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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819화 (1,818/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18화

“열두 번?!”

태현은 대답 대신 망치를 휘둘렀다. 도동수는 기겁해서 피했다.

쉬이익!

‘위험하다!’

그저 대장장이의 공격이었지만 도동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한 대 잘못 맞으면 훅 간다고!

‘뭔 놈의 대장장이가?? 하라는 제작 스킬은 안 하고 전투만 찍었나??’

저 미친 대장장이의 소문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렇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대체….

“대장장이 주제에 감히!!”

도동수는 빠르게 스킬을 연타했다. 이동 스킬들이 펼쳐지면서 도동수의 속도가 몇 배로 올라갔다.

방어력 높고 HP 높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도동수는 그런 묵직한 탱커들을 몇 번이고 상대해 왔었다.

노련한 사냥꾼이 사냥감의 피를 말리듯이, 상대의 공격을 계속 피하면서 일방적으로 딜을 꽂아넣는다.

도동수 같은 도적 계열 랭커의 PVP 방식이었다.

수없이 많이 해온 만큼 도동수의 동작은 익숙했고 머뭇거림이 없었다.

파파팍! 파파파파파파파팍!

‘잘하는군.’

태현은 방패를 들고 피해를 감소시키면서 묵묵히 버텼다.

저런 타입의 랭커를 상대할 때는 침착해야 했다.

상대가 미친놈처럼 공격을 퍼붓고 스킬을 난사한다고 자기도 자세를 열고 맞받아치면 위험한 것이다.

태현이 각종 사기적인 장비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지만 상태 이상이나 공격 스킬 몇 방 잘못 맞으면 상황이 이상하게 꼬일 수 있었다.

침착하게.

한 걸음씩.

탁.

[<환영 단검 난사>가 시전됩니다!]

[<열두번 강화된 불멸의 영혼 방패>가 공격을 완전히 막아냅니다.]

[<급소를 찌르는 지독한 일격>이 방패를 관통하고 데미지를 넣습니다!]

[<열두번 강화된 지옥의 강철 갑옷>이 공격을 무효화시킵니다.]

[……]

[……]

방패로 몸을 가리고 공격을 방어하는 태현은 거북이를 연상시켰다.

도동수는 신나게 두들겨 패면서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느꼈다.

‘뭐지? 내가… 내가 이딴 자식한테 겁을 먹는다고??!’

무언가 이상했다.

계속 스킬을 쓰면서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건 자신이었는데, 조금씩 밀려나는 것도 자신이었다.

도동수는 그제야 상대 대장장이가 조금도 겁을 먹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애초에 데미지 자체가 들어가지 않은 것 같았다.

‘말이 되나??’

족히 계산해도 수십 개의 스킬을 넘게 쓴 것 같았다.

방패 위로 꽂힌 스킬들도 있었지만 그건 원래 감안하는 부분이었다.

분명 방패를 관통하거나 방패 뒤로 우회해서 상대를 직접 때린 공격들도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단 말인가?

‘설마 장비 방어력만으로 다 막아냈나? 말도 안 돼! 아무리 강화를 많이 했어도 그게 된다고? 그게 가능하면….’

도동수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눈앞의 대장장이가 가진 장비처럼 강화가 많이 된 장비를 본 적이 없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말도 안 된다 싶으면서도 머릿속 한구석에는 ‘설마’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게 사실이라면….

갖고 싶다!

이 와중에 탐욕이 생기는 것도 웃겼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어쩔 수가 없었다.

“!”

그렇게 생각하던 도동수는 뒤늦게 위화감을 깨달았다.

상대와의 거리가 어느새 좁혀지고 있었던 것이다.

‘미… 미친!!’

언제 어떻게 거리를 좁히고 있었는지 도동수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도동수는 체면이고 뭐고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거리를 벌리려고 시도했다.

‘일단 피한다!’

‘눈치가 있군.’

태현은 도동수의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신나게 패다가 갑자기 저러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태현이 조금씩 공간을 깎아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게 분명했다.

“도망치나?”

“닥쳐!”

도동수는 얼굴을 붉히며 거리를 벌렸다.

도동수 같은 랭커가 대장장이 상대로 공격을 퍼붓다가 물러선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도동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단 거리를 벌리고 저 대장장이를 다시 죽여 버리겠다!

