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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800화 (1,799/1,826)

§ 나는 될놈이다 1800화

아무리 태현이 레벨이 높아지고 전설 스킬을 찍어도 지가 스스로 로그아웃을 시도하는데 잡아낼 수는 없었다.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젤드가 사라진 자리를 쳐다보았다.

“지금 뭐하는….”

-태현 님.

-?

태현을 도와주고 있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한테서 귓속말이 날아왔다.

-무슨 일이지?

-저… 그게 말입니다.

-??

상대가 머뭇거리자 태현은 더 의아해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지금 퀘스트라도 발생했나? 아니면 적이 공격이라도?

-그건 아니고요… 그… 방송 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왜지?

-랭커들이 이제 다들 방송 끄고 도망치고 있어서… 볼 방법이 없습니다.

원래 사람들은 태현을 도발했던 랭커들의 개인 방송을 열심히 시청했다.

└김태현 언제 와요?

└김태현 안 오나? 김태현한테 오라고 연락 보내볼까?

└여러분 다 같이 김태현 선수 올 때까지 영차영차 해봅시다!

└영

└차

└영

└차

-영차고 나발이고 작작해! 미친놈들아!! 그렇게 내가 죽는 꼴이 보고 싶냐!!

개인 방송 하는 랭커들 입장에서는 물론 환장할 일이었다.

사람들이 평소보다 몇 배로 늘어서 봐주는 건 감사한 일이었지만, 순수한 시청이 아니지 않은가.

언제 김태현한테 뒤질지 관찰하는 저 꼴이라니!

게다가 아무리 현재 위치를 숨기고 방송을 해도 사람들이 수만 명 이상 몰려오면 단서가 잡히기 마련이었다.

└여기 나 알 것 같은데? 와본 적 있는 것 같아. 오센의 회오리 바다야.

└바로 파워 워리어에 제보한다.

-아… 아닌데? 아닌데??

└아니라는데?

└아니라고 부정하는 거 보니까 확실하네. 빨리 제보해! 이동하기 전에!

-아니라고! 개자식들아! 아니라고!

[방송이 종료됩니다.]

처음에는 방송 욕심 때문에 꾸역꾸역 참고 방송하던 랭커들도 슬슬 깨닫게 됐다.

아, 방송하다가는 진짜 죽겠다!

자기가 글 올린 적 있는 랭커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방송을 닫았다.

-여러분 방송은 오늘 여기까지만….

└안 돼! 왜 끄려는 거야!

└지금 팬들을 무시하는 거야!?

-닥쳐! 너희 나 죽는 거 보려고 온 거 다 안다고!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근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 되냐 진짜? 김태현 올 것 같은데….

굶주린 사람들은 파워 워리어 계정에 몰려와서 난리 치기 시작했다.

└방송 열어! 방송 열라고!

└너희만 일대일 보고 있지!

-저희도 못 보고 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빨리 방송 열라고!

“…….”

태현은 황당해했다.

-아니 이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제발 방송 틀어주십시오!

-알겠다.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태현은 바로 방송을 켰다.

파워 워리어 계정에서 난리 치던 사람들은 태현이 정말로 방송을 시작하자 깜짝 놀라서 달려갔다.

└열렸다!

└뭐? 진짜?

└거짓말임. 나 3번 속았다.

└이번에는 진짜야!!

└김태현 선수! 저 제보할 거 있습니다! 랭커 중에….

└다음 사람 죽이러 간다!

└어허. 정당한 결투야.

* * *

“아, 바위에 흠집이 났잖아!! 이거 어쩔 거야! 이거 어쩔 거냐고! 어!”

케인은 방방 뛰었다.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케인을 빤히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죽여버릴까?’

‘참아. 더러워도 참아야 해.’

[위대한 고대 제국의 성벽 재건이 진행 중입니다!]

[바위가…]

[……]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뭐 그럭저럭 괜찮긴 하네! 이번에만 넘어가 주는 거야!”

메시지창도 괜찮다고 OK하는데 케인 혼자 깐깐하게 흠집이 났니 모양이 안 예쁘니 외치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의 마음속에는 살의가 솟구쳤다.

지금 태현이 일대일로 원수 리스트 지워나가고 있는 동안, 제정신인 사람들은 굶주린 혼돈이 저지르고 간 일을 뒷수습하고 있었다.

