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790화
-아키서스의 명령을 받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명령을!
“굶주린 혼돈을 공격해라!”
태현의 외침에 아키서스의 천사들은 하늘에서 폭풍우 치듯 쏟아져 내려오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삼두육비 천사들을 본 플레이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케… 케인?”
“머리 세 개 달렸다고 다 케인은 아니야! 집중해!”
새로 나타난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 덕분에 굶주린 혼돈은 다시 한번 발이 묶였다.
산맥 위에서 긴장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에게는 천금 같은 순간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소환된 거지?”
“태현 님이 스킬을 쓰시고 그런 소리를 하시면 어떡해요?!”
태현은 이다비와 함께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오며 대화를 나눴다.
얼마 남지 않은 악마들과, 새로 나타난 아키서스의 천사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굶주린 혼돈을 묶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은 악마들보다 더 사나웠다. 굶주린 혼돈에게 가차없이 공격을 퍼붓고 권능을 날렸다.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종말의 나팔을…]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훔친 악마의 힘을…]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
[……]
태현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경험치를 기꺼이 내놓은 것이다.
“감동적이군….”
“그렇죠?”
“그건 그거고 다음 스킬 써야겠다. <아키서스의 제물>!”
태현은 미리 준비한 랭커 상대로 아키서스의 제물을 시전했다.
[파티원 중 한 명을 희생시킵니다!
[파티 전체에 강력한 버프를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크악!”
새로 추가된 전력에 버프까지 들어가자 원정대 기세가 올라갔다.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아키서스 포병대도 가까이 접근했다.
-포병대 전진해라! 더 가까이서 공격해!
-악마 놈들, 뭐하냐! 직접 갖다 던지기 전에 쥐어짜내지 못해!?
거대한 이동감옥들과 함께 포신이 불을 뿜었다.
거인들과 드워프들은 열심히 땀을 뻘뻘 흘려가며 대포를 발사했다. 안에 갇힌 악마들도 지금 패배하면 어떻게 될지 잘 아는 만큼 필사적으로 충전했다.
-아키서스여!
[고대 제국의 황자, 페르소텔턴이 당신을 부릅니다!]
<페르소텔턴의 최후-고대 제국 황실 퀘스트>
고대 제국 황실의 마지막 후계자이자, 한 번 죽었다가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다시 부활한 페르소텔턴은 반드시 굶주린 혼돈에게 자신의 힘으로 복수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 기회가 찾아오자 페르소텔턴은 모든 걸 당신에게 물려주고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합니다!
페르소텔턴의 의지를 이어받으십시오!
보상: ?, ???
[페르소텔턴이 당신을 고대 제국의 진정한 후계자로 인정합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 관련 퀘스트에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크게 증가합니다!]
[……]
[……]
-아키서스! 알다시피 내 목숨은 굶주린 혼돈 덕분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감히 내 죽음을 모욕한 놈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겠다!
“페르소텔턴…!”
-기억하라, 아키서스! 굶주린 혼돈과 싸우는 이상, 제국의 남은 전사들이 너를 도우러 올 것이다!
[페르소텔턴이 당신에게 고대 제국의 남은 전사들을 알려줍니다!]
<고대 제국의 전사들-고대 제국 퀘스트>
굶주린 혼돈과 악마 군단들의 습격으로 인해 제국은 멸망했지만 그 때 남아 있던 전사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고대 제국의 후계자로 인정 받고 굶주린 혼돈과 맞서 싸운다면, 잊혀져 있던 전사들은 분명 돌아올 것입니다.
보상: ?, ???
‘이건…!’
태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안 그래도 지금 굶주린 혼돈의 발목을 묶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는 입장에서, 페르소텔턴의 말은 기쁠 수밖에 없었다.
-굶주린 혼돈아! 여기 제국의 황자가 있다! 어디 덤벼봐라!
[페르소텔턴이 <최후의 일격>을 시전합니다!]
[페르소텔턴의 생명력이…]
[……]
[……]
꽝!!!!!!
