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94화 (1,793/1,826)

§ 나는 될놈이다 1794화

“믿기지가 않습니다.”

스미스가 쑤닝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놀라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쑤닝 씨가 그런 희생을….”

“너 이 새끼!! 어디서 뻔뻔하게…!!”

남은 길드 동맹 간부 하나가 스미스를 보며 펄펄 뛰었다.

스미스는 어디서 개가 짖냐는 듯이 바로 무시해 버렸다.

‘이런 거 보면 이 자식도 은근히 멘탈이….’

케인은 새삼 감탄했다.

사실 스미스가 친절하고 예의 바른 청년 이미지를 많이 유지해서 그렇지, 스미스가 절대 호구는 아니었다.

태현이나 이세연 같은 사람한테만 자꾸 호구 잡힐 뿐 기본적으로 최상위권 랭커다운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스미스가 망한 길드 동맹 간부들 몇몇이 지껄이는 소리에 흔들릴 리 없었다.

짖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굶주린 혼돈이 온다!”

“굶주린 혼돈, 내 퀘스트를 돌려내라! 네놈 때문에 내 퀘스트 망했다!”

뉴욕 라이온즈 선수 한 명이 분노 찬 외침을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태현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저놈 왜 저렇게 오바하지?”

“카메라 의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안 하는 것보단 낫군.”

구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난 망했으니까 판온도 망해야 해’ 하는 것보다는 저렇게라도 참가하는 게 낫긴 했다.

조금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다들 실력이 실력인 만큼 제법 굶주린 혼돈한테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굶주린 혼돈! 여기 나를 봐라! 제국의 회전창… 컥!”

선수 한 명이 창을 굶주린 혼돈에게 꽂아넣으며 연속공격을 시도하다가 그대로 붙잡혀서 로그아웃당했다.

스미스와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방금 굶주린 혼돈 레이드에 참가한 사람들.

원정대와 달리 굶주린 혼돈의 위력을 이렇게 직접 몸으로 체험하지 못했었다.

방송으로만 보다가 급히 와서 합류했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소름이 돋았다.

‘이 정도였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번 잡히면 뉴욕 라이온즈 선수고 뭐고 저항 없이 그냥 로그아웃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그라임스 저 자식 굶주린 혼돈 가입해서 짜증 나는 짓거리만 하고 다녀서 욕했는데….

└그러게 말이야. 다시 봤네.

└그라임스! 응원한다!

└힘내라! 그라임스!

“…….”

“…….”

오싹한 것과 별개로 뉴욕 라이온즈 팬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사실 빠르게 잡아먹힌 탓에 굶주린 혼돈에게 데미지를 별로 주지는 못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히 비장해 보였던 것이다.

잡아먹힐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하는 모습 덕분에 욕하던 팬들도 칭찬할 정도!

그 반응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너 나 할 것 없이 먼저 뛰쳐나갔다.

“굶주린 혼돈! 여기 뜨거운 심장이 있다!”

“네놈은 날 이길 수 없을 거다!”

“아니 저 새끼들 진짜 단체로 뭐 잘못 먹었냐?!”

단단하게 탱킹을 준비하고 있던 케인은 갑자기 뛰쳐나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을 보고 분개했다.

안 그래도 지금 쑤닝 때문에 초조해 죽겠는데 왜 탱커도 아닌 놈들이 나가서 깝죽댄단 말인가!

-쑤닝이 저럴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좀 다시 봤다.

└케인은 왜 없냐? 자리에 없는 케인보다 쑤닝이 나은듯.

└지금 케인 선수를 모욕하시는 겁니까? 어떻게 둘을 비교해요?

└아니 자리에 있던가. 자리에 없는 탱커를 그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데?

└케인 선수는 김태현 선수한테 따로 퀘스트 받아서 깨고 있었습니다.

└그게 진짜 퀘스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김태현이 케인 쉴드 쳐주려고 거짓말해 주는 거 아닌가?

└충분히 그럴 수 있는듯.

└케인 선수 절대 그러실 분 아니거든요! 물론 케인 선수가 연습에서 도망치려고 하거나 몇몇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절대 그럴 사람은….

└들으니까 그럴 사람 같아보이는데.

└케인 선수 도착했잖아요! 저기 보세요 저기!

