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천마 김창훈(1)
엄청난 이변이었다. 최연소 S등급 헌터. 천재라고 불리며 하나의 스킬을 극한으로 익히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 준 노력의 상징이기도 했던 인물.
그런 그가 패배했다. 그것도 올해 대한 헌터 학교를 졸업한 20살의 청년에게 말이다. 전 세계에서 이 모든 것을 생중계로 본 모든 이들은 그 충격에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에 두 사람이 보여 준 모습만 해도 엄청났다. 검성이야 당연히 대단했고 그런 검성을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는 싸움을 하는 김창훈도 대단했다.
그러나 검성이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검성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가진 스킬인 연속베기. 그 간단한 스킬 하나에 무너진 헌터들이 몇이고 그 스킬 하나에 죽은 몬스터가 몇인가?
이번에도 그 불쌍한 제물이 추가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김창훈은 잘 버텼다. 그 사실에 오히려 사람들은 김창훈의 실력에 더욱 감탄했다.
잘만 하면 검성의 최연소 S등급 헌터 기록을 그가 갱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검성이 자신의 최후의 일격을 사용했을 때, 사람들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검을 한 번 휘둘러 수천 개의 참격을 만들어 내는 검성이 가진 최후의 비기. 사람들은 이것을 ‘심검’이라고 불렀다.
검은 한 번 휘둘렀으나, 그의 의지에 따라서 수천 개의 참격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심검이 나타났을 때 김창훈은 저항했다.
김창훈의 전신에서 뿜어진 검은색의 내공이 허공에서 그 수천 개의 참격에 대응할 수만의 검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힘의 충돌의 결과는 놀랍게도 검성의 패배였다. 검성의 필살기라고도 불리는 심검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성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심검을 사용했다.
진짜 강한 몬스터와 싸우듯이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다. 그리고 김창훈도 이에 맞춰서 대응하였다. 아까와 똑같지만 더욱 강하고 더욱 많은 숫자의 검은색 검들을 만들어서 발사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검성의 패배였다. 수천 개의 검은색 검들이 검성을 덮치기 직전에 빛과 함께 나타난 박임로가 그를 구하지 않았다면 검성이라도 무사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그렇게 승부가 끝나자 얼떨떨해하면서도 기자들은 흥분해서 외쳤다. 새로운 S등급 헌터의 탄생이라며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록 A등급 승급 시험이라고 하지만 S등급 헌터를 상대로 1 대 1로 싸워서 이겼다. 그러면 그건 S등급 헌터라고 불러야 맞는 것이었다.
서로 어떠한 수단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싸워서 난 승패였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 싸움에서 패배했다고 할 수 있는 검성마저 이 사실을 인정했다. 박임로가 나타나서 자신을 구해 주지 않았다면 자신이 먼저 장비에 있는 힘을 사용하여 도망쳤을 거라고.
그리고 마나를 모두 소모하여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으니 결국 자신의 패배라고. 물론 그것은 상대인 김창훈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무슨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공간이동 장비를 사용했으니 패배는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직접적으로 김창훈이 검성을 때려눕힌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었으나 그런 의견은 소수였다. 검성 본인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는데 누가 뭐라고 할 건가?
심지어 그 자리에 있던 다른 2명의 S등급 헌터인 박임로와 마이클 킴조차 검성의 패배라고 하였으니 남들이 더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그렇게 2020년 6월 23일. 김창훈은 A등급 헌터 시험에 합격하며 공식적으로 그의 이름 앞에 ‘천마’라는 단어가 코드네임처럼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 * *
“천마기의 양이 많으니까. 회복하는 것도 오래 걸리네.”
검성과 대련 이후로 3일 동안 김창훈은 자신의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검성을 상대로 승리한 것으로 인해서 언론이 난리가 난 것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천마기를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천마기의 양이 많다 보니 아무리 천마기의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도 모든 천마기가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바로 3일째 되는 날 오늘 아침. 비로소 모든 천마기가 다 회복되었다.
‘그래도 수확은 있다.’
천마기를 이렇게 바닥까지 사용한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천마기를 회복하는 도중에 천마기 능력치가 무려 1 상승했다.
영약을 먹지 않고도 천마기를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단 사실에 김창훈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었다.
“이제 좀 나가 볼까.”
A등급 헌터 시험에 합격했으니 당연히 헌터 면허증을 갱신받아야 했다. 그리고 이것은 오로지 본인이 와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아직 김창훈의 면허는 B등급 헌터가 사용하는 면허증이었다.
“어? 나왔네.”
방에서 나온 김창훈을 보며 소파에 앉아 있는 그의 동생이 말하자 김창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모님은?”
“나가셨어.”
“또?”
“응. 형 때문에 바쁜 것 같더라. 이런저런 모임에 자주 불려 나간다고 하네.”
“나가서 이상한 이야기 듣고 오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
“누가 감히 천마 김창훈의 부모를 건드려?”
그 말에 김창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평범하게 불러라.”
그 말에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천마래, 천마. 와, 소름 돋는다. 내 형이 그런 중2병 별명이 붙을 줄이야.”
“닥쳐. 내 스킬 때문이잖아. 나보고 어쩌라고?”
“스스로 천마신공 몇 초식이라고 말하면서 스킬을 사용할 때 진짜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들었다, 형.”
이에 김창훈은 검성과 싸울 당시 너무 흥이 올랐던 것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자신이 생각해도 창피하기 때문이었다.
