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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킬은 천마신공 (12)화 (12/169)

12화 계약(1)

3시간 21분. B등급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고, 대한민국 내에서는 최단 기간 클리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거기다가 영상의 내용도 좋았다. 모든 몬스터들을 그냥 힘으로 찍어 눌렀다고밖에 표현 못 하는 모습들.

그저 앞으로 걸어갈 뿐인데, 땅이 파이고 몬스터들은 마치 강력한 프레스 기계에 찍어 눌린 것처럼 완전 넙적하게 되어서 죽는다. 

그나마 B등급 몬스터인 오우거는 좀 버텼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우거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는 청년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도, 심지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무릎 꿇은 채 손을 땅에 대고 겨우겨우 버티다가 팔과 다리의 근육과 뼈가 부러지더니 입에 거품을 물고 사망했다.

눈치가 있는 이들은 이것이 ‘무형의 기’로 몬스터들을 찍어 누르기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B등급 몬스터를 이렇게 찍어 누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S등급에 오른 헌터들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건 힘 낭비였다. 그냥 직접 공격하는 것이 더 훨씬 효율적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청년은 이러한 장면을 동영상이 지속되는 내내 보여주었고 마지막. 던전의 보스 미노타우르스가 등장했을 때는.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날 것을 미리 감지라도 했는지 나무를 잘라 그 나무 밑동에 앉아서 느긋하게 미노타우르스를 기다리는 배짱을 보여주었다.

그 후 미노타우르스가 나타나자 자리에서 일어난 청년이 미노타우르스에게 다가가자 미노타우르스가 포효하며 자신의 도끼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전력을 다해서 청년을 향해서 내려찍었다.

A등급 헌터들 중에서도 정면으로 받아낼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은 공격을 청년은 자신의 손을 뻗어내며 받아냈다.

아니, 압살했다. 청년의 손에 검은색의 기운이 나타났다가 미노타우르스와 충돌하는 순간 그 기운이 폭발하며 전방의 모든 것을 파괴하였다.

거기에는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도 있었고 심지어 미노타우르스의 몸도 있었다. 그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미노타우르스의 몸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남은 다리만이 힘없이 땅에 쓰러졌다.

그리고 나타난 검은색 포탈.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증거인 포탈이 나타나고 그 포탈에 들어가 지구로 돌아온 후, 던전의 포탈이 사라지는 것까지 촬영한 것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났다. 

이제 20살. 그것도 4년 전에 자연 각성을 통해서 스킬을 습득하기 전까지는 무공에 ‘ㅁ’ 자도 모르던 청년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A등급 몬스터인 미노타우르스를 죽인 것이다.

당연히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난리가 났고 전 세계에서 이 영상을 보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대한 헌터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일시적으로 서버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물론 A등급 몬스터를 죽이는 영상은 그렇게 희귀한 영상이 아니다. 하지만 20살의 청년이 단 일격으로 죽이는 영상은 지금 이 영상이 유일했다.

그리고 이 모든 영상을 본 후 사실 확인이 끝난 기업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도대체 어떤 조건을 제시해서 영입을 해야 할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참전한 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유능한 헌터라면 모두 영입하는 데 노력해 왔다.

그렇기에 아무나 영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레이더망에 김창훈이 걸린 것이다. 당연히 국내 기업으로서는 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과 돈 싸움을 시작한다면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대기업은 대한민국에 몇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한 헌터 학교 측에서 아예 최소한의 커트라인을 제시해 버렸다.

계약금: 5,000억

연봉: 세금 지불 후의 금액으로 300억

연봉은 매년 갱신이 가능하며, 계약 기간은 5년. 거기에 성과금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엄청난 계약 조건에 어중간한 기업들은 다 날아가 버렸다.

그렇기에 남은 기업들은 모두 돈으로는 뒤처지지 않는 기업들. 박임로는 벌레는 쳐냈다는 생각과 함께 한 자리에 모인 남은 기업들이 보낸 대표자들을 보며 말했다.

