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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810화 (1,809/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9화

“대체 어떻게 몬스터를 조종하는 거야?! 몬스터 테이머도 아닌데!”

발칼락 길드 간부는 그렇게 외쳤다.

몬스터를 조종하는 건 판온에서도 소수의 직업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장장이 놈이 저만한 숫자의 몬스터들을 조종해서 데리고 오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퍽!

퍼퍼퍼퍽!

[갑옷의 방어가 높아서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갑옷의…]

[…]

[…]

[…]

“…저 새끼?!”

발칼락 길드원은 뒤늦게 깨달았다. 대장장이 놈은 몬스터를 조종하는 게 아니었다.

조종하고 있다면 본인도 맞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저런 무식한 새끼!!’

진짜 그냥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어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미친놈 아니야 저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몬스터를 유인해서 다른 플레이어들 있는 곳에 데려다 놓는다.

이 방법은 들으면 간단해 보였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

일단 몬스터를 유인해서 다른 플레이어들 있는 곳에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자기 목숨 거는 일인 것이다.

가면서 계속 공격받으니 계산 한 번 잘못하면 로그아웃.

몬스터들도 한두 마리 데리고 가면 효과가 없으니 숫자를 늘려야 하는데 그럴수록 위험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약한 몬스터들 데리고 가봤자 마찬가지로 의미 없으니 몬스터들도 당연히 강한 몬스터들을 데리고 가야 했고….

이렇게 개고생을 해서 데리고 가도 끝이 아니었다.

오는 길에 몬스터들한테 두들겨 맞았으니,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한테 공격받으면 자칫 한 번에 훅 갈 수도 있었다.

기껏 몬스터들 끌고 간신히 달려왔는데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한테 로그아웃 당하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그런데 지금 저 대장장이는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목숨이 몇 개라도 되나!?’

“죽여!”

[<늑골 좀비 거인>이 독성 숨결을 내뱉습니다.]

[<늑골 좀비 거인>이 지진을 일으킵니다!]

길드원들이 뭘 하기도 전에 끌고 온 몬스터들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거인의 늑골 광산 지하 8층부터 나오는 강력한 몬스터, <늑골 좀비 거인>.

언데드+거인이라는 조합으로 살벌한 근접공격력을 자랑하는 몬스터였다.

힘 스탯은 물론이고 각종 상태이상공격까지 퍼붓는 놈이라 랭커들도 잘못 걸리면 녹아내릴 정도로.

…그런데 대장장이 놈은 그 사이에서 두들겨 맞는데도 멀쩡히 버티고 서 있었다.

“저 새끼 뭐야! 저 새끼 진짜 뭐냐고!!”

[<갑옷의 정수 증폭> 스킬로 인해 물리 방어력이 급증합니다!]

[충격이 흡수됩니다!]

[…]

[…]

[<독 방지의 룬> 각인으로 인해 독 저항력이 증가합니다!]

[…]

[…]

‘아직 견딜 만하군.’

뒤에서 언데드 거인이 화난 얼굴로 계속 몽둥이를 휘둘러 댔지만 태현은 참고 견뎠다.

대장장이 직업으로서 장점이 있다면 이런 전투 전에 걸고 들어가는 장비 버프가 그나마 쏠쏠하다는 점.

…물론 버프 전문 직업과 비교하면 그 효율이 아쉬운 편이었지만, 태현은 그 효율을 어마어마한 스킬 작업으로 커버했다.

남들보다 스킬이 약하면 더 강하게 키우고 몇 번이고 겹친다!

꽝!

“진형 유지해! 진형 유지해!!”

“도망치는 놈들은 내가 먼저 죽인다!!”

결국 몬스터 무리들과 발칼락 길드원들이 충돌했다.

언데드 거인이 돌진하면서 진형을 무너뜨리고 서로의 거리를 좁혔다. 뒤에서 뛰쳐나온 다른 몬스터들도 빠르게 달라붙었다.

발칼락 길드 간부들이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진형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거인이 거대한 몸뚱어리와 힘으로 밀어붙이는데 견딜 수 있는 파티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태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퍽!

“억!”

거인을 노리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발칼락 길드원 한 명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태현의 망치에 제대로 한 대 맞은 것이다.

“저 대장장이 새끼가 감히!”

발칼락 길드 소속 랭커가 분노하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건 실수였다.

태현처럼 제대로 된 이동기가 부족한 대장장이 상대로 알아서 가까워지다니.

