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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72화 (1,771/1,826)

§ 나는 될놈이다 1772화

-감히?

안 그래도 정신이 불안정한 포르볼리오에게 태현의 고발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포르볼리오가 분노합니다.]

[주변의 마력이 불안정해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마법사들이 두려움에 떨기 시작합니다!]

[……]

‘음. 너무 효과가 좋았나?’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각종 마력 방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태현은 살짝 걱정됐다.

원래 미치광이가 한 번 날뛰기 시작하면 아군이고 적군이고 없는 법.

스미스 죽이러 가기 전에 태현을 먼저 죽이게 될 수도 있었다.

-저런 멍청한 암살자 놈 같으니…!

-포르볼리오 님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쩌자는 거야! 네놈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지!

포르볼리오를 섬기는 제자들은 태현을 원망했다.

아무리 굶주린 혼돈의 키메라 놈이 건방지게 입을 놀렸어도 적당히 다듬어서 말을 전할 것이지, 그걸 저렇게 전하다니.

-죽여버리겠다!

[포르볼리오의 정신을 광기가 잠식합니다!]

-다들 도망쳐!!

-포르볼리오 님께서 미쳐 날뛰신다!

-이런 멍청한 암살자 놈! 네놈이 만든 꼴을 지켜봐라!

“정말 미안합니다!”

[카르바노그가 지금 웃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을…]

태현은 속으로 웃고 있었다.

포르볼리오가 가장 가까이 있던 제자들을 향해 공격을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키메라 놈이 총애를 받더니 아주 미쳐 버렸구나!

-제발 고정하십시오!

-암살자 놈아! 네놈도 말려라!

“아이고. 진정하시죠.”

[성의가 없는 설득에 포르볼리오가 진정하지 않습니다!]

태현은 영혼 없는 말로 포르볼리오를 달랬다. 당연히 포르볼리오는 넘어오지 않았다.

-키메라 놈을 데려와라! 내 손수 책임을 묻겠다!

-하지만 키메라 놈은 지금 굶주린 혼돈께서 직접 총애하고 계신….

콰지직!

[포르볼리오가 <혼돈의 압착>을 시전합니다.]

포르볼리오의 제자가 마치 잘 익은 과일에서 과즙을 짜내듯 사라지는 모습에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데리고 와! 데리고 오라고!

[포르볼리오의 광기가 더욱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데리고 오겠습니다!

-암살자 놈! 네놈도 와라! 네놈도 같이 가야 해!

포르볼리오의 제자들은 어떻게든 태현을 같이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들만 가기 억울한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 키메라 놈과 관련된 당사자 아닌가.

안 그래도 키메라 놈이 굶주린 혼돈의 총애를 받고 있어서 데리고 가기도 힘들 텐데 당사자가 직접 가서 말이라도 해줘야 했다.

“알겠습니다.”

태현은 가기 전에 이다비에게 부탁했다.

-이다비. 나 없어도 마법진 해석 끝내놓고 발사 가능하면 바로 발사해 줘.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다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법사 랭커들에게 다시 말했다.

“작업 시작하시죠?”

“…적어도 저 제자들 다 가고 하면 안 됩니까 진짜?!”

* * *

포르볼리오의 제자들은 가면서 태현한테 온갖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평소에 하소연 할 곳이 없었나?’

-포르볼리오 님이 얼마나 예민하신 분이신데…!

-암살자 네놈의 생각없는 말 한 마디에 저러신다는 걸 모르나?

나름 대륙 전체에서 뛰어난 능력을 선보이며 굶주린 혼돈 밑에 스카웃된 마법사들이었지만, 포르볼리오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제자면 이것저것 배우는 게 있지 않나?”

-말이 제자지, 이건 노예나 마찬가지… 읍.

마법사 중 한 명이 분통 터진다는 듯이 외치다가 눈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어라. 난 바로 언령 마법 배웠는데.’

태현은 언령 마법 강화를 배웠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기로 했다.

들어봤자 제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린 원하지도 않았는데 포르볼리오 님 밑에서 강제로 이렇게 배우게 됐다.

