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내기의 승자(1)
박임로와의 대련은 그 후로 양상이 바뀌었다. 박임로는 천마신공의 위력은 인정하나 그 단점을 지적하며 좀 더 지속적으로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함과 동시에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을 봉인한 상태로.
천마기만 사용해 자신과의 대련에 임하도록 하였다. 물론 그만큼 박임로도 힘을 줄여서 대련에 임하였으나.
경험, 능력치, 기술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김창훈이었다.
그래도 그는 절대로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단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것은 여름방학이 끝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수업을 듣지 않고 혼자서 최대한 운기에 집중하며 천마기를 쌓아 나아갔고. 매주 수요일마다 박임로와 대련을 이어갔다.
그러자 이 두 사람의 대련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볼거리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S등급 헌터이자 이 학교의 교장인 박임로가 직접 나서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검성 이후로 김창훈이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검성이 대한민국 최연소 S등급 헌터가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가르침을 받는 김창훈 또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였으며.
그리고 김창훈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자신은 어떻게 싸울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하고 박임로가 이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어떻게 대처할지 배울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매주 수요일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모든 수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아무리 수업 받는 것이 자유라고 해도 수업을 들을 학생이 1명도 없는데 강의를 할 교사는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교사들이 더 대련을 보는 것을 적극 추천했다. 학생들로서는 이 대련으로 확실하게 배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점을 유념에 두고 박임로도 최대한 김창훈을 가르치고 나아가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기 위해서 신경 써서 대련에 임하였다.
그 덕분에 대한 헌터 학교의 2학기는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지나갔고 기말시험 또한 빠르게 다가왔다. 이 기말시험에서도 김창훈은 1등을 차지했는데 중간시험 때와 다르게 이 1등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만큼 모든 학생들에게 김창훈은 인정받은 것이었다. 물론 1등이 되어서 받은 영약은 곧바로 먹어서 천마기의 양을 늘리는 데 사용했고 말이다.
그리고 이 일상은 2학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주 벌어지는 대련. 2학년 중간, 기말 시험에서도 1등을 하여 받은 영약을 통해서 늘어나고 있는 천마기.
하루하루 빠르지는 않지만 착실하게 김창훈은 성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2학년 겨울방학.
“전에도 말했지만. 역시 습득 능력은 좀 떨어지는구나. 격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했거늘.”
박임로의 말에 땅에 쓰러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김창훈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닙니다.”
“당연하지. 그게 쉬우면 개나 소나 고수 소리 들을 테니까. 하지만 그걸 해야 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너도 그것이 목적일 텐데. 아니더냐?”
그 말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기숙사로 돌아가서 샤워를 하고 오늘 있었던 대련을 충분히 복기하도록 하여라.”
“예.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 김창훈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천마기가 너무 오르지 않아.”
이후로 천마기 능력치가 50을 넘은 것이 여름방학. 그 이후로 1년 반을 더 보내고, 추가적으로 내공을 15년을 늘려 주는 영약을 2번 더 섭취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김창훈의 천마기는 57.
그렇다고 천마기가 30년 치가 늘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시스템이 준 천마신공의 대한 지식에 따르면 지금 김창훈이 가진 천마기는 대략 70년 정도에 불과했다.
그 많은 영약을 먹었고 그렇게 열심히 운기를 한다고 해도 그 모든 기운을 천마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그 기운들을 철저하게 정제하고 압축해 버린 것이었다.
“천마기만 60을 도달하면 또 새로운 초식이 열릴 것 같은데.”
현재 그는 답보 상태다. 그는 검성과 같은 천재가 아니다. 천마신공이라는 아주 사기적인 스킬을 얻은 운이 좋은 범재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박임로도 그 부분을 알고 있었다. 매주 대련을 했으니, 그걸 모르면 더 이상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박임로도 가르치는 방향을 조금 바꾸었다.
천마신공이라는 사기적인 스킬을 더 활용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지금 박임로가 김창훈에게 가르치는 것은 천마신공의 초식을 사용하여 천마기가 떨어진 이후에 어떻게든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천마기의 부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평생 B등급 이상의 헌터가 될 수 없다고 했었지······.’
한방이 강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로 A등급 헌터가 될 수 없다고 박임로가 못 박았다. S등급? 당연히 무리였다.
헌터의 전투력은 종합적으로 평가가 되는 것이기에 단 한 번 공격 후 무력화되는 헌터가 있다면 그런 헌터에게 고등급의 평가를 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기본이네.”
천마기공. 이제는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천마신공의 입문심법. 이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천마기 능력치를 어떻게든 60으로 만드는 것. 당장은 그것이 최우선이었다.
“3학년 중간시험을 노려보자.”
3학년 중간시험으로 15년의 내공을 늘려 주는 영약을 한 번 더 먹는다면 천마기 3정도는 어떻게든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김창훈은 눈을 감고 운기에 집중했다.
* * *
“좀 어떤가?”