└욕먹는 거 눈치채고 찾아온 거 아니야?

└숨어 있다가 자기 대신 쑤닝이 들어올까 봐 급히 온 것 같은데.

‘아오 이런 미친놈들.’

케인은 반응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살다살다 쑤닝하고 비교될 줄은 몰랐다. 아마 쑤닝 본인도 로그아웃 당한 다음 게시판에서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뭔 쑤닝이 대타로 들어와!!’

퀘스트 깨느라 자리를 지키지 못했을 뿐인데 쑤닝 놈이 갑자기 미친 짓을 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이렇게 된 이상 케인은 더더욱 강한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

“미친 짓 하지 마라. 케인.”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뭘 하려고 했다고.”

태현에게 속마음을 들킨 케인은 경악했다.

‘어떻게 알았지?!’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몇 분은 더 끌어줄 것 같군. 케인. 초조해하지 말고 마저 준비해. 몇 분 후에는 그럴 시간도 없을 테니까.”

태현도 잠시 거리를 벌렸다.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한 명 한 명씩 나와서 시간 끌고 죽어나가는 동안, 태현도 굶주린 혼돈을 상대하면서 받은 상처를 회복시켰다.

[굶주린 혼돈의 공격으로 인해…]

[……]

[……]

이다비가 바로 금화 주머니를 바닥에 던져가며 회복 스킬을 시전했다.

“상태는요?!”

“아직 싸울 만하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스킬 뭐 봉인됐죠?”

“요리, 채굴, 건축. 운이 좋았어.”

굶주린 혼돈한테 잘못 걸려서 주력 스킬이라도 봉인당하면 그때부터는 난이도가 몇 배로 뛰었다.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회복할까요?”

“아냐. 내버려둬. 회복 스킬도 무한하지 않으니까 아껴야지.”

태현은 갖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회복 스킬들과, 이다비의 회복 스킬들을 머릿속에 넣고 계산했다.

굶주린 혼돈을 상대하면서 안 다칠 수는 없으니 이런 회복 스킬들이 매우 중요했다.

이다비도 이해하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 잡히면 어디 쪽으로 올까요?”

“느낌상 나 따라올 것 같은데.”

지금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하도 깝쳐서 굶주린 혼돈이 그 놈들부터 잡아먹고 있었지만, 사실 굶주린 혼돈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건 태현이었다.

아까부터 접근할 때마다 태현의 공격은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지 않은가.

“뉴욕 라이온즈를 위하여! 팬 여러분들, 언제나 사랑합니다!”

“미친놈이 저거….”

마지막 뉴욕 라이온즈 선수가 로그아웃 당함과 동시에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이 굶주린 혼돈의 두터운 몸집을 그대로 깎아버렸다.

[굶주린 혼돈의 HP가 10% 밑으로 떨어집니다.]

[굶주린 혼돈이 두려움을 느낍니다.]

[두려움을 느낀 굶주린 혼돈이 모습을 변화시킵니다.]

굶주린 혼돈의 거대하던 덩치가 확 줄어들고 변화하기 시작하자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긴장한 시선을 던졌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HP가 10%도 채 남지 않은 굶주린 혼돈의 변화는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만큼 난이도는 살벌할 것이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싸울 것인가?

브르르르르를를크르르르를….

허기에 찬 괴성을 지르며, 굶주린 혼돈은 새로 변화된 몸을 완성시켰다.

그 모습에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저건….”

“김태현 선수…?”

굶주린 혼돈이 갖춘 형태는 사람 형태와 비슷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복장이나 무기 같은 게 태현과 거의 비슷했다.

“이건 내 잘못 아니다.”

태현은 정색하고 대답했다.

물론 태현이 판온에서 일어난 굵직굵직한 대형 이벤트에 책임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었다.

“굶주린 혼돈의 이간질이다.”

“아니… 김태현 선수. 저걸 보고서 김태현 선수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죠….”

“그냥 황당해서 그렇죠.”

당연히 원정대 랭커들이 바보도 아니고 굶주린 혼돈이 김태현으로 변신했다고 해서 이상한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황당할 뿐!

보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굶주린 혼돈 저거 뭐함?

└무슨 생각이지?

