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내 스킬은 천마신공(1)
“…훈!”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러자.
“김창훈! 일어나라!”
누군가 날 보며 소리쳤고 그 소리에 나는 급히 눈을 크게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소년, 소녀들이 날 보며 웃고 있었다.
“하아. 정말이지. 입학하고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벌써부터 수업 시간에 자면 어떻게 하자는 거니.”
의자에 앉아 있는 날 내려다보며 말하는 여성. 그 여성의 말에 나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 좀 깨도록 밖에 나가서 세수라도 하고 오렴.”
“예.”
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왔다. 그리고 아주 익숙한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진짜로?”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 복도를 걸었다. 거의 20년 만에 걷는 복도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친숙하기도 했다. 이곳은 내가 4년간 다닌 길이니까.
“진짜 당신이 날 과거로 회귀시켜 준 겁니까? 천마.”
내 말은 공허하게 복도를 맴돌았다.
* * *
김창훈이라고 불린 소년은 머리가 어지러운 하루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홀로 침대에 걸터앉아 고민에 잠겼다.
“꿈? 아니야. 꿈일 리가 없지. 그렇게 생생한 꿈이 세상에 어디 있어?”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는 본래 36살이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이 ‘대한 헌터 학교’를 겨우겨우 턱걸이 성적으로 졸업하고 헌터로서 삶을 살아갔다.
강한 힘이 없었던 그는 비록 급이 낮은 헌터였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헌터로서의 일을 하였다. 몬스터도 잡고 범죄자들도 잡으며 때로는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도 했다.
동료들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잘나가는 동기들의 모습을 TV로 보고 부러워하기도, 질투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중.
“그놈이 나타났다.”
드래곤. 지금까지 단 한 번만 나타났던, 몬스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재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 때문에 그 드래곤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 저항하다.
“무리하게 스킬을 사용해서 죽었지.”
자폭 공격이었다. 하지만 더 절망적인 사실은 그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타격을 드래곤에게 입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자신이 가진 스킬의 본래 주인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스킬의 주인은 화를 내며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고 했다. 과거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김창훈은 당연히 그 기회를 잡았고 그것으로 그의 기억은 오늘 아침에 있던 수업시간에 잠을 자던 때로 돌아온다.
“꿈은 아니겠지?”
손에 굳은살 하나 없는 정형적인 아이의 손이었고 키도 작아져 있었다. 헌터 일을 하면서 생긴 상처들의 흉터는 몸 어디에도 없었다.
“진짜로 과거로 돌아왔다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오늘 수업하는 내내 확인하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름: 김창훈
힘: 3
민첩: 5
체력: 7
지능: 12
천마기: 0]
“그동안 올린 능력치들이 다 사라졌어.”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김창훈은 이번에 자신을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천마신공 - 0Lv.
= 만마(萬魔)의 주인이자 무의 끝을 본 자. 천마가 만들고 천마가 사용하며 천마가 완성한 마공(魔空). 천마신공을 익힌 자. 무적이 되리라.
= 입문: 천마기공.]
20년간 고생하며 겨우겨우 2레벨로 올렸던 스킬의 레벨도 0이 되어 있었다. 마치 과거 우연히 각성을 통해서 이 스킬을 얻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진짜로 과거로 돌아온 건가.”
다시 한번 스스로 중얼거리는 김창훈. 그런 그의 눈앞으로 갑작스럽게 허공에 글자들이 나타났다.
- 어린 시절로 돌아온 것은 마음에 드나? 후인이여.
갑자기 나타난 글자를 본 김창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천마!”
- 시끄럽군. 고작 이 정도로 소란 피우지 마라.
“당신이 정말로 날 과거로 돌려보낸 겁니까?”
- 그렇지. 그보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이야기를 하겠다. 이제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이번에도 죽으면 끝이다. 그리고 이건 재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못난 후인을 위해서 내가 급하게 마련한 선물이다.
[특성 ‘천마지체’를 획득하셨습니다.]
“특성?!”
- 내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널 보면서 느낀 답답함은 이로 말할 수 없다. 솔직히 내 뒤를 잇기에는 한참 그 자질이 부족하지. 그러나 어찌 되었든 너도 천마의 이름을 이은 자. 그렇기에 이번 한 번 도와주기로 했다. 그러니 후인이여. 이번에는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회귀 전과 같은 꼴불견인 모습을 보인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그 글에 김창훈은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자신을 과거로 회귀시켜 주고 특성까지 준 존재. 그런 존재가 직접 죽이겠다고 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천마는 무적이다. 천마보다 강한 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마는 오만하다. 삼라만상이 천마에게 고개를 조아리기 때문이다. 천마는 당당하다. 천마의 행동에는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기 때문이다. 잊지 마라. 지금 내가 말한 것은 당대 천마로서 지켜야 할 기본자세다. 지키지 않는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추가적인 글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김창훈은 침을 삼키며 자신이 새롭게 얻은 특성을 확인했다.