고대 제국 황자가 쏘아보낸 거대한 빛의 화살이 굶주린 혼돈을 꿰뚫었다.
태현은 아키서스 포병대에게 추가 공격을 지시함과 동시에 외쳤다.
“동상 끌고 나와!”
“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각종 동상들을 갖고 나오기 시작했다.
골짜기에 배치되어 있던 동상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종류의 동상들이 앞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당황했다.
“???”
“뭐하는 거?”
사람들은 아직 저 동상 안에 뭐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동상들을 개조해서 추가로 움직이게 만듭니다!]
[……]
[……]
[고대 제국 토끼 동상이 다른 동상들에게 추가 효과를 부여합니다!]
“저거 김태현 선수처럼 생겼는데….”
“아키서스 쪽 동상들이 좀 그런 게 있어.”
“나 저 동상 골짜기에서 본 적 있는데 왜 갖고 나온 거지?”
플레이어들은 저 동상들이 왜 나왔는지 어리둥절해했다.
그리고 곧 깨닫게 되었다.
동상들이 달려나가더니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의 청동 동상>이 폭발합니다!]
[안에 내장되어 있던…]
[……]
콰르르르릉!
굶주린 혼돈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달려나가 자폭하는 동상의 모습은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저….
저거!!!
“저 저거 폭탄이었어!?”
“야 이 미친…!”
“잠깐만! 저거 우리 길드 동맹 쪽에 납품했던 동상이잖아! 이 미친 자식들이!!!”
“아, 지금 과거 일을 따질 땝니까! 잊읍시다! 이래서 길드 동맹 놈들은!”
“아니 미친놈들아! 잊을 게 있지!!”
몇몇 길드 동맹 간부들은 기가 막혔다.
예전에 조각가들 상대로 ‘야 동상 싸게 해와라 뒤지기 싫으면’ 하고 협박하긴 했다.
그래도 조각가들은 불평 없이 열심히 만들어 왔었고.
그래서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조각가들은 돈 못 받은 원한을 절대 잊지 않았다.
바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한테 부탁해서 안에 폭탄을 그득 채워놓은 것이다.
이런 미친놈들!
“아무리 돈을 적게 줘도 그렇지 이런 쓰레기들이…!”
“동상 계속 밀어넣어!”
[고대 제국 토끼 동상이 가동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부족합니다!]
[……]
[……]
“태현 님! 태현 님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지금 간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부름에 태현은 이다비와 함께 고대 제국 토끼 동상 위로 올라갔다.
[기계공학 스킬이 높습니다!]
[고대 제국 토끼 동상이 움직입니다!]
거대한 토끼를 닮은 동상이 입에서 불을 뿜고 눈에서는 레이저를 뿜으며 굶주린 혼돈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고대 제국 토끼 동상 안에 내장된 폭탄이 발사됩니다!]
[……]
[……]
폭발과 함께 토끼 동상이 굶주린 혼돈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토끼 동상은 굶주린 혼돈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보낸 동상들이 펑펑 터지는 동안, 토끼 동상은 굶주린 혼돈에게 앞발로 타격을 넣었다.
[고대 제국 토끼 동상이 주먹을 날립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힘 스탯이 매우…]
[질량이 매우 높…]
[추가 데미지…]
쾅!!!!!!
굶주린 혼돈은 처음으로 밀려났다. 굶주린 혼돈 본인도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이제까지 달려오면서 이렇게 발목이 묶이고 고전한 적이 없었는데, 그 상황에서 힘으로 밀리기까지.
브퍄즈마트다라즐아키드허놜!
이성을 잃은 굶주린 혼돈이 세게 울부짖으며 달려왔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외쳤다.
“태현 님! 조심하십시오!! 놈이 옵니다!”
“알고 있다!”
태현은 침착하게 고대 제국 토끼 동상을 조종했다.
본인이 싸우는 것보다 고대 제국 토끼 동상을 조종하는 게 몇 배로 까다로웠다.
하지만 태현의 조종은 걱정과 달리 완벽에 가까웠다.
