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스킬은 천마신공 (11)화 (11/169)

11화 졸업(2)

“지루하네.”

스스로 말하고도 놀라웠지만 사실이었다. 이 던전의 어떤 몬스터들도 김창훈에게 위협이 안 되었다. 어쩌다가 마주친 오우거도 3중첩의 천마군림보를 버티지 못하며 죽어 버렸으니.

이 던전에서 그를 해칠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사실 이 던전이 A등급 던전이라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A등급 몬스터와 마주친다거나.

혹은 던전의 핵이자 일명 ‘보스 몬스터’라고 불리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보스 몬스터들은 일반적인 몬스터들보다 더 강하니 말이다.

‘차라리 보스 몬스터라도 나타나면 좋을 텐데.’

보스 몬스터들은 그 던전에서 나올 수 있는 몬스터들 중 가장 강하며, 보통 그 던전의 최고 등급의 몬스터들보다 한 등급 더 높은 등급에 있는 몬스터들이 보스 몬스터가 된다.

즉, B등급 던전에서 나오는 보스 몬스터는 최소 A등급 몬스터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매우 무모한 발언일 수도 있었으나 김창훈은 자신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A등급 몬스터니까 천마군림보 하나로는 제압할 수 없겠지? 그래도 다른 천마신공들의 공격초식들을 사용한다면 분명 쓰러트릴 수 있을 거야.’

실제로 B등급 몬스터는 천마군림보만으로 처리가 되었다.

아무리 그보다 더 강한 A등급 몬스터라고 하나, 단순히 압박하는 용이 아닌 진짜로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천마신공 초식의 위력을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A등급 최상급 수준의 몬스터가 나온다면 또 다르겠지만. 그래도 2방이면 되겠지.’

그런 생각이 이어지자 김창훈은 문득 나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S등급 몬스터를 잡는 것? 가능하다.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생각하는 것은 S등급보다 한 단계 위. SS등급 몬스터. 일명 ‘재앙’이라고 불리는 몬스터들에 대해서였다.

대표적으로 회귀 전의 김창훈을 죽인 ‘드래곤’이 바로 이 재앙에 속하는 SS등급의 몬스터였다.

인간보다도 뛰어난 지능, 매우 뛰어난 신체능력, 자신의 속성을 담은 다양한 공격들, 비행도 가능했으며 심지어 드래곤들의 필살기라는 브레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잡을 수 있을까?’

회귀하기 직전에 만났던 드래곤을 생각한다. 그 큰 몸. 거기서 뿜어지는 위압감. 그리고 전신에서 뿜어졌던 그 강렬한 기세까지. 아직도 생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지금 당장은 무리지만, 가능성은 있을 거야.’

천마신공의 레벨은 고작 5.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 스킬의 최대 레벨은 스킬에 따라서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최소 10은 된다.

그렇다면 아직 5번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고 또 어떤 사기적인 초식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천마지체로 인한 각종 혜택들까지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천마신공을 최소 10레벨은 찍은 후의 이야기겠지만.’

그렇게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생각하며 걷던 김창훈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 던전에 들어와서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매우 강력한 기운을 가진 존재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교사들도 느꼈는지 뒤에서 관망하고 있던 교사들 사이에 혼란이 느껴졌다.

‘아마 보스 몬스터를 두고 이대로 날 지켜볼 것인지 아니면 나와 함께 도망칠 것인지 고민하고 있나 보네.’

모든 그림이 그려진다는 생각을 하며 김창훈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천마기를 두른 손날로 근처의 적당한 나무를 향해서 휘두르자.

나무가 마치 검에 베인 것처럼 깔끔하게 잘린 나무 윗동이 쓰러지며 곧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남은 나무의 밑 부분을 의자 삼아 그곳에 앉아서 보스 몬스터가 오기를 기다렸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나무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커져왔고 김창훈의 앞에 있던 나무들이 쓰러지더니 곧 이 모든 소리의 원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부오오오!!!!”

머리는 황소. 몸은 인간이며 키 10m의 괴물.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나오는 유명한 괴물인 ‘미노타우르스’가 손에 도끼를 들고 김창훈을 내려다보며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진짜 언제 봐도 신기하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몬스터들이 던전에 있는 거지?”

던전 내의 몬스터들은 종종 과거 이야기에서 나오는 전설 속 존재들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일부 사람들은 과거 지구에는 이 몬스터들이 진짜로 지상을 돌아다녔고 최초의 헌터라고 할 수 있는 ‘영웅’들이 그 괴물들을 죽여 씨를 말렸으나 다시 ‘던전’이란 것을 통해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며.

어떤 이들은 그들이 쓴 ‘소설책’이 허구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흘러들어온 평행 세계의 지식에 영감을 받아 쓴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둘 모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말이지만 사람들은 도대체 왜 몬스터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괴물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확답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그저 이론에 불과했고 가능성에 불과했으며, 진짜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존재는 오직 ‘신’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하긴 내가 할 말은 아닌가?”

‘천마’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고 심지어 과거로 회귀까지 했다. 그런 그가 이론이니 미신이니 하는 것들을 말하면 그것보다 이상한 것도 없었다.

“그러면 해 볼까.”

