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807화 (1,806/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6화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아이템을…]

‘운이 좋군.’

태현은 발칼락의 아이템을 빠르게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 길드의 길마들은 보통 다 악명이 어느 정도 높은 상태고 남을 PK한 경우가 많아서 잡았을 경우 보상이 후하게 떨어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장비 중 원하는 게 떨어지는 건 운에 가까운 영역이었지만….

이번에는 운이 태현의 손을 들어줬다.

발칼락의 갑옷과 검, 투구가 들어온 것이다.

이 정도면 핵심 아이템을 얻었다고 봐도 좋았다.

“…….”

“…….”

발칼락 길드 간부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너… 너 이 새끼? 너 이 새끼???”

태현은 대답 대신 망치를 던졌다.

툭-

“!!!”

“!!!!!!!!”

간부들은 기겁했다.

“안 돼!”

“피해!!!”

이미 지하 3층에 들어갔던 길드원들이 당했던 전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막으면 위험했다.

피해야 한다!

“피해! 물러서!”

“<급속 순간이동>!”

“<공간 압축 도약>!”

“<신속 질주>!”

간부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미친 듯이 스킬들을 난사해가며 거리를 벌렸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공포를 더욱 극대화시켰다.

만약 잘 알고 있는 랭커였다면 이렇게 급하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정체를 도저히 알 수 없는 대장장이.

게다가 방금 길마가 당했다는 사실이 공포심을 부풀렸다.

“…??”

“????”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태현은 망치를 던지고 길드 간부들이 도망친 사이에 유유히 거리를 벌렸다.

“…저 개… 개XX 죽여! 죽여!! 반드시 죽여!!”

“잡아! 다 불러와! 절대 도망 못치게 해!!!”

-무슨 일이야!? 무슨 일 터짐?!

-길마 사망! 길마 사망!!

-길마가 왜 죽어!? 뭔 일인데?!

-몰라! 달려와! 길드 분위기 지금 살벌해!

“포위망 만들어!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하나라도 빠져나가면 책임자들은 전부 다 게임 접을 줄 알아!”

“길마가 당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거냐! 머저리 새끼들!”

발칼락 길드원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기민한 대응이었다.

광산과 연결된 길목에 길드원들이 배치되었고, 사고를 친 태현을 잡기 위해 랭커들이 몰려왔다.

“절대 못 도망친다. 이 새끼!”

“지금이라도 항복해라!”

랭커들은 이를 갈며 외쳤다.

감히 길마를 쓰러뜨리다니.

도저히 어떻게 쓰러뜨린 건지 믿기지가 않았다.

한낱 대장장이가!

“안 들리나? 항복해라! 항복하면 깔끔하게 끝내주마!”

“이 주변에 몇 명이나 대기하고 있는지 아나? 절대 도망치지 못해!”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열심히 달렸다.

이동 스킬 하나 쓰지 않고 달리는 대장장이의 모습에 랭커들은 분노했다.

“죽여!”

팟!

속임수로 만든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랭커들의 이동 스킬은 탁월한 효과와 함께 거리를 지워버렸다.

그러자 태현이 다시 망치를 던졌다.

“속임수야! 속지 마!”

“알….”

[룬이 압축된 망치가…]

[불안정한 망치가 강화에 실패해서 터져나갑니다!]

[룬 마법이 폭주합니다!]

[……]

[……]

콰아아아아아아!

사나운 소리와 함께 폭주한 룬 마법이 랭커들을 후려갈겼다.

“컥!”

“캬아아악!”

“미친!!”

도망치던 태현은 갑자기 방향을 돌리더니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랭커한테 망치세례를 날렸다.

퍽퍽퍽퍽퍽퍽!

“아, 안 돼! 그만! 컥! 크악! 이 놈…!”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룬 마법 함정에 휘말려서 스턴 상태에 빠진 랭커 한 명이 태현의 맹공을 맞고 쓰러졌다.

멀쩡한 상태였다면 각종 전투 스킬을 사용해 가며 저항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저항이고 뭐고 없었다.

태현은 한 명만 잡고 미련없이 다시 몸을 돌렸다.

그 모습이 랭커들을 더욱 열받게 만들었다.

‘저 빌어먹을 놈이!!’

