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802화 (외전) (1,801/1,826)

§ 나는 될놈이다 외전 1화

“두… 둘이 사귀기로 했다고!?”

케인은 말 그대로 자리에서 넘어졌다.

너무 놀라서 믿기지가 않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상상도 못 했는데!”

“?”

“???”

정수혁과 최상윤은 케인을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상상을 못 할… 수가 있습니까?’

‘그러게 말이야.’

둘은 어느 정도 예감을 하고 있었다.

아, 저러다가 언젠가 사귀는 거 아닌가? 하고.

그렇기에 태현과 이다비가 사귀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놀라운 건 케인이 아직도 연애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사귀고 있는 거 맞습니까?”

“나도 처음에는 케인이 혼자 사귀고 있다고 착각하는 줄 알았는데 맞더라고.”

“그… 실존 인물 맞습니까? 판온 NPC….”

“아니야. 실존 인물 맞아.”

케인은 수군거리는 두 동료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도 똑같이 놀란 게 분명했다.

“너희들도 놀랐지?!”

“어? 어어.”

“예. 놀랐습니다!”

“거봐! 다들 놀랐어!”

케인의 호들갑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미안하다. 하긴 다들 예상하지 못했겠지.”

“아니… 우린 그다지….”

“안 놀랐는데….”

캡슐에서 나온 태현은 그대로 나갈 준비를 했다. 태현이 나가려고 하자 케인이 의아해했다.

“어디 가냐?”

“이다비 만나러?”

“저녁은?”

“이다비하고 같이 먹겠지? 차려놨으니까 너희들끼리 알아서 먹어.”

“어. 그럼 저녁 먹고 바로 오나?”

“아니? 좀 더 있겠지?”

“그, 그러면 우리는? 4인팟 하기로 했잖아??”

“…….”

“…….”

태현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케인을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애새끼냐?

“알아서 놀아 인마….”

“왜 이다비만?!”

“지금 그걸 진심으로 묻는 거냐?”

최상윤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케인은 진심으로 억울해했다.

“하지만 난 여자친구가 있어도 너희들을 소홀히 하지 않았잖아!”

“그냥 여자친구가 바빠서 만날 시간이 거의 없었던 거잖아.”

“이 사람 진짜 어떻게 연애를 하고 있는 겁니까?”

정수혁은 믿기 힘들다는 듯이 속삭였다. 최상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은 무시하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케인은 뒤에서 애타게 외쳤다.

“야! 그래도 밤 되기 전에는 올 거지?”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밤에는 올 거지?!”

역시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야! 게임 같이 깨기로 해놓고! 너 없으면 4인팟 안 된다고!”

“미친놈아 그만해.”

“작작 좀 하십시오.”

최상윤과 정수혁은 케인을 제압했다.

“크흑… 4인팟으로 해야 재밌다고…! 너희들은 왜 몰라주는 건데…!”

“야. 태현이가 저렇게 연애를 하면 축하를 해줘야지.”

“맞습니다. 사람이 양심이 없습니까?”

케인은 한참을 구시렁댔다.

최상윤은 무시하고 정수혁에게 말했다.

“판온 1 때 생각해 보면 진짜 부드러워진 거다.”

“우리 같은 친구들이 생겨서?”

“…너 진짜 양심 없는 거 알지??”

최상윤은 케인의 말에 경악했다.

“뭐 아예 영향이 없진 않았겠지만….”

“판온 1 때는 어떠셨습니까?”

“응? 너 몰랐나?”

“말로는 많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직접 옆에서 경험한 분은 또 다르실 것 같아서….”

“아. 확실히.”

최상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4인팟도 안 돌아가겠다, 판온 1 이야기나 해볼까.”

* * *

거인의 늑골 광산.

지하 7층까지는 꽤 많은 일반 플레이어들이 오갔지만….

지하 8층부터 지하 10층까지는 판온 1의 랭커들도 파티를 짜서 각오를 다진 뒤 들어가야 했다.

“<발칼락> 길드가 여기 광산 점령한다고 선언했다면서?”

“개소리지. 지들이 뭔데?”

“그런데 <발칼락> 길드는 한다면 하는 놈들이잖아.”

“헛소리하지 말라고 그래! 여기 플레이어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지하 1층의 광산 광장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투덜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판온 1의 여러 대형 길드들은 서로 지역을 점령하고 세력을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럴수록 피해를 보는 건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플레이어들뿐.