-네녀석도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포르볼리오 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마법사들은 태현을 계속 설득하려고 했다.

너는 암살자라서 낫지만 우리는 개고생이다.

그러니까 포르볼리오 님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해결 좀 해라!

[굶주린 혼돈의 신전에 도착합니다.]

“…!”

진영 안쪽에 위치한 기괴한 형태의 신전.

마치 여러 교단의 조각들을 잘라다 붙인 것 같은 신성모독적인 형태를 갖고 있는 신전이었다.

‘스미스가 여기 머물고 있었나?’

주변을 보니 스미스를 따라다니는 친위대 랭커들의 얼굴이 보였다.

외부 차원에서 실종되었다가 굶주린 혼돈의 힘을 받고 제대로 각성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지금 신전을 보니….

[굶주린 혼돈의 신전을 주의하십시오!]

[굶주린 혼돈의 차원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 신전은 대륙을 가장 위협하는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더 이상 접근할 경우 굶주린 혼돈이 당신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런.’

태현은 발을 멈췄다.

하긴 굶주린 혼돈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었는데, 들어가는 순간 눈치를 못 챌 리 없었다.

태현이 굶주린 혼돈이라도 아키서스 관련자를 가장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을 테니까.

파아아앗!

“크윽…! 크흐흑! 굶주린 혼돈이시여! 감사합니다!”

파아앗!

“크아악! 굶주린 혼돈이시여! 죄송합니다!”

‘미친 놈들 같군.’

태현은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랭커들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저런 놈들에 비하면 아키서스 교단은 매우 정상적이고 선량한 교단이었다.

[?]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낸 랭커들은 굶주린 혼돈의 신전에서 강력한 보상을.

실패한 랭커들은 살벌한 처벌을.

그 모습에 태현은 생각했다.

‘저렇게 가혹하면 원정대로 넘어올 놈들이 더 생길지도 모르겠군.’

“이번에 레벨 몇 올랐지?”

“11.”

“보통이군.”

“…….”

태현은 순간 검을 뽑아서 랭커들을 썰어버리려다가 참았다.

이 새끼들…?!

‘저런 배부른 놈들 같으니.’

랭커 수준에서 한 번에 레벨이 11 올랐으면 태현은 진지하게 굶주린 혼돈 개종을 고민했을 텐데, 저 랭커 놈들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얄밉다!

-무슨 일로 왔나?

굶주린 혼돈의 신전 호위병들이 마법사들을 막고 말했다.

마법사들은 하소연하듯 외쳤다.

-지금 포르볼리오 님께서 분노하셨습니다.

-왜?

-왜냐니! 여기 신전의 그 키메라 놈… 아니, 신전의 키메라가 한 무례한 말 때문이지요! 아무리 굶주린 혼돈 님의 후계자로 뽑히고 있어도 정도가 있는 거 아닙니까!

‘스미스 이 자식….’

스미스가 굶주린 혼돈 소속 플레이어들 중에서 가장 진도가 많이 나갔고, 후계자로 뽑힐 정도로 총애 받고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들으니 충격이 달랐다.

굶주린 혼돈의 후계자 퀘스트를 진행하고 완성이라도 한다면 태현의 목이 남아나질 않을 터.

더 빨리 죽여야 한다!

-빨리 나오라고 하십시오. 포르볼리오 님에게 가서 오해를 해명해야….

-안 된다.

-뭐라고?!

-지금 모험가는 신전 안에서 굶주린 혼돈께 보상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방해할 수는 없다.

-감히…!?

포르볼리오의 제자들은 분노했다.

아무리 스미스가 총애를 받아도 그렇지, 같은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입장에서 저런 건방은 참을 수가 없었다.

푹!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검술 스킬이 매우 높…]

[……]

[……]

…물론 참을 수 없긴 했지 진짜로 칼을 휘두르란 건 아니었다.

포르볼리오의 제자들은 경악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이 검을 뽑아서 신전 호위병들을 베어버린 것이다.

