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789화
[언령 스킬이 크게 강화됩니다!]
[모든 화술 스킬이 크게 강화됩니다!]
[<영혼에 스며드는 화술> 스킬이…]
[<화술의 근원> 스킬이…]
[……]
[……]
[……]
[이제까지 사용한 화술 스킬들로 추가 효과가 결정됩니다!]
[공포의 화술이 추가로 적용됩니다.]
[전장의 모든 존재들이 일시적으로 당신의 명령을 따릅니다!]
[추가로…]
[……]
-우와아악! 우와아아아악!
-싸우지 않는 자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차라리 굶주린 혼돈에게 먹히는 게 낫다!
-악마왕께서는 약한 악마는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
악마들은 두려움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굶주린 혼돈에게 돌격했다.
누가 보면 마치 오랫동안 세뇌한 다음에 등에 칼이라도 겨눈 것 같은 모습이었다.
“…….”
태현은 너무나도 좋은 효과에 살짝 당황했다.
“계속 공격해! 악마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다비!”
“네!”
이다비는 기다렸다는 듯이 금화 자루를 바닥에 던졌다.
원래라면 손이 벌벌 떨리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겠지만 이제 이다비도 달라졌다.
오스턴 왕국에서 긁어모은 금화 자루들이 바닥에 던져지고 빛과 함께 버프로 변했다.
[금화가 소모됩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이…]
[……]
[일시적으로 무적 상태가 됩니다!]
[……]
[……]
판온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무적 상태로 변하는 스킬들은 매우 귀하고 그 가치가 높았다.
황금 주교라는 이다비의 직업이 좀 이상하게 보일 순 있어도, 사실 이다비의 직업은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 중 손꼽힐 정도로 좋은 직업이었다.
골드 소모라는 커다란 약점만 감안할 수 있다면 강력한 스킬들이 즐비해 있는 것이다.
파아앗!
태현은 악마들 사이를 뚫고 굶주린 혼돈 앞에 도달했다.
[언령 마법을 시전합니다!]
[전설 화술 스킬로 인해 추가 효과가 부여됩니다!]
[굶주린 혼돈이 충격에 흔들립니다!]
꽝!!!
태현의 입에서 언령 마법이 시전되자 굶주린 혼돈이 강력한 충격에 비틀거렸다.
안 그래도 지금 고대 악마들에게 발목이 묶인 상황에서 들어온 태현의 공격은 굶주린 혼돈에게 추가적인 타격을 줬다.
“강화!”
[언령 마법을 시전합니다!]
[……]
[……]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높습니다!]
[행운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들고 있는 검이 일시적으로 강화됩니다!]
[……]
-훌륭하다! 훌륭해!
-그렇게 하는 거다! 언령 마법을 이런 식으로 쓸 줄이야!
태현이 언령 마법을 사용해 들고 있는 마검에 빠르게 강화를 부여하자, 마검 안에 깃든 제국 기계공학자들은 후배의 성취에 감탄했다.
언령 마법을 이렇게 쓸 줄이야!
역시 기계공학자들의 후배다웠다.
[들고 있는 검이 추가로 강화됩니다!]
[들고 있는 검이 추가로 강화됩니다!]
[검이 불안정해집니다!]
[언령 마법이 실패할 수 있습니다!]
[……]
[……]
언령 마법이나 대장장이 기술이나 강화는 언제나 불안정한 스킬이었다.
강화를 반복하다가 아이템을 날려먹고 판온을 접으려던 대장장이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
그걸 아는 기계공학자들은 어떻게든 태현을 말리려고 했다.
-그만둬라! 힘도 힘이지만 너무 위험하다!
-맞아! 무엇보다 검이 부서지면 우리가 위험하다고!
마검 안에 깃든 기계공학자들은 마검이 부서지면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화했다.
‘이 정도는 될 거다!’
태현도 판온 1 대장장이 출신인 만큼 강화 작업에 한 번 들어가면 다른 대장장이들이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아직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한 번만 더! 아까 강화했을 때 보니까 괜찮았다고!
[카르바노그가 걱정합니다!]
[이미 충분히…]
‘아니. 카르바노그. 나는 다른 대장장이들과 달라.’
다른 대장장이들과 다르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강화로 패가망신하는 대장장이들이 주로 하는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태현은 정말 다르긴 했다.
전설 화술 스킬에, 전설에 가까운 기계공학 스킬과 대장장이 스킬 모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정말로 드물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강화가 위험한 건 사실이었다.
[들고 있는 검이 추가로 강화됩니다!]
[들고 있는 검이 추가로 강화됩니다!]
[검이 더욱더 불안정해집니다!]
-으아악! 그만하라니까! 제발!
-미친 후배 놈아! 이러다가 다 죽는다! 그만해!
기계공학자들의 비명과 함께 태현의 언령이 멈췄다.
그리고 휘둘러졌다.
[전설 검술 스킬로 인해 추가 효과가…]
[음속을 돌파해 충격파를 만들어냅니다!]
[굶주린 혼돈의 회복이 느려집니다!]
[……]
[……]
콰아아아아앙!
단순히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도 땅이 쪼개지고 주변이 박살 나며 굶주린 혼돈에게 타격을 입혔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을 소모해 강력한 연속 공격을 퍼붓습니다!]
[스킬 레벨이 높아질수록 연속 공격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사디크의 화염 스킬로 인해 적중시킬 때마다 화염 속성이 추가됩니다!]
[사디크 영겁의 화염이…]
[굶주린 혼돈이 타오릅니다!]
[……]
악마들은 물론이고 플레이어들까지 태현의 공격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어떤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던 굶주린 혼돈이 처음으로 수세에 몰린 것이다.
몇몇 랭커들은 ‘이대로 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담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태현은 냉정했다.
