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내 스킬은 천마신공(2)
대한 헌터 학교는 학생들을 방치시킨다. 그 누구도 학생을 강제로 하지 않는다. 수업을 듣지 않아도 상관없고, 하루 종일 잠만 자도 상관없다.
학교 내에 있는 규칙을 어기지 않고, 1년에 2번 있는 시험에서 낙제하지 않는 이상 학생은 모든 자유를 보장 받는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듣고 싶은 수업을 들으면 된다. 심지어 아예 수업 하나 듣지 않고 그냥 시험만 봐서 낙제를 면한다면 그것도 오케이였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정말로 자유롭게 생활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1년에 2번 있는 시험에서 1번은 몰라도 2번 이상 낙제점을 받으면 그날로 그 즉시 퇴학이다.
그리고 졸업을 위해서는 총 4년을 다녀야 했으며 졸업을 위해서는 졸업 시험도 따로 치러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총 9번의 시험에서 통과를 해야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었다.
과거로 회귀한 이후로 김창훈은 천마기공에 매달렸다. 천마신공의 모든 시작은 이 천마기공에서 시작이 된다. 그렇기에 천마기공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수업도 참가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기숙사, 식당, 기숙사, 식당. 이 2가지만 반복하며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천마기공을 운기했다. 그 결과.
[천마신공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천마신공의 새로운 초식이 개방되었습니다.]
“후우. 드디어 레벨이 올랐구나.”
약 10일 만에 그는 천마신공의 레벨을 상승시키는 데 성공했다. 과거에 천마기공을 습득하고 난 후에도 천마신공의 레벨을 상승시키는 데 무려 2년이 추가적으로 더 걸렸다.
“5년 걸린 일이 10일 만에 해결되었네.”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해도 보통이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로 특성의 힘이었다.
천마신공이 1레벨이 되는 조건은 천마기의 능력치가 20이 되는 것. 즉, 일정 수준으로 천마기를 축적하는 것이었는데 그걸 특성의 힘으로 15배나 증폭시킨 결과가 지금 이것이었다.
[1초식: 천마군림보
= 천마의 일보에 땅이 흔들리며 천마의 이보에 하늘이 뒤집히니 천마의 삼보에 삼라만상이 천마에게 고개를 조아린다.]
“여전하네. 불친절한 설명은.”
천마군림보. 광오한 설명답게 엄청난 힘을 가진 스킬이지만 이 스킬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김창훈은 잘 몰랐다. 스킬을 습득하며 기본 지식이 자동으로 머리에서 떠오르지만. 어디까지나 지식일 뿐.
그것을 자신이 직접 체화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안 그래도 난해한 천마신공을 범인인 김창훈이 익혀야 했으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다르지.’
천마군림보를 완전히 습득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냥 단순히 한 발 내딛는 것에 불과한 스킬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과 스킬의 작동 방식은 그 이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천마기도 부족했지.’
연습하고 싶어도 천마기가 있어야 연습을 하는데 그 천마기 자체가 너무 부족했으니 제대로 연습도 못 하였다. 그렇기에 1년이 걸린 것이다. 고작 한 발 앞으로 가는 데 말이다.
“그러면 이제 실전에서 한 번 해 봐야지.”
기숙사 방에서 나온 김창훈은 곧바로 학교 부지 내에 있는 개인별로 마련된 별도의 수련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각자의 수련방에서 이미 많은 학생들이 각자 자신들의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김창훈은 자신의 수련방에 들어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기도 진짜 오랜만에 오네.”
과거에는 이곳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낙제점을 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학교에서 누구나 다 인정한 노력의 화신이 바로 그였다.
“하지만 결과가 최악이었지.”
그렇게 노력을 해도 겨우겨우 졸업했다. 김창훈을 좋게 보는 교사들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퇴학이 되었을 정도로 그의 성적은 들인 노력이나 시간에 비하면 엉망이었다.
“이것들도 다 오랜만이네.”
개인 수련방 한 곳에 있는 각종 무기들. 이곳에서 각자 자신들에 맞는 무기를 들고 수련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김창훈은 이곳에 있는 모든 무기를 수련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무기를 찾기 위해서 모든 무기를 사용하며 수련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무기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더 절망했지만 말이다.
무기들로부터 시선을 돌려 이번에는 방의 한가운데에 있는 마네킹과 같이 생긴 인형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수련용 인형이었다.
특수하게 제작이 되었기에 절대로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졸업하기 전에 이 인형을 파괴하는 것이 자신의 실력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척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후우. 그러면 해 볼까.”
