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승급 시험(2)
바다를 가르고 나아가던 검은색 불꽃. 그것을 본 이들은 기겁하였다. 특히 그 불꽃이 나아가는 방향에 있던 선박들은 급히 선박을 이동하려고 했으나 당연히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A등급 헌터들이 나서서 미리 스킬을 사용하며 그 불꽃을 막으려고 했으나 그들의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쯧. 이거 거리를 더 벌려야 했군.”
그때 허공에 나타난 박임로. 그는 혹시 몰라서 챙겨 온 자신의 모든 장비들을 착용한 상태에서 김창훈이 만들어낸 검은색 불꽃의 앞을 자신의 마법으로 막아내었다.
폭음과 함께 바다가 요동을 쳤지만 그래도 인명 피해가 나는 것은 막았기에 그것으로 만족하며 박임로는 무인도를 보았다.
애초부터 작은 섬이었던 무인도지만 방금 그 공격으로 무인도의 20% 정도 되는 면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강기에 씌워진 검을 들고 있는 한 명의 남자. 검성밖에 없었다.
“방금 건 진짜로 위험했어. 후배.”
검성은 자신이 막아냈던 힘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렀다. S등급 헌터인 자신도 쉽게 막아내지 못했다. 아니, 온전히 막아내지 못했다고 해야 한다.
만약 그 모든 힘이 한 점에 집중되었다면 자신이라고 해도 정말로 위험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러면 이제 선배로서 무언가 보여 주어야겠지.”
땅을 박찬 검성의 검이 김창훈의 정수리를 겨누었다. 검성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 그는 김창훈과 같은 희귀한 분류인 자연 각성자였다.
그 당시 그가 가진 스킬은 딱 하나였고. 그 하나를 연마하며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검술을 쌓아서 자신만의 전투 방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남자가 바로 검성이었다.
“연속베기.”
아주 간단한 스킬이다. 그저 연속해서 휘두르는 것이 전부인 스킬. 하지만 검성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20년을 넘게 이 스킬 하나만 단련했다면 어떨까?
그러면 이 단순한 스킬은 이렇게 변화한다. 김창훈의 모든 시야에 가득 찬 검. 검의 환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저 하나하나가 전부 ‘진짜’ 참격이다. 속도의 빠름을 넘어서 환영마저 진실로 만들어 버리는, 검성이 가진 유일한 스킬 연속베기를 극한까지 단련한 고유 스킬이었다.
“천마붕산권!”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김창훈은 주먹을 뻗는다. 하나하나가 진짜 참격이다. 그러니 쳐내겠다는 생각은 버린다. 애초에 가능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힘으로 다 부순다면!’
김창훈의 주먹과 검성이 만든 수많은 참격이 충돌하자 다시 한번 무인도가 크게 흔들리며 그 힘의 여파로 인해서 발생한 파도에 떨어져 있던 이들의 배가 크게 흔들린다.
“좋은 힘이야! 후배! 하지만 부족해!”
천마붕산권을 정면으로 받은 검성의 검은 잠깐 멈칫하였지만 곧 천마붕산권을 베어 내며 앞으로 나아가 김창훈의 몸에 닿으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검성의 검을 보며 김창훈은 천마뇌절각을 사용하여 빠르게 이동하여 검성의 공격 범위에서 빠져나가며 동시에 발을 휘둘러, 천마뇌절각의 힘을 원거리 공격으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그 공격 또한 무수히 많은 참격으로 베어 내며 사라지게 만든 검성은 여전히 검을 쥔 상태로 김창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위도 쉬지 않고 떨어지는 물방울에 파이는 법. 하물며 내가 휘두르는 검이다. 그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후배.”
“그렇게 보이네요.”
‘천마파천장, 천마뇌절각, 천마붕산권. 다 무용지물이다.’
