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B등급 던전 공략 1팀(2)
“네가 던전에서 한 모습은 우리도 다 봤어. 그 스킬들을 우리가 평가한다는 것은 솔직히 웃기지.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단순히 무형의 기로 오우거를 찍어 눌러 죽이는 일을 할 수 없으니까.”
“단 일수로 미노타우르스의 상체를 완전히 지워 버리지도 못하고.”
왕이연의 말에 다른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니 우리가 테스트를 한다는 것은 네가 가진 독 저항력이야. 아까 이한이 하는 말 들었지? 이 녀석의 주특기 중 하나가 독이야. 그리고 독이라는 것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어쩌다 한 번은 아군도 중독시킬 수 있어. 반대로 아군이 조심하지 않다가 독에 중독되는 경우도 있고.”
그 말에 김창훈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사냥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헌터들인 만큼, 독은 몬스터들을 잡기에 아주 좋은 수단 중 하나였다.
하지만 독은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기에 당연히 몬스터들만이 아닌 헌터들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조심하며 독을 사용하지만 그래도 매년 아군이 살포한 독에 중독된 헌터들에 대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네가 가진 독의 저항력을 알아보고 그 저항력에 따라서 나중에 네가 우리 회사에 장비를 지원 받을 때 어느 정도의 저항력을 갖추어야 하는지 우리가 알려 줄 수 있거든. 그러니 그걸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할까.”
그리고 이창수가 거리를 벌리고 이한을 제외한 다른 이들 또한 김창훈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이한이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가진 무공 중 하나를 사용할 거야. 내 몸에 쌓은 독기를 방출하여 적을 공격하는 무공이지. 그 중 가장 약한 단계부터 천천히 단계를 올릴 거야. 알겠지?”
“예. 준비되었습니다, 선배님.”
“좋아. 그러면 1단계부터 간다.”
이한이 손을 김창훈의 얼굴 앞으로 뻗어 그의 내공이 내뿜어지자 보라색의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김창훈의 코와 입에 흡수되었다.
그 후 이한을 내공을 내뿜지 않았고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도 보라색의 연기. 즉, 독을 흡입했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두 눈으로 봤으니까. 하지만 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2단계다.”
이번에도 아까워 같은 일을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몸에 들어 온 독기를 김창훈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신에 골고루 퍼져 있는 천마기가 순식간에 대응하였다.
자신의 몸에 들어 온 독기를 하나의 ‘기’로서 취급하며 천마기가 그 독기를 제압하여 정제하고 압축하여 천마기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 좀 더 단계를 확 올려도 될 것 같습니다.”
무료로 천마기를 더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느낀 김창훈이 눈을 빛내며 말하자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바로 5단계로 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한의 손이 아예 보라색으로 변할 정도로 강한 독기가 뿜어졌고 그 독기를 김창훈이 흡입하는 그 순간 김창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코와 입, 목에서 살짝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몸에 들어 온 독기는 어김없이 이번에도 천마기로 바뀌어서 축적되었다.
“더 강하게 해 주십쇼.”
“음. 그러면 바로 마지막 단계로 간다.”
그리고 더욱 강해진 독기. 미약하게 뿜어지는 보라색의 연기가 살짝 검은색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그만큼 독기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그 독을 흡입하는 순간 김창훈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끼며 살짝 비틀거리자 이한이 급히 김창훈에게 다가왔는데 김창훈은 손을 들어 그런 이한을 말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강력한 독기마저 천마기로 만들어 버린 천마기공을 느끼며 새삼 천마신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몸에 들어 온 모든 기운을 다 천마기로 만든다는 건가? 이건 또 실험할 필요가 있겠어.’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단순한 영약이 아니라 ‘독약’ 또한 그에게는 영약이라는 소리기 때문이다.
모든 무인들의 내공을 늘려 주는 영약에 비하면 특정한 이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독약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었고 이 뜻은 더 많은 독약을 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아무래도 저 독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벌써 괜찮아졌네요.”
그 말에 이한은 상당히 흥미롭다는 눈으로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호오. 그래? 네가 무인으로서 경지가 상당하다는 것은 아는데, 네가 익힌 무공은 그런 기능도 있나 보네.”
“예. 그런가 봅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한의 눈빛이 상당히 위험하게 변하자 이창수가 그런 이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거기까지 해라. 이 녀석은 우리 신입 팀원이지 네 실험용 쥐가 아니다.”
“아, 거참. 단어 선택 잘하죠, 팀장님? 실험용 쥐가 뭡니까, 실험용 쥐가? 단지 독의 저항이 어느 정도로 뛰어난지 알아보려고 하는 것뿐이죠.”
그 말에 김창훈은 곧바로 대답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요.”
“흐흐흐. 거 봐요. 본인이 괜찮다고 하잖아요.”
“너… 반드시 해독제 준비하고 해라.”
“물론이죠. 해독제 없는 독으로는 실험도 안 합니다. 다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어찌 되었든 이걸로 내 독공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장비를 지원 받을 때 독 저항력 부분은 빼놓고 해도 될 것 같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장비의 본격적인 재단에 들어가야 하는데, 근접격투가 주 스타일이니 손에는 건틀렛을.”