어차피 저 대장장이는 도동수가 거리를 벌리면 쫓아올 방법이 없었다. 도적이 거리를 벌리는데 어떻게 대장장이가 쫓….

[룬 마법진이 작동합니다!]

“!!!!”

도동수는 자신이 피한 방향에서 마법진이 발동되자 깜짝 놀랐다.

다 끝난 게 아니었나!?

[룬 마법진이 작동합니다!]

[룬 마법진이 작동합니다!]

[룬 마법진이 작동합니다!]

[……]

[……]

그러나 그런 생각을 비웃듯이 메시지 창들이 날아왔다.

도동수는 차가운 얼음이 몸을 꿰뚫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유도당했다고!?’

싸우면서 마법진들이 다 해체된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 남아 있는 마법진으로 유도당하고 있었다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됐다.

‘내가 저딴 놈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었다고?!’

공격이 안 통하면 도망칠 걸 예상하고 마법진을 미리 깔아놨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잠ㄲ…!”

도동수가 느려진 사이 태현이 장비의 스킬들을 작동시키고 날아들었다.

그리고 망치가 올라갔다.

퍽!!!

* * *

올칸은 기다렸다.

‘이상한데?’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도동수 정도 실력이라면 벌써 들어가서 끝장을 봤을 텐데, 길드원들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도동수한테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어떻게 됐냐?

-예?

-동굴 안 상황이 어떻게 됐냐고.

-대장장이 놈이 밖으로 나간 다음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요.

-밖으로 나와서 확인해 봐.

-…….

-?

동굴 안에 갇힌 길드원이 아무 말도 없자 올칸은 당황했다.

뭐야?

-왜 그래? 내 말 안 들리나?

-…그… 섣불리 움직이는 것보다 좀 더 기다려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올칸은 경악했다.

지금 이 동굴 안에 갇힌 길드원들은 자리에 있지도 않은 대장장이한테 겁먹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겁쟁이들!

-당장 뛰쳐나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길드원들은 허겁지겁 동굴 밖으로 향했다.

[룬 마법진이 작동합니다!!]

[……]

[……]

-크악!

-컥!

물론 그 와중에도 희생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유심히 관찰하고 확인해뒀는데도 길드원들은 대장장이 놈의 함정에 걸렸다.

-눈이 없냐!?

-죄… 죄송합니다. 확인을 했는데도….

-됐다. 빨리 나오기나 해!

길드원들은 저 멀리 빛이 반짝이는 입구를 향해 달렸다.

저기로만 나가면 자유….

“뭐 하나?”

그 순간 대장장이가 돌아왔다.

“…….”

“…….”

“뭐 하냐고 물었는데.”

“그게, 밖의 공기가….”

퍽!

태현은 가장 앞에 있던 길드원을 로그아웃시켜버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가서 제작 다시 시작해라.”

-올칸 님, 이게 뭡니까!!!

-당신 때문에 괜히 죽었잖아요!!

-!!

올칸은 깜짝 놀랐다.

대장장이 놈이 돌아왔다고?

-도동수! 뭐 하냐!

[현재 상대가 귓속말을 받을 수가…]

-도동수!!! 뭐하냐고! 대답해! 이 자식!

[현재 상대가…]

올칸은 극노했다.

감히 이 새끼가 그만한 선금을 받고 튀어?

요즘 잘나간다고 아주….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구나! 도동수 이 새끼한테 현상금 걸어!

-예!

-그리고 주변에 있는 놈들 다 집합시켜! 대장장이 잡으러 간다!

* * *

촤아악-

대장장이 놈이 갑자기 동굴 안에 장비를 쏟아붓더니 해체하기 시작하자, 남아 있는 길드원들은 힐끔힐끔 시선을 던졌다.

또 뭘 하는 거지?

‘제작하는 거겠지. 눈 돌려. 그러다 또 죽는다.’

‘제작을 왜 남의 장비들을?’

‘대장장이들은 재료 필요하면 장비 해체하곤 하잖아.’

그러나 길드원들은 쉽게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근데 저 장비 이상하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도동수 장비 아니야?’

‘…….’

‘…….’