이 거인의 늑골 광산은 꽤나 오랫동안 자유 상태로 유지된, 일반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곳이었다.

주기적으로 희귀한 광석을 챙길 수 있는 장소!

“여러분! 만약 <발칼락> 길드가 광산을 점령하려고 한다면 같이 싸웁시다!”

“오오…!”

“나도 같이 하겠어! 우리 같이 싸우자고!”

“맞아! <발칼락> 길드가 뭐라고!”

광장에 모여 있던 파티들은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파티장 중 한 명인 김황건은 검을 뽑아 들고 외쳤다.

“다들 나만 믿어라! <발칼락> 놈들이 오든 말든 박살을 내줄 테니까!”

“와아아아아!”

“김황건이잖아?!”

나름 유명한 랭커였기에 분위기는 더욱더 좋아졌다.

“야. 이거 여기 파티들 다 모이나 본데?”

“이 정도면 <발칼락>도 여기 못 건들겠다.”

“그렇지??”

광장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땅, 땅, 땅-

“…저, 근데. 대장장이님?”

“?”

“언제 다 됩니까?”

“좀 더 해야 해.”

“아니, 뭔…?!”

대장장이한테 장비 수리를 맡긴 플레이어는 기가 막혔다.

오래 걸려도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이런 지하 광산에는 전투 직업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제작 직업이나 예술 직업들도 각자 자기 목표를 갖고 찾아오곤 했다.

제작 직업들은 보통 이렇게 안전한 구역에서 사람들의 장비를 보수해 주고 제작 재료를 찾게 마련.

여기 광장에도 대장장이들이 여럿 있었다.

플레이어들의 내구도 떨어진 장비를 수리해 주는 게 주 역할이었는데….

…이 사람만 왜 이렇게 느려!?

“다른 대장장이들은 다 끝났잖아요! 다 똑같이 시작했는데! 노신 거 아니에요!?”

“그러면 다른 대장장이한테 맡겼어야지.”

“뭐 이런…?!”

플레이어는 황당해했다.

그렇다고 장비를 멋대로 뺏을 수도 없었다. 지금 망치를 두드리고 있는 장비를 건드렸다가 내구도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었으니까.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 사람이 아직도 안 끝났잖아.”

“장난해? 이봐.”

플레이어들의 다른 파티원들이 몰려왔다.

대장장이는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두건을 쓰고, 온몸에는 투박한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

대장장이 직업들은 보통 힘 스탯이 좋은 데다가 제작 관련 스킬 덕분에 강력한 갑옷을 입을 수 있었는데….

저런 투박한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아마 초보 대장장이가 억지로 여기까지 들어온 게 분명했다.

“어이. 골드 벌려고 여기 거인의 늑골 광산에 온 모양인데… 그냥 도시나 성으로 가라고. 여긴 초보자들이 놀 곳이 아니니까.”

“듣고 있어? 야. 듣고 있냐고.”

“조용히. 방해된다.”

“…….”

“이 자식이…!”

“야. 참아! 장비 망가지잖아!”

플레이어들은 씩씩대며 대장장이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대장장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빨리하라는 말을 이해 못 해?!”

“재촉을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조용히 해.”

대장장이는 장비를 들더니 찬찬히 돌려보았다. 플레이어들 눈에는 이미 끝난 장비를 갖고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였다.

“환장하겠네! 이런다고 골드 더 줄 것 같나?!”

“자꾸 이러면 정말 죽는 수가 있… 컥!”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지옥 맹독의 화살이 당신의 급소를 찌릅니다!]

[지옥 맹독이 당신에게 퍼집니다!]

[……]

[……]

쉭! 쉬쉬쉬쉬쉬쉬쉭!

“뭐야?!”

“<발칼락> 길드다! <발칼락> 길드!”

던전 입구에서 소나기 같은 화살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적 아군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으아악!”

“미친놈들아! 뭐 하는 거야!”

“여긴 지금부터 <발칼락>의 영역이다.”

<발칼락>의 중무장한 길드원들은 사납게 외쳤다.

“아, 알겠어! 나가면 되잖아!”

“지금 나갈게요!”

“늦었다. 선언했을 때 꺼졌어야지. 모두 죽여라! 여긴 우리가 통제한다!”

