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B등급 던전 공략 1팀(3)
실험을 하겠다는 말과 함께 팀장은 김창훈을 이끌고 지상 3층으로 향했다. 3층에 도착해서 어느 방 안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히 많은 보안 절차를 걸쳐야 했는데.
그 모든 보안 절차를 걸친 후에 들어간 곳에는 다수의 ‘워프 게이트’들이 있었다.
“처음 보지? 여기가 일명 워프 룸이라고 불리는 곳이야. 대형 길드라면 한두 곳씩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지.”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워프 게이트’가 다수가 자리 잡은 방은 너무나도 신기한 모습이었다.
“던전의 포탈과 비슷하지만 던전의 포탈은 아예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있다면 이건 지구의 다른 공간과 연결되어 있는 통로야. 쉽게 말하면 공간을 이어 붙였다고 보면 되는 거지. 이걸 통해서 우리는 바로 대한 그룹에서 운영하는 실험실로 갈 거다.”
이창수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기서 제 스킬을 실험한다는 거군요.”
“그래. 여기로 들어와라.”
그리고 이창수가 먼저 앞장서서 워프 게이트에 들어가자 팀원들이 뒤따라 들어갔고 가장 마지막으로 김창훈이 들어갔다.
던전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묘한 감각과 함께 그가 다시 걸어 나온 곳은 하얀색으로 된 넓은 방안이었다.
“다 왔군요.”
김창훈을 맞이해 준 것은 넓은 방과 그곳에 서 있는 한 남성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시한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김창훈이라고 합니다.”
“예. 많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요?”
“예. 단번에 A등급 몬스터를 죽인 그 힘. 그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위력이 나오는지 참 궁금했거든요.”
“박사님. 일단 우리들부터 하겠습니다.”
“아. 물론이죠. 잠시만요. 전 좀 나가 있겠습니다. 괜히 휘말리면 저만 죽어 나갈 테니까요.”
그리고 이시한이 방에서 나가자 이창수가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서 우리는 네가 가진 그 적을 압박한다는 스킬을 시험할 거다. 목적은 아까 이한의 독에 중독된 것과 같이 우리가 그 스킬을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 그걸 알아보기 위한 거야.”
“예.”
“잠깐만 더 기다려 보자. 곧 신호가 나올 거다.”
그리고 잠시 후 방의 천장에 있는 스피커에서 아까 방을 나갔던 이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제 목소리 들리시죠?
“잘 들립니다. 박사님.”
- 좋습니다. 지금 차단막을 가동하였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실험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이창수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그러면 시작하자.”
이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먼저 약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으니 조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팀장님이 말씀하신 스킬은 ‘천마군림보’라는 이름을 가진 스킬입니다.”
“이름 한번 멋지네.”
이한의 말에 김창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스킬의 이름대로, 이 스킬은 나는 군림을 하고 다른 이들을 모두 고개를 숙이도록 만드는 겁니다. 즉, 계속 말씀드리지만 애초에 공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상대를 압박하고 힘의 차이를 보여주며 스스로 고개를 숙이도록 만드는 스킬이죠.”
“힘의 차이를 보여주고 굴복시킨다. 정파 계열 무공으로는 안 보이네.”
리스 아브라함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인인데 진짜 발음 깔끔하네.’
리스 아브라함의 능숙한 한국어에 대한 감탄은 잠시 접어두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순수한 공격성 그 자체만 보자면 큰 위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힘조차 버티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위력적이라는 것이죠.”
“양학용이라는 거잖아? 쉽게 말해서.”
이창수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단점은 아군도 양학해 버린다는 점이지만요. 그리고 이 스킬은 총 3번 중첩이 됩니다.”
“3중첩?”
“예. 처음 사용한 후에 두 번 연속으로 더 사용해서 위력을 3배로 더 증가시키는 겁니다. 대한 헌터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영상에서는 그걸 3번 다 중첩시킨 상태로 다닌 겁니다.”
“3중첩을 시키면 근거리에서는 오우거조차 그 힘을 버티지 못한다는 거군.”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단 한 번 사용하는 걸로 가 보자.”
“알겠습니다. 그러면 시작합니다.”
김창훈은 그 말과 함께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였다. 쿵 하고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방 안의 모든 것을 짓누르는 강력한 힘이 발생한다.
미리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던 팀원들조차 그 힘에 놀라며 자신을 압박하는 힘에 최대한 저항을 시작했다.
“좀 어떻습니까?”
김창훈의 말에 이창수는 인상을 찌푸린 상태로 말했다.
“여기서 2번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거지?”
“예.”
“이거. 안 되겠네. 스킬 해제해 주겠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천마군림보를 해제하자 그제야 한숨을 길게 쉬며 이창수가 말했다.