-무 무슨… 지금 무슨 짓을?!

“감히 포르볼리오 님의 말을 무시해?! 이런 위아래도 없고 근본도 없는 건방진 놈들!”

-미친 놈이!

[굶주린 혼돈의 신전 호위병들이 분노합니다!]

[신전의 나팔이 울립니다!]

[굶주린 혼돈의 신전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

-죽여라!

“암살자들 모여라! 우릴 무시하는 놈들을 죽여버려라!”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태현은 슬슬 튈 때 되었다고 막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남의 세력.

불 지를 수 있는 만큼 불 지르고 가자!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

태현은 신전 기사 한 놈을 붙잡고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언령 마법까지 합쳐지자 상대는 폭딜에 그대로 나뒹굴었다.

[굶주린 혼돈의 신전 기사들이 더욱더 분노합니다!]

“암살자들 모여라!”

“어… 아니… 미친…???”

퀘스트 듣고 달려온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사방에서 신전 기사들과 호위병들이 몰려오는 난장판.

이 상황에서 싸우라고??

‘너무 미친 퀘스트 아닌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뭐하나! 포르볼리오 님께서 지금 기다리고 계시는데!”

-미… 미… 미친 놈이 무슨….

포르볼리오의 제자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같은 배를 탄 상태였다.

여기서 멈춘다고 신전 기사들이 그들을 공격하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여!!

[포르볼리오의 제자들이 마법을 시전합니다!]

[대마법, <굶주린 혼돈의 증오>가 시전됩니다!]

강력한 마력의 폭풍이 사방을 찢어발기며 데미지를 주었다.

달려들던 신전 기사들이 나뒹굴며 욕설을 퍼부었다.

-마법사 놈들이 정신이 나갔나!

-닥쳐라! 이 모든 원인은 네놈들 때문이다. 건방진 모험가가 감히 포르볼리오 님에게!

“빨리 포르볼리오 님 오라고 하죠?”

태현은 옆에서 마법사들을 재촉했다.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이 커진 이상 포르볼리오의 도움이 무조건 필요했다.

[설득에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

-받아라!

[굶주린 혼돈의 마법이 당신에 검에 깃들기 시작합니다!]

[지독한 혼돈의 검이…]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일시적으로 검술이…]

[……]

[……]

단순히 포르볼리오를 부르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제자들은 태현에게 닥치는 대로 마법을 걸었다.

지금 사방에서 적들이 달려오는데 태현이 버텨줘야 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태현은 감사 인사와 함께 제자들을 슥 훑어보았다.

언제 어느 누구부터 찌르기 시작해야지 좋을까?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등장합니다.]

[분노로 광기가 더욱더 심해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신전 기사대장이 도착합니다.]

-전부 다 죽여버리겠다!

-감히 신성한 신전 앞에서 마법을?!

“포르볼리오 님 저놈들이 우릴 괴롭혔습니다!”

쾅!

뒤늦게 퀘스트를 끝낸 스미스가 신전에서 뛰쳐나왔다.

“모두 싸움을 멈추십시오! 굶주린 혼돈께서는 무익한 싸움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

-!!

대마법사 포르볼리오마저 순간 공격을 멈출 정도로, 굶주린 혼돈의 이름에는 권위가 있었다.

그 권위를 짊어지고 있는 스미스였기에 가능한 설득!

“상황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대체 여기서 왜 이러시고 있는….”

[협곡 마법진의 가동이 시작됩니다!]

“?”

메시지창에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마법진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당황했고, 스미스처럼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당황했다.

“벌써 다 된 건가? 시작하기 전에 말이 나와야 하지 않나?”

“많이 급했나 본데요? 왜지?”

-…마법진이 이쪽으로 조준되었다!

포르볼리오가 당혹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죠?”

“이쪽으로 조준됐다니?”

-머저리들 같으니! 지금 상황을… 스미스 놈 어디 갔지?

포르볼리오는 태현의 가명을 부르며 태현을 찾았다.

그러나 태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미친 듯이 도망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력의 방류가 시작됩니다!]

[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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