거대 토끼 동상은 굶주린 혼돈에게 파고들어 원투를 날리고 한 번 고개를 젖혀서 피해낸 다음 다시 어퍼컷까지 넣었다.
“오오오오오… 오오오오!!!!”
“토, 토끼 만세! 토끼 만세!!”
플레이어들은 저승에서 토끼라도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
[카르바노그가 뿌듯해합니다!]
* * *
“정… 정말 잘 막고 있습니다!”
“악마왕의 지팡이가 가짜가 아니었나…?”
“정말 잘 막고 있다니까요!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스미스는 벌컥 화를 냈다. 케인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아니… 궁금해서 그랬지….”
“케인! 신전 부수고 왔다! 봤냐!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그러는 사이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엉망진창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미스와 케인은 상황에 집중하느라 무시했다.
“케인!!! 부수고 왔다고! 보라고!”
“아, 그래그래. 잘했다.”
“…제대로 보라고!! 네놈이 우릴 무시했잖냐!”
“아. 조용히 좀 해!!”
케인은 벌컥 화를 냈다.
그 기세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움찔했다.
“너희들이 애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그거 갖고 칭찬 안 해달라고 찡얼찡얼! 어! 니들이 그러고도 프로야!?”
“…….”
스미스는 안쓰럽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아까 말을 듣고 나니 케인이 하는 지금 이런 말이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다 김태현 선수한테 한 번 들은 적 있는 말이구나!
“아니 네가 우리보고 못한다고….”
“조용히 해! 지금 김태현이 굶주린 혼돈하고 싸우고 있다고!”
“김태현 퀘스트하는 거 한두 번 보냐? 뭔 일반인도 아니고 그런 걸로 호들갑이야?”
선수들은 투덜거리면서 다가왔다.
나름 프로 중의 프로인 그들이었다. 일반적인 퀘스트나 레이드 좀 본다고 어린애처럼 눈빛 초롱초롱하게 보지 않았다.
그래봤자 다 거기서 거기….
“…….”
“…….”
“어. 지금 우리가 다른 거 보고 있냐?”
“아냐. 토끼 동상 맞아. 버그 아니다.”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황당해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왜 토끼 동상이 나온 거지??”
“그게 그러니까 미리 준비한 건데….”
“지금 저기 있는 악마들은?”
“악마들이 아니라 아키서스의 전투천사인데 이게 어떻게 소환됐냐면… 아! 조용히 좀 해! 너희들 때문에 중요한 부분 놓쳤잖아!”
나름 설명해 주려던 케인은 벌컥 화를 냈다.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그런 케인의 모습에 속으로 욕했다.
‘이런 치사한 새끼…!’
‘진짜 치사한 놈이다.’
다른 사람은 일 시켜놓고 자기 혼자 재밌는 걸 본 주제에 그것도 설명 안 해주다니….
* * *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쓰러집니다!]
[고대 제국 토끼 동상의 내구도가 크게 하락합니다!]
‘이걸로도 무리였나?’
태현은 이를 악물었다.
한 번으로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 공세에서도 굶주린 혼돈을 쓰러뜨리지 못하다니.
그러면 필연적으로 난전이었다.
산맥 위로 올라온 굶주린 혼돈에게 플레이어들을 던져주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김태현. 언데드 군대로 시선 끌어볼게.”
“…조심해.”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피식 웃었다. 김태현 입에서 저런 말을 들어볼 거라고는 생각치도 않았던 것이다.
“조심은 네가 해야지.”
부우우우웅-
[제국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
태현과 이세연은 고개를 돌렸다.
협곡 입구에서 거대한 나팔소리와 함께 새로운 세력이 나타난 것이다.
‘설마?!’
태현은 페르소텔턴이 쓰러지기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대 제국 최후의 전사들이 돌아와서 굶주린 혼돈과의 싸움을 돕는다고.
설마 정말로?!
[카르바노그가 기대에 찬 시선을 던집니다!]
나타난 전사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가 당신의 명령을 마치고 귀환합니다!]
“…어?”
태현은 순간 머리가 정지했다.
…아니, 저놈들도 있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