길드원들은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아니겠지 설마!

[장비를 해체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재료를 추출…]

[……]

[……]

[……]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도동수에게서 얻은 장비를 말끔하게 해체했다.

‘운이 좋군.’

태현은 오랜만에 미소 지었다.

이름 모를 도적 랭커한테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만큼 장비가 쏠쏠했다.

쾅! 콰콰콰콰콰콰쾅!

밖에서 뭔가 우르릉 쾅쾅대며 마법 터지는 소리가 났다.

작업하던 길드원들은 움찔했다.

“신경 쓰지 마라. 깔아놓은 함정 작동하는 소리니까.”

“…….”

“…!!!”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지금 밖에서 함정이 작동한다는 건…?

* * *

“미친 대장장이 놈! 대체 왜 이렇게까지!?”

설산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올칸은 경악했다.

발을 디딛는 곳마다 무슨 룬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힘으로 뚫고 가려고 했는데, 마법진의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서로 연계되어서 위력을 몇 배로 늘리는 살벌함이 보통이 아니었다.

게다가….

[충격으로 눈사태가 일어납니다!]

[몬스터들이 깨어납니다!]

[얼음이 깨져서 절벽으로 추락합니다!]

[……]

[……]

마법진은 그냥 마법진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변 환경까지 뒤흔드는 수준!

올칸은 대장장이 놈이 이것까지 예상한 건가 싶어서 혼란스러웠다.

“올… 올칸 님. 그냥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닥쳐라!”

올칸은 길드원들에게 화를 냈다.

상황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꼬여가자 성질이 폭발한 것이다.

이미 이 지점에서 올칸은 지금 다른 길드들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올칸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가기만 하면 돼! 가면 잡을 수 있다. 놈을 잡으면 이 정도 손해는 다 보상받을 수 있다!”

“알… 알겠습니다.”

길드원들은 올칸의 분노에 길을 뚫기 시작했다. 올칸과 같이 온 랭커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위험한 것 같은데… 올칸 놈이 저러니까 말할 수가 없네.’

‘내가 고생하는 거 아니니까 괜찮겠지.’

올칸이 이를 가는 소리가 뒤에까지 들려 올 정도였다.

그 때문에 랭커들은 말릴 수가 없었다.

일단 우리가 고생하는 거 아니니까!

“헉… 헉헉.”

“다 만들었습니다!”

길드원들은 기어코 마법진들을 몸으로 해제하고 각종 방법으로 날려서 길을 만들었다.

저 멀리 동굴이 보였다.

‘반드시 붙잡는다!’

“잠깐. 올칸.”

“왜?”

“저거….”

반대쪽 길에서 처음 보는 파티가 올라오고 있었다. 올칸과 길드원들은 경계의 시선을 던졌다.

누구지?

“여기 올 놈들이 있나?”

“인기 있는 곳은 아닌데. 수상하군.”

“꺼지라고 해. 여긴 팔달란 길드가 먼저 왔다고 하라고.”

“예!”

길드원이 외쳤다.

“여긴 팔달란 길드에서 먼저 점령했다! 걸어오고 있는 파티는 당장 꺼져라!”

“던전도 아니고 산 통째로 점령했다고? 팔달란 길드가 언제부터 그렇게 양심 없는 소리를 하는 곳이 됐지?”

“!”

상대 파티가 멈추기는커녕 말대꾸를 하며 다가오자 랭커들의 안색이 변했다.

보통 저러는 놈들은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다른 대형 길드 소속인가?

“잠깐. 저 자식들….”

“아는 놈들인가?”

“…이세연 길드 소속이잖아!”

흑마법사 특유의 문양을 길드 마크로 쓰고 있는 파티원들의 모습에, 팔달란 길드원들은 움찔했다.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길마인 이세연의 이름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자식들이 여기는 왜 와?”

“나도 모르지. 일단 설득해서 돌려보내. 힘으로는 무리니까.”

올칸은 침을 뱉고서는 직접 나섰다. 상대가 이세연 쪽 길드원이라면 협박은 통하지 않았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퀘스트를 먼저 하고 있어서….”

“어. 꺼져.”

“…뭐라고?”

“꺼지라고. 지금 꺼지면 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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