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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804화 (1,803/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3화

“너희 이 새끼들! 대장장이 어디 숨겼어!! 말해! 안 말하면 무조건 게임 접게 해준다!”

“안쪽에! 안쪽으로 갔어요!”

발칼락 길드원들의 살기 섞인 외침에 지하 2층으로 도망쳤던 플레이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너희 이 새끼들 대장장이랑 같은 편 아니야??”

“아닙니다!”

“우, 우리도 한 명 죽었어요!”

플레이어들은 방금 로그아웃당한 김황건을 가리켰다.

김황건이 사라진 모습에 발칼락 길드원들은 황당해했다.

저 새끼는 왜 로그아웃당해 있어??

“김황건? 김황건 놈이 죽었어?”

“예!”

“누구한테?”

“대장장이한테요!”

“…대장장이한테? 어떻게? 함정에 발을 디뎠어?”

“아… 아니. 근접에서… 망치로 얻어 맞고….”

“…….”

발칼락 길드원들의 눈이 살벌하게 가늘어지더니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을 노려보았다.

“지금 우리한테 감히 거짓말을 치는 거냐?”

“아니야!”

“너희들이 김황건을 공격해놓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김황건 정도 되는 놈이 대장장이한테 근접전으로 졌다고? 그것도 망치 한 방에?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그게 진짜인 걸 어떡해!”

“그리고 우리가 김황건을 왜 공격하는데!”

“…….”

“…….”

순간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발칼락 길드원들은 자신들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김황건이 그들에게 매수당했다는 건 비밀이었던 것이다.

“설… 설마….”

“김황건 이 새끼…?!”

그러나 파티장들도 판온을 꽤 오래 한 만큼 눈치가 빨랐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바로 정답을 이끌어낸 것이다.

“김황건이 배신자였다!”

“닥쳐라!”

“이… 또 어떤 새끼가 배신자야?!”

“흩어져! 일단 흩어져서 안으로 들어가!”

“닥치지 못해?! 가만히 있어! 움직이는 놈들은 발칼락 길드의 이름으로….”

지하 2층에 모여 있던 파티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하자 발칼락 길드원들은 협박으로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안쪽에서 묵직한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르릉!

“…?”

“????”

어둠을 뚫고 거대한 마법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성전에서나 보이는 거대한 병기였다.

이런 지하 던전에서 저런 대포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다들 멍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비켜.”

대장장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파티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비켜섰다.

[<열세 번 강화된 최고급 룬 대포>가 작동합니다!]

[화염의 룬이 마법탄을 강화시킵니다!]

[화염의 룬이…]

[화염의 룬이…]

[……]

이 대포는 그냥 평범한 마법 대포가 아니었다.

대장장이가 구한 최고급 광석으로 대포의 포신을 만들고, 그 안에는 몇십 겹의 룬을 깔았다.

-룬 설치에 성공했습니다!

-룬 설치가 실패했습니다.

-대포가 파괴됩니다.

마법의 문자, 룬 문자를 새기는 건 대장장이의 유명한 스킬 중 하나였지만….

이 룬 문자를 많이 새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몇 겹 이상 새길 때부터 이제 실패하면 그냥 박살이 나버리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수십 겹의 룬을 깐 대포는 다른 대장장이 랭커들이 보면 ‘이걸 어떤 미친 사람이 만든 거야!?’ 하며 깜짝 놀랄 명품이었다.

광기 어린 집념의 결과물!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드러나고 있었다.

쾅! 쾅! 쾅!

화염이 작렬했다. 마법 포탄에 직격당한 발칼락 길드원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로그아웃당했다.

화르르르륵!

[강화된 화염이…]

[화염 저항에 실패합니다!]

[……]

[……]

“크아아악!”

“크허헉!”

“말, 말도 안 돼! 화염 저항 옵션이 몇 개인데!”

나름 화염 저항 관련 장비 세트를 맞추고 있던 길드원들도 화염의 폭풍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갔다.

