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818화 (1,817/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17화

“혹시… 그쪽이 그 대장장이… 인가?”

붙잡힌 길드원 한 명이 눈치를 보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태현은 망치를 휘둘렀다.

빡!

[HP가 0이 되어…]

“…….”

“…….”

미친 대장장이, 미친 대장장이 같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구나!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무슨 말 한 마디 걸었다고….

-야! 그 미친 대장장이 맞는 거 같다!

-진짜 개미친놈이야!!

-뭐 이런 새끼가 다 있냐?!

길드원들은 귓속말로 다급하게 외쳤다.

아직 정보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확신이 들었다.

이런 미친 대장장이 놈이 판온에 둘 있지는 않을 거라고!

-그 미친 대장장이 정보 좀 알려줘!

-그리고 빨리 도우러 오라고!! 이러다 다 죽게 생겼어!

-잠, 잠시만….

연락을 받은 길드원들은 서둘러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케넥 파티가 지금 미친 대장장이 놈한테 갇혀 있다고 합니다!”

“뭐? 그놈 아직 판온 하고 있었어??”

길드 간부 중 한 명이 깜짝 놀랐다.

발칼락 길드는 물론이고 대형 길드 여럿과 당돌하게 정면으로 승부한 것으로 한때 파란을 일으킨 미친 대장장이.

그 대장장이가 아직 판온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접은 줄 알았는데.”

“왜 접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길드 스카웃 제안을 다 거절했다고 하더라고.”

소문에 따르면 대형 길드 여럿이 꽤나 진지하게 스카웃 시도를 한 모양이었다.

심지어 대장장이한테 당한 적 있는 대형 길드도 나섰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스카웃 제안 거절했다고 왜 접습니까?”

“그야 너 같으면 그런 놈을 가만히 내버려 두겠냐? 그렇게 싸움을 걸어온 놈인데? 게다가 그 대장장이 놈이 온갖 희귀한 장비를 다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어.”

“…!”

“거기에 그 대장장이가 만든 장비, 탐나지 않냐?”

“…솔직히 탐납니다!”

“그렇지? 그래서 대형 길드들이 연합해서 추적 나섰다고 들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싹 사라져서 게임을 접은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닌 모양이었다.

포위망을 뚫고 나가서 또 판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기회다.”

“네? 케넥이 지금 갇혀 있다니까요?”

“그래. 그걸 감안해도 기회란 거지. 다른 길드 놈들이 알기 전에 우리가 그 대장장이 놈을 먼저 잡는 거다.”

“…!”

대형 길드 <팔달란>의 랭커이자 간부, 올칸은 눈을 빛냈다.

“다른 길드 놈들도 놓쳤는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래. 그랬지. 하지만 두 가지가 다르다.”

올칸은 냉정하게 지적했다.

“하나는 그 사이 놈의 가치가 더 뛰었다는 거다. 그 아이템들을 챙기고 빠져나갔으니, 놈이 갖고 있는 재산의 가치를 생각해 봐라.”

꿀꺽!

올칸의 말에 길드원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제 놈의 데이터가 쌓였다는 거다. 판온에 가끔 저런 놈이 나오지만 언제나 오래 간 적은 없지. 왜 그런지 알고 있나? 시간이 지나면 약점이 분석될 수밖에 없다.”

판온이 대형 길드만 득세하는 그런 게임은 아니었다.

가끔씩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랭커가 뛰쳐나와 판도를 흔들고 명성을 얻곤 했다.

특이한 직업, 희귀한 스킬들을 가진 솔로 랭커들.

이런 랭커들은 인기를 얻기 좋았지만….

동시에 수명도 짧았다.

당연히 부딪치고 충돌하는데 대형 길드들이 그런 랭커를 내버려 둘 리 없었다.

길드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길드에 짓밟히거나.

이런 실력파 랭커들은 처음에는 제법 잘 싸워도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공략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결국 혼자서 숫자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대장장이 놈한테 당한 길드들이 많아서 벌써 정보가 돌고 있지. 놈이 잘 싸우는 건 인정하지만, 공략법 또한 명확하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과연…! 역시 올칸 님이십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살짝 부족하지. 그래서 랭커들을 추가 고용할 생각이다.”

올칸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길드원들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누굴 말이십니까?”

