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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82화 (1,781/1,826)

§ 나는 될놈이다 1782화

“쑤닝인가?”

태현은 토끼 동상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던졌다.

쑤닝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어… 그렇다. 뭘 하고 있는 거지?”

“제작하고 있지.”

태현은 다 설명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태현을 돕고 있던 다른 기계공학 대장장이들도 다 설명이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뭘 제작하고 있냐고….”

“뭐?”

태현은 귀찮다는 듯이 쑤닝을 쳐다보았다.

마치 ‘넌 이것도 모르냐?’라고 쳐다보는 것 같았다.

쑤닝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굴욕감을 느꼈다.

“하여간 전투 직업들은 제작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군.”

“…….”

물론 쑤닝이 전투 직업이긴 했지만 나름 길드 동맹의 우두머리였다.

당연히 길드 내에서 돌아가는 제작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 아이템이나 장비는 김태현 놈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건 토끼 동상이다.”

“그. 그렇군.”

“됐지?”

태현은 다시 한번 설명이 끝났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쑤닝 옆에 있던 길드 동맹 간부가 다급하게 말했다.

“잠깐, 잠깐! 조금 더 설명해 주시죠!”

“대체 뭘 얼마나 더 설명해 달란 거냐? 너희 왜 그러는데?”

“토끼 동상 하나만 듣고 알아듣는 놈이 이상한 거지!”

참던 쑤닝이 폭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김태현 놈이 이상한 게 맞았으니까!

“네가 생각해 봐라! 토끼 동상만 듣고 어떤 놈이 파악을 할 수 있겠냐! 지금 같은 상황에 네놈이 토끼 동상만 만들고 있으니까 황당한 거지! 여기 이세연한테도 물어봐라!”

갑자기 화살이 돌려지자 이세연은 당황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난 알겠는데?”

“…….”

“거봐. 이세연은 알겠다잖아. 많이 부족하군.”

뒤에 있던 다른 원정대 랭커들이 수군거렸다.

“역시 쑤닝은….”

“저러니까 스미스한테 지고 길드 동맹이 망했지.”

“어떤 새끼야?!”

쑤닝이 분노해서 고개를 돌렸지만 원정대 랭커들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여긴 길드 동맹이 아니었던 것이다.

예전에 망해서 다 흩어졌는데 쑤닝이 분노해 봤자 통할 리 없었다.

씩씩대던 쑤닝은 랭커들이 무시하자 포기하고 고개를 돌렸다.

“후후. 쑤닝 놈 열 받아 하는 거 봐.”

“…야. 너 길드 동맹 소속이었잖아.”

“그러니까 욕하는 거지.”

“!?”

태현은 귀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고대 제국의 유산 중 하나다. 굶주린 혼돈과 싸울 무기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투입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남은 기계공학 퀘스트들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자율골렘과 하늘도시가 완성된 상황에서 남은 건 토끼 동상뿐.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세연은 사실 그럴 줄 몰랐지만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쑤닝은 그 모습에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크윽!’

이세연 같은 랭커도 아는데 자기 혼자 눈치를 채지 못하다니.

매우 굴욕적이었다.

[카르바노그가 자신을 상징하는 동상의 모습에 기뻐서 폴짝 뜁니다!]

‘고대 제국 사람들이 정말 카르바노그를 숭배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고대 제국의 지하토끼 동상을 제작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부족합니다!]

[무기 장착이 실패합니다.]

[폭발합니다!]

콰아아아앙!

“?!?!?”

“굶주린 혼돈의 습격인가?!”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기겁했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그런 사람들을 달랬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냥 제작 도중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

“???”

사람들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말에 당황했다.

흔히 일어나는 일치고는 좀….

너무 폭발이 크지 않나?

“훗. 이 정도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

“이래서 골짜기 출신 아닌 사람들은.”

골짜기에서 온 플레이어들은 전혀 놀라지 않고 그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실력이 너무 높아져서 폭발도 잘 일어나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정말 쉴 틈 없이 폭발만 일어났었다.