역시 S등급 헌터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김창훈은 조금 더 강한 초식을 사용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주먹을 쥐었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더 강해지면 아저씨도 조금 힘든데. 너무 강하게는 하지 말자고, 후배.”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주먹을 뻗었다.
“천마대멸겁!”
과거 대한 그룹의 비밀 연구소를 파괴했던 천마의 또 다른 힘이 검성을 향해서 뿜어진다. 순수한 어둠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검성은 온힘을 다해서 검을 휘두른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검을 휘두르는 것이 전부. 그 하나에 모든 것을 걸어 왔고 그 하나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
‘연속베기 - 일천.’
검성의 손이 움직이며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순식간에 1천 번 휘둘러진다. 스킬을 넘어서 이능이나 기적이라고도 불리는 검성의 진정한 힘이 발휘된다.
검성의 앞에 가득한 참격과 어둠이 충돌하며 무인도가 흔들린다. 두 힘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계속 힘을 겨루다가 결국 승자가 정해진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참격과 다르게 천마대멸겁은 한 번 사용된 이후로 계속 힘만 소모하고 있었으니 천마대멸겁이 결국 먼저 사라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동시에 검성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기 위해서 곧바로 검강 수십 개를 날려서 김창훈을 노리자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강들을 보며 김창훈은 양손과 발에 천마기로 이루어진 강기를 만들어 검성의 검강들을 쳐냈다.
손과 발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힘에 김창훈은 계속 뒤로 밀려났으나, 몸에 다친 곳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는걸. 그보다 몸에 좋은 걸 많이 먹었나봐. 내공이 많이 늘어났는데?”
“그렇죠. 그보다 선배님 마나가 많네요. 검강을 계속 유지하고 계신데요.”
“특성하고 장비빨이지. 내가 좀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거든. 그보다, 내가 계속 밀리기만 해서 이거 영 선배로서 체면이 서지 않아. 그러니 후배. 이번에는 내가 공격을 가져갈 거야. 미리 말하지만, 죽지 마.”
분위기가 한층 더 날카로워진 검성의 검이 움직인다. 허공을 가르는 일 검. 하지만 그 일 검 속에서 수백, 수천 개의 참격이 담긴다.
그리고 그 엄청난 수의 참격들이 무인도를 완전히 조각조각 내며 김창훈을 향해서 다가온다.
‘피하지 못한다. 그러면 막는다?’
강기를 사용한 상태의 천마파천장을 사용한다면 막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천마기가 아직 여유가 있어. 그렇다면 나도 여기서 승부를 걸어본다.’
검성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이라고는 말 못 하지만 그래도 그에 준하는 공격을 하였다. 그렇다면 그도 그에 맞춰서 나서야 했다.
“천마신공 제7초식.”
천마기가 사방으로 퍼진다. 하늘과 땅, 바다까지. 천마기가 모든 곳을 장악하고 그 모든 것을 느끼며 김창훈이 손을 들어 올린다.
“천마만상.”
사방에 퍼진 천마기가 뭉치며 검이 된다. 검은색의 검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상태로 김창훈이 손을 내리자 주위에 있던 검은색의 검들이 일제히 검성을 향해서 쏘아진다.
그리고 검성이 만든 수천의 참격과 충돌한다. 참격과 검은색 검들의 충돌. 그 충돌로 인한 폭음이 끊이지 않게 들려오며 무인도가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검성과 김창훈 두 사람 모두 그 모습을 바라만 볼 뿐 움직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충돌 속에서 조금씩 승패가 가려진다. 검성의 참격보다 김창훈이 만든 검은색의 검들의 수가 더 많았고, 더 강한 힘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기어코 검성의 참격들이 모두 사라지자 남은 수백 개의 검은색 검들이 검성을 향해서 계속 나아갔고 그것을 본 검성은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서 그 모든 검들을 베어낸다.
“이것 참. 설마 이것도 막히다니……. 이거 진짜 조금 창피한데.”