중앙 대륙의 절반 가까이가 폐허로 변해버린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재건 퀘스트.

<대륙의 회복-고대 제국 퀘스트>

폐허가 된 대륙을 회복시키기 위해, 고대 제국의 샘물이 흘러나오던 곳을 찾아 샘을 회복시켜야 한다!

고대 제국의 유산이 대륙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대륙의 회복-고대 제국 퀘스트>

굶주린 혼돈에게 오염된 땅은 농작물이 쉽게 자라지 않는다.

강력한 회복력을 가진 고대 제국의 씨앗을 찾아….

……

……

수십 가지가 넘는 퀘스트가 플레이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단순해 보인다고 해서 절대 난이도가 낮지 않았다.

대륙+고대 제국.

이 두 개가 들어갔는데 난이도가 낮을 리 없는 것이다.

당연히 원정대에 참가한 랭커들 모두 이 퀘스트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하필이면 케인한테 잘못 걸렸다.

-케인. 괜찮다면 같이 퀘스트를 하고 싶은데.

-뭐? 정말로?

사실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 때 적 편에 선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원정대 파티들 중에는 아직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마 스미스와 함께한 케인 정도만이 같이 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게다가 케인은 원정대 내부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진 랭커.

케인과 함께한다면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한테 시비를 걸거나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

…는데 아주 안 좋은 선택이었다.

케인 놈이 생각보다 미친놈이었던 것이다.

-빨리 빨리 움직여! 바위 더 갖고 오란 말이야!

-이 근처 바위는 다 갖고 왔는데 뭘 더 갖고 오라고!

-이 자식! 그렇게 게을러서 어떻게 선수로 살겠다고! 나였으면 바로 다른 지역 바위부터 확인했다!

-미친놈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가 네 노예냐!?

-조용히 해! 다 너희를 위해서 하는 소리니까! 퀘스트 진행에 있어서 불평은 받지 않는다!

-저거 진짜 미친… 크악!

케인은 채찍을 휘둘러가며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을 밀어붙였다.

뭘 잘못 먹었는지 쉴 틈 없이 미친듯이 퀘스트를 밀어붙이는 케인을 보며,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매우 후회했다.

그냥 욕 좀 먹더라도 다른 파티 들어갈걸!

-못해먹겠어! 그냥 간다!

-그냥 가는 놈은 김태현한테 결투 신청 글 썼다고 말하고 다닌다!

-…….

-…….

케인의 협박은 채찍보다 살벌했다.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이를 갈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건 무한한 노동과 퀘스트밖에 없었다.

‘반드시 해결하고 이 자리 뜬다!’

‘저런 미치광이 자식…!’

“빨리! 빨리 움직여! 손이 놀고 있잖아!”

“케인 선수!”

파워 워리어 길드원 둘이 나타나서 케인에게 달려왔다.

케인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잘 왔어! 지금 성벽이 얼마나 빨리 지어지고 있는지 보라고! 이게 김태현한테 배운 방법인데….”

“…….”

“…….”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태현을 욕했다.

‘미친놈아 너 때문에 이상한 놈이 나왔잖아!’

“케인 선수. 저희가 왜 오신지 아십니까?”

“어? 성벽 다시 만들어지는 거 보려고 온 거 아니었어?”

“케인 선수가 예전에 쓰신 글이 있어서 왔습니다.”

“??”

케인은 게시판을 확인했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까마득한 예전에 쓴 글이 케인의 아이디로 있었다.

<김태현 그거 완전 거품임 사람들이 보는 눈 없어서 그렇지 나한테 맡기면 무조건 이김>

“…해, 해킹 아닌가??”

“해킹 아닐걸요?”

“…….”

케인은 머리를 감싸 쥐고 고뇌에 들어갔다.

내가….

내가 이런 글을 썼었나?

…생각해 보니 썼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건 그냥 김태현한테 털렸을 때 쓴 글이야! 정상참작 해줘!”

“아니… 저희야 정상참작을 하겠지만….”

“…저희는 김태현 선수한테 이걸 말해야 합니다.”

“잠깐만! 잠깐만! 그걸 꼭 말해야 해?!”

케인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팔이 여섯 개라 발목을 붙잡고 늘어질 때도 훨씬 유리했다.

“너희만 입 다물고 있으면 되잖아!”