“우리랑 같이 움직일 때는 1번 중첩하는 것만 하자. 이거 2중첩 하면 우리가 못 버틴다.”
왕이연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잠깐이었지만 이들은 전력을 다해서 김창훈이 내뿜는 그 무형의 기에 대항해야 했다.
“이거 너 제대로 고민 좀 해봐야겠다. 이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우리만이 아니라 어떤 팀이랑 하더라도 문제 생긴다.”
“역시 그런가요.”
“그래.”
천마군림보의 장점이자 단점. 그것은 일정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무형의 힘을 가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광범위하게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군도 그만큼 많이 휘말린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너무 강한 것도 문제가 되네.”
이한의 말에 다른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강하다. 그렇기에 함께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 모두 대략적으로 시험이 끝났습니까?
그때 이시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끝났습니다. 위력은 어느 정도로 측정되었습니까?”
- 한 번의 위력은 대략적으로 C등급 헌터가 제대로 공격을 날린 정도의 위력입니다. 문제는 이 위력이 단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걸 3번 중첩한다면. B등급 헌터가 전력을 다한 공격보다 더 강할 겁니다. A등급 헌터가 하는 공격 수준의 위력이 나올 수도 있고요.
“실험해 봐야겠네요.”
- 그렇습니다. 자, 그러면 팀원분들 나오시죠.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해야 하니까요.
그 말에 김창훈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실험이요?”
“아. 말 안 했네. 그래, 실험. 여기서는 신입 헌터들의 최대 한계를 알아보는 일도 겸하고 있거든. 아무래도 그 헌터가 낼 수 있는 최대 위력이나 혹은 최대 방어력을 알아야 나중에 던전에서 싸울 때 참고할 수 있으니까. 미리미리 측정하는 거지.”
“그렇군요.”
대기업이라 그런지 참 꼼꼼하다는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바로 시작하죠.”
- 좋습니다. 자자, 1팀 팀원 분들은 어서 나오세요. 빨리 실험하고 김창훈 헌터님도 쉬어야 하니까요.
“쯧. 하여튼 여전하구만. 일단 우린 모두 나가자.”
이창수의 말에 팀원들은 나가며 힘내라는 말을 김창훈에게 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자, 그러면 이제 다시 아까 했던 그 천마군림보를 다시 사용해 보시겠습니까?
“예.”
그리고 다시 천마군림보가 발동된다. 방 안을 짓누르는 힘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시한이 말을 이어갔다.
- 한 번 더 중첩해 주십쇼.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창훈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살짝 들려왔고, 이에 김창훈이 놀라며 말했다.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계속 하나요?”
- 아, 괜찮습니다. 그러면 이제 3중첩으로 가도록 하죠. 지금 바로 시작해 주십쇼.
그 말에 조금 불안함을 느낀 김창훈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천마군림보를 다시 한번 사용해 3중첩이 되도록 하자 김창훈이 서 있던 바닥이 움푹 파이며 방 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오오. 굉장한 위력. 이거 생각 이상이군요. 아무래도 1, 2, 3이 아니라 중첩이 될수록 위력이 배로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즉, 1, 2, 4. 이렇게 된다고 봐야겠네요.
“이제 되었나요?”
- 아, 되었습니다. 그만 스킬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이시한의 말에 천마군림보를 푼 김창훈. 그때 김창훈이 있는 곳부터 몇 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바닥이 열리더니 대한 헌터 학교에 있는 개인 수련방에서 보았던 인형이 올라왔다.
- 지금 눈앞에 있는 인형은 저희가 특별히 만든 인형입니다.
“이걸 부수면 되나요?”
- 부수는 것이 가능하면 부수셔도 됩니다. 아마 쉽지는 않겠지만요.
자신 있어 하는 이시한의 말에 김창훈은 피식 웃었다. 천마신공의 진정한 위력을 모르기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제가 바라보고 있는 이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제가 이 인형을 부수고 벽까지 부술 수도 있으니까요.”
- 하하하.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아주 재미있겠군요. 그런 부분에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이곳은 어느 이름 없는 야산에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러니 시원하게 박살 내셔도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건물도 무너지지 않나요?”
- 예. S등급 헌터가 전력으로 때려 부셔도 부서지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로 공들여서 만들었거든요.
“그렇단 말이죠.”
그 말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그러면 제가 그동안 실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여기서 다 해도 되나요?”
-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이시한의 말에 김창훈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분명, 아무거나 다 하라고 하셨습니다.”
- 예. 그러십쇼.
“그러면 합니다.”
그리고 김창훈이 눈앞에 있는 인형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후 김창훈의 손이 인형의 가슴을 강타했다.
‘천마파천장.’
본격적인 테스트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