거침 콧바람을 내뱉고 있는 미노타우스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김창훈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손에 천마기를 모은다.

“부오오!!!!!”

포효와 함께 김창훈에게 달려드는 미노타우르스. 미노타우르스가 도끼를 높게 들어 올려 김창훈에게 내려찍으려고 하자 김창훈은 그 도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천마파천장.”

자신이 가장 처음 익혔던 공격 초식. 그 초식을 사용한 김창훈의 손과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충돌하자 퍽 소리가 들려온다.

미노타우르스의 도끼날이 있는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고 동시에 김창훈이 손을 뻗은 위쪽 방향으로 미노타우르스의 몸이 사라졌다.

덩그러니 남아 있는 미노타우르스의 다리 일부가 땅에 쓰러지자 약간의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잠시 후 미노타우르스가 죽은 자리에 검은색의 포탈이 나타났다.

검은색 포탈을 본 김창훈이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교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나가죠! 끝났습니다!”

그 말에 교사들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김창훈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고 그들 중 몇 명은 미노타우르스의 남아 있는 시체의 일부분을 챙겼다. 그 후 모두 검은색의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이들은 모두 처음 포탈을 통해서 들어왔던 지구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모두 포탈에서 나오자 그들이 나온 포탈이 검은색으로 변하며 서서히 작아지더니 허공의 작은 검은색 점으로 줄어들곤 이내 사라졌다. 던전이 클리어된 것이었다.

“날도 추운데 어서 돌아가죠.”

“아. 그래야지.”

B등급 던전 클리어까지 걸린 시간 총 3시간 21분. 졸업시험 중에서 역대 최단 기간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대한민국 내 B등급 던전 역대 최단 시간 클리어 기록마저 뛰어넘어 역대 최단 시간 클리어 기록은 이제 그의 것이 되었다.

거기에 아직 정식으로 헌터 면허도 없는 사람이 B등급 던전을 클리어한 것 또한 세계 최초였으며, 20살에 B등급 던전을 클리어한 것 또한 전 세계에서 그가 최초였다.

여러 가지 엄청난 기록들을 세우는 데 성공한 김창훈은 그것을 잘 아는지 모르는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교사들과 타고 온 미니버스에 탑승한 후. 교사들과 함께 대한 헌터 학교로 돌아갔다.

* * *

“스킬의 위력을 극단적으로 올려주는 장비들만 골라서 가더니만…….”

대한 헌터 학교 내의 회의실에서 김창훈의 던전 클리어 영상을 보고 있던 교사들은 박임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4년 동안 지켜봐왔기에 김창훈이 가진 스킬의 위력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정식으로 헌터 면허도 없으며 각성을 하여 스킬을 얻은 지 4년 밖에 안 되는 청년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A등급 몬스터인 미노타우르스를 완벽하게 죽여 버린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시험 합격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영상이 공개되고 나면 굉장히 시끄러워지겠군.”

박임로의 말에 다른 교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정도가 아닐 겁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에서 배출한 최고의 졸업생은 ‘검성’입니다. 기업들은 검성을 자기 회사로 포섭할 수 없었죠. 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는 이미 갈 곳이 완벽하게 정해진 상태였으니까요.”

교사의 또 다른 교사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창훈은 다릅니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심지어 자연 각성자로서 어디서 무언가를 배운 적도, 속해 있던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면 아마 서로 모셔 가려고 암투까지 벌어질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박임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암투까지 가지는 않을 거야. 그들도 서로 선을 지키고 있으니까. 단지 그 직전까지는 가겠지.”

박임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거 다시 한번 제대로 정리를 해야겠군.”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을 생각이냐?”

“그 편이 가장 좋지 않겠나? 이 영상이 올라간 후에 곧 바로 김창훈 학생을 영입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다 모이라고 해야겠군. 아, 그 전에 사소한 조건은 좀 붙이고. 벌레들은 쳐내야 하니까.”

“조건은?”

“계약금하고 연봉, 성과금. 이 3가지로 일단 벌레들을 쳐낼 생각이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물어본 적도 있어서 대략적인 커트라인을 알고 있으니까. 김창훈 학생에 대해서는 내가 따로 직접 관리할 테니, 다른 교사들은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 잘 부탁하네. 그리고 이번에 졸업시험에서 떨어진 학생들에 대한 보충 수업도 진행하고.”

박임로의 지시에 모든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회의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고. 졸업시험에 합격한 67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이들의 동영상을 모두 올려서 기업들로부터 공정성을 확인시켜 주고, 제대로 평가받아서 최대한 좋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당분간 바쁘게 움직여 주게나.”

대한 헌터 학교의 졸업식이 훌쩍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 *

대한 헌터 학교는 매년 졸업생들이 어떻게 졸업시험을 치렀고 무사히 합격했는지 그 10일간의 기록을 빠짐없이 자신들의 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총합 240시간이라는 긴 동영상이지만 각각 하루로 나누어서 한 학생당 총 10개의 동영상을 올리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시험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었는지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동시에 학생들의 실력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 동영상을 통해서 10일간 학생들이 보여준 실력, 판단, 위기에 처할 때의 모습 등등. 여러 가지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화제가 되는 동영상이 있었다. 고작 3시간 21분의 동영상. 그 3시간은 정말로 압도적인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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