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808화 (1,807/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7화

“컥!”

[<대형 쇠뇌 화살>이 갑옷을 관통합니다!]

[갑옷의 내구도가 크게 감소합니다!]

[커다란 충격으로…]

[……]

[……]

방어를 했는데도 그냥 공격이 뚫고 들어왔다.

그 정도로 설치된 공성병기의 힘은 막강했다.

‘무… 무슨.’

<구운나무> 길드의 길드원들은 공성전에 참가해 본 경험이 많았다.

당연히 성벽 위에서 날아오는 공성병기에 맞아본 적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살벌한 위력을 갖고 있어서 처음에는 주눅들 수도 있었지만 계속 싸우다 보면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기 마련인데….

‘이 위력은!?’

지금 여기 설치된 공성병기는 그런 위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체 어떻게 만든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저 대장장이 혼자서 만든 게, 우리 길드 대장장이들이 돈을 갈아넣어 만든 병기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이 되나?’

[<악마의 적혈로 만든 맹독>이 당신의 HP를 빠르게 감소시킵니다.]

[……]

[……]

그러나 그런 의문을 풀기도 전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메시지창들이 우르르 나왔다.

최도식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 멈춰라!”

물론 태현은 멈추라고 한다고 멈추지 않았다. 바로 재장전을 하고 한 방 더 갈겼다.

“컥!”

“크흑!”

길드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태현은 그렇게 쓰러진 길드원들을 확실하게 확인사살했다.

[HP가 0이 되어…]

[……]

“이… 이런 머저리 같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모르는 놈이!”

최도식은 펄펄 뛰었다.

기껏 <구운나무> 길드에서 스카웃 제안을 갖고 왔는데 상황 파악도 못하고 공격부터 하는 저런 멍청함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태현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먼저 공격한 놈들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죽어라.”

푹!

길드원을 쓰러뜨린 대형 쇠뇌가 빙글 방향을 돌리더니 최도식을 조준했다.

최도식은 기겁해서 거리를 벌리고 엄폐물 뒤로 피했다. 다행히 광산 형태 던전이라서 피할 곳은 많았다.

“이 병신 같은 대장장이 놈아! 나는 <구운나무>에서 나왔다! <구우나무> 소속이라고!”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재장전하는 소리만 철컥 들려왔다. 최도식은 기가 막혔다.

‘이 새끼! 죽여버릴까?’

<구운나무> 길드에서 스카웃 제안을 해왔는데 감히 저런 반응이라니.

그러나 태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먼저 공격한 놈들이 혓바닥이 길군.”

“그건 네 실력을 테스트하려고 그런 거다! 널 봐준 건데 이렇게 대응해?!”

“그렇군. 계속 봐주도록.”

태현은 발로 미리 만들어 둔 장치를 찼다.

[마법진이 가동합니다!]

[설치된 공성병기가 작동합니다!]

[……]

[……]

“!?”

최도식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대장장이와 전혀 다른 쪽에 있는 곳에서 갑자기 대형 쇠뇌가 튀어나온 것이다.

‘함정!’

저 대장장이는 이 던전 곳곳에 공성병기들을 설치해 놓은 것이다.

거기까지는 놀랍지 않았다.

함정을 곳곳에 설치하는 것 정도는 도적 직업도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놀라운 건 최도식의 움직임을 꿰고 있다가 정해진 위치에 도착하자 바로 정확하게 함정을 가동시키는 것이었다.

한낱 대장장이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다니.

“말도 안… 큭!”

공성병기가 공격을 시작하자 태현도 갑자기 달려오기 시작했다.

최도식은 포션을 꺼내서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셨다.

[<최상급 왕국 활력의 물약>을…]

[<최상급 상태 이상 해제의 물약>을…]

[……]

하도 비싼 물약이라 길드에서도 몇 개 지급해 주지 않는, 추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최도식은 아낌없이 사용했다.

농담이 아니라 지금 눈앞의 대장장이 놈이 정말로 두려워졌던 것이다.

‘이 자식 대체 뭐하는 놈이지? 왜 내가 이제까지 몰랐던 거지?’

“죽어!”

최도식은 창을 들어서 달려드는 대장장이를 찔렀다. 스킬 <콜레온 창술>이 펼쳐지며 화려하게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대장장이는 묵묵하게 방패로 몸을 가리고 접근했다. 타타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창이 튕겨나갔다.