“어떻게 그럽니까!”

“야! 사람 살리는 일이야!!”

“김태현 선수가 설마 죽이시겠습니까!”

“죽일 수 있다고!”

“…뭐 그렇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닙….”

-케인. 너 나 이길 수 있다는 글 썼었냐?

떠드는 사이 태현한테 귓속말이 날아왔다.

케인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

어떻게!?

케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떤 쌍놈의 자식들이 그를 고발했단 말인가.

“…….”

“…….”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과 눈이 마주친 케인은 극노했다.

“야 이 배신자 자식들이…!”

“잘 가라 케인. 네놈이 먼저 가게 생겼군.”

* * *

다행히 케인은 용서받았다.

“열심히 잘 하고 있었군.”

“그, 그러면 살려주는 거지?”

“그래. 아군 잡아서 뭐하겠냐.”

태현은 케인이 쓴 글을 읽고 그냥 넘어가 줬다.

그 모습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가슴을 두드렸다.

“김태현! 봐주지 마라!”

“네 원칙! 네 신념은 어디로 가버린 거냐! 넌 원래 그런 놈이 아니었잖아!”

“쑤닝 죽이듯이 죽여버려!”

“닥치지 못해?!”

케인은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의 호소에 태현이 흔들릴까 봐 다급히 외쳤다.

물론 태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내 마음이다.”

“김태현!! 너 원래 안 그랬잖아!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아. 내 마음이라니까.”

“김태현!!! 넌 지금….”

태현은 고개를 돌리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뉴욕 라이온즈 선수한테 바로 폭탄을 던졌다.

[폭탄이 폭발합니다!]

[전설 기계공학 스킬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

[……]

[……]

폭발과 동시에 일어지는 화려한 공격.

뉴욕 라이온즈 선수는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가 그대로 로그아웃당했다.

“됐냐? 행복하냐?”

“…마, 마음대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김태현.”

“생각해 보니 같은 팀 선수랑 결투하는 것도 웃기지 않아? 하하하.”

“맞아. 맞아.”

태현의 공격에 얼어붙은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살벌한 놈이 굶주린 혼돈 레이드 끝나고 나서 뭘 잘못 먹었는지 몇 배로 강해진 느낌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공략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스미스가 왜 항복했나 했더니…!’

“지금 재건 퀘스트 중이라고 했지?”

“어.”

“도와주지.”

“…영, 영주 자리는 절대 못 줘!”

케인은 성벽을 소중한 표정으로 끌어안고 말했다.

태현이 ‘여기 성 다 새로 지으면 너 영주해라’라고 말해줬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태현이 도와준다니.

…설마 가져가려고!?

“안 뺏는다.”

“…그, 그렇지? 농담이야. 농담!”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케인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새끼는 진짜 같은 팀 아니었으면 김태현한테 열 번은 죽었을 것 같다.’

‘입으로 매를 버는 놈 같으니….’

* * *

[성벽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대 제국의 유산이 추가로 발동됩니다!]

쿠르르르릉-

성벽의 수리가 끝나자, 땅 속에 숨어 있던 고대 제국의 유산이 성벽을 더욱 강화시켰다.

순식간에 고풍스러운 고대 제국의 성이 완성되었다.

“내… 내 땅! 내 땅이야!”

“그래. 네 땅이다.”

케인은 기쁨과 감격으로 땅에 엎드렸다.

사실 처음으로 영주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케인이 처음 받은 섬은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제대로 된 영지는 여기가 처음!

[현재 주민이 없습니다. 주민을 새로 모아오지 않으면…]

[현재 식량이 매우 부족한 상태입니다. 식량을…]

[현재 식수가…]

[……]

[……]

[……]

“…….”

케인은 메시지창 수십 개를 보며 정색했다.

중앙 대륙 영지라고 해서 받았는데, 노드란체보다 더 구린 것이다.

아니…!

“김태현… 이거 잘못된 거 아니지?”

“지금 굶주린 혼돈 때문에 대륙 영지들 상태가 다 별로일걸.”

“…생각해 보니까 난 영주의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어떨까?”

“케인. 난 널 믿는다.”

태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잘 해놔라.”

“…잠깐만! 잠깐만!!!”

케인은 멀리 사라져가는 태현의 뒷모습을 보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태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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