‘반드시 죽인다!’

하는 짓이 하나같이 다 얄미운 놈이었다.

폭발적으로 밀려나오는 룬 마법을 뚫고서 랭커들은 간신히 재정비를 마쳤다.

“잡아! 이제 항복이고 뭐고 없다. 무조건 끝장내버려!”

“보통 놈이 아니다. 절대 방심하지 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쪽 길은 꽉 막아놨….”

도망치던 태현이 풀숲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거대한 공성병기였다.

“…….”

“…….”

슉!

[<마력이 압축된 마법 포탄>이 작렬합니다!]

[마법이 풀려납니다!]

[……]

강력한 광역 마법이 날아온 셈이었다. 랭커들은 다시 한번 피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방패 들어!”

“스킬로 막아! 저것까지 맞아줄 수는 없다!”

안 그래도 망치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랭커들은 더욱 신중해졌다.

그러는 사이 태현은 점차 거리를 벌렸다.

‘이 죽일 놈의 대장장이 자식. 아무리 수작을 부려봤자 멀리 못 간다!’

‘여기 주변에 깔린 포위망이 몇 겹인데 그걸 뚫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발이 묶이는 순간 벌레처럼 짓밟아주마.’

그러나 태현은 포위망을 뚫으려고 하지 않았다.

뚝-

나왔던 것처럼 태현은 다시 거인의 늑골 광산 앞에 섰다.

그리고 거인의 늑골 광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

광산 입구 앞까지 쫓아온 랭커들은 아찔한 표정으로 광산 입구만 쳐다보았다.

지금….

지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쫓아갑시다!”

“안 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들어간 놈들이 당한 거 못 봤어? 보통 놈이 아니야!”

“그래서 지금 길마가 죽었는데 내버려 두자는 겁니까? 당신 정신 나갔어?!”

“이 새끼가 아까 당할 때는 아무 짓도 못한 놈이 입만 살아가지고! 저놈이 함정 깐 걸 봤을 거 아니야!”

“지금 우리들끼리 싸울 때야? 그만해! 길드원들 모아서 들어간다. 이렇게 된 이상 자존심 싸움이야!”

“저, 그보다 지금 광산 안에 있는 길드원들한테 연락해야 하지 않습니까? 조심하라고?”

“!!”

그제야 랭커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지하 1층과 2층에 길드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 * *

-발칼락 길드가 지금 난리 났다는데?

-발칼락 길드가 왜? 다른 길드하고 싸웠나?

-공성전 이번 주 아니잖아?

-아니. 지금 광산 던전 하나 점령하려고 갔는데 다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대. 대장장이 하나 못 잡아서.

-뭔 개소리야?

-대장장이 길드에서 광고 나오셨어요?

-대장장이를 스카우트하려고 출혈 경쟁하고 있다는 걸 비유하는 건가?

-아니라니까! 내 동생이 발칼락 길드원인데, 지금 발칼락 길마가 죽었다는데??

-발칼락이?? 대장장이한테????

-대장장이한테 따였다고??

-미친 놈 아니야 그거?

-나 같으면 게임 접는다.

주변에 있던 다른 대형 길드원들 사이로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처음에 다른 길드원들은 믿지 못했다.

발칼락이 아무리 성격이 개같고 인성은 더러운 쓰레기 같은 놈이라지만 실력 하나는 확실한 놈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대형 길드를 거느리고 다닐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놈이 고작 대장장이한테 졌다니.

-야. 진짜 발칼락 길마가 대장장이한테 죽은 게 맞나 보다. 대장장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발칼락 길마가 죽었어요?

-어. 자리에 없고 다른 간부들만 보이던데.

-기회 아님?? 발칼락 공격해야 하나??

-좋은 기회 같은데요?

-너무 앞서가지 마. 다른 길드도 비슷한 생각 하고 있을 거야. 서로 크게 싸워서 좋을 거 없다고. 그런데 발칼락 꼴 보니까 좀 웃기긴 하네.

보고 온 길드원들이 상세하게 말하기 시작하자 슬슬 소문은 구체적으로 변했다.

대장장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발칼락 길드가 웬 플레이어 하나한테 농락당하고 있는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지금 광산 안에 들어가서 버티고 있다더라.