“먼저 이번 계약은 제가 중재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 계약서에 장난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S등급 헌터이기도 한 박임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S등급 헌터와 척을 지는 것은 그 이상의 손해기에 그걸 감당할 기업은 없었다.

“김창훈 학생이 제시한 금액은 최소 조건입니다. 하지만 이 최소 조건만 보장해 준다면 김창훈 학생은 돈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대신 김창훈 학생이 가장 강조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말에 모든 이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회사에서 원하는 바를 최대한 따를 생각이지만, 자신이 하기 싫다는 일은 절대로 시키지 않을 것. 대신 매년 최소한으로 클리어해야 하는 던전의 수를 계약서에 표시해도 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 말에 모인 이들이 모두 인상이 찌푸렸다.

“여기서 여러분들을 위한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만약 김창훈 학생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언제든지 아무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일에 대해서 더 이상 김창훈 학생을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보호하기 힘들다 싶으면 그때에도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손을 들자 박임로가 손을 든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씀하시죠.”

“마지막 말은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막말로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그냥 팽해도 된다는 겁니까? 그런 애매한 말은 그냥 말을 붙이는 것에 따라서 달라질 테니까요.”

그 말에 박임로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됩니다.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손을 든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렸다.

“이제 최소한의 조건은 다 알려드렸으니 여기에 맞춰서 계약서를 작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싫으신 분들은 그냥 떠나시면 됩니다. 시간은 넉넉하게 일주일을 드리겠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한 후에 저에게 가져오시면 그 계약서를 제가 김창훈 학생에게 보여 주고 그 학생이 직접 선택한 회사들의 명단을 추려서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급히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박임로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주변 가족들에게 이상한 말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 곳과는 절대로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상한 말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저하게 계약서만 보고 선택을 할 테니. 이 점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일주일 후에 뵙도록 하죠.”

그러자 모두 방에서 나갔다. 그들이 떠난 회의실 안에서 홀로 한숨을 쉬며 박임로가 말했다.

“내가 직접 계약 중개를 하게 될 줄이야. 하여튼 오래 살고 볼 일이군.”

그렇게 말하며 그는 미소 지었다.

“영약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것도 계약 조항에 넣으라고 슬쩍 흘려 볼까? 이것도 좋을 것 같은데.”

이 일 또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박임로는 자신의 마지막 제자나 다름없는 김창훈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더 기업들로부터 뜯어먹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미쳤다.”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계약서는 총 8곳의 기업에서 보낸 것들이었다. 이 계약서들에는 엄청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그중 김창훈이 가장 놀란 것은 바로 돈의 액수들이었다.

“태어나 ‘조’란 단위의 돈을 뉴스로만 봤지 직접 내가 만질 수 있는 날이 올 줄이야.”

사실 이제 막 20살이 된 헌터에게 계약금으로 5,000억 원 이상을 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아무리 헌터들이 돈을 잘 버는 편이라고 하나 그만한 위험부담 또한 안고 있었다.

거기다가 까놓고 말해서 5,000억 원이 옆집 개 이름도 아니지 않은가? 어지간한 중견기업의 총 자산보다도 더 많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2배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지불하겠다는 기업들이 나타난 것이다.

“거기다가 계약 조건도 좋아.”

김창훈이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계약서의 내용들은 최대한 간결하고 확실하게 작성되었다. 그렇기에 천천히 읽어보면 얼마든지 이해가 가능한 내용들이었다.

“계약금만 받아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모든 계약서를 천천히 다 읽어 보았다. 그 다음 계약서를 가장 많은 돈을 주는 순서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그러자 상당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는데.

“크. 이래서 갓한 갓한 그러는 건가.”

대한민국 국적의 기업이자, 대한민국 헌터 업계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으며 전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기업.

‘대한 그룹. 이들이 최고야.’