“도동수.”

“!!!!”

길드원들은 더더욱 놀랐다.

도동수라고 하면 지금 어마어마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도적 랭커였다.

그런 랭커를 고용하다니.

정말로 올칸의 수완은 대단했다.

“대단하십니다!!”

“대체 어떻게…?!”

“출혈이 좀 크긴 했지만, 이런 PVP에서 도동수 같은 랭커는 든든할 수밖에 없지. 자. 가자! 대장장이 놈을 잡으러!”

“예!!”

* * *

-올칸 님이 구조대 이끌고 출발했다.

-랭커들 추가로 고용해서 데리고 갈 테니까 버티고 있어!

‘살았다!’

‘개자식. 넌 뒤졌어!’

길드원들은 눈물이 찔끔 나오는 걸 참으며 손을 놀렸다.

동료들이 도착만 하면 미친 대장장이 놈도 끝장인 것이다.

‘이 자식들은 동료를 왜 이렇게 늦게 부르나? 동료가 없나?’

그러나 태현은 이미 길드원들의 속마음을 읽고 있었다.

애초에 이 설산 동굴에서 저런 일을 시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공짜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게 쏠쏠하기도 했지만, 더 많은 걸 얻기 위해서였다.

‘장비들을 좀 더 얻어야 하는데….’

장비들을 사겠다고 말한 <진혼곡> 길드는 결국 태현이 말한 골드를 마련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거액이었던 것이다.

다른 길드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이들은 손을 잡고 태현을 PVP로 잡으려고 시도했다.

-대장장이 놈을 잡아라!

-잡기만 하면 인생역전이다!!

이미 챙길 거 다 챙긴 태현은 무의미한 싸움으로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

빠르게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간 다음, 새로운 광산을 찾아 깊숙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광맥을 거의 다 거덜내고 쓸만한 장비도 다 소모했을 때쯤 이렇게 새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친구들이 안 오면 계획이 망가지는데.’

태현의 목표는 간단했다.

광산도 다 캤으니 이 주변에서 길드원들 좀 털고, 강화하느라 박살났던 장비들도 좀 보충하고, 새로 녹여서 미뤄뒀던 제작도 하고, 전투로 경험치도 얻고….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와?

“미친 대장장이, 듣고 있나!”

[<상급 전사의 울부짖음>이 시전됩니다!]

[현재 목걸이의 효과로 무효화됩니다!]

[현재 방패의 효과로…]

[……]

‘왔군.’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산 아래에서 터져 나오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굴 안에서 열심히 손 놀리던 길드원들도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왔구나!”

“쉿. 쉿! 멍청아. 눈치 없냐!”

“대장장이 자식아! 지금 밖에 우리 길드원이 와 있….”

빡!

태현은 손을 멈춘 놈을 그대로 끝장내버렸다.

길드원들은 진짜 질색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미친 놈!!!

-죽여버려! 이 새끼 진짜 죽여버려!

-게임 접게 해야 해!!

-걱정 마라. 어차피 아이템 다 얻을 때까지는 추적해서 죽일 거니까.

다시 한번 산 아래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너한테는 선택지가 있다. 지금 항복하고 갖고 있는 아이템들을 내놓으면, 이번 일은 눈감고 보내주겠다. 그러나 항복하지 않으면 네가 접을 때까지 공격하겠다! 잘 생각해라!”

‘말이 긴 걸 보니 뭔가 꾸미고 있군.’

태현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 상대의 마음을 읽었다.

원래라면 바로 공격을 시작하거나 이런저런 수작을 부려올 놈들이 굳이 저렇게 말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까지 태현이 하는 짓을 봤으면 저런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침투인가.’

태현은 동굴 입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뛰어난 암살자나 도둑이라면 주변 산맥을 타고 올라가서 우회가 가능한 지형이었다.

‘설마 무작정 들어오진 않겠지? 빨리 와주면 좋겠는데.’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기다렸다.

자신이 지휘했다면 벌써 공격했을 텐데, 상대 길드의 일처리가 영 굼떴던 것이다.

* * *

도동수는 눈밭을 헤치며 나아갔다.

파사삭!

도동수가 발을 디딜 때마다 눈으로 뒤덮인 땅이 살짝씩 흔들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발자국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대도적의 걸음을 시전합니다!]

