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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95화 (1,794/1,826)

§ 나는 될놈이다 1795화

“지금 그걸 따질 때냐!”

“하지만 꼭 이다비까지 바친다고 해서 승천이 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분노에 찬 케인의 따짐에도 태현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

케인은 대화로 태현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빠르게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도와줘!’

눈빛을 받은 스미스가 대신 나섰다.

“김태현 선수. 잘 생각해 보십시오! 승천 퀘스트 때문에 교단 플레이어들이 어떤 페널티를 입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굶주린 혼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 네가 대신 해라.”

“…아니… 김태현 선수… 왜 이러십니까….”

스미스는 태현의 반응에 황당해했다.

태현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미스는 아키서스 교단 내에서 쌓은 공적치 포인트도 얼마 없는 데다가 신성 스탯도 낮았다.

그런 스미스를 바쳐봤자 얼마나 의미가 있겠는가.

그걸 잘 아는 태현이 저런 억지를 부리다니!

“김태현 선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너. 내가 너 굶주린 혼돈 가입할 때 그런 식으로 설득했었지? 그때 네가 뭐라고 했냐?”

“….”

스미스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굶주린 혼돈 가입하지 말라는 거 그냥 무시하고 가입한 게 스미스였으니까.

“…김태현 선수 마음대로 하십시오.”

“야!! 네가 설득당하면 어떡하냐!”

케인은 분통을 터뜨렸다.

보다 못한 이세연이 나섰다.

“괜찮을 거야! 빨리 진행해!”

“너 이다비 로그아웃 당하면 시체 일으키려고 그러지?”

“…너 진짜 뒤지고 싶….”

[굶주린 혼돈이 어비스 나이트를 쓰러뜨립니다!]

이세연은 굶주린 혼돈이 남은 정예 언데드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하자 대꾸할 여유도 없어졌다.

“저 괜찮거든요! 빨리! 승천 참가할게요!”

“이다비. 너무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지금 성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거든요!”

[카르바노그도 지금 뭐 하냐고 묻습니다!]

보다 못한 카르바노그도 어이가 없었는지 태현을 재촉했다.

이다비든 뭐든 다 제물로 바쳐도 모자랄 상황에 뭘 따지고 있단 말인가.

“온… 온다!”

그러는 사이 굶주린 혼돈은 케인한테 달려들었다.

케인은 여섯 개의 팔을 총동원해서 방패의 벽을 세웠다. 굶주린 혼돈은 그 위로 살벌하게 들이박았다.

[상대의 힘이 매우 높습니다!]

[방패의 내구도가 크게…]

[…]

[…]

촤아아아악!

케인은 통째로 죽죽 밀려 나갔다.

“으아악! 김태현! 나 죽는다! 나 죽는다고!!”

“안 죽습니다! 진정하십시오! 방패 붙잡고 유지하시면 됩니다!”

“야 이 자식아! 지금 그게 할 소리냐!”

스미스와 이세연은 케인을 돕기 위해 급히 달려들었다.

케인은 용케 방패를 유지한 채 밀려나고 있었지만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방패는 금이 가고 케인 본인도 언제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걸 아는 이다비는 더욱더 초조해진 목소리로 외쳤다.

“빨리 승천하자고요!”

“잠깐. 이다비. 저번에 굶주린 혼돈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판단 내린 이유가 있다고 했었잖아. 네가 로그아웃이라도 당하면 계획이 꼬이는 거 아니야?”

“….”

이다비는 자신이 했던 말이 그대로 돌아오자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하필 이 상황에!

“태현 님. 잘 들으세요.”

“?”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뭐? 왜? 케인도 아니고?”

“정확히 말하자면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완전한 상태인 레드 드래곤이 나타나서 날뛰었을 때도, 굶주린 혼돈이 날뛰었을 때도.

이다비는 이길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건 딱히 근거나 숨겨놓은 계획이나 파워 워리어의 비밀부대 때문에 한 말이 아니었다.

“…태현 님을 믿어서죠. 깰 수 있을 거라고요.”

“그게 다야?”

“그게 다죠. 원래 믿음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으아아아아아아악!”

태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케인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들고 있던 방패는 다 박살 났지만 간발의 차이로 스미스가 한쪽 팔을 붙잡아서 던진 덕분에 굶주린 혼돈한테 목이 날아가지 않았다.

“알겠어. 이다비!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이대로 간다!”

[승천을 위한 신성력이 모입니다!]

[승천이 시작됩니다!]

자리에 모인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마지막으로 교단에서 가장 높은 신성 스탯과 공적치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이다비까지 참가하자, 드디어 승천 퀘스트의 조건이 달성되었다.

태현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며 집중했다.

‘이다비가 저런 무모한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케인이면 근거 없이 ‘야! 나는 이길 수 있어!’ 같은 소리를 해도 놀랍지 않았지만 이다비가?

화가 나진 않았다.

케인이 했다면 고기반찬을 금지시켰을 테지만 이다비는….

이다비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태현은 승천 퀘스트의 결과보다 승천 퀘스트의 페널티가 적기만을 바랐다.

기껏 이다비가 쌓아 놓은 레벨이나 스탯들이 망가지기라도 한다면….

[아키서스의 승천이 시작됩니다!]

[현재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성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행운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

[…]

[아키서스의 힘을 완전히 떠나보냅니다!]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이 사라집니다!]

[<아키서스의 화신> 스킬들이 사라집니다!]

[…]

“…?!”

태현은 갑작스러운 메시지 창에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을 몇 번이고 놓으려고 했던가.

어떤 시도에도 꿈쩍하지 않던, 저주 같은 전설 직업이 갑자기 이제 와서 이러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정말 아키서스답….’