발칼락 길드원들 중 운 좋게 직격을 피한 길드원들이 외쳤다.

“달려가! 달려가서 작동 끊어!”

“저 미친 새끼 잡아!!!”

그러나 대장장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포의 장치를 빙글 돌렸다.

[대포의 속성이 변화합니다.]

[새로운 룬 마법이 작동합니다.]

[얼음의 룬이…]

[……]

[……]

대포 포신에서 고드름과 함께 냉기가 쏟아져나오자 달려가던 발칼락 길드원들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설마….

“달려! 더 달려!”

“<신속의 발걸음>, <피의 가속>, <삼중 도약….”

스킬이 끝나기도 전에 냉기의 마법 포탄이 작렬했다.

[강화된 냉기가…]

[치명타가 터집니다!!]

[냉기 저항에 실패합니다!]

[주변이 얼어붙습니다!]

[……]

쩌저저적!

“크아아아아악!”

간신히 화염을 뚫고 달려들던 발칼락 길드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거리가 가까워진 탓에 더욱 타격이 컸다.

‘장전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발칼락 길드원들은 믿겨지지가 않았다.

보통 공성 병기는 한 번 발사하면 재장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발칼락 길드원들은 그 전에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달려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죽어! 이 새끼야!”

“!”

발칼락 길드 간부가 뛰쳐나왔다. 길드원 뒤에 숨어 있다가 간신히 버티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됐다!”

“저 대장장이 새끼 잡아주세요!!”

얼어붙은 발칼락 길드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피해가 막심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대장장이한테 접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간부가 붙은 이상 저 대장장이는….

빡!

대장장이는 달려드는 간부의 머리통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거대한 망치가 내리꽂히자 간부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HP가 0이 되어…]

대장장이는 초토화된 발칼락 길드원들 사이로 지나가며 빠르게 아이템을 챙겼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길드원들의 머리통을 한 대씩 갈겼다.

“잠… 컥!”

“이 새… 크악!”

“너 누구야! 너 이러고도 무사할… 커헉!”

그런 다음 대장장이는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에 남아 있던 플레이어들은 전율을 느꼈다.

처음에는 설마 ‘혼자서 발칼락 길드하고 싸우려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저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정말로 싸우려는 건가?’

‘말도 안 돼!’

‘하지만… 하지만….’

* * *

정수혁은 숨도 쉬지 못하고 최상윤의 이야기를 들었다.

판온 1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던 것이다.

“근데 판온 1 길드들은 판온 2보다 좀 더….”

“개새끼 같지?”

“…예!”

“이게 그때는 개인방송도 지금처럼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광고나 길드 이미지 같은 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때여서 막 나가던 놈들이 많았어.”

판온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랭커들이나 길드에 광고나 투자가 많이 들어온 만큼, 랭커들이나 길드들도 이미지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길드 동맹도 대외 이미지를 조금 신경 썼겠는가.

그러나 판온 1의 길드들은 그런 것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광고고 뭐고 필요 없다!

그냥 팬다!

-억울해? 억울하면 게임 접어.

-게시판에 글 올리겠다고? 올려!

-왜 이런 짓을 하냐고? 우리가 가장 강하니까! 꼬우면 너도 레벨 올려서 똑같이 해!

“통제 훨씬 더 빡세게 하고 그랬지.”

옆에서 듣고 있던 케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래서 김태현은 언제 나와?”

“…….”

“…….”

“계속 이야기한다.”

“아니 김태현 언제 나오냐니까?? 발칼락 길마야?”

* * *

“저기… 대장장이 님!”

“대장장이 님!”

지하 2층으로 도망쳤던 플레이어들은 대장장이의 뒤를 쫓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김황건 놈도 배신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금, 믿을 만한 건 이 대장장이밖에 없었던 것이다.

발칼락 길드와 확실히 싸우는 사이였고.

무엇보다 발칼락 길드와 싸울 능력이 있었다.

…대장장이 직업이라는 게 좀 많이 이상하긴 했지만!