“전에 가르쳤던 아이와 완전히 다른 타입이야. 재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더군.”
박임로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그의 맞은편에 앉은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재미있군.”
“자네는 재미있지. 나는 재미없네.”
“그래서 포기할 건가?”
그러자 박임로가 고개를 저었다.
“포기할 수는 없지. 단점이 명확하다는 것은 그 단점만 어떻게든 메우면 좋아진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지금 하는 그 대련이 그 단점을 메우는 방법인가?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자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렇지.”
재능이 없다. 심각할 정도로 없었다. 김창훈이 가진 스킬을 생각하면, 그래도 최소한의 재능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자신이 가진 스킬과 재능이 반비례하는 경우는 박임로의 50년 넘는 헌터 생활들 중에서도 처음 보았다.
“결국 내공이 답이야. 그 녀석은 다른 것을 가르쳐 봐야 솔직히 시간 낭비다. 어떻게든 따라오고 있긴 하지만 그 시간에 차라리 내공을 늘리는 것이 더 이득일 거다.”
“그렇지.”
그 강력한 스킬을, 두 번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도 김창훈의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다. 만약 세 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A등급 헌터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영약 꿍쳐둔 것들 좀 더 풀지 그러냐?”
“음.”
“고민하지 말고 풀어라. 너도 이제 곧 80이다. 살아 봐야 얼마 못 살아. 죽어서 그것들 다 안고 갈 거냐? 그냥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 풀어라. 어쩌면 네가 가르치는 마지막 제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영약이 무인의 급격한 성장에 좋기는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는 것은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지금 가르치는 아이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야. 그러면 가르치는 방법도 다르게 해야지. 속았다고 생각하고 영약 하나 더 줘 보게나. 어차피 몇 개 남아 있지 않나?”
“하나라······. 하나 정도는 나쁘지 않겠지.”
* * *
3학년이 시작하고 중간시험이 끝났을 때. 이번에도 1등을 차지한 김창훈은 전교 1등에 대한 보상으로 영약을 선택하여 받았다. 그리고 그 영약을 섭취하고 소화한 오늘.
“드디어…….”
[천마기 능력치가 60에 도달합니다. 천마신공의 위력이 조금 더 강해지며, 천마기의 회복 속도가 좀 더 상승합니다.]
[천마신공의 레벨이 4레벨로 상승합니다.]
[4초식: 천마붕산권이 개방됩니다.]
[천마지체가 천마기에 반응합니다.]
[이제부터 사용자가 인식하지 않아도 천마기공이 24시간 쉬지 않고 운기됩니다.]
“어?”
천마기공이 자연스럽게 운기된다.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천마기가 알아서 움직였다.
“흠. 이건 좀 더 확인을 해 봐야겠는데.”
운기 중인 무인을 건드리는 것은 절대로 용납 받지 못할 행동. 운기 중인 무인은 그만큼 취약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4시간 쉬지 않고 심법이 스스로 운기를 계속 한다?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무공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고 처음 봤다. 그렇기에 실험을 위해서 김창훈은 자신의 개인 수련방에 들어왔다.
천마기로 전신의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고 동시에 두 손에 천마기를 두른 후 눈앞에 있는 인형을 향해서 쉬지 않고 두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창훈이 타격한 인형이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부서지지 않았다. 동시에 김창훈이 소모하는 천마기만큼, 빠른 속도로 천마기가 회복되었다.
천마기공을 운기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무리 레벨이 올랐다고 해도 매우 빠른 속도로 천마기가 회복되고 있었다.
“일단 이건 장점이네.”
천마기가 안 그래도 부족한데 그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면 나쁠 것 없었다. 거기다가 상당히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천마기를 소모했는데도 이상은 없었다.
“이거 정말로 장점만 가져 온 건가?”
무인이 심법을 운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내공을 늘리기 위해서가 대표적이지만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서 혹은 소모한 내공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도 운기를 한다.
물론 동시에 아주 취약해진다는 약점이 있어서 안전한 장소가 아니면 무공을 익힌 헌터들은 아무 장소에서나 운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시스템이 준 천마신공의 지식에 따르면, 새롭게 더 강력해진 천마기공은 운기의 취약점을 완전히 제거 한 상태로 운기를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해 준다는 것이었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내공을 늘리고 내상을 치유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능력인 것이었다.
‘천마신공이 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나? 아니, 천마지체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든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의 김창훈은 이미 과거로 회귀 전의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확실하게 말이다.
“이거라면, 이제 할 만하겠어.”
천마기의 양도 많이 늘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면 천마신공의 초식을 2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해 보면 되겠지.”
매주 수요일마다 대련을 하니 그 수요일을 기다리면 되었다. 2번의 천마신공 초식을 사용한다는 것.
그것은 할 수 있는 일이 대량으로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떤 초식들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편이 좋을지 상상하는 김창훈.
“내일이 기다려지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김창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