[방패의 방어력이 매우 높아 공격이 막힙니다!]

[공격이 실패합니다!]

[충격이…]

[……]

“!?”

아무리 방패 위로 때려도 그렇지 상대가 고작 대장장이 정도면 데미지가 들어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그냥 막혔다고?

“말….”

[치명타가 터집니다!!]

[<천사들의 뼈로 만든 망치>가 추가 데미지를 부여합니다!]

[<가속의 룬>…]

[<파괴의 룬>…]

[……]

[……]

[……]

[힘 스탯의 차이가…]

[갑옷이 파괴됩니다!]

꽝!!!!!!

최도식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격이 갑옷 위로 작렬했다.

최도식의 눈동자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 새끼!’

폭딜로 유명한 랭커들이나 힘 스탯 높은 걸로 유명한 전사들도 이 정도의 일격을 날리지는 못했다.

판온 시작부터 쌓아 올린 막대한 스탯.

작정하고 만든, 판온에서 따라올 수 없는 무기.

그리고 싸우기 전에 대장장이 스킬을 사용해 극한으로 중첩시킨 강화까지.

보통 뛰어난 대장장이가 싸우기 전에 강화 스킬을 사용한 무기는 평소보다 훨씬 더 좋은 효율을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대장장이가 보여준 중첩 강화는 그 수준이 아니었다.

‘나쁘지 않군.’

최도식은 경악해서 쓰러지고 있었지만 태현은 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지금 죽은 놈이나 아까 죽은 놈이나 그냥 길드원 한 명인 것이다.

그보다 관심이 가는 건 데미지와 망치와 스킬이었다.

‘<가속의 룬>, <파괴의 룬>, <무게의 룬> 조합이 생각보다 괜찮다. 싸우기 전에 매번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 귀찮지만 이 정도면 쓸 만하군. 망치도 아직 잘 견디고. 다음에는 더 중첩시켜서 데미지를 올려야지.’

태현 같은 사람은 오래 싸워서 좋을 게 없었다.

오로지 일격에 상대의 숨통을 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스탯, 강력한 장비, 말도 안 되는 강화 스킬이 필요했다.

다른 대장장이들이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을지 몰랐지만 태현은 슬슬 완성시켜나가고 있었다.

‘싸우기 전에 강화 스킬 최대로 걸고, 내구도 빠르게 감소해서 부서지면 수리하고….’

룬 마법과 강화 스킬을 중첩시키면 장비 내구도가 빠르게 감소했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수리하면서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올릴 수 있어서 이득이었다.

“<구운나무> 길드가 널 절대 용서하지 않….”

퍽!

태현은 대꾸도 하지 않고 상대를 끝장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흠. 장비가 쓰레기군.”

* * *

<특종!! 발칼락 길드 개망신!!>

└글 내리세요 근거 없는 루머로 나중에 망신당하지 마시고

└이 사람 발칼락 길드원 아님?

└발칼락 길드원 맞는 것 같은데??

<지금 거인의 늑골 광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발칼락 길드의 추태…>

<현장 취재를 시도해 봤습니다>

판온 1은 2처럼 플레이어들이 개인 방송을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사건사고가 터져 나와도 사람들의 말로만 전달됐지, 사진이나 영상을 보려면 그걸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직접 거기까지 들어가야 했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막아! 뭘 들어와!”

“하, 하지만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지금 내 말을 이해 못 했나? 무조건 막으라고. PK해도 상관없어!”

당연히 그런 관심은 발칼락 길드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현상이었다.

안 그래도 조용히 끝내지 못해서 창피해 죽겠는데 웬 미친놈들이 취재해 보겠다고 들어온단 말인가.

“그중에는 랭커들도 있어서….”

“뭐?!”

간부, 주벽중은 부하의 말에 기가 막혔다.

할 일 없는 놈들이나 구경 온 줄 알았더니 랭커까지 왔을 줄이야.

확실히 생각보다 사태가 크다는 게 느껴졌다.

‘젠장. 길마가 당한 게 문제야. 그딴 놈한테 그렇게 당하다니….’

“랭커까지 왔다고?”

“예… 앨콧입니다.”

암살자 랭커, 앨콧은 주벽중도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제법 유명한 랭커였다.