“이왕이면 장갑으로 부탁드립니다.”
“장갑?”
“예. 몸이 무거운 것은 싫어서요.”
회귀 전에도 그는 건틀렛보다는 그냥 가죽 장갑을 더 애용했다. 손에 감촉도 좋았고 편하기도 했다. 그는 회귀하기 전부터 몸에 무거운 것을 달고 움직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가죽 장갑으로 하기로 하고, 방어구는 어떻게 할래?”
“방어구도 가벼운 것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죽 방어구가 가장 좋겠죠. 보기 흉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신발도?”
“예.”
“흠. 전체적으로 가벼운 것들을 선호하는 구나.”
“예. 몸이 무거우면 아무래도 움직이기 불편하니까요.”
“하긴. 무인들이 좀 그런 경향이 있기는 하지. 좋아. 그러면 가죽으로 만든 장비들 중에서 이 장비들의 능력은 어떻게 할래?”
“스킬 위력을 올려주는 것으로 최대한 맞춰 주십쇼.”
“스킬 위력을 올리는 것으로?”
“예. 방어 능력이나 다른 능력이 떨어져도 괜찮고, 아예 없어도 좋습니다. 스킬 위력만 크게 올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건 기각. 방어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해. 그럴 필요가 없다면 그냥 일상생활에서 입고 있는 옷을 입고 싸우지 뭐 하러 이런 특별한 장비들을 구매해서 착용해?”
“그러면 방어 능력하고 스킬 위력을 올려 주는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스킬 위력을 더 올려 주는 쪽으로 베이스를 잡고 싶습니다.”
“흠. 알았다. 그런데 내공은 괜찮고? 그 정도 위력을 보이는 스킬인데, 그걸 막 사용할 수 없을 것 아니야? 학생 때는 실제로 1, 2번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정말로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그 전에는 그냥 기를 사용하며 싸울 생각입니다.”
“음. 그렇군. 그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겠어. 왕이연. 네가 한번 테스트 해야겠다.”
“내가 직접?”
“응.”
“그러지, 뭐. 그러면 지하 3층으로 가자.”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훈련장에서 나갔고 김창훈은 그들을 조용히 따라갔다. 그렇게 계단을 내려가서 도착한 지하 3층.
이곳은 ‘대련실’이 있는 곳이었다. 하나의 방의 크기는 약 가로 세로 10m 정도 되는 상당히 큰 방들이었다.
“총 10개의 대련실이 지하 7층까지 마련되어 있지. 그리고 어디까지나 대련이니까 강력한 스킬은 사용금지다.”
이창수의 말에 김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련실 중 한 곳에 들어가, 왕이연이 한쪽에 걸려 있는 날이 전혀 세워지지 않은 철검을 손에 들었고, 손에 트롤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 장갑을 낀 김창훈과 서로 마주보았다.
“시작해.”
이창수의 말에 왕이연이 보법을 사용하며 곧바로 김창훈에게 달려들자 김창훈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몸에 천마기를 끌어 올려 신체 능력을 강화시킨 후 왕이연의 검을 손바닥으로 막아내었다.
“기본 반응은 좋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계속 해 볼까.”
그리고 왕이연은 쉬지 않고 김창훈을 밀어 붙였다. 틈이 보이지 않는 끝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김창훈은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왕이연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그 상태로 약 1분 정도가 흘렀을 때.
“좀 더 강하게 간다! 신입!”
왕이연의 검에 검기가 맺히자 김창훈도 자신의 손에 천마기를 감쌌다. 그리고 왕이연의 검과 김창훈의 손이 충돌하는 순간.
폭음과 함께 왕이연의 철검이 부러지며 왕이연의 몸이 뒤로 1m 정도 날아갔다가 땅에 떨어졌는데 왕이연은 그 와중에 무게 중심을 바로잡아 침착하게 땅에 착지했다.
“와. 장난 아니네.”
왕이연은 부서진 철검을 바라보다가 검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검사로서 단련된 그녀의 손바닥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만큼 강한 반탄력을 받았다는 의미였다.
“진짜 힘 하나는 엄청 좋네. 신입.”
검을 놓고 손에 흐르는 피를 보며 왕이연은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붕대를 꺼내서 손에 감았다.
“권기야?”
이창수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권기가 아니라 그냥 천마기를 몸 외부로 뿜어낸 것에 불과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특이한 권기로 보일 테니 그냥 고개를 끄덕인 것이었다.
“흠. 내공 자체가 특이하다는 거구나. 알았다. 그리고 기본 실력은 어때? 이연아.”
“좋아. 침착하게 내 공격을 다 막아냈어. 최소한 갑자기 범죄자들 만나서 당황하지는 않을 것 같아. 물론 그것도 실전에서 봐야 알겠지만.”
“그렇군. 그러면 마지막 테스트로 가 볼까.”
“마지막 테스트요?”
김창훈의 말에 이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스킬을 우리가 버틸 수 있는지 없는지 실험해 봐야지.”
천마군림보. 그것을 자신들에게 펼쳐 보라고 말하는 이창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