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영약과 여름 수련(1)
중간시험에서 김창훈은 좋은 점수를 받는 데 성공했다. 무려 대한 헌터 학교 1학년 전교 1등을 차지한 것. 과거에 낙제점만 겨우겨우 면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동시에 본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1학년 학생들도 김창훈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 위의 학생들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단순히 운 좋게 스킬만 얻은 놈이 아니라 제대로 공부도 잘하고 실전에서도 나름 쓸 만한 격투술을 가진 존재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었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김창훈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접촉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김창훈은 그 모든 제의를 거절하였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가족들에게도 확실하게 말해 두었다.
어떤 꼬임에도 넘어가지 말고 아무것도 받지 말라고. 이에 가족들은 알았다고 하였고, 학업에 집중하라고 응원을 해 주었다.
24년 만에 듣는 젊은 부모님의 목소리와 어린 동생의 목소리에 살짝 눈물도 났지만 그런 감정은 잠시. 오히려 그런 가족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지금 김창훈은 수리가 끝난 자신만의 개인 수련방에 있었다.
“이걸 받기 위해서 그 노력을 한 거지.”
그의 손에 있는 것은 작은 목함. 그 목함을 열자 푸른색의 영롱한 구슬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것이 중간고사 1등을 한 대가로 받은 ‘영약’이었다.
“정말로 출세했구나, 김창훈. 이런 영약도 먹어 보고.”
회귀 전에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영약을 보며 그는 미소와 함께 그 영약을 섭취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천마기공의 운기를 시작했다.
몸에 퍼지는 영약의 기운. 그 영약의 기운은 곧 천마기로 정제가 되어서 바뀌기 시작하였고 착실하게 천마기가 김창훈의 몸에 쌓이기 시작했다.
김창훈은 천마기공에 더 집중하며 천마기 축적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그가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을 때.
[천마기 능력치가 40에 도달합니다. 천마신공의 위력이 조금 더 강해지며, 천마기의 회복 속도가 좀 더 상승합니다.]
[천마신공의 레벨이 2레벨로 상승합니다.]
[2초식: 천마파천장이 개방 됩니다.]
[천마지체가 천마기에 반응합니다.]
[천마신공의 위력이 더욱 강화됩니다. 천마신공의 천마기 소모량이 조금 감소됩니다. 천마기의 축적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집니다.]
“이렇게 빨리 천마기 40을 달성할 줄이야. 이것이 영약의 힘인가.”
미소와 함께 김창훈은 천마신공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천마신공 - 2Lv.
= 만마(萬魔)의 주인이자 무의 끝을 본 자. 천마가 만들고 천마가 사용하며 천마가 완성한 마공(魔空). 천마신공을 익힌 자. 무적이 되리라.
= 입문: 천마기공
= 1초식: 천마군림보
= 2초식: 천마파천장]
[2초식: 천마파천장
= 천마의 일수는 하늘을 파괴한다.]
“드디어 얻었구나.”
김창훈이 근접 격투에 집중했던 이유가 바로 이 2초식에 있었다. 천마파천장은 장법이다. 그렇기에 상대방과 근접해야 최대한 강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래서 2초식을 얻은 이후로 8년 동안 근접 격투에 집중한 것이었다. 물론 아예 무기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 비록 위력은 좀 약해지지만 천마파천장을 멀리 있는 적을 향해서 날리는 것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천마지체. 이거 정말로 좋네.”
천마신공의 천마기 소모도 조금이나마 줄여 주고 천마기 축적 속도를 또 상승시켜 주었다. 만약 천마기의 능력치가 계속 10씩 상승할 때마다 이런 보너스가 붙는다면 그건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결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제 실험을 해야 하는데.”
천마지체의 효과로 천마신공의 위력이 추가적으로 계속 강해졌다. 그러니 과거와 지금 사용할 천마파천장의 위력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그걸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문제는······.”
죽기 직전에 천마기가 43이던 그가 전력을 다한 천마파천장은 A등급 헌터를 피 곤죽으로 만들었다.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중상을 입혀서 전투 불가의 상태로 만들었다.
“이걸 지금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자신의 앞에 있는 인형은 완전히 가루가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인형의 뒤에 있는 수련방의 벽도 파괴할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다행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 벽을 파괴하고도 아직 힘이 남은 천마파천장은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 앞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흐음······.”
지나가는 학생이 있다면 이 공격을 맞고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천마파천장을 사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안했다.
“역시 그냥 포기해야겠네.”
실험 삼아 하기에는 그 위력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지금 말고도 얼마든지 천마파천장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그러니 다음을 노리기로 하고 김창훈은 개인 수련방에서 나왔다.
“이제 곧 방학인가.”
