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803화 (1,802/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2화

“…….”

사람은 너무 황당한 일을 겪으면 잠시 멈추게 되어 있었다.

<발칼락> 길드원들도 그랬다.

전투 직업도 아니라 한낱 대장장이!

그것도 레벨도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 대장장이 놈이 망치로 길드원을 공격한 것이다.

뭐 이런….

[힘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망치술 스킬이…]

[장비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강화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그러나 대장장이의 공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격에 전투원 한 명이 로그아웃당해버렸다.

그 초월적인 상황에 다시 한번 <발칼락> 길드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안 오나?”

“저 새끼 죽여 버려!!!!!!”

그제야 <발칼락> 길드원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감히 하찮은 대장장이 놈이 길드원 하나를 잡은 것이다.

당장 무릎을 꿇고 빌어도 모자랄 놈이 뻔뻔하게 이쪽을 쳐다보며 망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쉭!

[<최상급 화염의 룬>을 시전합니다.]

[망치에 <최상급 화염의 룬>이 새겨집니다!]

[화염의…]

[……]

[<최상급 전투의 룬>을 시전합니다.]

[……]

[……]

[……]

앞에서 살벌하게 달려드는 놈들을 보고서도 대장장이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대신 손에 든 망치를 빙글빙글 돌리며 각종 아이템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가라.”

꽝!!!!!!!!!!

던져진 망치는 그대로 달려드는 길드원 다섯 명을 날려 버렸다.

[룬의 힘이 폭발합니다!!]

[망치의 힘이 주변 벽을 부숴 버립니다!]

[……]

[……]

[……]

“쓸 만하군.”

광장 주변을 일격에 날려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대장장이는 흥분하거나 통쾌해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계산했다.

“새로 급하게 만들었는데… 역시 강화 효과인가? 룬 마법을 너무 많이 넣어서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군. 다음에는 더 강화를 해볼까….”

“죽여!!! 죽여!!!”

뒤에 있던 원거리 딜러들이 분노해서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살벌한 화살들이 공기를 찢으며 대장장이의 목숨을 노렸다.

[<왕국 성문의 방패>를 설치합니다.]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움직임에 페널티가 붙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

그러나 대장장이는 피하지도 숨지도 않았다. 사람 몇 명은 너끈히 숨길 만한 방패를 앞에 깔았다.

[공격이 막힙니다!]

[공격이 막힙니다!]

[공격이 막힙니다!]

“???”

“뭐야 XX?!”

원거리 딜러들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크고 단단한 방패여도 그렇지 지금 그들이 날린 공격이 몇 번이고 스킬이 몇 개인데 대체?!

“가까이 붙어서 처리해! 대장장이 한 놈 못 잡고 뭐 하는 거야 지금!!”

철컥!

그러는 사이 대장장이는 다음 작업으로 들어갔다.

[<왕국 성문의 발리스타>를 설치합니다.]

[지나치게 무겁습니다! 움직임에 페널티가 붙습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

방패 뒤에서 거대한 공성병기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개 플레이어 한 명이 설치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고 커다란 공성병기!

그 황당한 모습에 다른 제작 직업들은 입을 떡 벌렸다.

“뭐, 뭐 하세요!?”

“그걸 어느 세월에 다 설치해…?!”

그러나 말리기도 전에 공성병기 설치는 끝나버렸다.

대장장이는 놀라운 속도로 조립과 배치를 끝낸 것이다.

퉁퉁퉁퉁퉁퉁!

거대한 발리스타의 시위가 당겨지고 묵직한 대형 화살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살벌한 속도로 날아드는 대형 화살들의 세례에 길드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공성전에서나 볼 법한 무기가 여기서 시전되다니.

게다가 여기는 던전 안이었다. 피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피해!!!”

“뭘 피해! 막아! 탱커들!!”

“이익…!”

탱커 몇 명이 방패를 들고 막으려고 시도했다.

[폭발의 룬이 시전됩니다.]

[화살이 더욱 더 강력해집니다.]

[명중의 룬이…]

[관통의 룬이…]

[힘의 룬이…]

[……]

[……]

“아니, 이런 미친놈!”

꽝!