발칼락 길드 입장에서도 무작정 PK를 할 수는 없었다. 앨콧 정도 되면 잡는 것도 만만찮은 데다가 한 번 싸움이 붙으면 다른 길드를 끌고 올 게 뻔했던 것이다.

“지금 안의 상황은?”

“대장장이 놈이 광산을 요새화시키고 있습니다. 들어갈 때마다 더욱 더 심해지고 있는데….”

“크윽.”

길드원들은 이를 갈았다.

처음에는 광산 안에 갇혀 있는 대장장이 놈이 뭘 얼마나 버티겠나 싶었다.

일단 판온 플레이어도 뭔가 먹고 마셔야 했다.

그런데 광산 안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게다가 싸움이 계속될수록 대장장이가 갖고 있는 아이템들은 소모되고 체력은 줄어들 것 아닌가.

당연히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장장이 놈은 대체 뭔 재주가 있는지 끄떡없이 버티며 던전을 요새화시켰다.

오히려 지하 1층, 지하 2층에서 발칼락 길드원들이 밀려나서 도망칠 정도였다.

지금은 이제 지하 1층도 쉽게 들어갈 수 없었다.

“들여보내면 놈이 이상한 글을 쓰지 않을까요?”

“아니. 오히려 좋은 기회다.”

“예?”

“지금 구경 온 놈들, 광산 안에 들어가도 좋다고 허락 내려. 어디 한번 보자고.”

주벽중은 어디 한번 역으로 찔러 볼 생각이었다.

지금 저 대장장이 놈의 성격을 봤을 때 구경하러 온 놈들도 아작날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일석이조였다.

대장장이 놈의 아이템도 소모시키고, 동시에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분위기도 바꾸고!

당한 놈들이 좋게 써줄 리 없지 않은가.

당연히 저 대장장이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을 것이다.

* * *

“허가 나왔습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앨콧은 거들먹거리며 발칼락 길드원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그 뒤를 따라가던 플레이어들은 소곤거렸다.

“확실히 앨콧이 대단하긴 합니다.”

“암살자 중에서 저 정도 되는 랭커가 얼마 없으니까. 앨콧한테 의뢰하길 잘 했어.”

지금 여기 플레이어들은 게임 전문 방송사에서 나온 기자들이었다.

발칼락 길드원들한테 그냥 들어가겠다고 해봤자 허락해 줄 리 없으니, 이렇게 앨콧 같은 랭커를 고용해서 잠입한 것이다.

“그런데 소문이 좀 과장된 거 아닐까요? 저번에도 소문이 과장된 거였잖습니까.”

“확실히 판온에는 헛소문이 좀 많긴 하지.”

기자들은 공감했다.

저번에는 웬 대장장이 혼자서 광산 안의 광맥을 전부 다 쓸어버렸다고 해서 찾아가 봤더니 헛소문이었고….

이상하게 요즘 대장장이 관련 헛소문이 많은 느낌이었다.

“대장장이 혼자서 발칼락 길드를 계속 상대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아마 숨어 있는 전력이 있을 겁니다.”

“뒤에 숨어 있는 길드가 있을 거라 이거지?”

“그렇죠. 대장장이들은 보통 지원 받잖아요. 지원 받고 안 크는 대장장이는 불가능해요.”

“하긴 그 말도 일리가 있… 잠깐, 앨콧! 같이 가야지!”

“아, 더럽게 느리군 정말.”

앨콧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뒤에서 따라오는 기자들을 노려보았다.

나름 레벨이 높고 키운다고 키웠지만 앨콧 같은 랭커한테는 느려터진 굼벵이로 보일 뿐이었다.

“먼저 갈 테니까 빨리 따라오도록.”

“잠, 잠깐만요! 그러다가 공격이라도 당하면!”

“내가 앞에서 가는데 무슨 공격을 당하겠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누가 덤벼들면 내가 바로 죽여버릴 테니까.”

건방진 말이었지만 아무도 앨콧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앨콧은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랭커였으니까.

실력과 자부심.

그 둘이 합쳐진 아우라가 앨콧에게서는 뿜어져 나왔다.

‘재수없지만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그러게 말이다.’

앨콧이 먼저 광산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기자들은 계속 움직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앞에서 대장장이가 나타났다.

“…??”

“어? 앨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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