‘고맙군.’

태현은 속으로 고마워하면서 다시 망치를 휘둘렀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망치에, 랭커는 방어하기 위해 방패를 올리고 무기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의 공격은 방패로 막을 게 아니었다.

꽝!!!!!

[힘 스탯이 크게 차이납니다!]

[충격이 방패를 관통합니다!]

[방패의 내구도가 크게 감소합니다!]

[강화된 망치의 힘이…]

[룬…]

[…]

[…]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방패가 파괴됩니다!]

‘미친!’

랭커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날아갔다.

어지간한 최상위권 랭커의 공격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방패 위로 받아냈는데 이 정도가….

퍽퍽퍽퍽!

태현은 무방비 상태가 된 랭커를 두들겨 패서 로그아웃시켰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렸다.

“아, 안 돼! 도와줘! 이 대장장이 자식 떨어뜨려!”

“지금 도와줄 수가… 크악!”

몬스터들이 섞여서 혼란스러운 탓에 길드원들은 태현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

그사이 태현은 요리조리 움직이며 길드원들을 하나씩 두들겨 팼다.

‘저 자식은 왜 안 죽는 거야!?’

대장장이 놈도 다른 길드원들처럼 몬스터들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그런 놈이 계속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게 기가 막혔다.

대체 어떻게??

“주벽중 님! 후퇴해야 합니다!”

“지금 후퇴하라고?! 미친 소리 하지 마라! 적은 고작해야 한 놈이다!”

“하지만 피해가….”

“버텨! 놈도 곧 쓰러질 거다! 저렇게 두들겨 맞고 있잖아!”

발칼락의 간부, 주벽중은 태현의 방어력과 HP를 아직도 오판하고 있었다.

길드원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도 버티다 보면 태현이 먼저 쓰러지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랭커들은 모여라! 피해를 감수하고 저놈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알겠습니다!”

“잠, 잠깐. 그러면 길드원들 피해가…”

“시끄러워! 길마님이 곧 접속하신다. 그전까지 저놈을 잡아야 해!”

곳곳에서 길드원들을 돕던 랭커들이 한 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길드원들은 더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갑자기 빠지면 어떡… 컥!”

“미친놈아! 어디 가는 거야!”

‘이건 좀 위험하군.’

당연히 태현한테도 움직임이 느껴졌다. 랭커들이 포위망을 만들기 전에, 태현은 먼저 선수를 쳤다.

쩌저저적!

[<고대 빙산의 한철검>을 뽑아 듭니다!]

[주변에 냉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저 대장장이 새끼가 또 무슨 짓을?!’

가장 가까이 달려든 랭커는 태현이 푸른빛의 검을 뽑아 들자 경계의 시선을 던졌다.

이미 수십 번 넘게 발칼락 길드를 놀라게 만든 대장장이 놈이었다. 이제 무슨 짓을 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 저거? 설마 <고대 빙산의 한철검> 아니야?”

“뭔데?! 아는 검이야?”

“피해! 피하라고!!”

랭커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태현의 손에 들린 검이 마치 얼음처럼 조각조각 금이 가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고대 빙산의 한철검>이 폭발합니다!]

[검이 파괴됩니다!]

[주변이 얼어붙습니다!]

[…]

[…]

<고대 빙산의 한철검>.

고대의 유물 아이템 중 하나로, 이 검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수많은 검사 랭커들이 달려들었던 아이템이었다.

다들 퀘스트에 도전했지만 어느 순간 퀘스트가 사라져서 ‘어떤 놈이 가져간 거야?’ 하며 소문만 무성했었는데….

그걸 저 대장장이가 갖고 있었다고?

“안 돼! 미친놈아! 그게 얼마짜린지 알아?! 그만둬!!”

랭커가 고함을 질렀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제작법 얻어냈다. 다시 만들 수 있어.’

태현은 대장장이로서 직업을 키우며 대륙 곳곳에 있는 전설적인 아이템들도 손에 넣으려고 애썼다.

전설적인 아이템들을 직접 분해하거나 파괴시킬 때마다 제작법을 얻을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그 아이템을 얻으려다가 뺏긴 사람들 입장에서는 ‘미친 새끼야 그걸 왜 부숴!’란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대장장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그리고 <고대 빙산의 한철검>도 그랬다.

이미 제작법 다 얻어냈고 필요한 것도 다 뽑아냈으니….