탱커들은 욕도 다 하지 못하고 날아갔다.

대체 미친놈이 화살에 얼마나 많은 강화를 시전해 놓았단 말인가!!

[방패가 박살 납니다!]

[갑옷이 파괴됩니다!]

[강력한 충격으로 시야가…]

[……]

[……]

“피해! 피해!!”

“뒤로 물러나!”

쾅! 콰콰콰쾅!

날아드는 대형 화살은 한 번 박힐 때마다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넘어진 탱커들 위로 퉁퉁퉁퉁 쏘아드는 화살들이 확실하게 확인사살을 끝냈다.

“미, 미친… 미친… 미친놈!”

“당장 멈춰! 안 멈추면 발칼락의 이름으로 네놈이 게임을 접게 만들어주마!”

협박에도 대장장이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 반응을 하긴 했다.

공성병기의 방향을 돌리고 방금 협박한 놈을 향해 화살을 닥치는 대로 갈겨댔다.

“도망가! 밖으로 나가!!!”

“지원 불러! 저 개자식을 죽여 버려!!!”

결국 <발칼락> 길드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무 만만하게 봤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진 것이다.

길드원들이 도망치고 나자 광장에 남아 있던 제작 직업들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대장장이를 쳐다보았다.

“대… 대체…? 어떻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장이는 대답 대신 방패와 공성병기를 집어넣었다.

“그, 감사한데요! 지금 도망치셔야 할 거 같아요!”

“맞습니다! <발칼락> 길드원들이 쫓아올 겁니다!”

“알아.”

“예?”

“안다고.”

“그… 그러면 도망쳐야 하지 않습니까??”

“왜?”

“…???”

대장장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입구에 무언가 설치하기 시작했다.

철커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각종 스킬들이 시전되자, 제작 직업들은 경외감 섞인 시선으로 대장장이를 쳐다보았다.

이 대장장이는 정말로 싸우려고 하고 있었다!

* * *

“김황건 너 이 새끼! 네가 그러고도 랭커냐!? 이런 뻔뻔한 새끼!”

“입조심 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잖아!”

지하 2층으로 후퇴한 파티장들은 이를 갈며 먼저 도망친 사람들을 탓했지만, 먼저 도망친 사람들은 오히려 뻔뻔하게 굴었다.

“그만 싸워! 곧 지하 2층으로도 올 거라고. 아까는 기습당해서 졌지만 지금은 제대로 싸워야지!”

“그래. 이제 내가 지휘하겠다.”

“개소리하지 마. 누가 네놈의 지휘를 받을 줄 알고?”

김황건의 말에 파티장들이 코웃음을 쳤다.

“멍청한 놈들! 네놈들이 어떻게 지휘를 하려고?”

“너보단 낫겠지! 막말로 네놈이 발칼락 길드하고 내통하지 않았는지 어떻게 알아?”

김황건은 움찔했다.

파티장들이 생각보다 예리했던 것이다.

‘이 자식들이 어떻게 알았지?’

지하 2층으로 후퇴하자, <발칼락> 길드에서 연락이 왔다.

-김황건 랭커. 발칼락 길드입니다. 지금 시간 되십니까?

-…무, 무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발칼락 길드의 간부 자리를 약속드리겠습니다. 가입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안에서 뒤지시겠습니까?

-…….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김황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 파티장들이 눈치를 보는 걸 보니 짐작이 갔다.

김황건만 아니라 다른 파티장들도 제안을 받은 게 분명했다.

지금 일치단결해서 막아도 모자랄 판에 배신자들이 몇 명이나 있으니 막아질 리가 있겠는가.

이건 빠지는 게 맞았다.

‘지는 싸움에 왜 참가해?’

탁-

“!!!”

“습격…! 아니, 습격이 아니네?”

누군가 지하 1층과 2층 통로 입구에서 나타나자 파티장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나타난 건 <발칼락> 길드원이 아니라 허름한 모습의 대장장이였다.

“저 자식 누구야?”

“발칼락 길드원 아닌가?”

“아닙니다. 저 사람 광장에서 봤어요. 광장에서 작업하던 대장장이던데요.”

“아… 도망친 건가.”