[특성: 천마지체.
= 천마신공을 익히기에 더없이 좋은 신체. 천마신공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천마기의 소모를 반으로 감소시키며, 천마기의 축적 속도를 15배 증가시킨다.]
“사기잖아?”
과거로 희귀하기 전. 그가 20년 동안 약한 이유는 바로 그가 익힌 천마신공에 있었다. 너무나도 익히기 난해하였고 무엇보다 천마신공을 사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천마기’를 축적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천마기는 마나 혹은 내공이라고 불리는 힘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의 힘이기에 자연의 기를 받아들인 후, 따로 정제를 하고 변경을 시켜야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축적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
“그런 주제에 천마기 소모는 어마어마했지.”
회귀하기 전에 김창훈이 올린 천마신공의 레벨은 2. 총 2개의 초식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둘 다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만큼 어마어마한 천마기의 소모를 자랑했다.
그렇기에 그가 헌터로 살아가면서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조커 카드로 사용할 뿐.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약했다.
“옛날 생각나네. 분명 ‘너무 뛰어난 스킬을 가진 범인’이라고 했던가?”
과거 이 학교에서 김창훈의 스킬에 대해서 누구보다 먼저 파악했던 한 선생이 한 말이었고 그 말은 20년이 흘러서도 증명이 되었다.
“이번에는 잘하라고?”
자신은 처음부터 잘하고 싶었다. 우연히 각성한 다음 피나는 노력으로 겨우겨우 이 학교에 들어왔다. 그 이후로도 하루도 편히 자 본 적이 없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 정말로 죽어라 노력했다. 그럼에도 겨우겨우 졸업할 수 있었고 헌터로 살아가면서도 정말로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래. 이번에는 잘할 거다, 천마. 이렇게 퍼 줬는데도 못 하면 그냥 혀 깨물고 죽어야지.”
과거로 돌아오면서 20년간 쌓은 경험은 그대로 있다. 거기다가 추가적으로 천마신공의 가장 큰 단점을 상쇄시켜주는 특성까지 얻었다.
그런데도 헌터로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었다.
“후회하지 않게 해 주마, 천마.”
그리고 김창훈은 눈을 감았다. 천마신공은 너무 난해하였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입문인 ‘천마기공’을 습득하는 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는 다르다.’
3년간 노력. 그 수많은 시행착오들. 그 결과를 다 알고 있는 김창훈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그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지난 경험을 살린다.
그러자 대기 중에 있던 자연의 기가 김창훈의 몸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느낀 김창훈은 천마기공의 구결을 외우며 자연의 기를 천마기로 정제하기 시작했다.
정제가 끝난 천마기가 김창훈의 전신에 골고루 퍼지며 쌓이기 시작했고.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로 천마기공을 운용하다가 눈을 뜬 김창훈은 밖에 해가 뜨는 것을 보며 말했다.
“꽤 오랜 시간 운기를 했나 보네.”
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는 천마기에 미소를 지었다.
“특성 덕분인가. 엄청난 양이야. 이 정도면 20년 전의 날 따라잡는 데 얼마 걸리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며 김창훈은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이름: 김창훈
특: 천마지체
힘: 3 -> 5
민첩: 5 -> 7
체력: 7 -> 8
지능: 12 -> 15
천마기: 0 -> 3]
전체적으로 상승한 자신의 능력치들을 보며 그는 미소 지었다.
“역시 천마기공. 제대로 습득만 하면 이보다 좋은 심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
김창훈이 제대로 스킬을 사용하지 못해도 그를 헌터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바로 이 천마기공의 힘이었다.
단순히 심법을 운기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는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다를 거다. 이번에는.”
TV에서 나오는 동기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자신은 없을 거라고 다짐했다. 천마가 말했던 3가지의 마음가짐. 그것을 다 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2가지는 무조건 지킬 생각이었다.
“무적이 되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된다.”
이 2가지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꼭 이루겠다는 것을 다짐하며 김창훈은 다시 눈을 감고 천마기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