일시적인 얼음 수류탄으로 써도 상관없는 장비였다.

“그만둬!!!!”

[주변이 완전히 얼어붙습니다!]

태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적들이 작정하고 온 랭커인 만큼 태현이 적당히 하면 오히려 당할 수 있었다.

[<번개가 깃든 뇌전창>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갑니다!]

[창이 파괴됩니다!]

[주변에…]

[…]

[…]

태현은 배낭에서 하나둘씩 장비를 꺼냈다. 그 장비를 꺼낼 때마다 랭커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저… 저거….

저걸 왜 네가 갖고 있냐고!!

“뇌전창 당장 내려놓지 못… 크아아아악! 미친 자식아!!!”

[치명타가 터집니다!]

[체력이…]

[…]

공격 받고 있다는 사실보다 몇 달 넘게 찾아 헤매던 장비가 대장장이 놈 손에 들려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창 하나를 파괴한 태현은 또 창을 꺼냈다.

[<번개가 깃든 뇌전창>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갑니다!]

“?!!”

그제야 랭커는 깨달았다.

놀랍게도 저 대장장이 놈은 <번개가 깃든 뇌전창>을 또 하나 더 만든 것이다!

“어… 어떻게… 잠깐. 협상하자! 그 창을 만들어준다면 목숨은 살려줄 크악!”

[HP가 0이 되어…]

[…]

[…]

아래에서 몰려온 몬스터들의 숫자가 더욱더 많아지고, 태현이 아낌없이 망가뜨린 장비들로 인해 주변의 환경은 지옥 가까이 변해갔다.

그렇게 철혈 같던 발칼락 길드원들도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는지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안… 안 되겠습니다!”

“당장 돌아오지 못해?!”

“몇 명 남았는지 보세요! 랭커들도 박살이 났다고요!”

주벽중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을 잡기 위해 달려갔던 랭커들은 각종 아이템의 폭풍우를 맞고 박살이 나더니 이제 기껏해야 세 명만 남은 상태였다.

이게 무슨 피해란 말인가?

길드가 반파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피해가 커도 기껏해야 고용된 NPC들이나 죽을 줄 알았는데….

“대장장이 하나한테… 대장장이 하나 때문에 이 꼴이 났다고…?!”

* * *

<발칼락 길드 공성전 연속패배! 실망스러운 패배에 의문…>

<대형 길드들 연합해서 발칼락 길드에 선전포고! ‘발칼락 길드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발칼락 길드 해체…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발칼락 길드 망했음? 왜??

└대장장이 하나 못 잡고 망한 듯.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이야? 그냥 시기가 비슷했던 거겠지.

└내가 직접 가서 봤는데 대장장이 하나 잡겠다고 길드 소속 랭커들 다 던전에 들어갔다가 죽었다더라. 그거 노리고 경쟁 길드들이 공격 개시함.

└그런 꿈을 꿨냐?

└진짜 내가 가서 봤다고!! 곧 기사나 영상 올라올 테니까 확인해 봐라.

<발칼락 길드 해체의 이유를 밝혀내다! ‘거인의 늑골’ 던전에서 발견된 미친 대장장이 분석!>

└?????

└이거 합성 아니야?

└합성 아니라니까.

└대장장이로 어떻게 이렇게 싸울 수 있는데??

└그건 나도 모르겠다.

└대장장이 사실 강한 직업이었던 거 아닌가? 다들 싸움에 안 써서 그렇지.

└내가 대장장이인데 개소리임.

└대장장이 들고 필드 나가봐라 몬스터한테 1분 만에 죽는다.

밖에서 그런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태현은 묵묵히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했다.

‘배낭 한 번 비우고 와야겠군.’

1층으로 올라오자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태현을 보며 수군거렸다.

-저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

수군거리던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길드에서 나온 것 같은 플레이어 한 명이 앞을 막았다.

“발칼락 길드와 싸운 대장장이가 그쪽 맞나?”

“비켜라.”

“대답부터 해라. 무례한 놈 같으니. 발칼락 길드와 싸운 대장장이가 그쪽 맞나?”

“비켜라.”

“지금 내가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도 모르나? 빨리 대답… 컥!”

태현은 길드원의 이름도 묻지 않았다. 길드의 이름도 묻지 않았다.

그냥 망치를 들고 미친 듯이 팼다. 몇 번 때리자 상대는 그대로 로그아웃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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