지나가다가 폭탄 날아와서 허둥지둥 피하는 건 골짜기 플레이어들이라면 일상처럼 겪는 일이었던 것이다.

“…미친 사람들 아니야?”

“쉿. 다 같이 싸워야 하는데 욕하면 안 돼. 배려해 주자.”

다른 지역에서 온 플레이어들은 골짜기 플레이어들을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았지만, 욕하지 않고 속에만 담아두기로 했다.

같이 싸워야 할 동지들이었으니까!

‘확실히 토끼 동상은 고전적이군.’

태현은 제작하면서 생각했다.

다른 고난이도의 기계공학 제작과 달리 토끼 동상은 상당히 심플했다.

제작 도중에 실수하면 폭발.

제작 도중에 실수하면 폭발.

물론 폭발도 위험하긴 했지만 태현 정도 되는 사람한테 폭발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닌 데다가….

다른 기계공학 제작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닌 점이 더 편했다.

[기계공학 스킬이 부족합니다!]

[무기 장착이 실패합니다.]

[폭발합니다!]

“크아아아악!”

폭발이 생각보다 크게 날아오자 쑤닝이 맞고 나뒹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범위로 날아온 만큼 갑작스러운 기습이었다.

“이… 이 자식….”

“알아서 피했어야지.”

“맞아. 알아서 피했어야지.”

이세연은 물론이고 다른 랭커들까지 냉정하게 말했다.

쑤닝은 부들부들 떨었다.

이 자식들 진짜!

* * *

“김태현 선수 아니야?”

“잘 모르겠는데….”

카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소곤거리며 시선을 던졌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사람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은 그러면 케인 선수인가?”

“그런데 게임 내의 모습이랑 너무 다른데.”

“바보야. 그건 그냥 게임 내 모습이지. 실제 케인 선수가 팔이 여섯 개일 리는 없잖아.”

“그, 그렇지?”

“하지만 저 사람은 케인 선수가 아니긴 해. 케인 선수는 훨씬 덩치가 크거든.”

“그렇구나.”

말하는 사이 카페에 새 손님이 들어왔다.

덩치 큰 외국인이었다.

“???”

“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외국인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분명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지?

외국인, 아니 스미스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김태현 선수.”

“여기다. 스미스.”

스미스는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태현과 케인 앞에 앉았다.

원래 스미스가 나타나면 한껏 조롱해주려고 했던 케인은 스미스의 표정에 당황했다.

“야… 그. 너무 마음 쓰지 마라. 원래 판온 하다 보면 퀘스트 망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나도 길드 망한 적이 있어. 돈… 돈 워리?”

“저 한국말 할 줄 압니다.”

“…….”

나름 영어로 달래주려고 했던 케인은 스미스의 말에 분노했다.

‘미리 말해!’

“김태현 선수. 카페의 다른 분들이 저희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스미스의 말에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는 않지. 그리고 알아차려도 뭐 그리 큰 문제인가?”

“저하고 이렇게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퍼져 나가면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습니까.”

“걱정이 너무 많군. 그 정도까진 아닐걸.”

태현은 스미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굶주린 혼돈 때문에 스미스의 안티는 급격하게 늘어난 상태였다.

게다가 굶주린 혼돈 퀘스트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지금은 더욱더!

-굶주린 혼돈 퀘스트 가입한 새끼들 다 나와라!

-미친놈들아 대륙 박살 나게 생겼잖아! 책임져!

-굶주린 혼돈 해도 판온 잘 굴러간다고 말한 놈들 다 튀어나와라.

-판온 측은 뭐하냐?? 굶주린 혼돈 같은 건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막을 리가 있겠냐. 판온 하루 이틀 해?

-판온 망하기 전에 굶주린 혼돈 가입한 놈들 PK하고 다닌다.

-판온 아직 안 망하지 않았나? 잡으면 되잖아.