계약금은 물론, 연봉도 성과금도 엄청나게 챙겨 주었다. 그럼에도 계약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여기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조건도 하나 달려 있었는데. 바로.

“영약을 직접 챙겨 준다고 할 줄이야.”

계약을 하는 순간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던 최소 40년의 내공을 증가시켜 주는 영약 3개를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내가 천마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또 어떻게 알고 이런 조건을 걸었는지 모르겠네.”

다른 기업들도 많은 돈을 주었고 계약 조건도 좋았지만 솔직히 8개의 기업이 내민 계약 조건은 거의 다 비슷비슷했다.

김창훈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고, 반대로 그가 싫어하는 일을 강제로 시키지 않으며 동시에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해도 좋다는 조건이 모든 계약서에 들어가 있었다.

장비를 지원하겠다는 곳 또한 많았는데, 그건 대한 그룹 또한 있었다. 단지 이들은 거기에 추가적으로 영약을 더 주겠다고 조건을 달았고 금액 또한 엄청났다.

솔직히 이렇게 많을 돈을 주고도 이 회사가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였다. 숫자를 잘못 입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박임로는 8곳의 회사에서 보낸 계약서를 주며 그 회사에서 4곳을 고르라고 하였고 그 4곳의 대표자와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창훈의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다. 돈도 많이 주고, 계약 내용도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 있으며 심지어 장비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영약도 지원한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계약서는 없었다.

“여기로 해야지.”

그렇게 대한 그룹에서 보낸 계약서를 들고 김창훈이 교장실에 있는 박임로를 찾아가자 박임로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대한 그룹이구나.”

“알고 계셨나요?”

“누구보다 널 만족시킬 조건들이었으니까. 너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영약이지 돈이나 장비가 아니라는 것을 이들은 정확하게 알아본 것이지. 오래전부터 너에 대해서 꾸준하게 정보를 수집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구나.”

“그런 것치고는 다른 곳에는 영약을 주겠다는 말이 없는데요?”

“그렇겠지. 네가 보여준 영상에서 너는 네 스킬들을 자유롭게 마음껏 사용했다. 그걸 보고 더 이상 내공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지. 대신 돈을 더 많이 주기로 한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결국 틀렸지만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 정도로 대한 그룹에서 크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역시 그렇죠?”

“그래. 내가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이들은 상당히 절박하더구나.”

“대한 그룹이요?”

“대한 그룹의 유일한 약점을 아느냐?”

“그거야 뭐 유명하죠. S등급의 헌터가 없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대한 그룹은 장차 S등급 헌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너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걸고 큰 투자를 하기로 결심한 거다. 자신들의 유일한 약점을 지우기 위해서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투자하나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나는 그 회사 사람이 아니니까. 어찌 되었든 네가 손해 볼 것 하나 없다. 독소조항도 없고, 계약 내용도 다 네가 말한 대로 작성했으니 말이야.”

“오히려 너무 좋아서 불안하다고 할까요…….”

“허허허. 그동안 네가 열심히 노력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받으려무나. 너도 알겠지만 이 정도의 대가로 S등급 헌터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들로서는 아직 돈으로 영입이 가능할 때 널 영입하려고 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너는 자신의 가치가 가장 저렴할 때 널 얻은 대한 그룹이 안목이 뛰어나며 동시에 참 운이 좋은 이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로 네가 선택해서 그 회사의 소속이 될 예정이니 말이다.”

“오만한 발상이네요.”

그 말에 박임로는 미소 지었다. 동시에 김창훈도 미소 지었다.

“그래서 마음에 듭니다.”

천마는 오만하다. 4년 전 자신을 과거로 보낸 천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김창훈이 말했다.

“대한 그룹과 계약하겠습니다. 그들이 참 운이 좋았다는 것을 축하해 주죠.”

“하하하. 그러자꾸나. 계약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엄청난 조건 속에서 김창훈과 대한 그룹의 계약이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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