“뭐지?”

“발칼락 길드하고 싸우시려는 거 아닙니까?”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파티장들의 말에 대장장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도움 필요 없는데.”

“그럴 리가…! 대장장이 직업 맞죠? 대장장이 직업은 난전이 벌어지면 힘들잖아요!”

“호위가 필요할 겁니다!”

“아까도 도움 없이 잡았다.”

대장장이의 말에 파티장들은 할 말을 잃었다.

계속된 설득에도 대장장이가 전혀 거들떠보지 않자 파티장 중 한 명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뭐 저런 대장장이한테 매달려? 필요 없으니까 우리끼리 싸우자고. 김황건 놈 없어도 충분히 싸울 수 있어.”

이 파티장은 처음부터 대장장이한테 매달리는 걸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투 직업의 자부심이 있는데 고작 대장장이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게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운 좋게 각종 함정과 공성 병기로 제압을 하긴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 끝이었다.

발칼락 길드가 작정하고 들어오면 곧바로 박살 날 텐데 뭐 그리 과대평가를!

“아. 왜 그러십니까. 지금 한 사람 도움이라도 더 필요한데.”

“내가 틀린 말 했어? 저 싸가지 없는 놈 말 무시하는 거 봐. 그리고 대장장이면 뒤에서 장비나 만져야지 뭘 앞에서 싸운다고… 지휘할 사람 없어서 그러는 거면 내가 지휘할 테니까 저 대장장이는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라고. 저놈 이름이나 알아? 이름도 모르는….”

깡!

대장장이는 망치를 휘둘러서 파티장의 대가리를 후려갈겼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파티장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HP가 0이 되어…]

[……]

[……]

[……]

“…….”

“…….”

다른 파티장들이 경악해서 입을 벌리고 있는 동안 대장장이는 묵묵히 쓰러진 파티장의 아이템을 챙겼다.

방금 로그아웃 당한 파티장의 파티원들은 뒤늦게 반응했다.

“감히!?”

“이 자식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 컥!”

대장장이는 파티원들이 반응하자 파티원들도 도륙하기 시작했다.

희귀하고 뛰어난 전투 스킬?

그런 건 다 필요 없었다.

평범하고 조용한 일반 공격.

그 일반 공격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파티원들은 비명을 쓰러지며 나뒹굴었다.

“대장장이님! 그만하십시오!!”

“같이 싸워야 할 사람이잖아요!”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컥!”

대장장이는 경고한 파티장의 뚝배기도 날려버렸다.

누구든 간에 무기를 꺼내거나, 대장장이한테 ‘그만두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라고 말하는 순간 바로 투구째로 박살이 났다.

“…….”

“…….”

입을 잘못 놀린 플레이어들을 전부 박살 내버리고 대장장이는 다시 한번 아이템을 챙겼다.

그러고는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던전의 지하로 향했다.

“저… 저런 미친 새끼….”

“저거 발칼락 길드 첩자 아니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들은 입을 열 수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욕 좀 했다고 이렇게 닥치는 대로 PK를 하다니….

뭐 저런 새끼가??

“왜 대장장이를 하는 거야 저거?”

“그, 그러게….”

하는 짓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대장장이하고 거리가 먼 놈이었다.

* * *

“완전 미친 놈이네 그거! 뭐하는 놈이야!?”

“…….”

“…….”

케인이 흥분해하자 둘은 황당해하며 쳐다보았다.

아직도 감이 안 오나?

“말해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 재밌는데 좀 내버려 두자.”

최상윤은 케인의 반응을 보고 흥미로워했다.

이 자식 더 부추기면 김태현 욕도 하겠는데?

“네가 생각하기에 이놈은 어떤 놈 같냐?”

“아주 미친놈이지!”

“이놈이 판온 2를 하고 있으면?”

“분명 스미스 길드나 길드 동맹에 들어가 있는 놈 중 하나일 거야. 마음에 안 든다고 다 패고 다니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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