안심한 파티장 중 한 명이 다가와서 말했다.

“위 상황은 어떻지?”

“총공격을 준비하더군.”

“큭…!”

“역시….”

파티장들은 대장장이의 말에 혀를 찼다.

역시 <발칼락> 길드가 시간을 줄 리 없었던 것이다.

곧 대공세가 온다!

“잠깐. 넌 어떻게 왔지?”

김황건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대장장이가 대답했다.

“계단을 통해서.”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발칼락 놈들이 널 왜 보내줬냐는 거다!”

“막는 놈들은 모두 해치웠다.”

“…….”

“…….”

황당한 소리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뭔 말도 안 되는…?

김황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윽박질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저 자식 첩자다! 첩자가 분명해! 잡아!”

“건드리지 마라.”

“너야말로 건방 떨지 마, 대장장이 놈아! 네놈이 어떻게 발칼락 놈들을 해치우고 내려와? 증거를 대라고!”

김황건은 대장장이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대장장이의 어깨를 팍 밀치며 말했다.

“발칼락 놈들한테 충성을 맹세한 게 아니라면 절대로….”

쾅!

대장장이는 번개처럼 망치를 휘둘렀다. 방심하고 있던 김황건은 투구째로 직격당했다.

[힘 스탯이 매우…]

[……]

[……]

[……]

[……]

수십 개가 넘는 아이템 강화 효과와 함께, 김황건은 그대로 박살 났다.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

“말했지. 건드리지 말라고.”

“…….”

“…김황건!! 이 대장장이 새끼가 미쳤….”

쾅!

대장장이는 김황건의 파티원 중 한 명을 다시 망치로 후려갈겼다.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으면 오히려 상대하기 편했다.

너 한 대 치고, 나 한 대 치면 대장장이한테 유리한 것이다.

각종 장비와 강화, 그리고 작업으로 극한까지 올린 스탯.

전투 스킬은 부족하더라도 무식한 막싸움으로 가면….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

김황건의 파티원이 그대로 로그아웃당했다. 자리에 있던 다른 파티원들은 얼어붙어서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대장장이는 망치를 회수하더니 안으로 뚜벅뚜벅 들어갔다.

“잡… 잡아! 잡아! 발칼락 첩자잖아!”

“아니. 첩자면 그냥 지나갈 리가 없잖아. 일반 랭커 아니야?”

“뭐든 간에 우릴 건드린 놈이잖아!”

“우리가 아니라 너하고 네 파티 놈들만 건드렸지… 그러게 건드리지 말라는데 왜 건드렸어?”

“지금 그게 중요해? 저놈 뭐 하는 놈이야?? 같이 싸우자고 하자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발칼락 막는 일… 으악! 발칼락 놈들이다!”

쾅!

혼란 속에서 떠드는 사이 발칼락 길드원들이 지하 2층에도 나타났다.

위에서 준비를 마치고 온 발칼락 길드원들은 그야말로 쌩쌩하고 질서정연…

…하지 않고 어디서 굴렀는지 완전히 꼴이 엉망이었다.

“????”

“뭐야 저 새끼들?”

“기어왔나?”

파티장들의 반응에 발칼락 길드원들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그만큼 독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지하 1층을 통과하느라 지옥을 경험하고 온 것이다.

“죽여 버려!!!”

“네놈들… 발칼락의 이름으로 절대 판온 못 하게 해준다…! 무조건 접게 해준다!!!”

“???”

“아니, 왜 저래 저 미친놈들??”

“몰라! 미쳤나 봐!”

“대장장이 내놔! 대장장이 어딨어 이 새끼들….”

[금속 함정 마법이…]

[룬이 작동합니다!]

[폭발합니다!]

[……]

[……]

“안 돼!”

지하 2층 입구에 발을 디디자마자 발칼락 길드원들은 비명을 질렀다.

분명히 탐색 스킬을 쓰고, 쓰고, 쓰고 있는데도 도저히 발견이 불가능했다.

그 짧은 사이에 지하 1층에 함정을 잔뜩 도배했듯이 2층 입구에도 함정을 도배한 것이다.

“대장장이 새끼 반드시 찾아!! 길드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접게 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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