[이동 속도가…]

[소음이 확 줄어듭…]

[……]

[……]

‘대장장이 놈이 건방지게.’

도동수는 손아귀에 든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속도를 올렸다.

이번에 <팔달란> 길드의 제안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만약 이번 파티에 참가해준다면, 미리 제안한 골드는 물론이고 <극독의 왕족 단검>을 주겠소.

-!

<극독의 왕족 단검>은 지금 시장에 풀린 단검 중 손꼽히는 최상위 아이템.

도동수 같이 PVP를 즐기는 도적 랭커에게 저런 단검은 날개가 달리는 셈이었다.

-상대는 미친 대장장이요. 저번에도 한 번 소란을 일으킨 적 있었지만….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 그 정도 놈은 내가 처리할 수 있으니까.

-하하. 믿음직스럽소. 하지만 실수하면… 알고 있으리라 믿소.

-기분 나쁘지만 한 번은 넘어가주도록 하지. 앞으로 내 실력을 결코 의심하지 말도록.

원래 성격이라면 뒤집었을 테지만, <팔달란> 길드가 제안한 보상이 상당했기에 도동수는 한 번 참아주었다.

저만큼 보상을 걸었으니 실패하면 안 된다고 조바심을 내는 것도 이해가 갔다.

[마법진을 발견합니다!]

[……]

[……]

“!”

도동수는 동굴 위쪽 길목에 있는 마법진들을 보고 경악했다.

무슨 마법사도 아닌 놈이 위에 덕지덕지 마법진들을 설치해 놓았던 것이다.

경지에 오른 대장장이들은 마법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지만 이건 좀….

‘미친 놈 아니야 이거?’

[마법진을 해제합니다!]

[해제 스킬이 오릅니다.]

[……]

[……]

그러나 도동수를 만난 게 실수였다.

여기 올라온 게 무식한 전사 랭커였다면 모를까, 도동수는 이런 함정 해제에 있어서 전문가였던 것이다.

순식간에 룬 마법으로 설치된 함정들이 사라지고 길이 만들어졌다.

‘대장장이 놈. 나 같은 사람을 만난 걸 네 불운이라고 생각해라.’

도동수는 다시 길을 따라 동굴로 향했다.

“왔군.”

“?!?!?”

저 아래에서 태현이 길 위로 올라왔다. 도동수는 경악했다.

어떻게!?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았는데!?

-순간 가속!

도동수는 스킬을 사용해서 속도를 올렸다. 도동수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

상대의 뒤를 잡는 도적의 강력한 사기 스킬!

그러나….

꽝!!!

[룬 마법진이 작동합니다!]

[화염의 룬이…]

[느림의 룬이…]

[……]

[……]

[……]

“!!!!!”

도동수는 자신이 밟은 땅에서 마법진이 발동되자 경악했다.

어떻게?!

분명히 다 해체했는데!!

도동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태현이 깐 마법진이 두 종류였다는 것을.

하나는 어지간한 랭커 정도면 감지하고 해체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진들.

이 마법진들은 해체되면 태현이 위에서 접근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악랄한 난이도로 설치해서 어지간하면 감지할 수 없는 마법진들.

이 마법진들이 진짜였다.

도동수가 해체한 마법진들은 시간을 끌기 위한 함정이었을 뿐!

태현은 달려왔다.

“<천사의 갑옷 각성>, <날개의 강림>, <최상급 바람의 가호>.”

대장장이에게 쓸 만한 전투 스킬이 없다지만 그건 장비가 없을 때 이야기였다.

각종 장비로 상황 준비를 끝낸 대장장이는 누구보다도 스킬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순식간에 태현의 속도가 빨라지더니 날듯이 뛰쳐들어와 거리를 좁혔다.

도동수는 깜짝 놀라서 공격을 퍼부었다.

-흡혈의 단검 공격, 연속 맹독 난타!

[<흡혈의 단검 공격>이…]

[<연속 맹독 난타>가…]

[……]

[……]

파파파파파파파파팍!

스킬 이펙트가 터지고 연속공격이 터져서 대장장이한테 꽂혔다.

[<열두번 강화된 지옥의 강철 갑옷>이 공격을 무효화시킵니다.]

“…….”

도동수의 눈동자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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