<발칼락> 길드원들은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선언을 했을 때 듣지 않는다면 확실하게 죽인다는 걸 보여줘야 다들 겁을 먹고 고분고분해지는 것이다.

“이런 개자식들이!”

“우릴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

아까 싸우겠다고 선언한 몇몇 파티장들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각자 진형을 갖춰! <발칼락> 놈들 별거 아니다!”

“우리도 맞서 싸워!”

[<화염의 열망>이 시전됩니다!]

[화염이 퍼져 나갑니다!]

[<빌란돈의 안개>가 시전됩니다!]

[안개가…]

[……]

[……]

그러나 파티들의 즉석 연합과 대형 길드의 전투조는 그 팀워크의 차이가 상당했다.

<발칼락> 길드에서 보낸 전투조는 이미 준비를 끝낸 뒤였다.

화살비가 끝나자마자 뒤에서 강력한 마법 충전을 끝낸 마법사들이 광역기를 갈겨대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한 파티들은 그대로 박살 났다.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

[……]

[……]

“흩어져!”

“아니야! 받아쳐야 해! 마법을 끊어야 한다고!”

“지금 선공을 맞았는데 어떻게 받아쳐!”

“근접 딜러들 우회해서 마법사들 좀 어떻게 잘라봐요!”

“원거리 딜러들이 잘라야 해! 탱커들! 시간을 벌어줘!”

파티들은 서로 혼란에 빠졌다. 지휘를 할 사람이 없었기에 더 손발이 맞지 않았다.

“김황건! 김황건 어딨어!”

“김황건 님! 지휘 좀! 지휘 좀 내려주세요!”

파티장들은 그나마 유명한 랭커를 떠올리고 불렀다.

그러나 김황건은 이미 던전 안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

“!!”

“김황건 이 새끼야! 너 뭐 해!”

“너 어디 가!!”

“후퇴해 다들! 지금 여기 광장에서 싸우는 건 불리하다! 후퇴해서 재정비를 해야 해!”

김황건은 그렇게 변명하며 도망쳤지만 이미 싸우고 있는 파티원들에게는 개소리에 불과했다.

“개자식아 너 지금 무서워서 이러는 거지!”

“<발칼락>한테 찍힐까 봐!”

던전 지하로 내려가서 틈을 봐 도망치는 것과, 파티들을 이끌고 맞서 싸우는 건 전혀 달랐다.

전자는 눈을 감아주더라도 후자는 <발칼락> 쪽에서 절대 용서해 줄 리 없는 것이다.

‘미친놈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발칼락>하고 목숨 걸고 싸우겠냐? 내 레벨인데!’

김황건은 후다닥 지하 2층으로 도망쳐버렸다.

그게 결정타였다.

남은 파티원들도 싸우는 걸 포기하고 도주나 항복을 선택했다.

“도망쳐! 아래로!”

“항, 항복! 크악! 항복했는데 왜…!”

“말했지? 우린 이미 선언했다고.”

[광장을 점령했습니다!]

[<발칼락> 길드의 악명이 오릅니다!]

[……]

[……]

[……]

전투가 끝나자 그렇게 시끄럽던 광장은 급격히 조용해졌다. <발칼락> 길드원들은 빠르게 광장 곳곳을 점령하고 전리품을 챙겼다.

광장에 남은 건 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몇몇 제작 직업들 정도였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냥 장사하려고….”

제작 직업들을 본 <발칼락> 길드원들은 간부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제작 직업은 내버려 둬라. 죽일 필요 없다.”

“휴….”

그 말에 제작 직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신 세금을 내라.”

“알, 알겠습니다.”

세금이 비싸긴 해도 목숨보단 나았다. 제작 직업들은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졌다.

“얼마나 내면 됩니까?”

“갖고 있는 거 전부. 숨길 생각 하지 마라. 간파 가능한 스킬 있으니까. 그리고 한동안 여기서 우리를 위해서 일하도록.”

“…….”

“…….”

이런 날강도 새끼들 같으니!

‘뭐 저런 새끼들이 있냐?’

‘누가 망치로 저 자식들 대가리 좀 후려갈겨 주면 좋겠….’

퍽!

“???”

“??????”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구석에 있던 대장장이 놈 하나가 망치로 <발칼락> 길드원 하나를 그냥 후려갈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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