느긋하게 말하고 있었으나 검성은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자신의 일격이 막히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그것을 부수고 반격을 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야말로 놀랍네요. 설마. 이걸 막을 줄이야.”
천마신공의 초식들은 가면 갈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천마만상은 7초식답게 천마대멸겁보다 더 강한 초식이다. 그런데 그걸 막아 낸 검성을 보며 김창훈은 새삼 S등급 헌터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인지 깨닫는다.
“이 이상 해도 딱히 의미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이대로 물러나는 것은 후배도 싫지?”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마지막까지 해 보자고. 이제 이 아저씨도 마나가 얼마 없으니까 딱 한 번 더 하는 거야.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마지막 일격. 그걸 서로 합의하고 검성은 모든 힘을 끌어올렸고 김창훈도 남은 천마기를 확인했다.
‘확실히 많이 늘기는 했네.’
천마신공의 초식들을 연달아서 그렇게 사용했는데도 아직 반 정도의 천마기가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모든 천마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천마만상.”
다시 사용되는 7초식 천마만상.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달랐다. 강기를 사용하기를 원했던 김창훈의 의지가 반영되어 사방으로 퍼진 천마기가 다시 검의 형태로 뭉쳤을 때.
아까보다 배 이상의 많은 숫자의 검들이 만들어졌고 그 검들이 전부 ‘강기’로서 이루어져 있었다. 김창훈이 남아 있던 모든 천마기를 쥐어짜낸 결과였다.
“무시무시하네. 무시무시해.”
그것을 본 검성은 미소 지으며 감탄했다.
‘괴물이라고 하더니. 사실이네.’
그의 스승인 박임로가 김창훈에 대한 평가를 떠올리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면 김창훈에게는 재능이 없다.
하지만 그에게 좋은 스킬이 없다면 반대로 김창훈에게는 전 세계 그 누구보다 뛰어난 무공을 스킬로써 얻었다.
‘진짜 억울해서라도 좋은 무공 하나 얻어야지 원.’
그런 생각을 하며 검성은 검을 휘두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단 일 검. 그 일 검에 수만의 참격들이 나타나 김창훈을 향해서 나아간다.
“가라!”
김창훈의 의지에 맞춰서 그의 주변에 가득한 검은색의 검들이 그 참격을 향해서 쏘아진다. 아까보다 더욱 격렬하게 두 힘은 서로 충돌하고 부서지며 파괴된다.
무인도는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괴되었지만 두 사람은 그 와중에도 서로가 사용한 최후의 공격이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검성의 일격도 분명 굉장한 것이지만, 그보다 천마의 힘이 더욱 강했다.
‘천마는 무적이다.’
천마가 자신에게 남긴 말을 김창훈이 새삼 떠올리고 있을 때 검성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수천의 검은색의 검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빛과 함께 나타난 박임로가 검성의 몸을 잡고 다시 빛과 함께 두 사람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검은색의 검들이 검성이 있던 자리를 폭격했다.
섬의 남은 부분이 깎이고, 바다가 요동친다. 그 폭격으로 난리가 난 바다였고 그런 폭풍에 휘말린 선박들은 어떻게든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으나 그 폭풍에 휘말렸기에 멀쩡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전원 B등급 이상의 헌터들이라서 그런지 죽지는 않았다. 단지 그들이 타고 온 배들은 엉망이 되었을 뿐이었다.
“결과 났군.”
박임로가 개입하여 검성을 탈출시켰다. 이것은 검성의 패배라는 의미였다.
“이거 시끄러워지겠는걸.”
마이클 킴은 무인도에 약간 남은 땅 위에 당당히 서 있는 김창훈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천마라. 잘 어울리는 별명이군.”
그렇게 파란만장한 A등급 승급 시험이 끝났다. 결과는 시험 합격. 그리고 동시에 검성이 아직 헌터가 된 지 1년도 안 된 20살 청년에게 1 대 1 대결에서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