“어우. 나는 그런 흑역사가 없어서 다행이야. 이제 형 그 흑역사 평생 박제야.”
“닥쳐라. 확 찍어 누르기 전에.”
“헌터가 일반 시민을 공격한다고? 헐, 대박. 당장 뉴스에 신고해야지. 천마 김창훈. 시민을 공격하다! 크으, 톱 뉴스 장식, 켁!”
말을 하던 동생의 뒤로 이동해 동생의 머리에 친절하게 헤드록을 걸어 주는 김창훈.
“꼭 맞아야 정신 차리지.”
“아파!!!! 아프다고! 이 무식한 놈아! 나 각성 안 한 일반인이라고! 아악!!! 머리 깨진다! 머리 깨진다!!!!”
난리치는 동생의 말을 무시하고 10초 정도 더 쪼이다가 풀어주자 김창훈의 동생은 소파에 누워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무식한 놈! 네놈은 힘만 쎈 고릴라냐!!!”
“그 고릴라한테 두개골 뽀각 당하고 싶냐?”
김창훈의 말에 동생은 고개를 돌린다. 한다면 하는 김창훈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쯧. 나 나간다.”
“어디?”
“면허 재발급 받으려고.”
“아파트 앞에 사람들 우글우글 하더라. 조심해서 가는 게 좋을걸.”
“어딜 가도 내가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러니 신경 꺼라. 너랑 다르게 이 형은 인기인이다.”
“그런 흑역사를 만들고 인기인이 되는 거라면 나는 패스, 아악! 머리!!! 머리 깨진다!!!!”
동생의 머리를 가볍게 만져 준 후 김창훈을 집을 나섰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다른 헌터들도 사는 아주 고급스러운 곳.
그렇기에 경비는 잘 되어 있었고, 부모님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단지 나가고 나서가 문제였다.
“사람 봐라.”
아파트에서 나가는 정문. 그곳에는 경비병들 때문에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하지만 한쪽에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김창훈 헌터님!”
“여기 잠깐 봐 주세요!!!”
“질문 하나만! 질문 하나만 하면 됩니다!!!”
손을 들며 난리치는 기자들을 보며 김창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용히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 후 땅을 박차자 높이 점프한 김창훈은 기자들의 머리 위를 넘어서 근처의 작은 상가 건물의 옥상에 착지했다.
“기자회견은 나중에 따로 정식으로 할 테니 그만하시고 다들 돌아가세요!”
기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난 후 김창훈은 다시 다리에 힘을 주며 건물 옥상들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기자들을 피해서 움직였다.
“좋구만.”
어린 시절. 건물을 보며 자신이 점프해서 저 건물의 옥상에 올라갈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 적 있는가?
혹은 하늘을 직접 날아다닌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은 어떤가? 거기에 대한 답에 김창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상쾌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런 상쾌한 기분으로 면허를 발급해 주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 건물 앞에 도착한 김창훈은 수많은 기자들을 보며 한숨을 쉬어야 했다.
상쾌한 기분이 다 날아가는 것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헌터가 되어서 저들을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고난이시네요.”
1층에 있는 직원이 김창훈을 보며 말하자 김창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면허 재발급은 어디로 가면 되나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직원이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서 상자를 열어 보이자 그곳에는 A등급 헌터 면허증이 김창훈의 이름으로 쓰여 있었다.
“기자들 때문에 귀찮을 텐데 미리미리 준비해 두라고 협회장님이 말씀하셨기에 제가 가지고 있었거든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협회장님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예. 그리고 협회장님이 꼭 전해 달라고 하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전해 달라고 하는 말씀이요?”
“예. 얼른 실적을 쌓아서 S등급 헌터 승급 시험을 보라고 하시네요.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노력하겠다고 전해 주십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헌터 협회 건물을 나선 김창훈은 기자들을 뒤로 하고 다시 하늘로 뛰어 오르며 건물 옥상을 발판 삼아서 이동했다.
“기자회견 한번 해야겠네. 이거 기자들 때문에 죽겠어.”
기자회견을 한번 하면 그래도 좀 잠잠해질 거라는 기대를 하며 그는 대한 그룹 건물로 향하였다. A등급 헌터 면허를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A등급 던전에 가야 할 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한 그룹의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 * *
“오. 기다리고 있었네! 지난 3일간 푹 쉬었나!”
대한 그룹 회장이 사용하는 회장실. 그곳에 김창훈이 들어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대한 그룹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와 함께 김창훈을 맞이하며 말했다.
“예. 잘 쉬었습니다. 그보다 제가 온 이유는.”
“물론 잘 알고 있지. A등급 던전에 가기 위해서 아닌가?”
“예.”
“쯧. S등급 헌터도 이긴 힘을 가지고 있으나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S등급 헌터로 인정은 불가능하다니. 협회도 유도리가 없어, 유도리가.”
그 말에 김창훈은 그저 미소 지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로 헌터들의 사망률이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 덕분에 실력도 없는 놈들이 등급이 높아질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저 아쉬워서 그래. 아쉬워서.”
“너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곧 저는 S등급 헌터가 될 테니까요.”
“그렇지. 아 참. 손님을 너무 세워 두고 있었군. 앉게나. 마실 것은 무엇이 좋겠는가?”
“그냥 물이면 됩니다.”
“알겠네.”
그리고 비서를 불러 냉수 한 잔을 가져오게 한 후 김창훈과 대한 그룹 회장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