‘이번 공격으로 잡는 건 무리다.’
지금 굶주린 혼돈에게 타격을 준 다음 각종 버프로 능력치를 끌어올려서 순간적으로 우위를 점했을 뿐, 오래 갈 수 없었다.
당장 굶주린 혼돈의 충격이 회복되고 발목을 잡고 있는 악마들이 쓰러지면 굶주린 혼돈은 다시 재진격하리라.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적이었다.
‘3. 2. 1… 빠진다!’
태현은 미련을 버리고 검을 휘둘렀다. 강화로 인해 삐걱거리는 검이 비명을 질렀다.
[굶주린 혼돈이 숨을 들이쉽니다!]
[주변에 있는 악마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악마들, 먹히기 전에 자폭해라!”
태현은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굶주린 혼돈한테 먹히는 순간 적의 허기를 채워주고 힘을 회복시켜주는 포션 역할을 하게 됐다.
차라리 먹히기 전에 자폭해야 했다.
물론 그건 태현의 입장이었고 악마들 입장에서 저건 개소리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명령을 들을 리가 없잖아….
-맞아.
보고 있던 사람들도 당황했다.
김태현이 너무 급하고 초조해서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악마들이 자폭하란다고 자폭할 놈들이 아닌데…?
콰아아아아앙!
-악마왕의 영원한 영광을 위해서!
-악마왕께서 명령하신다!
그러나 놀랍게도 악마들은 자폭했다.
악마왕의 군세에 참가하고 있는 고대 악마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폭으로 굶주린 혼돈에게 타격을 입혔다.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굶주린 혼돈은 더욱더 화가 나서 달려들었다.
그러나 일반 악마들도 먹히지 않고 스스로 자폭을 선택했다.
악마왕의 지팡이를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강렬한 명령!
펑펑 터져나가는 악마 군세들을 보며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전무후무한 레이드였다.
“온다!”
“뚫렸다!!”
감탄하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원정대에서 직접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그럴 정신도 없었다.
협곡 안쪽에서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굶주린 혼돈의 모습에 숨이 막혀오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다들 도망칠 필요 없다!”
몇몇 파티장들은 플레이어들을 달래기 위해 외쳤다.
그리고 그건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태현에게 미리 들었던 게 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결의!
[한 뜻으로 뭉친 플레이어들이 각자 경험치를 내놓습니다!]
[모인 경험치만큼 일시적으로 아키서스의 군세가 소환됩니다!]
* * *
굶주린 혼돈 레이드 하루 전.
태현은 여러 파티장들과 이런저런 공격 방식을 짜며 회의를 가졌다.
-연계 스킬을 쓰려면 미리 준비해두고 바로 동시에….
-저희 파티에 지금 냉기 전문 마법사 랭커들이 여덟 명 있는데, 옆의 파티와 합치면 정말 강하게 딜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케인 선수는 없습니까?
-스미스하고 같이 적진에서 신전이랑 사원 깨고 있으실걸.
-아하.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런 위험한 퀘스트에 자원을….
-케인이 원래 그런 점이 있지. 자. 다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태현의 질문에 파티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태현이 어떤 명령을 내리더라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혹시 경험치 내놓는다면 얼마까지 내놓을 수 있지?
-…예?
-예???
그러나 태현의 질문은 파티장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 저희가 로그아웃해야 하는 겁니까?
-아하. 폭탄 역할이 필요하신 거군요. 저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케인이 되겠습니다.
-아니! 내가 케인을!
-케인을 이상한 뜻으로 쓰는 것 같은데 그건 그렇다 치고, 죽을 필요는 없는데… 자폭 때문에 물은 게 아니다.
-아. 아니었습니까?
-자폭인 줄 알았네요. 하하하.
파티장들은 멋쩍은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태현이 한 질문인 만큼 당연히 자폭인 줄 알았던 것이다.
자폭이 아니었네!
-그러면요?
-경험치를 다 같이 합쳐서 군세를 소환하는 스킬인데….
-오오. 그런 스킬이…!
‘근데 뭐 그런 스킬이 있냐?’
신성 직업에 어울리는 스킬 같으면서도 약간 좀 다단계 같기도 한….
하지만 파티장은 자신의 생각을 속으로 삼켰다. 열심히 싸우는 태현에게 실례였던 것이다.
-저도 최대한 참가하겠습니다.
-저도요. 참가하겠다는 다른 사람들 구해놓겠습니다.
-다들 고맙다.
태현은 파티장들의 헌신에 감동했다.
이제까지 퀘스트를 깨면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자신의 이득과 상관없이 이렇게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을 보는 건 또 처음이었다.
-아. 그리고 또 물어볼 게 있는데.
-얼마든지 물어봐주시죠.
-이번에야말로 케인… 아니, 자폭입니까?
-제가 케인하겠… 자폭하겠습니다.
-아니. 자폭은 아니고….
-아하. 아쉽군요.
-제물인데. 혹시 제물 바쳐서 전체에 버프 될 수 있는 사람?
* * *
“???”
“뭐야?”
처음에 날아온 메시지창을 본 사람들은 당황했다.
“참가 안 할 사람은 참가 안 해도 된다!”
미리 사전에 전해들은 랭커들은 준비한 만큼 경험치를 내놓았다.
바친 경험치가 빠르게 전환되며 아키서스의 군세로 바뀌었다.
“태, 태현 님!”
“왜, 이다비? 생각보다 안 나왔어?”
태현은 이다비의 다급한 외침에 놀라지 않았다.
자기 경험치를 아무 대가도 없이 바치는 일인 만큼 생각보다 적게 모였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어마어마했다.
사람들이 ‘나 하나쯤이야’ 하며 생각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군세 숫자가 생각보다 너무…!”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하늘이 열리고 아키서스의 군세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군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