[두려움을 느낀 굶주린 혼돈이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당신을 따라 합니다!]

[굶주린 혼돈이 힘을 잃어버리고 당황해합니다!]

승천 퀘스트의 뜻은 곧바로 밝혀졌다.

태현이 힘을 잃어버리자, 굶주린 혼돈도 마찬가지로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성을 잃고 태현의 모습을 흉내 내기만 하는 놈의 최후였다.

[무저갱에 남긴 신들의 힘이 당신을 선택합니다.]

[일시적으로 사디크의 화신이 됩니다!]

[사디크의…]

[…]

[…]

[…]

“!”

다시 차오르는 스킬들과 힘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굶주린 혼돈을 사디크의 화신으로 변신시켜서 약화시키려는 건가?’

[카르바노그가 그럴 리가 있겠냐고 말합니다!]

[일시적으로 파이토스의 화신이 됩니다!]

[파이토스가…]

[…]

[…]

승천 퀘스트의 목적은 굶주린 혼돈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

태현이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을 잃어버리고 승천시킨 것만으로도 그건 달성됐다.

그 뒤에 찾아온 무저갱에 갇힌 신들의 힘은 굶주린 혼돈의 숨통을 끊으라고 주는 거였지, 다시 굶주린 혼돈한테 변신하라고 주는 게 아니었다.

“가십시오!”

스미스의 외침과 함께 태현은 무력화된 굶주린 혼돈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태현과 인연이 있는 교단의 신성 스킬들을 모조리 갖고 온 덕분에 휘황찬란한 빛들이 터져 나왔다. 태현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파이토스의 화신으로 추가 효과가…]

[사디크의 화신입니다! 당신의 검에서 정화의 불이…]

[…]

[…]

“뒤에! 조심해!”

이세연이 다급하게 언데드들을 보내 태현을 보호하려고 했다.

무력화된 굶주린 혼돈이 토해낸 괴수들을 어떻게든 불러서 태현을 떨쳐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여러 신들의 힘을 빌리고 있는 태현이 한 발 더 앞서나갔다.

[파이토스 교단의 권능, <지축을 뒤흔드는 망치>…]

[대지가 터져 나갑니다!]

콰르르릉!

└?????

└파이토스 교단 스킬 아니야 저거? 성기사단장이 쓰는 거 본 것 같은데?

└지금 그게 중요하냐?!

└당연히 중요하지! 넌 안 이상하냐!?

[사디크 교단의 권능, <끝없이 이어지는…>]

└사디크 교단까지?!

└다 쓰는 것 같은데?

태현은 여러 교단의 권능을 다치는 대로 사용해가며 굶주린 혼돈의 발악을 원천봉쇄 했다.

[굶주린 혼돈의 HP가 4% 밑으로 떨어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HP가 3%…]

‘…이건 잡았다!’

직감이 왔다.

오랫동안 레이드를 해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확신 섞인 직감.

보스 몬스터는 더 이상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굶주린 혼돈은 이제 아예 언어라고 할 수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들러붙었다.

태현은 검을 휘둘러 쳐내고 그대로 꽂아 넣었다.

그 순간, 굶주린 혼돈의 형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굶주린 혼돈이 영원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수많은 대륙과 차원을 삼켜 온 세상의 포식자, 굶주린 혼돈이 이 중앙 대륙에서 영원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당신의 명성이 대륙 끝까지 울려 퍼집니다!]

[고대 제국의 복수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고대 제국의 유산이 차례대로 깨어납니다!]

[고대 제국 NPC들이 당신을…]

[악마 공작들의 복수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마계의…]

[…]

[…]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어?”

쓰러져 가는 굶주린 혼돈을 쳐다보며 메시지 창을 보고 있던 태현은 당황했다.

처음에는 피곤 섞인 뿌듯함으로 보고 있었는데 메시지 창이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굶주린 혼돈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레벨 업 메시지 창이 지나치게 많았다.

일, 십, 백….

‘뭐지?’

태현은 스킬창을 확인하고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키서스의 화신> 관련 스킬 중 하나인 <신의 품격>.

행운 스탯에 따라 추가 버프를 부여해주는 강력한 스킬이었지만, 동시에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도 올려버리는 사악한 스킬이었다.

지금 승천 퀘스트 때문에 그 스킬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까지 태현의 레벨 업을 막아뒀던 금제가 풀리자 그 여파로 레벨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직업이 변화합니다.]

[<아키서스의 승천자>로 변화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사라졌던 스킬들이 복구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불완전했던 스킬들이 완전해집니다!]

레벨 업으로도 모자라,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이 새로 바뀌고, 잊혔거나 불완전했던 스킬들이 다시 완전해져서 돌아왔다.

보상으로 얻는 스탯이 늘려주는 대신, 스탯을 랜덤으로 배분해 줬던 <아키서스의 변덕> 같은 스킬은 이제 태현이 원하는 식으로 배분 가능해졌다.

<신의 예지> 같은 스킬은 아예 태현이 MP를 소모해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

<아키서스의 축복>이나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도 크게 강화된 건 마찬가지였고….

스탯, 레벨, 스킬들을 빠르게 확인한 태현은 생각했다.

‘…판온 접을 때가 됐나?’

“김태현!! 잡았다고! 우리가 잡았어!!!”

케인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달려왔다.

보스 몬스터 하나 잡은 것치고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걸 수도 있었지만, 지금 원정대 플레이어들의 반응도 다 비슷했다.

그만큼 살벌한 난이도의 퀘스트였던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감동적이고 기쁠 수밖에 없었다.

“너도 기쁘지?! 그렇지!? 기분이 어때?!”

“판온 접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내가 뭐 잘못했냐?”

케인은 호들갑 떨던 걸 멈추고 자세를 공손하게 뒤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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