7~8월까지 대한 헌터 학교는 여름 방학을 한다. 이 동인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 간다. 대한 헌터 학교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방학 동안에는 예외다.
그렇기에 방학 동안에는 학생들이 집으로 가서 부모님도 만나고 다른 친구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혹은 자신이 부족한 점을 더 보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난 후에 9달부터 2학기가 시작된다.
“쩝. 만화나 영화에서 보면 과거로 회귀한 주인공은 여러 가지로 이득을 챙기기도 하던데. 나는 그게 안 되네.”
어디선가 갑자기 영약이 나타났다는 정보가 있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기까지 그의 실력으로는 갈 수 없다.
누군가 위험에 처하고 그걸 도와주는 것으로 구명의 은혜를 받아 거기서 이득을 챙긴다? 이제 막 D등급 헌터가 된 수준인 그가 누굴 도와주겠는가? 오히려 방해가 안 되면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24년 동안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사고 중에서 이득을 볼 만한 일은 함부로 개입하다가 개죽음 당하기 딱 좋은 일들만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전부 뉴스나 TV에서 나오는 큰 이야기들뿐이니까.”
업계 사람들 간의 비밀? 그런 이야기를 고작 E~D등급 헌터 수준을 오고갔던 그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저런 루머 같은 거야 많이 떠돌았지만 그 루머가 맞았던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가 가진 미래 지식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이 미래 지식들을 쓸모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강해져야 한다는 거지.’
미래의 영약. 엄청난 성능의 장비가 있는 곳. 매우 위험한 몬스터가 나타나는 날짜나 장소.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어도, 가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었다.
“회귀를 한다고 해도 현실은 현실이라는 건가. 영화나 만화처럼 되지 않는구만.”
다시 한번 현실의 냉혹함을 깨달으며 김창훈은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향했다. 방학에 할 일이 결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방학 동안 무조건 천마기 능력치를 45까지 올린다.”
과거 죽기 직전에 자신의 천마기 능력치는 43. 그걸 뛰어넘는 것을 일단 목표로 잡은 김창훈이었다.
* * *
김창훈은 천마기 능력치 45를 넘기겠다는 결정과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천마기공 운기에 집중했다. 누가 보면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방 안에만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착실하게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느끼면서 김창훈은 매일매일을 충실하게 보내고 있다는 만족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김창훈을 본 한 교사가 점식 식사를 하고 있는 김창훈에게 다가와 말했다.
“김창훈 학생은 집에 안 갑니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서요. 그냥 여기서 계속 수련하고 있습니다.”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심법을 수련하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교사가 김창훈에게 말했다.
“중간시험에서 보여 주었던 모습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1학년 중간시험이었기에 받은 점수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발전할 필요가 있죠. 단순히 심법만 운영하여 내공의 양을 늘린다고 무인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의 말에 김창훈은 교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인이나 마법사나 똑같이 내공이나 마나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었다.
“그걸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초식과 육체의 단련. 이 두 가지가 받쳐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내공이 많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정론이었다. 김창훈도 교사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가 익히는 천마신공은 다른 무공들과 그 방향이 달랐다.
‘천마가 이 말을 들으면 화를 내겠지?’
천마신공의 기본 요체는 이것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파괴한다.’ 단순 무식하지만 그렇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답이 없다.
그냥 단순하게 천마신공은 강하다. 무슨 무공의 묘리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힘. 그 하나에 집중하였고 그 하나만 가지고 모든 적을 쓰러트리는 것이 천마신공이다.
‘나도 이걸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거렸지.’
20년을 수련하고 나서야 천마신공의 진정한 요체를 깨달았고 천마기공 수련을 소홀하게 하였던 과거의 자신에게 욕이 나왔다.
무기를 다루는 법? 중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에 천마기공을 운기하며 천마기를 더 쌓아서 그냥 천마신공 초식을 한 번 더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육체의 단련? 천마기공을 수련하면 알아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한다. 괜히 스킬 설명에 ‘무적이 되리라’란 단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천마신공만 우직하게 수련하면 정말로 무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의 김창훈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확실히 그 말씀은 맞습니다만, 저는 이 방식이 맞습니다.”
“음····· 그렇습니까?”
“예. 마침 잘되었네요. 안 그래도 꼭 실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도와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교사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에게 제 스킬의 위력을 시험하고 싶습니다.”
“…교장 선생님에게요?”
“예. 그분이라면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 말에 교사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저로서는 안 된다는 겁니까?”
“예.”
단호한 김창훈의 말에 교사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식당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재미있는 이야기로군.”
그 목소리에 모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흥미로운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 대한 헌터 학교의 교장직을 맡고 있는 박임로가 있었다.
“자세하게 이야기 좀 해 주게나. 나도 그 말에 흥미가 생겼네.”
박임로의 말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이걸로 천마파천장의 위력을 시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