.
“직접 오는 것은 처음이네.”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한 후 지하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올라 온 김창훈은 일단 직원을 통해서 약속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려고 하였는데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여성 한 명이 김창훈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김창훈 님 맞으십니까?”
그 말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성이 말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청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린 이들은 청장실이라고 크게 쓰인 문 앞에 서서 여성이 노크를 하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문을 열자 자신의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저 남자가 김새현 청장.’
대한민국 최연소 S등급 헌터는 검성이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가장 어린 S등급 헌터가 바로 지금 김창훈이 바라보고 있는 김새현 청장이었다.
헌터가 된 이후로 바로 헌터청에 입사를 한 후 혁혁한 공들을 세워 나가며 불법을 저지른 헌터들에게는 저승사자라고 불릴 정도로 모든 범죄에 단호한 대처를 한 남자다.
그만큼 그를 노리는 적들도 많았으나, 김새현은 그 모든 적들을 다 제거하고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김새현이 청장이 된 후로 헌터청의 힘은 나날이 강해졌고.
지금에 와서는 대한민국의 헌터 업계를 3등분 하고 있는 거대 세력의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오, 왔군. 앉게나, 앉아. 이거 갑자기 불러서 미안하게 되었네.”
저승사자라는 별명과 다르게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김새현의 말에 김창훈 또한 일단 웃으며 말하였다.
“감사합니다.”
“응. 아, 마실 것 혹시 필요하나?”
“괜찮습니다. 대한 그룹 본사에서 이미 마시고 왔습니다.”
“좋은 걸 마셨구만. 아. 그만 나가봐.”
“예. 청장님.”
그리고 여성이 방에서 나가자 김새현 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김창훈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당황했지? 갑자기 내가 불러서 말이야.”
“예. 솔직히 조금 그렇습니다.”
“음음. 이해해. 헌터로서 갑자기 우리가 부른다면 일단 덜컥 할 테니까. 하지만 나쁜 일로 부른 것은 아니니 안심하게나. 아니면 나쁜 일이라도 저질렀나? 내가 불렀다는 사실에 겁먹을 정도로.”
얼굴은 웃고 있으나,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그 기묘한 모습에 김창훈은 소름이 돋았다.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 일 없습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나는 이제 막 뜨는 후배를 감옥에 넣고 싶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그러지 말게나, 후배.”
“물론입니다.”
그 말에 김새현은 미소 지었다. 아까보다 더 차가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는 의미가 담긴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