└김태현처럼 변신해서 다른 사람들 공격을 안 받으려는 거 아닌가?

└김태현 얼굴 하고 있다고 원정대 플레이어들이 못 때릴 리는 없지 않… 아닌가? 가능한가?

└야. 색깔부터가 다른데 뭔 변신이야!

└오히려 김태현 선수 평소에 때리고 싶었던 사람들은 잘 때리겠네.

└그런 사람이 있어요?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다 김태현 존경하는 거 아니었음?

└개소리 하지 마라! 누가 김태현을 존경해!

└원정대 랭커들 다 김태현 존경하는 거 맞음. 그러니까 참가했지. 쑤닝도 김태현 살리려고 자기 죽은 거 보셈.

└아니라고! 무슨 개소리야!

└당신은 뭐하는 사람인데 왜 자꾸 아니라고 혼자 우겨요?

└맞아. 쑤닝하고 아는 사이라도 됨?

└내… 내가 쑤닝하고 아는 사이인데 아니라고! 그건 사고라고 했어!

└아. 예.

└나도 쑤닝하고 아는 사이인데 쑤닝이 김태현 존경해서 대신 희생했대.

└역시 그랬군!

* * *

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상대의 검술 스킬이…]

[방패가 파괴됩니다!]

[갑옷이 크게 훼손됩니다!]

[급소를 공격당한 것으로 인해 HP가…]

[……]

[……]

태현의 형상으로 변신한 굶주린 혼돈.

처음에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황당해했지만, 그 생각은 1초 만에 바뀌었다.

굶주린 혼돈이 미친놈처럼 플레이어들을 도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세연은 정예 언데드 군단으로 둘러싸서 어떻게든 발을 묶으려고 했지만 굶주린 혼돈은 검을 휘두르며 전부 다 갈라버렸다.

“야 이… 너 대체 왜 그렇게까지 스킬을 키운 거야!”

“미안하다!”

이세연의 외침에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사과했다.

그러는 사이에 언데드 군단을 도륙한 굶주린 혼돈이 스미스에게 달려들어서 다시 치명상을 입혔다.

안 그래도 방패와 갑옷이 박살 난 스미스는 저항하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대체 왜 이렇게…!”

“미안하다니까! 내가 알고 그랬겠냐!”

이세연과 스미스는 태현의 원망을 하며 날아갔다.

이게 딱히 태현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태현의 모습을 따라 하는 굶주린 혼돈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방금까지는 무질서하고 난폭하게 공격하던 놈이, 태현이 쓰던 각종 스킬을 따라만 해도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케인은 침을 삼켰다.

‘지금인가?’

어떻게 보면 기회였다.

아까 똑같이 죽은 수많은 랭커들보다 지금 화려하게 죽으면 쑤닝보다 더 돋보일….

[굶주린 혼돈이 당신을 무시합니다!]

“…야! 이건 진짜 너한테서 배운 거 아니냐?!”

케인이 서러워서 외쳤지만 태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새로운 퀘스트창이 눈앞을 가렸기 때문이었다.

[굶주린 혼돈이 당신을 따라 합니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

탐욕스럽고 포악한 굶주린 혼돈은 궁지에 몰리는 순간 자신을 궁지로 몬 존재를 그대로 베낄 것이다!

아키서스는 굶주린 혼돈의 이러한 습성을 예상하고 당신에게 길을 남겨놓았다.

승천을 통해 당신을 따라 하는 굶주린 혼돈의 힘을 무력화시켜라!

보상: ?, ???

[승천을 위한 신성력이 부족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케인!”

“이거 제물 아냐!? 큭… 한다! 하면 되잖아!”

케인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은 외쳤다.

“잘했다!”

대기하고 있던 아키서스 교단의 다른 고위 NPC들도 곧바로 외쳤다.

-교황님. 저희도 거들겠습니다!

-이 힘, 승천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승천을 위한 신성력이 모입니다!]

[승천을 위한 신성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더 많은…]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저도요!”

뒤에서 지원하고 있던 이다비도 돕기 위해 외쳤다.

그러자 태현은 멈칫했다.

“…조금 위험할 수 있지 않나?”

“…야!!”

케인은 물론이고 스미스와 이세연도 분노해서 동시에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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