과거로 돌아온 후 처음 사용하는 천마군림보이기에 조금 긴장하며 김창훈은 천마기를 모두 끌어 올린 후 가볍게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동시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수련방이 흔들렸고 김창훈의 앞에 있는 인형이 비틀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파괴되지는 않았다.
‘한 번 더.’
다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욱 큰 쿵 소리와 함께 김창훈을 중심으로 수련방의 바닥이 파이고, 동시에 인형이 있는 땅이 파이며 인형의 다리가 발목까지 땅에 들어간다.
‘여기서 한 번만 더!’
한 번 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려고 했으나, 그의 몸에 있던 천마기가 모두 소진되며 천마군림보의 힘이 사라졌다.
그 잠깐 사이에 전신이 땀투성이가 된 김창훈은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젠장. 그래도 2중첩까지는 성공인가.”
비록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에는 실패했으나, 2중첩을 했다는 부분에서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올해 안으로 3중첩 상태로 10초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어.’
천마군림보의 힘은 그 자체로 강하나 천마군림보의 진정한 위력은 바로 그 힘을 계속 중첩시켜 강화시키는 것에 있다.
최대 3번 천마군림보를 중첩시킬 수 있었고. 그 강한 힘으로 적을 찍어 누른다. 그리고 그 상태가 일순간에 나오는 파괴력이 아닌 지속해서 유지되는 것이라는 점이 더 무서운 점이었다.
‘덕분에 중첩할수록 천마기의 소모가 무시무시하지만 이번에는 특성의 힘이 있으니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거다.’
쾅쾅쾅!
그때 문이 있는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김창훈이 수련방의 문을 바라보니 교사가 문을 두들기며 뭐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창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련방의 문을 열자 교사가 급히 들어오며 말했다.
“도대체 여기서 뭘 한 겁니까?”
“수련을 했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무슨 문제라니. 다른 학생들도 이용하는 곳에서 그런 기운을 마구 뿌리면-”
말을 하려던 교사는 수련방의 바닥이 파여 있고 인형의 발목이 땅에 박혀 있는 것을 보며 말했다.
“김창훈 학생이 한 겁니까?”
“예.”
“음.”
잠시 생각에 잠긴 교사가 곧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당분간 개인 수련방은 이용 금지입니다. 수련방이 망가졌으니 수리에 들어갈 겁니다. 저 인형도 멀쩡한지 확인 점검 들어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사용한 그 스킬은 다시 사용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끼칩니다.”
그 말에 김창훈은 머리를 긁었다. 천마군림보에 너무 집중하느라 천마군림보의 여파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김창훈 학생의 스킬 자체가 너무 강한 것이 문제가 되겠죠. 올해 1학년인데도 대단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일단, 오늘은 돌아가서 쉬도록 하세요. 그리고 여기에서의 일은 아무래도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차후 다시 한번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한 후 수련방에서 나오자 다른 수련방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문을 열고 자신의 수련방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학생들의 관심이 싫지 않았던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앉은 그는 미소 지었다.
“그런 관심도 좋은데?”
동정의 시선도, 깔보는 시선도, 불쾌한 시선도 아닌 순수한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질투가 담긴 시선. 그 시선들을 느끼며 김창훈은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오늘 교사의 말대로 조금 조심해야지.”
천마군림보의 진정한 힘은 적을 압박하여 굴복시키는 것. 그리고 그 범위는 상당히 넓다. 설령 아군이라고 해도 이 힘을 버티지 못하면 저절로 굴복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막 배우고 바로 사용했다고 하나 그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교사가 장소를 보며 사용하라고 한 것이었다.
“운기나 하자. 아직 가야 할 길이 머니까.”
이제 고작 천마군림보를 펼쳤을 뿐.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었다.
* * *
“굉장하군요. 이제 막 입학한 학생인데 벌써 여기까지…….”
“스킬 자체도 굉장했습니다. 그 압박감. 엄청났습니다. 도저히 이제 막 입학한 학생이라고 믿기 힘들었습니다.”
“이번에 정말로 굉장한 재능을 가진 학생이 왔군요. 역시 특별전형으로 뽑기를 잘했습니다.”
교사들의 회의. 그들은 오늘 있었던 김창훈의 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김창훈 학생의 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어떻게 도움을 줄지, 혹은 어떻게 제어를 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한 3일 후에 대련장으로 부르도록 하죠.”
“대련장으로요?”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니겠습니까? 거기다가 다른 부분은 또 어떤지 확인해야죠. 수업을 듣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스킬 하나만 믿고 다른 부분을 소홀하게 되면 제대로 된 헌터가 될 수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직접 알아 볼 겁니다.”
그렇게 김창훈에 대한 처우가 결정되었고, 정확히 3일 후. 김창훈은 학교에 있는 대련장의 중심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