-보고서도 그딴 말이 나오냐? 김태현이 전설 검술 스킬로도 못 잡았으면 끝난 거지.

-솔직히 지금 모으고 있는데 절대 불가능이라고 본다. 랭커들도 그렇게 생각할걸.

-김태현이 지는 싸움 한 적 없잖아? 길드 동맹도 그렇게 이긴다고 했는데 결국 졌고…

-길드 동맹이랑 굶주린 혼돈이랑 같냐??

-굶주린 혼돈이 만만해??

이런 상황에서 스미스와 태현이 만나는 게 기사라도 난다면, 괜히 태현한테까지 불똥이 튈 수 있었다.

“그리고 난 이제까지 한 거 있어서 너하고 만난다고 욕 안 먹어. 네가 먹겠지.”

태현은 냉정했다.

선수로서 활동한 시간이 있는데 이제 이 정도는 견적이 나왔다.

이런 걸로 욕먹을 리가 없다!

“그보다는….”

“?”

“한국 팬 여러분들이 저를 공격할까 봐….”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스미스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판온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스미스를 물리적으로 공격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한국 스포츠 영상 몇 개 봤습니다. 관중들이 화나서 경기장에 유리병을….”

“어디서 극단적인 걸 모아서 봤나 보군. 요즘 시대에는 그런 거 없어.”

“중국 쪽 보니까 월드컵 예선 탈락했다고 게임단 건물이 박살 났습니다만….”

“…그건 예외라고 치자고. 어쨌든 스미스. 사람들이 널 공격하진 않을 테니까 빨리 말해봐라.”

태현과 케인이 이렇게 스미스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

그건 스미스가 굶주린 혼돈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연락을 보내서였다.

* * *

“스미스가 굶주린 혼돈 잡는 거 도와주겠다는데?”

“함정이야!”

“실제로 만나자고 하는군.”

“함정이야!!”

“다른 선수들도 같이 와줬으면 좋겠다는데.”

“함정이라니까!!!”

케인의 말에 다른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스미스 선수가 케인 씨도 아니고 그렇게 함정을 팔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근데 사람이 원래 궁지에 몰리면 성격 변하기 마련이잖아. 스미스가 태현이한테 당한 거 생각해 보면 성격이 좀 변했어도 이상할 거 없지. 일단 조심하자고.”

“그렇군.”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케인하고 같이 가야겠다.”

“…야….”

“스미스하고 네가 이야기 잘 통할 테니까 추천하는 거다. 케인. 같은 탱커잖아.”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물론 스미스가 현실에서 결투를 시도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그것도 한국에서), 제대로 된 확인 전에 굳이 다 데리고 나갈 필요는 없었다.

케인 정도면 되겠지!

“아. 같은 탱커라… 하긴. 그렇지.”

케인은 태현의 거짓말에 속아넘어 갔다.

같이 세계 최고의 탱커를 겨루는 입장에서 호승심이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스미스가 나 만난다고 공격하진 않겠지?”

“당연히 그러지 않겠지. …아마.”

“…….”

* * *

스미스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지간히 심정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팀의 다른 선수들까지 굶주린 혼돈 퀘스트에 가입시켰는데 일이 이렇게 꼬였으니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굶주린 혼돈 퀘스트가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나도 김태현을 만났을 때 인생이 그렇게 꼬일 줄은….”

말하던 케인은 옆에 태현이 있다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꼬여서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할까? 나는 지금 매우 만족하고 있다. 스미스.”

“아, 예. 그렇습니까?”

케인의 횡설수설에 스미스는 의아해했다.

오기 전에 술이라도 마신 건가?

“그래서 스미스. 굶주린 혼돈의 약점은 뭐지? 한숨은 나중에 쉬고 빨리 말해봐라.”

“굶주린 혼돈의 약점은….”

태현과 케인은 집중해서 스미스를 쳐다보았다.

굶주린 혼돈 관해서는 판온 플레이어들 중 1인자나 마찬가지인 스미스였다.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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