-와. 우리가 스카웃하죠?

-스카웃을?? 그래도 되나?

-못 할 것도 없지 않아요?

-발칼락에서 뒤집어질 텐데?

-뒤집어지면 덤벼보라고 해요. 솔직히 지금 덤비면 우리가 이기죠.

-좋아. 한 번 길마님한테 말해봐야겠다.

발칼락이 개망신을 당했다는 소식에, 몇몇 길드들은 태현에게 흥미를 보였다.

그중에서 호전적인 길드는 아예 태현을 스카웃해 볼 생각을 했다.

발칼락 길드야 펄펄 날뛰겠지만 어차피 싸울 놈들, 자기들이 덤벼주면 오히려 좋은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허락 받았다. 한 번 가봐야지.

* * *

<구운나무> 길드의 최도식은 동료 길드원들을 데리고 빠르게 이동했다.

주변에 발칼락 길드원들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이건 좀 심한데.’

물론 길마가 대낮에 비명횡사했으니 이러는 것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너무 많지 않은가!

얼마나 작정을 했으면….

“진짜 독이 단단히 올랐나 봅니다.”

“이새끼들은 쪽팔린 걸 모르나? 대장장이 하나 잡겠다고 이럴수록 자기들 체면만 깎이는 건데.”

“그러게 말입니다.”

최도식과 길드원들은 발칼락의 속사정도 모르고 그런 말을 했다.

물론 대형 길드쯤 되면 체면이 매우 중요했다.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압도적인 강함과 훌륭한 품위를 갖고 있는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하지 최근에 개망신 당한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하진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대형 길드가 그런 체면도 버리고 이렇게 나설 정도면….

상대가 그만큼 미친놈이라는 걸 짐작했어야 했다.

-1층 길드원들 전멸했다고??? 못 빠져나왔다고???

-예… 반응하기도 전에 놈이 위장하고 접근했다고….

-개소리 하지 마! 2층이라도 빠져나오라고 해!

-지금 통로 곳곳이 막혀서 일방적으로 사냥당하고 있다고….

‘뭔가 이상한데.’

최도식은 곳곳에서 오가는 발칼락 길드원들의 대화에 이상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발칼락 길드원들과 그 정체불명의 대장장이가 술래잡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발칼락 길드원이 압도적인 갑의 위치에서 쫓으면 대장장이가 복잡한 광산 지형에 의지해서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아무리 길마를 잡았다지만 어느 누구도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잡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장장이가 무슨….

당연히 특수한 아이템을 기습적으로 썼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발칼락 길드원들이 수세에 몰린 느낌이었다.

다들 여유 하나 없이 궁지에 빠진 것 같은 표정.

‘…진짜 뭐지?’

“들어가죠.”

“그래.”

[<거인의 늑골> 광산에…]

[……]

[……]

경계를 따돌리고 들어 온 최도식은 광산 1층 분위기에 혀를 내둘렀다.

격전이 있었는지 사방이 박살나 있었다. 돌아다니는 플레이어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대장장이 맞습니까? 아니, 이걸 혼자서 할 수가 있나?”

“쉿. 목소리 낮춰. 일단 대장장이 놈을 찾아보자고.”

1층을 빠르게 돌파한 최도식과 길드원들은 지하 2층에서 대장장이를 발견했다.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에 허름한 장비들을 입고 있었지만, 밖에서 그런 모습을 본 최도식과 길드원들은 괜히 긴장했다.

‘저게 정말 발칼락 길드를 뒤집은 놈이라고? 믿기질 않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제압부터 해. 그래야 우리 이야기를 듣겠지.”

“알겠습니다.”

최도식을 따라온 길드원 둘이 양 옆으로 갈라졌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상대와 <구운나무> 길드의 실력 차이 정도는 알게 해주는 게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되도 않는 시건방을 떨 수 있었으니까.

팍!

두 길드원들이 빠르게 접근해서 대장장이를 붙잡았다.

“…?!”

“가짜에요!”

“뭔 가짜??!”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장장이의 모습이 허물어졌다.

놀랍게도 그냥 허수아비 위에 갑옷을 씌워 놓은 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양옆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르릉-

[<거인 학살을 위한 대형 쇠뇌>가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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